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왕국의 그녀
작성일 : 17-07-12 11:07     조회 : 308     추천 : 1     분량 : 409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과 달랐다.

 길고 높은 태피스트리가 화려하게 늘어져 있던 복도가 아니다.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났다. 넓고 깨끗한 창에 오색 색유리가 박혀 있어 찬란하게 햇빛이 비치던 길과 명백하게 다르다. 마치 마법사의 성에 있을법한 지하 던젼과도 같은 모양새다. 중간 중간에 꽂힌 촛대가 조그마한 빛을 발하고 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촛대를 든 시녀 뒤에 바싹 붙어 따라가야 했다.

 

 하얀 천자락이 끌려서 옷자락이 더러워졌다.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도 조금 전 있었던 일이 너무나 신경쓰였다.

 

 '저, 저, 저놈이 나한테 키스를 했어.'

 

 소희는 시녀가 안내하는대로 어어 하고 따라갔다. 나이든 시녀는 차분하게 검은색과 붉은색, 흰색이 섞인 문양이 화려하게 장식한 커다란 마차로 안내했다. 심장 소리가 쿵쿵 뛰어 귀를 때려는 것처럼 아팠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꿈이 아닌 거다. 팀장님을 구하리라고 믿고 사고를 쳤는데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소희는 새끼손가락부터 하나씩 손가락을 접어가며 읊조렸다.

 

 하나, 이 사람들은 나를 귀하게 생각한다.

 둘, 그 사실을 거래 조건으로 삼아 팀장님을 찾아낸다.

 셋, 팀장님에게 방법을 알아내라고 졸라서 다시 회사에 출근을....

 

 그녀는 머리카락을 둘째손가락부터 말아서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시녀가 진주와 산호로 장식된 핀으로 정성들여 말아올린 머리카락은 엉망으로 헝클어져 이미 형태를 잃었다. 머리가 엉망이 된 데에는 신경쓰지 않고 소희는 골똘히 생각했다.

 

 하나부터 틀렸다. 이 사람들은 나를 귀하게 생각한다고 느꼈는데 그렇지 않다. 아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여기가 세상의 전부라고 여겼는데 여기는 그냥 조그만 나라인 모양이고 다른 나라가 또 따로 있다. 제국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대로 죽여버리려고 생각할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 전에 자신과 결혼을 하려고 한다.

 

 '결혼을 하거나 죽거나, 왜 선택지가 이따위냐.'

 

 결혼하면 이혼할 수는 있지만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는 없다.

 

 항상 뭔가를 결정하는 게 제일 어렵다. <가지 않은 길> 을 포기할만한 용기가 없었다. 한때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음대에 진학할만한 돈도 없었을뿐더러 당장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니까 일반 회사에 취업해서 혼자 노래를 부르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취업한 이후에는 노래를 부를 시간 따위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양손에 떡을 쥐려고 하다가 결국 두 손 모두 놓아버린 꼴이다. 장학생 기회를 찾아봐도 좋았을 텐데,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뚝심이 없었다. 차라리 노래를 완벽하게 포기하고 돈을 더 많이 주고 일하는 시간이 더 긴 회사를 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애매하게 짧은 시간 근무하는 주5일제 회사를 고른 건, 퇴근하 후에 노래를 제대로 공부해 보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생각하면 간단한데... 아무래도 생각할만한 단서가 부족했다. 도대체 왜 나와 결혼을 하려는 거지? 신의 뜻? 그건 그냥 핑계일 뿐이다. 적당히 신이 불러온 사람이라고 꾸미고서 아무나와 결혼해버리면 될 일이다.

 

 소희는 몇 번째인지 모르게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아랫입술을 손가락을 천천히 쓸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 남자, 왕이라는 자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분명하 건 그건 '연애 결혼'이 아니라는 점이다. 첫눈에 반했을 리도 없다. 그렇다면 그렇게 건조하게, 흥미로운 장난감을 보듯 사람을 뜯어보지는 않는다. 생각은 기차처럼 어두운 터널 속을 달려나갔다. 어두운 터널이 끝나고 잘 꾸며진 정원으로 나오며, 주변이 환히 밝아졌다. 비로소 소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색 제복을 입은 기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아까 그녀를 데려왔던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전부 바뀌어 있었다. 조금이나마 낯을 익힌 사람들도 있었는데 살짝 아쉬웠다.

 

 말 네 마리가 끄는 마차는 아까보다 훨씬 편했다. 두 마리의 말과 네 마리의 말에 이런 차이가 있구나, 하고 소희는 벨벳 쿠션에 몸을 기댔다. 마차 바퀴가 덜컹거리는데 충격이 흡수되지 않아 계속해서 몸이 덜덜 떨렸다. 아니, 그 때문이 아니다.

 

 입술에 남아 있는 감촉이 따끈따끈했다.

 

 그녀는 로맨스 소설을 꽤 읽었다. 영화도 많이 보았다. 좋아하는 영화는 외울 정도로 몇 번씩 돌려 보곤 했다. 그윽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지도 않았고, 전율이 척추를 타고 온몸에 흐르지도 않았다. 그가 몸에 덮어준 망토를 펴서 다시 덮었다. 담요 치고는 너무 고급이다. 앞에는 금색으로 일일이 수가 놓인 것이 누군가 꽤 공들인 것이 분명했다. 목부터 둘둘 감아서 다시 한 번 몸을 감쌌다. 차라리 자신이 그와 사랑에 빠져서 여기서 살기로 결심한다면 훨씬 편해지지 않을까?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

 

 소희는 눈 근육에 잔뜩 힘을 주고 눈을 여러 차례 깜빡였다. 지금 울면 안 된다.

 

 입사 지원서 마감 두 시간 전, 울면서 급박하게 자기소개서를 쓰던 때도 이 정도로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대학 입시 시험 하루 전, 아직 다 보지 못한 수학 문제집을 쌓아두고 걷어차고 싶을 때도 이렇게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연애를 하는 거야 하는 거지만 그 남자는 안 된다. 조선 시대 왕비들의 결말을 생각하며 그녀는 새끼 손가락을 접었다.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팀장님을 찾아야 한다.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시체라도 봐야 한다. 손목에 찬 금색 시계를 들어 노려보았다. 태엽을 천천히 감아보았다.

 

 마차에서 내린 그녀를 이끌어, 낯선 시녀가 원래 살던 방으로 안내했다. 안내하는 시녀의 표정이 싸늘했다. 그나마 한 달 넘게 살았다고 이 방이 제 방 같았다. 침대에 몸을 푹 파묻고 드러누우려는 찰나 바깥에서 종 소리가 들렸다.

 

 옆에 서 있던 새 시녀가 소희에게 새 가운을 걸쳐주었다. 이 시중에도 벌써 익숙해져버렸다는 느낌에 소희는 소름이 쫙 끼쳤다. 어쩌면 자신은 지금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 사라져버린 시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까 자신에게 칼을 빼앗긴 기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종 소리가 한 번 더 울리고 문이 열렸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 희끗희끗한 머리부터 눈에 띄었다.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성큼성큼 걸어들어온 공작이 호통을 쳤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아. 이 사람은 계속해서 내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구나.

 

 존댓말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뭐라고 해야 할지, 독특한 형태로 말했다. 이게 이 사람만이 쓰는 사투리인지 아니면 이 사람과 나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말투인지 알 수가 없다. 소희가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발견하고 공작은 눈을 크게 떴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약간 기뻐 보였다.

 

 "그 목걸이를..."

 "그 남자가 줬어."

 "남자가 아닙니다! 폐,하,입니다."

 

 공작은 친절하게 호칭을 고쳐주었다. 이제 제대로 말이 통하겠군요 하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다정하게 소희의 어깨를 톡톡 쳐 주었다. 그는 이곳에서 제일 소희를 아껴주는 이였다. 계속 이런 식이면 마음을 허락해 버릴 것 같아서 곤란하다. 소희가 무어라 물어보려는 사이 공작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신은 공식적으로 막시밀리안 공작가의 딸입니다."

 

 무릎을 꿇고 진지하게 올려다보며 그가 덧붙였다.

 

 "당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공작가의 무게가 실립니다."

 

 신의 사도이지만 왕의 비가 되기 위해서 인간의 신분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나직하게 설명하는 차갑지 않았다. 어린아이에게 도로로 나가며 위험하다, 차에 치일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단순히 사실만을 전달하는 말투였다. 하지만 그 내용은 심각했다.

 .

 "아무리 신의 사도라고 해도, 왕궁에서 칼을 들어서는 안됩니다."

 

 그가 억장이 무너지는 듯 불같이 화를 냈다며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공작의 꼿꼿하던 몸이 구부정해져서 소희를 토닥였다.

 

 "공작가의 공녀로써 저지른 일, 제가 책임지고 근신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일이 커지면 덮을 수 없습니다. 사람을 죽이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이십시오. 근신 정도로 수습할 수 없습니다."

 

 처음으로 여기서 온전히 받아들여지 것 같다. 넓은 가슴에 안겨 소희는 가만히 서 있었다. 감정이 폭풍처럼 밀려와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 이 사람은 내 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뻣뻣하게 서 있었다. 고맙다는 말도 못 했다.

 

 "함께 온 노예가 죽었다는 소식에 슬퍼하는 건 잘 압니다."

 

 그녀는 더이상 박팀장님은 노예가 아니라고 정정하지 않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그 여자의 거래 (5) 2017 / 7 / 20 282 0 4504   
24 그 여자의 거래 (4) 2017 / 7 / 20 295 0 4260   
23 그 여자의 거래 (3) 2017 / 7 / 20 277 0 4068   
22 그 여자의 거래 (2) 2017 / 7 / 20 273 0 5494   
21 그 여자의 거래 2017 / 7 / 20 287 0 5094   
20 그 남자의 사정 2017 / 7 / 18 296 0 4398   
19 그 남자의 사정 2017 / 7 / 12 286 0 3831   
18 다른 남자의 사정 2017 / 7 / 12 281 0 5061   
17 그 남자의 사정 2017 / 7 / 12 299 1 5132   
16 왕국의 그녀 2017 / 7 / 12 275 1 5049   
15 왕국의 그녀 2017 / 7 / 12 309 1 4095   
14 왕국의 왕 2017 / 7 / 8 295 1 5571   
13 왕국의 왕 2017 / 7 / 8 287 1 3481   
12 왕국의 그녀 2017 / 7 / 8 290 1 4620   
11 왕국의 그 남자 (이어서) 2017 / 7 / 8 294 1 1969   
10 왕국의 그 남자 (1) 2017 / 6 / 26 332 2 2528   
9 왕국의 그 남자 (계속) 2017 / 6 / 26 514 2 4211   
8 05 왕국의 그녀 2017 / 6 / 26 320 2 3885   
7 04 왕국 (1) 2017 / 6 / 26 336 2 4790   
6 03 왕국의 그녀 2017 / 6 / 25 308 2 3727   
5 02 왕국의 그녀 (1) 2017 / 6 / 25 349 2 5056   
4 01 왕국 2017 / 6 / 25 329 2 4545   
3 프롤로그. 아직은 현대 03 (1) 2017 / 6 / 24 342 3 4101   
2 프롤로그 - 아직은 현대 02 2017 / 6 / 24 313 3 4572   
1 프롤로그 - 아직은 현대 01 (1) 2017 / 6 / 24 523 3 428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산촌의녀
미루하
그녀가 어제 죽
미루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