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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3화 악녀의 생명력은 이미 0
작성일 : 17-07-12 14:25     조회 : 302     추천 : 1     분량 : 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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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더러운 명줄을 며칠이라도 늘려보겠단 수작인가. 그런 시시한 수작은 통하지 않는다.

 

 "아닙니다 폐하. 이미 제 생사는 결정 났습니다. 이제와 제가 제 죄를 통감하고 뼛속 깊히 반성한다고 해도, 제가 했던 일들이 없던 일이 되겠습니까?"

 

 -하, 잘 알고 있군. 그렇다면 갑자기 무슨 마음의 변화가 생겨서 이런 일을 벌이는 거지? 용서를 청하고 싶었다면 그간 기회는 많았다. 마지막에 저택에서 끌려갈 때라도 잘못을 시인하지 그랬나?

 

 수정구슬 모양의 마나 통신기에서 황제의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공기를 타고 전해져 오는 목소리의 울림만으로도 그가 알렌시아를 얼마나 싫어하는지가 바로 느껴졌다.

 

 황제 미하엘과 성녀 혜림, 황제 커플은 지금 황도에서 떨어진 별궁에 가 있었다. 알렌시아가 벌인 일들로 심신이 지친 혜림을 위로하겠단 이유였다. 약 열흘거리의 별궁에는 온천궁도 있고 별궁 산지에서만 나는 맛난 것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미하엘은 낭만적인 별궁에서 혜림과 둘이서 있으면서 평생 함께 나와 있어달라고 청혼을 할 작정이었다. 그게 원래 이 소설의 엔딩이었지.

 

 미하엘의 말대로 개수작 부리지 말고 알렌시아는 당장 처형했어야 했었다. 그러나 알렌시아는 한번도 용서를 빌어본 적 없는 삼류 악역이었다. 죽이기 딱 좋게, 온갖 어그로를 여주인공에게 다 끌어댔으면서도 그것에 대해서 한번의 구차한 용서조차 구해본 적이 없는 여자. 미하엘은 내심 자신이 여왕처럼 모시는 혜림이 그런 모욕을 받았다는 게 무척 신경쓰였다. 화가 나서 응분의 처벌로 죽이긴 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무릎을 꿇고 혜림의 앞에서 용서를 구걸하는 꼴을 꼭 보고 싶었을 것이다.

 

 "저는..."

 목소리를 약간 떨리게 했다. 마치 정말로 자신의 죄에 대해 깨닫고 그 죄가 두려운 여자처럼.

 

 "죽기 직전 사제님을 만나, 사제님이 그간의 죄악에 대해 용서를 구하라고 한 순간에서야 제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욕심과 죄악이 의미가 없게 되자 이제야 제 삶이 명확히 보이더군요. 부디 제 어리석은 나날들에 대한 사죄를 폐하와, 그리고 여기 계시지는 못하지만 성녀님께서 들어주셨으면 했습니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낸 표정으로 말을 마쳤다. 하지만 수정구슬 속에서 미하엘은 말이 없었다. 속으로 목이 탔다. 이건 도박이었다. 미하엘은 분명 혜림과 함께 이곳에 와서 내가, 아니 알렌시아가 혜림의 앞에 용서를 청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반드시 확인하고 싶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니라면.

 

 죽는 와중에라도 깨달았다니 다행이고 그럼 이제 순리대로 죽으라고 한다면?

 

 -죄인의 죄는 무엇에 비교할 수 없을만큼 참혹하다.

 '제발, 제발 미하엘.'

 

 너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 믿음을 버리지 마. 제발.

 

 -이제와 아둔한 머리로 죄악을 깨달았다 하니 나와 성녀가 그 참회의 모습을 볼 것이다.

 

 "아..."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그 일로 네가 죽지 않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란 걸 알아두거라.

 

 “황은에 감격할 따름입니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 미하엘을 향해 바닥에 절을 올렸다. 정작 미하엘은 할 말이 다 끝나자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연결을 뚝 끊어버렸는데도.

 

 그럼에도 탄성이 흘러나왔다. 저 흉흉한 사형대로부터 열흘의 시간을 벌었다. 온 몸의 힘이 쭉 빠지고 긴장이 풀려서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황제로부터 열흘의 시간을 유예받은 나는 안도했다. 그리고 아직 아까 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퍼담은 순수함이 마르지 않은 표정으로 사제와 기사에게 고했다.

 

 "제가 죽기 전에 용서를 빌어야 할 또 다른 분들이 있어요."

 

 [ 거울 너머로 에반은 알렌시아를 훔쳐보았다. 우유같이 흰 피부, 사슴같이 날씬한 팔. 우아한 몸에 걸친 드레스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남들은 알렌시아가 사치스럽다고 말했지만, 에반이 보기에 그것은 당연한 사치였다. 그녀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걸맞는 값비싸고 아름다운 드레스들을 입는 것은 당연한 일들처럼 느껴졌다.

 

 아가씨. 나의 아가씨.

 

 '에반? 뭐하고 있지? 나가라고 말했잖아. 왜 아직도...'

 

 얼음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에반이 기겁해 거울에서 비켜섰다. 알렌시아는 가까이 다가와 거울을 보고, 에반을 보고, 그리고 아까 자신이 있었을 위치를 생각해 보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

 

 '아가씨 이건.......'

 '이 망할 자식! 너 따위가 감히 나를 넘봐?'

 

 화끈하게 뺨을 올려부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러나 뺨의 아픔보다도, 고개를 들어 알렌시아를 마주하는 것이 에반은 더 무서웠다. 거기에는 그가 평생 두려워하던 눈빛이 있었다. 소중하게 품어왔던 그의 감정을 아주 경멸스럽게 쳐다보는 알렌시아의 눈빛이.]

 

 젊은 청년 하나가 복잡한 시선으로 면회실 안의 알렌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벨하임 공작가의 집사 에반이었다. 공작가의 충신으로 저택의 대소사를 관장했고, 무엇보다도 알렌시아의 온갖 악행을 실제로 수행한 사람. 그가 온갖 더러운 일에 손을 댄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알렌시아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는 주제를 알았고 알렌시아의 일을 돕는 것 이상은 감히 넘보지도 않았지만, 우연찮게도 알렌시아는 결국 에반이 자신을 연모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짓밟았다.

 

 소중하게 품어온 자신의 마음을 당사자에게 차갑게 조롱 당하고 비웃음 받자 에반은 알렌시아에게 큰 실망을 느끼고 변절한다. 에반의 고변은 알렌시아를 사형대로 끌어내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증거물 중 하나였다.

 

 평생을 그를 비웃으며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하던 알렌시아가 죽기 전 마지막 만남을 청한다는 소리에 에반은 필경 복잡한 마음으로 이곳까지 왔으리라. 그런 남자가 뱉을 첫 마디는 당연했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에반."

 "나락까지 떨어지신 기분이 어떠십니까."

 "...어째서 그런 말을 해?"

 "그럼 제게 무슨 말을 들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저를 여기로 불러주셔서 지금 정말 기쁠 지경입니다. 당신이 아래로, 아래로, 더 떨어질 곳이 없는 곳까지 떨어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저는 무척 기쁩니다."

 "에반..."

 

 이런 거짓말쟁이를 봤나. 순간 웃음이 나올 뻔 한 걸 참았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눈 하나 제대로 못 숨기는 주제에.

 

 그는 알렌시아에게서 무심해지기로 결심했고 자신을 밑바닥까지 비참하게 한 그녀에게 같은 고통이 있기를 빌었지만, 막상 알렌시아가 진흙탕에서 구른 드레스에 바싹 마른 몰골로 나타나자 마음이 평온하지 못했다.

 

 그의 마음이 '평생 귀하게만 자라온 우리 아가씨가 이런 고생을' 과 '나를 망친 나쁜년이 마침내 합당한 복수를'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 것이 눈 앞에 있는 나에게는 빤히 보였다. 걱정과 복수. 연민과 잔인한 쾌락.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사람을 내 뜻대로 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보고 싶었어."

 

 눈물이 흘러넘칠 것 같은 눈을 한 채로 그의 손을 잡았다. 방울방울 넘치는 눈물마다 그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아주 많이, 정말 많이."

 

 표정은 금방이라도 잡힌 손을 뺄 것 처럼 굴면서도 그는 절대로 그 손을 빼지 못한다. 그의 눈이 알렌시아의 얼굴을 더듬고 있었다. 자신을 보며 우는 알렌시아의 얼굴을 눈동자 깊숙히 새기고 있었다.

 

 "난 당신이 불리한 결정적 증거들에 대해 증언을 한 사람입니다!"

 "잘했다고 생각해. 내가 악행들을 한 건 사실이고, 오히려 네가 그걸 폐하와 법정 앞에 고변해서 무사해졌다면 다행이야."

 "......."

 "폐하께서 내게 죽으라고 하셨을 때, 제일 먼저 너의 얼굴이 떠올랐어. 에반 나는..왜 그날 솔직해지지 못했을까? 난 여기에 와서야...에반 너의 소중함을 깨달았어. 내게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갈 때, 마지막까지 남아줬던 사람이 누구였지? 내가 필요한 것들을 항상 먼저 챙겨주던 너의 따듯한 배려, 솜씨...그리고 그 뒤에 있는 애정. 오 에반, 절대 떠나가지 않았을 사람을 내 손으로 내쳐버린 내 실수를 용서해 줘."

 

 알렌시아가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떠올린 얼굴이 물론 에반은 아니었다. 여지껏 든든한 뒷배가 되어준 그녀의 아버지도 아니었고, 하다못해 목 매달고 살던 황제나 혜림도 아니었다. 굳이 얘기하자면 아마 그녀 자신이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너무도 걱정되었겠지. 이토록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녀는. 하지만 알게 무언가? 진실보다는 이런 거짓이 에반을 행복하게 할텐데.

 

 "에반...할 말이 있어."

 고백의 말은 쑥쓰럽게. 중간중간 아쉬운 떨림을 담아서. 앞에 있는 저 회색 눈동자에 알렌시아는 지금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일까.

 

 "실은 그날, 네가 나에게 그 말을 했던 그날... 나...너무 당황스러워서 거짓말을 했어. 그때 했던 말은 진심이 아니야... 나 있잖아, 실은...!"

 "알렌시아 폰 벨하임은 분명 사형에 처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녀와 독대할 수 없을텐데요. 그대들이 폐하의 명을 어기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누군가 에반의 어깨를 잡아채었다. 알렌시아의 말에 거의 빨려들어가던 에반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 나는 애틋한 표정을 지우고 머리를 다시 한 번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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