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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다른 남자의 사정
작성일 : 17-07-12 11:41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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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기지도 않는 도마뱀 모양으로 투영한 영상 마법을 지운 채, 남자-레이베르는 한숨을 쉬었다. 인간이 아닌 척 꾸며 이방인을 유혹하고 끌어들였다. 첫 번째 단계는 성공했다.

 

 사실 레이베르는 자신이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국의 기사건 왕국의 마법사건 어느 놈이건 굶겨 놓으면 말을 잘 듣는다. 원초적인 욕망을 해결한 이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뭐든지 바치려 한다. 그림자로 살아오면서 그는 고결한 척 하는 귀족의 더러운 짓을 수없이 보아왔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욕망이 있기 마련이고, 중요한 건 그 욕망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다.

 

 그는 정보 수집에는 자신이 있었다. 오십여년간 살아오는 동안 마법사이자 암살자로써 쌓은 경험 또한 한몫했다. 고문하는 동안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이 남자는 천국이든 어디든 다른 세계에서 함께 온 여자에게 유난히 격렬하게 반응했다. 또한 고문에도 아주 쉽게 흔들렸다. 그래서 좋은 재료라고 판단하고 데려왔다.

 

  그는 쉬워 보이는 남자, 이방인을 잘 다루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생각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이방인을 가져오는 데에는 성공했는데 이 이방인 놈이 좀처럼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본래 인간은 다루기 쉽다. 그처럼 원하는 것이 명백하고 통증과 괴로움에 약한 인간이면 더욱 더 쉽다. 원하는 것을 미끼로 삼아 내밀어 흔들어 보이면 쉽게 문다. 열흘쯤 굶겨놓고 독이 있는 열매를 먹이면 독이 있든 없든 그대로 먹는다. 그는 이 이방인에게도 같은 수법을 썼다. 먹을 것을 주지 않고 그대로 둔다. 사흘쯤 방치하면 초조해하고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네 번째 달이 떴는데도 이놈은 앉아서 꿈쩍하지 않았다.

 

 앞에 가져다놓은 나무 딸기도 먹지 않았다. 그는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그냥 먹지 않은 것이다.

 

 왜 안 먹냐.

 굶어 죽지마.

 이놈아, 넌 백 년만에 온 이방인이야.

 

 결국 레이베르가 애원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이 물과 과일은 거래의 댓가가 아니라 내가 호의로 제공하는 선물이다]

 

 오 일째였다. 남자가 인정한 시점에서야 그는 물을 달라고 입을 벌렸다.

 

 말할 힘도 없는지 입을 떼지 못하던 이방인에게 물을 갖다주어 목까지 축여 줘야 했다. 이놈은 동굴에 설치해둔 시내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기어갈만한 체력도 없었다. 독한 놈이다. 인간의 신전에서 구경했을 때는 분명히 제일 약한 고문만 해도 기어가면서 요동치던 놈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정말이지 이 놈의 뇌속을 파 보고 싶었다. 일부러 계산해서 고문에 그렇게 격렬하고 다양한 반응을 보인 거라면 그는 아주 뛰어난 연기자였다. 사실 그렇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다. 그의 그러한 특질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그는 이방인에게 먼저 이야기해야 했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왕을 죽여라]

 

 왕의 초상화를 본 이방인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다. 왕을 죽인다니, 신성모독적이고 위험한 발언에 놀라지도 않았다. 자신은 감히 왕을 죽인다는 생각에 부들부들 떨며 두려워했다. 여러 가지 결론을 내린 결과 이것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에 몇 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놈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이 자식, 생각보다 위험한 놈이다.

 

 이방인은 마른 입술을 달싹여 한숨처럼 조그맣게 말했다.

 

 [지식이 필요해]

 

 

 의외였다. 당연히 여자를 요구하리라 생각했다. 왕이 몰락하려면 천국에서 온 신의 사도인 왕비는 없어야 한다. 왕비의 제거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조건을 내건다. 이방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너의 댓가다]

 [아니지]

 

 이방인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똑바로 허상을 응시해왔다.

 

 [암살을 청부하려면 무기를 제공해야지. 지식은 그 무기다]

 

 더이상 말할 기력도 없는 듯 이방인은 입술을 닫고 눈을 감았다. 여기 머문 며칠간 십여년

 

 그가 제국에서 훔쳐 온 영혼 수정구는 이제 네 개만 남았다. 모두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영혼의 전생과 현생이 담긴 수정구를 빌려 주기로 결심했다. 그가 이룩해낸 지식들을 이 남자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과도한 정보량을 받아들인 시골 소년은 미쳐 버렸으며 마법사는 자신과 다른 인생을 경험하며 영혼이 분열했다. 솔직히 이놈이 죽어버려도 어쩔 수 없다. 그럼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현실처럼 전생을 체험한 이들은 보통 자신을 잃어버리게 마련이다. 뛰어난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아주 위험한 방법이다. 제정신이라면 수정구에 자신을 맡기지 않는다. 영혼의 주인이 미친 살인마였어서 살인 충동을 얻게 될지 어떨지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봐오는 경험은 아무도 해볼 수 없는 것이며, 그 첫 경험에서 자신을 분리하는 일은 아주 어렵다.

 

 하지만 이방인은 아주 자연스럽게 첫 영혼구를 마쳤다. 오히려 이게 다냐고 물어보았다.

 

 “이 지식은 부족해.”

 

 왕국 시골 소년의 말투로 이방인은 천천히 말했다. 발음은 어색하지만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왕이 산골에 와서 나물을 뜯어 먹는다면 모를까.”

 

 생존자가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는’ 즉시 수정구는 산산이 깨진다. 바로 일어나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니 논리적인 분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놈은 처음 보았다. 심지어 몇 대에 일컬어 천재적인 마법사라고 불리웠던 자신 또한 첫 번째 영혼구 체험을 마친 후에는 열흘을 앓았다. 자신이 산골 소년인지, 마법사였던 자신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이방인은 놀라울 정도로 자의식이 강했다.

 

  그는 놀라워하며 두 번째 영혼구를 제공했다. 마법 지식을 얻어도 꺠달음은 별개의 문제다. 다른 이의 꺠달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자신이 마법을 쓸 수는 없다. 이 소년의 일생을 겪어낸다면 마법의 언어와 마법사에 대한 지식은 그에게 부족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다른 고위 마법사의 수정구가 있더라도 보여 주지 않았을 것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백 년 전 나타났던 이방인, 올가 왕비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마법사였다. 이방인이 지나치게 마법에 뛰어나게 된다면 오히려 곤란하다. 왕궁에서 다른 마법을 알고 피할 정도면 된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네 번째 영혼구를 제외시켰다. 누구에게나 마지막으로 안전한 금고가 필요한 법이다.

 

 두 번째 영혼구를 체험한 후에도 이방인의 눈빛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는 몰랐지만 수백 편의 영화와 드라마, 게임을 체험한 박진우는 고작(?) 가상 현실 인생 체험 따위에 흔들리지 않았다. 실제처럼 다가오기는 했으나 자신을 분리하는 것은 비교적 쉬웠다.

 

 [아직 부족해]

 

 그래서 그는 그림자가 되기 전, 자신의 삶을 담은 영혼구를 내놓아야 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기억은 생존하고 삶을 이어가는 댓가로 영혼구에 담겼다. 왕가의 비밀이 함께 담긴 탓에 그 영혼구가 공개되는 일은 없었다. 이번에 그가 스스로 동의해서 제공한 경우를 빼면, 그가 아는 한 자신의 영혼구가 체험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의 기억이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기조차 했다.

 

 어땠어?

 너라고 해도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지?

 나, 열심히 살았지?

 

 형님을 존경하고 동생들을 아끼고, 조금이라도 사랑받으려고 발버둥쳤던 어린 자신을.

 갓 그림자가 되었던 때, 몇십 년 전의 자신이라면 그 말을 입밖으로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이방인은 좀처럼 제 맘대로 순순히 굴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에게 가고 싶지 않은가> 하고 그는 미끼를 흔들었다. 이방인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가면 짐만 된다."

 

 짐이 되면 어떤가, 그대로 왕을 죽이고 함께 죽어버리면 된다. 이방인이라면 한 번은 왕을 바라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단 한 번뿐이겠지만. 그 기회를 잘 살리면 된다. 레이베르가 말하지 않고 고민하는 것이 보이는 것도 아닌데 비웃듯 이방인이 말을 이었다.

 

 "내가 빨리 가지 않으면 네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나 보지?"

 

 당연히, 그렇다. 어서 모든 것이 정리되기를 바란다. 큰형의 자손인 왕은 이제 조카 손자 뻘이다. 왕이 숨을 쉬며 살아가면서 다스리는 이 왕국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갈길이 멀다. 그는 자신의 양 손을 내려보았다. 피에 젖은 이 손으로 다시 아무렇지 않게, 통치자의 길로 돌아설 수는 없다. 이미 피를 너무 많이 보았다. 하지만… 새로이 왕을 세우고 섭정이 되어 바른 길을 보여줄 수는 있을 것이다.

 

 레이베르는 이방인의 말을 무시하고 재촉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라."

 

 이방인은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분한 태도가 오히려 불쾌하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같은 소리 하네! 이 새끼야! 넌 지금 배가 고프잖아! 따뜻한 옷도 입고 싶을 거고, 아니 그리고 그 여자가 보고 싶다며? 그리고 지식이 필요하다며? 지금 마법을 쓰고 싶어서, 힘을 갖고 싶어서 날뛰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방인이 이방인으로써 끌려가 왕궁까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조금 더 힘을 길러야 한다. 스스로 잠입하려면 결계를 풀만한 마법 능력이, 고대어 해석 능력이 필수다. 왕궁까지 가려면 말을 타고 한참을 가야 하고, 말을 타지 않으려면 공간 이동용 마법석이라도 있어야 한다. 공간 이동을 도울 마법사 또한 필요하고. 지금 필요한 게 쌀 한톨 정도가 아닌데,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이방인의 그 무욕이 불편했다.

 

 “넌 뭘 하고 살았기에 이렇게 영악하냐?”

 

 문득 물어보자 이방인이 키득키득 웃었다. 굶주린 채 눈을 빛내면서도 말은 따박따박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후배였다면 아껴주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흠칫 놀랐다.

 

 “일.”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남자가 눈을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일은 누구나 하지 않나?”

 “나 같은 인간을 단체로 상대하는 일.”

 

 “….”

 

 너같은 놈이 두 명 있으면 난 이 일 때려칠란다, 이놈아. 뱀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서 있던 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있는 남자를 뜯어보았다. 마법사이자 암살자이며 한때 왕국의 열여섯 번째 왕자였던 자신보다, 눈앞의 이방인이 험한 삶을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한순간 들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굳은살 하나 박혀 있지 않은 곱디고운 손은 검이라곤 잡아본 적 없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정신은 신전의 기둥처럼 굳건하고 겨울산의 얼음처럼 명확했다. 마치 수십년간 수도한 승려처럼… 아니, 전쟁터의 무기상인처럼 인간의 탐욕이 드글대는 것을 헤쳐온 자처럼.

 

 ‘저 녀석은 지금 나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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