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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10화
작성일 : 17-07-12 15:21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4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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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삐리릭 얇은 소리를 내며 열린 문으로 여솔이 넋이 나간 듯 들어와 멍하니 서 있었다. 여솔이 들어서면서 동시에 켜졌다 꺼진 센서등에 내려앉은 어둠처럼 여솔은 눈앞이 깜깜했다.

 

 " 하…. 미쳤어…. 미쳤어…."

 

 아직도 입가에 느껴지는 듯한 따뜻한 체온은 완전히 깨버린 술기운을 다시금 일렁이게 만들었다.

 

 그저 약간의 기분을 내기 위해 설화와 앉아서 술잔을 주고받던 중 설화가 붉어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 여솔씨는.. 참 멋있는 거 같아요…."

 

 " 저도 알아요 "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린 채 술잔을 흔드는 여솔을 보며 설화는 미소 지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전 말이에요…. 늘…. 생각뿐이었어요…. 이러고 싶으니까 이렇게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만 하고 행동하진 않았죠 "

 

 " 대부분이 그렇지 않나요 "

 

 " 네, 그게 문제였죠. 그 결과가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언제까지고 기약 없이 지망생일 뿐이게 되었으니까요.. "

 

 잔을 입에 털어 넣은 설화는 술처럼 쓴 미소를 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솔은 계속 말해보라는 제스쳐와 함께 턱은 괴고 설화를 지긋이 바라봤고 설화는 다시 입을 열었다.

 

 "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간다는데…. 준비도 안 해놓고…. 아쉬움만 느끼는 제가 너무 한심하네요…."

 

 "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셔서~ 그렇게 수수께끼는 내실까~ "

 

 여솔은 묘하게 간질거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사랑이었던 강태화와 비슷한 얼굴을 한 남자에게서 꼭 그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이 흘러나온다.

 

 너무나 간절해서 너무나 듣고 싶어서 노력하고 달려왔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

 

 아무래도 내가 술이 좀 된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여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저 화장실 좀…."

 

 일어나던 여솔의 다리가 풀려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고, 동시에 재빨리 여솔의 어깨를 잡아 지탱한 설화가 놀란 듯 토끼 눈을 뜬채 조심스럽게 미소지었다.

 

 " 조심해요. 우리 지금 취했어요 "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마주한 설화와 눈이 마주친 여솔의 정신이 묘하게 흐트러졌다.

 

 그렇네요. 취한 거 같네요.

 

 동시에 은은하고 동그란 조명 아래 남녀의 입술이 조심스럽고 자연스럽게 포개졌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신의 방에 핸드백을 내려놓으며 여솔은 또다시 중얼거렸다.

 

 " 미쳤어…. 어쩌자고…."

 

 그 뒤로 설화와 어떻게 헤어졌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필름이 끊길 거면 완전히 다 끊어지던지…. 찝찝하게 이게 뭐야.

 

 침대에 엎어진 여솔은 발만 동동 구른 채 으아아악 소리 질렀다. 생각 때문인지 덜깬 술때문인지 붉어진 얼굴과 온기가 남아있는 듯한 입술이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더욱 몽롱해졌다.

 

 오늘은 그냥 이대로 자고 싶다.

 

 그렇게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누구세요? "

 

 컴퓨터 앞에 앉아 술에 절어있는 남자를 본 민준이 놀란 듯 물었다. 설화는 힘없이 대답했다.

 

 " 왜 이래…."

 

 평소에 늘 봐오던 설화 완전히 다른 모습에 민준은 살짝 감탄하며 농담스럽게 말했다.

 

 " 내가 아는 강설화는 아닌 거 같고…."

 

 " 그런 일이 있었다…."

 

 " 야 그러고 다녀라, 사람이 달라 보이네."

 

 민준은 깔끔하게 세팅된 설화를 보며 감탄을 아낌없이 늘어놓으며 말했지만, 설화는 의자에 늘어진 채 쌓인 숨을 뿜어냈다.

 

 " 안하던 술도 마시고, 오늘 뭐 좋은 일 있었음? "

 

 " 장미 향이…. 좋더라…."

 

 민준이 토하는 시늉을 하며 인상을 구겼지만, 설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고 있었다.

 

 " 진상이네 저거…."

 

 꾸미는 건 극도로 싫어하는 설화가 깔끔하게 차려입은 데다 심지어 메이크업까지 받은 사연이 궁금했지만, 물어본다고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진 않을 거 같았다.

 

 반쯤 풀린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던 설화가 조심스럽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야…. 그 있잖아…."

 

 " 뭐가 있는데 "

 

 냉장고를 뒤지던 민준이 흐뭇한 표정으로 맥주를 꺼내 들며 말했다.

 

 설화는 속에 가득한 술기운을 몰아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나 성공하고 싶다 "

 

 " 어 나도 "

 

 치익- 무심하게 대꾸하는 민준은 흘러나오는 거품을 재빨리 입으로 흡입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설화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주무르며 다시금 힘겹게 입을 열었다.

 

 " 나 여솔씨가 같이 다니기 쪽팔리지 않고 싶은데…."

 

 푸웁 민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맥주가 가습기처럼 허공에 흩뿌려졌다.

 

 " 무지개 뜨겠다 "

 

 " 너…. 그 말…."

 

 " 그 정도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설화는 입술을 엄지로 살짝 쓸며 말했다. 기류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민준은 약간의 기대 섞인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 미쳤네…. 미쳤어…."

 

 그런가, 반쯤 감긴 설화의 시선이 모니터로 옮겨갔다.

 민준의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 흔히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들이 부모님과 상담할 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XX이는 하면 잘할수 있는데, 안해서 문제라고.

 전부 공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민준의 기준에서 설화는 분명히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애초에 성격인지 설화에겐 욕심이란 게 없었다. 무언가를 원한다거나 성취하려는 마음 자체가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 강태화가 첫사랑이었다고 하더라, 넌 그것도 알고 있었겠지? "

 

 " 어? 어어…."

 

 늘 형에게 밀려서 의기소침하고 소심하고 수동적인 사람. 형이 심어 놓은 트라우마로 계속해서 스스로 자존감을 갉아먹은….

 

 " 그런 놈한테 뺏기고 싶지 않아졌어 "

 

 그런 애가 욕심을 부린다. 술기운 때문이라고 혹은 충동적인 생각이라기엔 설화는 저런 말을 한 번도 입에 담은 적이 없었다.

 

 " 내가 어떡하면 되냐 "

 

 형제는 형제라는 건가, 진지한 설화의 눈빛에서 나오는 서늘함에 민준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경련했다.

 이유나 가능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건 그가 움직이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것이었다. 민준은 손에든 맥주를 내려놓고 물었다.

 

 " 그 정도 감정인 거 같은데? "

 

 민준은 말없이 웃고만 있는 설화를 보며 사실상 대답은 중요하지 않은 질문을 했다.

 

 " 자신있냐 "

 

 

 

 

 ***

 

 

 

 

 호텔 라운지에 자리 잡은 고급바 룸에 김태성 전무와 태화가 마주 앉았다.

 

 독한 보드카에 얼음을 섞은 태성은 잔을 천천히 흔들며 태화를 보고 말했다.

 

 " 니가 실패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

 

 '실패' 라는 단어가 태화의 귓가에 송곳처럼 박혀 들어갔다. 태성은 안 봐도 어떤 모습인지 아는 듯 입꼬리를 비틀며 보드카를 입안에서 굴리며 천천히 음미했다.

 

 말없이 앉아있던 태화는 보드카를 스트레이트 잔에 따라 입에 털어 넣었다. 독한 알콜이 목부터 가슴까지 뜨겁게 타들어 갔다.

 

 " 솔직히 이번엔 너답지 않았어. 일단 유치해 "

 

 제 계획은 완벽했습니다. 라고 당연히 치고 들어올 줄 알았지만, 태화는 계속해서 말없이 보드카만 털어 넣을 뿐이었다. 항상 냉정하고 철저하게 계획적인 태화가 흔들리는 모습이 재밌는 듯 태성은 싱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여솔 때문인가? "

 

 잠깐 태화의 미간이 꿈틀거렸을 뿐이지만 태성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래서 이번엔 특별히 내가 손을 좀 빌려줄 생각인데. "

 

 "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 널 못 믿어서가 아니야. 넌 우리의 얼굴이라서, 이렇게 웃음거리로 끝나는 건 아무래도 곤란하단 말이지 "

 

 뿌득. 태화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입안에서 진한 피 맛이 감돌았다. 태성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 원래 추진하기로 했던 패션사업 파트너를 'SoL'로 바꿨어, 책임자는 당연히 너고 "

 

 적잖게 놀란 듯 동그랗게 눈을 뜬 태화가 단호하게 말했다.

 

 " 공과 사는 구분합니다. "

 

 " 너한테 '사'라는 게 있구나? 솔직히 회사 입장에선 손해야. "

 

 태성은 잔을 내려놓은 채 천천히 일어나서 태화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낮게 말했다.

 

 " 난 여솔은 잘 몰라. 하지만 넌 알지. 니가 손해가 아니게 만들 수 있지? "

 

 살기가 느껴질 만큼 싸늘하게 식은 태화의 시선에 적잖게 소름 돋은 태성이 손을 떼며 계속해서 말했다.

 

 " 내가 널 이렇게 아낀다 태화야. 실망하게 하지 마라. "

 

 태화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인 태성은 느긋하게 웃으며 바를 나섰다.

 

 시험이면서 동시에 기회.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기회. 잔을 들고 있는 태화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구겨진 미간과 동시에 꿈틀거리며 씰룩이는 입술.

 

 수치심.

 

 태화는 처음으로 수치심을 느꼈다. 처음 느껴본 실패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던 자존감이 벽에 가로막혀 알게 된 자신의 위치.

 

 " 하…. 쪽팔려서 진짜…."

 

 실없는 웃음이 입가에 걸린 채 태화는 남은 술을 한잔 두잔 계속해서 삼켰다. 알콜의 독함은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로 타들어 가는 속에 불을 지피는 기분으로.

 

 술에 젖어갈수록 태화의 안광은 더욱 빛나고 점차 살기를 띄워갔다.

 

 

 

 

 ***

 

 

 

 

 어떡하지.

 

 숙취 때문인지 어중간하게 잠을 설친 설화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 멍하니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술에 취한 상태였고, 엄청난 역사가 쓰인 건 아니지만 그런데도 밀려오는 민망함에 어떻게 대하고 말해야 할지 다소 난감했다. 지금까지 봐온 여솔의 성격으로는 왠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싫었다.

 

 " 후아 "

 

 밤새 계획한 민준과의 약속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하는데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머릿속에 집중되질 않았다. 마음먹은 첫날부터 이렇게 흔들리다니. 작심 하루도 못하는 건가.

 

 지잉-

 

 울리는 전화에 쓰여진 '여솔'이란 글자에 순간적으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벌써..!?

 

 습기로 촉촉해진 손을 옷에 대충 비벼 닦은 설화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들었다.

 

 " 네…. 여솔씨.. 그…. 어젠…."

 

 「 제가 먼저 말할게요. 설화씨. 그…. 이제 내일부터 안 나오셔도 돼요. 」

 

 " 네…? 왜…. 죠? "

 

 「 아! 다른 건 아니고…. 크게 일이 생겨서 저 몇 년 정도 프랑스로 가게 될 거 같아요. 」

 

 경련하듯 어색하게 일그러진 웃음으로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던 설화의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 네 "

 

 그 뒤로도 긴 통화가 이어졌지만, 일과 관련된 이야기일 뿐. 어제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설화는 통화가 끊어지고 나서도 한참을 손에서 놓지 못한 핸드폰을 천천히 내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 필름…. 끊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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