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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도깨비 카페
작가 : 나목
작품등록일 : 2017.7.8


"사람과 요괴가 함께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느리고 외로운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빠르고 고통스러운 방법이지. 당신은 무얼 택하겠어?"

우연히 요괴의 세계에 발을 들여버린 다은. 그리고 그녀를 필요로하는 요괴들. 도깨비가 운영하는 카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대 판타지 로맨스!

 
도깨비 카페(6)
작성일 : 17-07-11 23:52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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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다은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컵에 따랐다. 시현은 마루에서 조심조심 보리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언제 챙긴 건지 속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처럼 멋들어지게 끼고 있었다.

 

 “순해라...”

 

  그는 검지로 자그마한 보리의 머리를 동그랗게 살살 쓰다듬더니, 손가락을 펼쳐 꼬리까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보리는 눈을 지그시 감고 기분 좋은 듯 꽁지를 흔들었다.

 

 “정말 착하네요, 누구와는 다르게.”

 

  시현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그리듯 그의 눈이 잠시간 허공에 머물렀다. 허망한 시선이 잠시간 벽지를 훑고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따뜻한 온기가 손에서부터 발끝까지 퍼졌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온기였다.

 

 “다은씨는 계속 보리라고 부를 건가요?”

 

  시현이 보리의 날개에서 조금씩 불타오르며 날아가는 불꽃을 살펴보며 물었다. 자그마한 불꽃은 마치 먼지마냥 공중에서 춤추다 힘없이 사그라졌다. 이따금 벽지나 커튼에 안착하기도 했지만 불타오르진 않았다.

 

 “보리라고 부르고 싶지만.. 사람의 모습일 때는 좀 그렇죠?”

 

 “보리도 충분히 예쁜 이름이죠. 하지만 아가한테도 선택권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에요.”

 

  단순히 애완동물의 이름을 짓는 것과,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의 이름을 고심해서 짓는 건 다른 일이니까요. 다은은 시현의 말에 납득했다. 처음부터 사람 아이를 두고 이름 짓기를 고심해서 ‘보리’라고 붙인 것과 애완동물 이름을 ‘보리’라고 부르는 건 다른 일이었다.

 

 “동물은 스스로의 이름을 부를 수 없지만 사람은 아니니까.”

 

  시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 우린 요괴지만요.” 하고 멋쩍게 웃었다.

 

 “근데 요괴들도 성이 있어요?

 

  다은이 물었다. 자신이 만난 요괴라고는 성시현과 김경환뿐이었지만 둘 다 제대로 된 이름이었다.

 

 ‘그냥 스스로 만든 이름인걸까 아니면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인 걸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집안이 있는 요괴들은 인간처럼 대대로 성을 물려받죠. 하지만 자연적으로 태어나거나, 부모를 모르는 경우는 스스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아요. 성도 자기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죠.”

 

  사람이랑 다르지 않구나. 다은은 부모에 의해 유기된 신생아들을 떠올렸다. 성도,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 처음부터 너무나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시작하는 아이들. 그런 환경에서는 밝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일일 것이다.

 

  다은은 저도 모르게 경환이 떠올랐다. 그는 길고양이로 살며 어떤 일을 겪었을까.

 

  인터넷에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길고양이 테러 글이 떠올랐다. 비비탄을 쏘기도 하고 불에 태우기도 하는 그런 끔찍한 일들. 무서웠을 텐데. 힘겨웠을 텐데.

 

  그런데도 그렇게나 밝고 순수하다. 저도 모르게 신경이 쓰여 화제를 돌렸다.

 

 “자연적으로 태어나는 건 뭐에요?”

 

 “말 그대로에요. 왜, 기가 좋은 산이라든지 연못이라든지 있잖아요? 그런데서 수백 년 동안 기가 모이면 어느 순간 요괴가 태어나기도 하는 거예요. 물론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지만.”

 

  보리는 시현의 손바닥 위에서 놀다가 뽀르르 날아갔다. 요새 집안을 탐색하는 데 재미가 들린 터였다. 작은 날개를 파닥이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흠. 건강하네.”

 

  건강검진을 끝내고 최종 진단을 내리는 의사처럼 시현이 말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순간 차트로 보였다.

 

 “밤도 늦었으니 이제 데려갈게요.”

 

 “으. 저기 저녁...”

 

  최대한 말을 걸고 이것저것 다른 일을 하면서 보리를 데리고 가는 시간을 늦추려고 했는데. 다은은 원래 계획대로 시현에게 저녁을 대접할까 싶었지만 포기했다. 시현의 눈이 ‘절대 안 먹어요.’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장 째로 데려가세요. 장난감도 챙겨 드릴 테니 잠깐만 있어 봐요.”

 

 “네.”

 

  시현의 강렬한 시선이 거두어졌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그 안에 감춰진 푸른 섬광을 느꼈다. 먹기 싫으면 말로 하지 저렇게 눈으로 말할 필요는 없잖아! 차라리 거절의 말을 듣는 게 덜 기분 나쁘겠다.

 

  다은은 방으로 들어가 이럴 때 쓰려고 쟁여뒀던 종이봉투 몇 개를 가지고 나왔다. 백화점이나 옷 가게 로고가 박힌 길고 폭이 넓은 종이봉투들이었다.

 

  그녀가 장난감과 먹이를 챙기는 동안 시현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기종이었다. 그는 포털을 몇 번 뒤적이다 끄고선 먼눈을 팔았다.

 

  이성의 고삐를 풀러두고 감성에 몸을 내맡기면 어느새 과거를 뒤적이고 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그건 강물처럼 흘러드는 게 아니라 바위처럼 굴러 떨어지는 기억이다.

  아주 강렬하고 선명한 상처들. 그렇게 산꼭대기에서 무자비하게 추락하는 기억들을 맞다보면 수도 없는 멍울이 생기곤 했다.

 

  그렇게 멀지도 않은 과거. 웃음이 푸르렀던 이와 머리칼이 불꽃처럼 피어나던 이.

 

  사랑은 언제나 제가 영원한 행복을 품고 있다는 듯 노래한다. 아아, 장미꽃을 따다 줄 거예요. 그 사람이 언제나 나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우리의 사랑은 황금처럼 빛나죠.

 

  정작 그 배를 갈라보면 무른 꽃잎에 질식한 애정의 시체만이 그득한 주제에.

 

 

 

  “저기요.”

 

  둔통을 음미하던 그의 신경이 화들짝 갈라졌다. 얼음이 성긴 채찍으로 내리친 마냥 등줄기가 곧게 퍼지며 손바닥이 짜릿했다.

 

 “남의 집에서 멍 때리지 마시고, 여기 받아가세요.”

 

  정리를 끝낸 다은이 넘겨주는 새장과 종이봉투들을 받아들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것들을 손에 든 채 잠시간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난 건 다은이 그의 어깨를 살짝 흔든 뒤였다.

 

 “감...사합니다.”

 

  목이 메었다. 그는 잠깐 큼큼,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물 한 잔 드릴까요?”

 

  다은은 별스럽지 않은 표정이었다. 부끄러움이든 수치심이든 느끼는 사람이 더 크게 신경 쓰는 법이다.

 

 “아닙니다. 이제 가야겠어요.”

 

  시현의 목덜미가 아주 조금 달아올랐다. 그러나 옷에 덮여있어 다은은 눈치 채지 못했다.

 

 “다음번에는 카페에서 뵙죠.”

 

  시현이 현관에서 예의바르게 목인사를 하고 문을 열었다. 한 손에는 새장, 다른 한 손에는 무거운 봉투를 가득 쥔 것치곤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보리만 난리가 났다. 보리는 새장 안을 정신없이 휘젓고 다녔다. 다은은 그 광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여기서 자신이 나서면 보리는 흥분을 멈추지 못하고 그러면 시간만 지체될 터였다.

 

 ‘이제 보리도 성시현 씨랑 친해져야 하니까.’

 

  다은은 두 손을 꼭 쥐고서 배웅했다. 잠시라도 손을 자유롭게 놔뒀다가는 새장을 열어 보리를 꺼내 도망갈 것 같아서였다. 도망 갈 곳도 없는데 마냥 보리를 데리고 도망가버리고 싶었다.

 

  진정하자. 진정.

 

  다은은 문을 닫고 들어와 창가로 향했다. 성시현이 이제 막 건물에서 나가고 있었다.

 

  보리가 멀어져갔다. 이제는 성시현과 새장의 거무스름한 실루엣만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속이 상했다. 집에 들어와도 보리가 없다는 게 너무 서글펐다.

 

 “큽...”

 

  코가 시큰거렸다. 눈 밑이 화끈거려 자꾸 비볐더니 붉게 부어올랐다. 다은은 침대로 달려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불이 동그랗게 말렸다.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밤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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