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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16
작성일 : 17-07-12 14:27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3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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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증오와, 분노와, 어디서 솟구치는지 모를 억울함이 그녀의 목소리에 담겨지고 일라는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억울함이 넘쳐흐르는 눈동자에 담겨서는 이렇게 말했다.

 

 “ 그래. 네 말이 맞아. ”

 “ ... ”

 

  일라는 장죽을 물었다. 그리고 담뱃잎을 채워넣었다.

 

 *

 

 열 여섯번 째

 없는 말, 마음.

 

 *

 

 “ 펴도 되지? ”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담배를 입에 무는 여자, 그리고 그 연기가 불편한 소화였다. 소화를 쳐다보고는 일라는 창문을 열어준다. 창가에 서있는 소화는 그저 밖을 쳐다볼 뿐.

 

 “ 당신도 내가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걸 욕하는 거라면 - ”

 “ 그건 별로 상관하지 않아. 매춘이란건 네가 생각하기 훨씬 이전부터 있어왔어. 그리고 그 때는 그게 신성한 여성만이 하는 일이기도 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자의로 원하여 하는 성매매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솔직히, 모든 건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생기는 거거든. 너같은 여자들을 욕하기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있고, 온전하게 누구 하나가 나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

 “ ... ”

 “ 그러니까, 내가 하고자하는 말은 그게 아니라고, 알겠니? ”

 

  일라가 한모금, 내뱉고 빨아들이자 오묘한 담배향이 풍겨났다.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담뱃잎의 고유한 향기가 그렇게 공간을 매우는 것 같았다. 빛깔은 은은했고 느낌은 부드러웠다. 그 연기의 사이로 여자는, 자기의 담뱃연기가 섞여들어가는 것이 신기하다고 여길 정도로, 그것은 담뱃연기임에도 담배연기가 아닌 것만 같았다. 그 분위기에 홀리는 것만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그 분위기를 깨트리는 것은 창가에 서있던 소화의 불만어린 목소리였다.

 

 “ 이왕이면 빠르게 이야기 하지 않겠어? 너희들 둘 다 별로야. ”

 

  두 사람은 무안한 얼굴이 되었다. 이내 되돌아와 다시 말을 꺼낸다.

 

 “ 여우노래, 알아? ”

 

 *

 

  행복해지고 싶었던 그이가 있었다.

  그 사람은 정말로 너무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런 나머지, 이제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찾기로 마음 먹기에 이르렀다.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사람은 더이상 믿지 않기로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속여온 그들의 말을 죽이고 죽이며, 행복해 지고 싶었던 사람은 결국 생각해버리고 만다.

 

 “ 행복해지는게 이렇게나 힘들다면, 그 누구도 얻지 못했을거야. ”

 “ 그럼,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쟁이가 되는 거네? ”

 “ 그럼, 거짓말쟁이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구. 그들이 행복하다는 건 거짓말. 그러니까. ”

 “ 그러니까, 행복하다고 말하는 거짓말쟁이들의 말을 죽여버리자. ”

 

  행복하다고 말하는, 거짓말쟁이들의 거짓말을, 죽여버리자. 라고.

 

 *

 

 “ 미안, 재대로 못알아 들었나? ”

 “ 아, 아니요. 괜찮아요. 재대로 인지했으니까요. 여우노래, 그 - 개구리 반찬 말하는 그거 말하는거죠? ”

 “ 맞아. ”

 “ 그거야, 어릴때 알았는걸요. ”

 “ 그럼 그 뒷부분은? ”

 “ 뒷부분이라뇨? ”

 “ 개구리 반찬 뒷부분 말야. 그부분은? ”

 “ 그런 부분도 있었나요. ”

 

  한숨, 그리고 정적.

 

 “ 일라, 네가 잘못 짚은거 같은데. ”

 “ 그럴 리 없어. 너도 봤잖아. 그 손이, 널 잡은 손이 여기 이 아이의 손에서 비롯됬다는 거. ”

 

  그래, 보기야 봤지. 느끼기도 했고.

 소화는 확실하게 자기가 느낀 것에 대해서는 거짓말할 수 없었다. 그건 그리고 분명 일라가 틀릴 리가 없는 것이라는건 소화가 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 저기, 정말 못알아 듣는 말만 하시네요, 손이라던지 노래라던지. ”

 “ 그러게. 미안해 그부분은. 그렇지만 어쩔 수 없어. 이미 너도 눈 앞에서 여우를 봤으니까 네 눈이 본 것을 못 본 것으로 할 수는 없잖아? ”

 

  일라는 여자에게 말했다.

 

 “ 오늘은 이만 갈게.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뭔가 알게 된다면. ”

 

  명함을 내민 손에는 ‘일루망’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 이 곳으로 와줘. ”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두 사람이다. 그 둘을 배웅하려던 여자는, 손의 담배를 끄고서 따라 나서려 했지만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린 뒤였다.

 

 “ 주소가.. 안나와 있는 걸요.. ”

 

  이미 늦어버렸지만.

 

 *

 

  밖, 햇살은 좋았다. 봄의 기운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충만했고 그 사이로 걸어가는 일라와 소화에겐 나무랄 것 없는 에너지를 주는 것이었다. 양기로 가득한 세상의 빛은 그렇게도 아름답다고 일라는 생각했다.

 

 “ 제기랄. ”

 

  하지만 일라는, 이해하기 힘든 지금의 상황을 신경쓰고 있었다. 그 입에서 빠져나오는 옅은 욕설은 그녀의 사소한 감정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일그러진 그 얼굴은 결국 털어내듯이 기분을 내려놓는다.

 

 “ 추연진이 사라지지 않고 있잖아. ”

 “ ... ”

 “ 그러니까, 조금은 더 기다려보는 것이 좋지 않아? ”

 “ 그래. ”

 

  일라는 가만히 이렇게 말하곤 길가의 벤치에 앉는다.

  들고 있던 양산을 내려놓고서 온전하게 햇살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치 그동안은 모자랐다는 것처럼, 그렇게 온전히도.

  그 옆자리에 앉은 소화는, 가만히 지나다니는 시간을 들이 마셨다 내어 주었다.

 

 “ 거기서 느꼈던 거. ”

 “ 으응? ”

 “ 일라는 내가 붙잡혔던 그 자리에서 뭘 느꼈어? ”

 

  눈을 감았다 뜬다. 가만히 깜빡이는 눈커풀을 느끼며, 일라는 차분하게도 앞을 쳐다봤다. 일렁이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모든 것들을 감싸안는다. 날씨는 분명 아직은 완연히 봄이라 말하기 어려울지도 몰랐건만, 한낮은 완연하게도 봄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말이다. 개나리가 흥건히도 피어오른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바람의 냄새가 아직은.

 

 “ 절망의 의지. ”

 

  가만히, 내뱉어지는 이름에 작게 탄식하는 소화는 혀를 찼다.

 

 “ 일단은, 돌아가자. ”

 

  일라는, 소화와 그렇게 일루망으로 다시 돌아갔다.

 

 *

 

 “ 그 여자가, 이런 걸 주고 갔어요. ”

 “ 그러니? ”

 

  무심하게, 그러나 날카롭게.

 

 “ 왜 내게 주는거야? ”

 “ 그야, 저를 살게 해주시는 분이니까. ”

 “ ... ”

 “ 그 여자, 이상했거든요. 기억도 잘 안나고.. ”

 “ 그래, 착한아이로구나. ”

 

  가만히 내뱉어지는 칭찬에 기쁜듯이 웃는다. 그리고 공허하지만 오묘하게도 웃는 얼굴로 그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차갑지만 보드랍다. 그 보드라움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온도는 견딜 수 있다.

 

 “ 하지만 이제 넌 필요 없을 것 같아. ”

 “ ...네? ”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 이제, 다시는 오지마. ”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라고 생각했다.

 

 *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 버리는 감정은 분명 여러가지.

  그렇다고 그것들이 모두 사람을 망가뜨리지는 않아.

  그 중에, 마음을 갉아먹어 사라지게 만들면서도 사람까지 망가트리는건

  딱 하나.

 

  인형을 산 많은 아이들은 사랑을 주겠노라며 인형에게 애정을 쏟는다. 그리고 애정의 방향은 주고 받는 것이라서 인형 또한 받은 마음만큼 주인을 사랑하게 된다. 인간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당신이 애정을 주고 가졌던 수많은 물건들에겐 당신의 마음이, 그리고 그 마음에서 태어난 물건의 마음이 깃들어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수많은 물건들은 버려지고, 버려지며, 버려진다.

  버려지게 될 인형에게 마음을 주던 주인은, 끝내는 그 마음을 거두고 그것을 버리는 것으로 자신이 주었던 사랑을 잊어버린다. 물론 어리면 어릴 수록 그 깊이는 너무나도 크고 순수하기에, 받았던 마음들은 주인을 그저, 그동안의 유희를 즐기게 해준 그 즐거움을 감사하고 안타까워할 뿐 해악을 끼치려고 하지는 않는다.

  슬플정도로 주인을 사랑한 인형은, 그 마음조차도 사랑이라 여기며 그의 손길을 떠나는 날까지 그렇게도 사랑하는 것이다.

  미안하게도, 애석하게도, 그럼에도 버려지는 인형의 마음은 변하지 못한다.

 

  내버림 당한 물건들은 지금의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잘 알고있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슬픈 현실인가를 뼈저리게도 느끼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시간은 물건의 현실을 지독히도 스며들게 만들어버린다. 그 스며듬이 지독하게도 쌓여버린 그 순간에, 마음은 괴물로 변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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