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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18
작성일 : 17-07-12 14:28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4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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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행히도, 전날의 술기운은 술국으로 모두 날려버린 일라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런 일라에게, 례야는 궁금했던 것들을 묻기에 이르는 것이다.

 

 “ 그러니까, 그건 가장 원초적인 것에서.. 그런 곳에 서식하는거야. ”

 

  행복의 욕구, 혹은

 

 “ 절망의 의지. ”

 “ 맞아. 례야. ”

 “ 그런데 그게 중요한 이유가 있어? ”

 “ 있지. 있고야 말고. ”

 

  일라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뜬다.

 

 *

 

 열 여덟번 째

 필요, 악(惡)

 불필요, 비악(非惡)

 

 *

 

 “ 그 의지가 소화를 불러 내 버릴 만큼 강한 것이었다는 게 참 중요하지. 그럼 어떻게 되냐고? 그러니까 말야, 그 의지가 더 강해지면 분리되어버린 저쪽과 이쪽이 연결이 되어버리게 될거야. 그렇게 되면 나에겐 참 즐거운 구경거리가 되겠지만, 윗선에선 무지하게 골치가 아파질 일거리가 되는거지. ”

 

  그러니, 내가 그냥 그렇게 두면 과연 저 윗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라고 말하는 일라의 질문에 례야의 표정은 납득하면서도 좋지 않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일이 없을거라고 내심 생각하면서도, 일라의 저 성격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으니 내심 이대로 둬버리려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걱정 마. 레야. 너도 알겠지만, 나도, 그렇게 되면 내가 할 일이 많아져서 싫어. 귀찮아. ”

 “ 그런 생각이라도 하고 계시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일라님. 이거, 드시겠어요? ”

 “ 카나페!! 좋아! ”

 

  승희의 접시에 담겨진, 카나페를 하나 집어 입에 넣는다. 그렇게도 행복한 표정으로 웃는 일라를 감히 신의 힘을 가진 인간이라고 누가 생각할까.

 

 *

 

  행복해지는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나는 바라고 있을지도 몰라.

  행복해지고 싶다고, 희망하고 있다고.그렇게 생각하고 싶은건지 몰라.

  한껏 비웃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하는 그는 창백하고 아름답고 신이롭다.

 

 “ 그러니까 조금 더 모아보자. ”

 

  표정이, 변했다.

 

 *

 

  이윽고 열린 일루망의 유리문으로 언젠가 만났던 오피스텔의 여인이 들어왔다. 봄이건만 봄이라는 느낌은 전혀없는, 검정색의 원피스를 입고, 그 위엔 가죽자켓을 입고있는 차림이었다. 단정해 보일지도 모를 까만 구두가, 거기에 특징이라도 되듯이 탈색된 그레이빛깔의 머리칼이.

 

 “ 안녕하세요. ”

 “ 와주셨네요. 유라- 아니, 나연씨. ”

 “ 이름, 제가 말씀 드렸었나요..?

 

  일라가 웃으며 말했다.

 

 “ 그런 사소한건, 신경 쓰지 말아요. ”

 

 *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 라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사람은, 과연 기대와 필요로 하는 그 누군가의 말 한마디 뿐이라도 그것이 자신을 지탱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이다.

  고로, 사람은 그렇기에 말 한마디로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다.

 

  사회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모든 것은 목적과 필요에 따라, 살아있는 인간임에도 물건과도 같은 취급과 대우를 받아야 할 때가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 안에서 자신의 권리나 이익에 대해 개인이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처럼 변해 있는, 정말로 변형되어있는 잘못된 형태의 것으로.

 

  그 누가, 이렇게 만든 것일까. 신님이나, 혹은 운명이 그랬을까?

 

 “ 사실, 난 거짓말을 했어요. ”

 

  공허하게 일라를 바라보는 눈은 이내 눈물이 그렁하게 맺히고는 또르륵, 하고서 그 뺨을 흘러내려가 버린다. 그 눈물로 슬픔이 함꼐 쓸려 내렸다면 얼마나 좋았을지를 생각하기도 이전에.

 

 “ 그렇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어요. ”

 

  일라는, 그저 그 스스로 혼란스럽게 흔들어대는 고개짓에 가만히 그 눈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움츠러들어버린 여자는, 그러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

 

 “ 사실은, 당신도 알고 있었죠? ”

 “ 무엇을?

 “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요. ”

 “ 물론, 당신은 거짓말쟁이니까. ”

 “ 그치만, 나는 거짓말 하지 않았다니까? ”

 “ 물론, 당신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니까요. ”

 

  희미하게 웃어주는 일라였다. 이 정신이 나간 대화를 지켜보는 이들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온화하게도, 따스하게도 그렇게 말이다. 그런 일라의 얼굴을 보며, 그 눈과 목소리에 반응하며 여자는 눈동자에 생기를 되찾았다.

 

 “ 고마워요. 그렇게 이야기 해줘서. ”

 

 *

 

  나는 유라. 당신의 환상 안에서 사는 여자.

 

  ---나는 나연. 당신과는 전혀 상관 없는, 그저 흔하디 흔한 여자.

 

  나는 유라, 당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환상 그 자체.

 

  ---나는 나연. 당신과는 전혀 알 길 없는 그저, 평범함 그 자체.

 

 

  스스로, 처음부터 유라였던 적은 없었다. 나는 날 때부터 지금 까지 ‘나연’이라고 불렸던, 그저 평범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한명의 언니와 남동생 하나라는 가족을 가진, 중간 아이였던 ‘한나연’이다. 내가 나연으로써 살아온 날은 정말로 평범하고, 빛나는 날들이었다.

  평범하고 빛나는, 그저 그런 소중한 시간들의 어느 기점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제 막 대학교 신입생이 된 나는, 그 시기를 이렇게 기억한다.

  ‘내 마지막으로 빛나는 시간들’ 이라고.

  어머니 홀로 남은 남동생을 키우기엔 감당이 어려웠다. 신입생이던 나는 어떻게든 엄마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길어진다. 그냥 흔한 이야기니까, 이정도까지만 하자. 어차피 이 뒷이야기라고 해봐야, 예상하듯이 그저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이리저리 치이다 결국 발을 들여버린 화류계는, 그저 짧게 일할 생각이었던 나를 놓아주지 않은 채로 흡수해버렸다, 라고 하는 이야기를 말이다.

 

 “ 그 때, 사회라는게 처음으로 ‘네가 필요하디’라고 말해주더라구요. ”

 “ 그건 나연씨가 아니라. 유라였고 말이지. ”

 

  일라가 말하면, 낮게 읖조리던 목소리는 살풋 웃으며 긍정한다.

 

 “ 맞아. 나연이가 아니라, 나, 유라가 필요했던 거지. ”

 

  이내 여자는, 생기가 어리며 얼굴이 변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자는 여유롭고도 아름다운 눈매와 시원한 목소리를 낸다. 매력적이고도 섹시한, 성적으로나 지적으로 전혀 모자람이 없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얼굴로 앉아있었다. 그 얼굴의 이름은 분명한 유라였다..

 

  기쁨도, 호응도, 슬픔과 아픔도. 그 어떤 감정이라도 모두 녹아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빛깔로 물들어있는 유라의 얼굴은 과연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과연, 그 누구에게라도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단 한번도 행복해보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웃고있는 그 여자가 말이다.

 

 “ 그런데.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제가 필요없다고 그러더라구요. ”

 “ 누가? ”

 “ 그게. 하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게.. ”

 

  깊은 한숨을 내쉬는 유라는 이마를 손으로 한번 짚어내며 이렇게 말한다.

 

 “ 모르겠어요. 그게 누구였는지. ”

 

 *

 

 “ 저게 무슨 개풀 뜯는 소리니. ”

 

  알 수 없는 표정의 일라와, 그 맞은편의 예쁘장한 여자는 분명 대화를 하고 있었던게 분명했다. 물론 그 주변의 그 누구도 재대로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을 나열할 뿐인 것이었지만 최소한, 일라는 알아 들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으니 충분하게 된 일이었을까?

 

  가만히 공간을 메우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례야와 승희는 그게 무슨 헛소리일까 라는 생각일 뿐이었다. 분명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머리가 좋고 나쁨의 차이는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다만, 붉은 여우 한마리만은 그저 가만히 일라처럼 그 소리를 들어보는 것 뿐 그 어떤 행동도 하지는 않았다.

  일라는 한참을 그렇게 듣고 있던 중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 그래도, 어떻게 이 곳은 기억해냈네요. ”

 “ 신기하죠? 이상하게 그 이름이 사라지질 않더라구요. 당신이 건냈던 그 명함. 잃어버렸지만, 이상하리만큼 이름이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았어. ”

 “ 그렇군요. 잃어버리셨다구요? ”

 

  그리고 때로 사람은 필요에 의해서, 기억을 조작하고 편집하며 스스로 살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걸 기억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편리한 기능이면서, 동시에 아주 위험한 기능임을 부정하는 존재는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 왜일까요. 왜 내가 필요가 없어진 걸까요. ”

 “ 글쎄요. 일단 그것보다는, 거짓말을 왜 하게 됬는지. 기억하나요? ”

 “ 네? 그건 지금 이 일하곤 전혀 상관이 없지 않나요? ”

 

  말이 없었다.

  그러다 다시 입을 연 것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비어버린 눈을 하고 있는 나연이 자조어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거짓말이란건 그냥. 어찌보면 밥 같은 거잖아요. 하고싶지 않아도 하게되는 그런 거. ”

 

  필요라는건, 굳이 필요하다는 말로써 증명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지 않음을, 쓸모없음을 어필했을 때 진정으로 필요가 생기게 되는 경우조차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뒤의 필요의 경우, 그렇게 잔인하고 무자비해지기 때문에 그것을 듣는 인간의 인간성이라는 중요한 성질 마저도 변질되도록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그렇기에 필요라는 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악의를 가지고 요구가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악의없이, 그저 순수한 욕구에 의해 필요를 이야기해야만 한다.

 

  그러나 귓가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는 쓸모없는, 글러먹어 버린 아이란다.

 그리고 귓가에 이렇게 속삭인다. 너는 절대로 쓸모없고 글러먹어버린 아이. 내가 아니면 넌 아무런 쓸모도 필요도 없는 아이란다.

 

  그렇지 않다고, 그럴 리 없다고 저항하는 아이에겐 다시 한 번.

 

 “ 실패작같은 인생. 너같은 아이에게는 그 누구도 필요를 말하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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