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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지하도(3)
작성일 : 17-07-12 06:45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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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의 전반은 금속으로 되어있고 나머지 절반은 녹아버린 피부처럼 보이는 생명체들이었다. 그들은 아키아 일행이 나왔던 폐쇄된 문에서 튀어나와 투명한 창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진액을 흘리는 그들은 아직 거동이 불편해 보였다.

  두리번거리던 괴생명체들은 아키아 일행을 발견하고 기괴한 괴성을 내질렀다. 수많은 격벽으로 막혀 있어 소리가 정확히 들리지 않지만, 괴생명체들을 보는 아키아 일행의 표정은 여과 없이 구겨졌다.

 “내가 처리하고 가자고 했어 안했어?”

  하스론의 말에 아키아가 반박했다.

 “처리하고 가자는 애들이 쟤들은 아니었잖아!”

  아키아 일행에겐 지금보다 더 열심히 뛰는 방법 외는 없었다. 외양부터 혐오스런 생명체들을 대상으로 움켜잡고 싸우고 싶지 않았으니까.

  다행히도 지하도 상층에서 이리저리 머리를 처박으며 괴생명체들이 헤매는 동안 아키아 일행은 지하도의 바닥에 도착했다. 이제 지하도를 빠져나갈 입구만 찾으면 되었다.

  불행히도 그 모습을 본 괴생명체들이 투명한 창을 향해 머리를 지속적으로 박았다. 투명한 창에 점차 균열이 가더니 구멍이 뚫렸다. 구멍으로 괴생명체들이 하나둘 뛰어내렸다. 대부분의 괴생명체는 뛰어내린 충격으로 죽었지만, 죽어버린 괴생명체를 쿠션으로 사용한 일부 괴생명체는 찌그러지고 부서지긴 했어도 살아날 수 있었다.

  괴생명체들은 아키아 일행을 바로 쫓지 않았다. 아키아 일행이 입구를 찾는 동안 괴생명체들은 죽어버린 동족과 결합하여 몸집을 키웠다. 몸집이 커진 이들은 기괴한 소리를 버리고, 인간의 말과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알아듣기 힘든 말을 내뱉던 괴생명체들은 흉성이 폭발하여 자기들끼리의 싸움을 시작했다.

  아키아 일행은 50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싸우는 괴생명체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고민이 들었다. 이들이 더 괴상하게 커지기 전에 죽여야 하는지. 아니면 입구를 빨리 찾아 도망을 가야하는지.

  잠시 고민하던 일행은 입구를 찾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사실 지금도 싸우기엔 부담스러운 숫자이긴 했다. 인원수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지하도의 입구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말락의 기억에 존재하는, 주거 지역과 연결된 문이 보이지 않았다. 지하도 바닥의 모든 벽면은 금속 재질로 막혀져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나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처럼.

  괴생명체들의 전투는 막바지로 흘러가 최후의 승자가 나왔다.

  최후의 괴생명체가 나머지 생명체들과 결합하는 사이에 말락은 초인적인 관찰력으로 모양이 다른 벽을 발견했다.

  통로로 예상되는 벽은 열릴 기미가 없었다. 아키아 일행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문은 흠집은 물론이고 미동조차 없었다. 그리고 시간도 부족했다. 뒤를 돌아 괴생명체를 바라본 아키아 일행은 바로 문을 통해 나갈 생각을 버렸다. 괴생명체를 상대하기 위해 체력을 비축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괴생명체가 결합하는 광경은 썩 보기 좋은 장면이 아니었다. 입이라고 생각되는 신체조직을 통해 죽은 괴생명체를 삼키고 있었다. 그럴수록 괴생명체의 덩치는 커지고, 온몸에 죽은 괴생명체의 얼굴이 새겨졌다.

  원래 크기의 3배 이상 커진 괴생명체는 6m를 넘어섰다. 모든 동족을 흡수한 괴생명체는 아키아 일행에게로 눈을 돌렸다.

  싸울 준비를 하는 아키아 일행을 향해 괴생명체는 분명한 인간의 언어로 말했다.

  [હું કોણ છું ? હું રાક્ષસ છું ? 돔탐참 વિનાશ? ?]

  아키아 일행이 알아들은 말은 마지막 부분밖에 없었다.

  돔탐참? 숲과 관련이 있는 존재인가? 아키아 일행이 생각할 수 있는 건 이정도 뿐이었다. 600년도 더 전의 고대의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방도가 없으니까.

  괴성을 지른 괴생명체는 침묵을 지키는 아키아 일행에게 주먹을 날렸다. 풍압만으로 아키아 일행의 옷이 펄럭였다.

  좌우로 흩어진 그들은 괴생명체의 양 옆에서 빛나는 칼을 들고 베어갔다. 눌러 붙은 피부로 보이는 부분은 잘 베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거죽만 상하게 할 뿐 내부까지 헤집어 놓지 못했다. 금속부분은 더 심해서 불똥만 튀고 말았다.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온몸에 달려있는 얼굴이었다. 칼을 물어버리는 얼굴들은 칼에 이가 두세 개씩 나가게 만들었다.

  재질을 알 수 없는 아키아의 검은 칼은 오히려 괴생명체의 얼굴에 상흔을 남겼지만, 말락의 칼은 못쓰게 변해 등에 짊어지고 있던 그람세이버로 바꿔 들어야 했다.

  하스론은 검에 기운을 불어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검술로 활약을 했다. 하스론의 검은 살결을 예리하게 베어냈다. 피육뿐 아니라 피부 안쪽까지 깊이.

  괴생명체는 계속 알아듣기 힘든 언어로 말했다.

  미묘하게 언어를 바뀐 괴생명체는 박수치는 동작으로 공격해왔다. 아키아 일행은 궤도 밖으로 물러났다. 그 순간을 노려 괴생명체는 온몸에 힘을 주었다. 몸을 뒤덮고 있던 상처와 얼굴이 없어지고 눌러 붙은 피부가 팽팽히 펴졌다. 얼굴이 붉어진 괴생명체의 덩치가 미묘하게 커진 듯 보였다.

 “저거 어째 더 위험해 보이지 않아?”

  괴생명체의 주먹을 피한 말락이 아키아의 말을 받았다.

 “실제로 위험한 게 맞는 것 같다.”

  괴생명체는 더 빠르고 더 세졌다. 알아듣기 힘든 말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변하더니, 뚝 끊겼다. 그때부터 바람 소리만 들리는 공방이 시작됐다.

  아키아 일행은 아슬아슬하게 괴생명체의 공격을 피했다. 그들은 정신을 집중하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괴생명체도 말을 아끼고 성난 콧김만 내뿜었다. 정적인 공방이 한동안 계속됐다.

  어느 누구에게도 일방적인 피해를 입히지 못하던 공방은 점점 화려해지는 괴생물체의 기술에 아키아가 걸리면서 종점을 찍었다. 그것은 분명 방심이었다. 반복적인 괴생물체의 움직임에 익숙한 아키아는 갑작스럽게 바뀐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하스론은 아키아를 밀쳐냈다. 아키아는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구했던 하스론은 다시 나를 구하고 있었다. 하스론은 기억 못하겠지만.

  아키아의 사고가 느리게 흘러간다. 괴생명체의 주먹에 맞고 튕겨 나가는 하스론이 눈에 들어왔다. 하스론은 벽에 처박혔다. 움직임이 없다.

 “하스론!”

  아키아는 괴생명체가 뒤에서 쫓아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하스론을 향해 달려갔다.

  자신을 부축하는 아키아를 본 하스론은 힘 빠진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얌마. 그렇다고 사내자식이 울면 되냐.”

  그제야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 모습을 알게 된 아키아는 눈을 재빨리 훔쳤다.

 “겁나 아프다. 저거나 어떻게 하고 와.”

  하스론은 그 말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고개를 끄덕인 아키아는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말락에게 다가갔다. 말락 옆에 선 아키아는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을 집중하고 휘마렌의 크기를 키웠다.

  뭉게구름처럼 자라난 휘마렌은 소용돌이에 갇혀 회전수를 높였다. 강하게 억압받은 휘마렌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성질에 의해 소용돌이에서 튀어나가려고 했다. 소용돌이에서 튀어나가지 못하고 다시 회전수를 높인 휘마렌의 반동이 점차 커져갔다. 튀어나가지 못한 휘마렌은 스스로를 변화시켰다.

  소용돌이보다 커지며 한계를 뛰어넘은 휘마렌은 앞으로 쏘아졌다.

  검은 칼에 휘감긴 돌풍에서 날카로운 기파가 쏘아져 나갔다. 태양문신의 전사들을 밀쳐내기만 하던 기파와는 다르게 괴생명체로 쏘아진 기파는 날카롭게 파고들어 신체를 양단했다.

  아키아는 연속적으로 기파를 발해 괴생명체를 산산조각 냈다.

  신체가 산산조각 난 상태로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 괴생명체는 몇 마디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토막 난 신체마다 발버둥을 치며, 신체조각을 모으던 괴물은 외마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이를 바라보던 말락이 입을 간신히 떼었다.

 “···웨이브. 쇼크웨이브라니.”

  쇼크웨이브는 휘마렌 일 단계에서부터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위력을 발휘하는 경지는 삼 단계부터이다. 하지만 아키아가 익힌 휘마렌의 경우는 달랐다. 타임라커에서 익힌 발전된 휘마렌은 일 단계에서부터 위력적인 파괴력을 발휘했다. 이 말은 즉, 아키아가 각성의 단계에 올랐다는 말이었다.

  정신에너지의 질이 변화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향을 끼쳤다. 허물을 벗듯이 얇은 비늘이 떨어져 나갔지만, 아키아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제대로 느낄 새가 없었다.

  서둘러 하스론을 부축한 아키아가 말했다.

 “하스론. 빨리 여기서 나가자. 치료해 줄게.”

  괴생물체와 생체반응으로 연결되어 있던 지하도가 진동을 토해냈다. 괴생물체가 죽은 후 벽으로 막혀있던 통로가 열렸다.

 

  주거 지역으로 빠져나온 아키아 일행은 하우롱 할멈에게로 갔다. 말락이 아는 사람 중에 치료술이 가장 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흔들의자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피우던 하우롱 할멈은 다가오는 아키아 일행을 봤다. 아키아의 등에 업혀오는 하스론을 본 그녀는 대번에 상황을 알아차렸다.

 “저번에 왔던 총각이 반송장을 데리고 왔네 그려.”

  집 안으로 하스론을 눕히고, 모두 집에서 내쫓은 하우롱 할멈은 진찰을 시작했다.

  반나절이 흘러서 나온 하우롱 할멈은 아키아와 말락을 칭찬을 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응급처치를 잘해서 6개월만 고생하면 훌훌 털고 나올 수 있을 게야. 내 비전의 약을 이용하면 3개월로 줄일 수도 있지. 홀홀.”

  하우롱 할멈의 말에 의아한 아키아가 물었다.

 “응급처치요? 그런 건 한 적이 없었는데······.”

  기초적인 치료를 해줄 생각을 못했던 아키아는 말꼬리를 흐렸다.

 “아무도 한 게 없다고?”

  하우롱 할멈은 말락을 쳐다봤다. 말락도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데? 죽을 상처도 맞고, 겨우 죽을 고비를 넘긴 것도 맞는데, 정작 응급치료도 없이 저렇게 멀쩡해? 경황이 급해서 기억이 안 나는 게지.”

  고민을 하던 하우롱 할멈은 파이프 담배를 한 모금 머금고 이내 가볍게 넘겼다.

  아키아는 곤히 자고 있는 하스론을 보며 한시름을 놓았다. 긴장이 풀린 그는 지금까지의 피곤이 급격히 몰려왔다. 하스론의 옆을 지키며, 아키아와 말락은 동이 터오는 새벽까지 꾸벅꾸벅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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