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열두번째 금요일 : 곤두박질
작성일 : 17-07-11 22:51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397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계산을 하고 있는 석훈을 기다리며 우리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물어보고 싶었다. 지금 괜찮은 거냐고. 그러나 건이는 아무 것도 묻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매일매일 건이에게 묻고 있는 기분이었다. 너 정말 괜찮은 거니?

 

 석훈은 예의 그 사람 좋은 젠틀한 미소와 함께 오늘 식사 자리가 정말 즐거웠으나 급한 일이 생겨 곧 가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수현도 함께 갈까 했지만 석훈은 오랜만에 셋이 만났으니 카페라도 들렸다 오라며 자신이 갖고 있던 커피 쿠폰까지 수현에게 전달했다. 나도 차라리 석훈과 건이의 대화를 듣지 말걸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의있고 정중한 사람이었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석훈이 건이에게 했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석훈의 입장이었어도 분명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왜 수현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남자친구는 물론 건이까지 상처입을 걸 알면서도. 나는 복잡한 마음을 숨길 길이 없었다. 건이의 애써 괜찮은 척 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 수현과 건이에게 나도 몸이 좋지 않아 먼저 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왜?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예쁜 카페 갔다 가자, 응? 내가 괜찮은 데 찾아 놨는데."

 그러나 우리 중 가장 기분이 좋아 보이는 수현은 나와 건이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생전 사람을 붙잡거나 하는 일이 없는 깔끔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나의 팔을 이끄는 것을 보고 놀랐다. 수현은 남자친구를 정말 좋아하는 걸까. 이렇게 미소가 나올 정도로 좋은 걸까.

 

 석훈이 가고 긴장이 풀려 거절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수현이 말한 카페는 참 세련되고 한적한 카페였다. 사람이 많이 없어 보이는데도 서로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주문한 뒤 자리를 맡겠다는 핑계로 2층으로 먼저 올라왔다. 누가 봐도 자리는 많아 보였지만 일단은 좀 쉬고 싶었다. 창가 쪽 가장 푹신해 보이는 소파 의자에 거의 눕다시피 몸을 기댔다. 한숨이 새어 나왔다. 스무 살은 원래 이렇게 고단한걸까. 이런 복잡하고 감정소모 많은 일들에 휩싸이게 되는 걸까. 피곤해서인지 렌즈가 눈에서 맴돌았다. 눈을 감았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다. 직장이 고달픈 신입사원의 눈물 섞인 한탄인 듯 했다. 이렇게 예쁜 카페에 와서 저렇듯 괴로운 목소리로 토로하다니. 내가 이런저런 심상에 잠겨 있을 때 볼에 차가운 것이 와 닿았다. 눈을 반짝 뜨자 내 볼에 차가운 컵을 대고 있는 건이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놀라 눈을 뜨자 건이가 방긋 웃었다. 그 웃음에 맞춰 웃어줄 수가 없었다. 아까 그런 소리를 듣고 웃는 얼굴이라니. 내가 왠지 더 화가 났다.

 "뭐가 좋다고 웃어."

 "웃겨서. 피곤했나봐. 자는 줄 알았어."

 "…긴장했어. 밥도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건이의 말에 더 화가 났다. 가기 싫으면 가지 말지.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지. 건이는 진솔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건이가 나처럼 소파에 기대 앉으며 창가로 눈을 돌렸다.

 "수현이는?"

 "통화하러.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남자친구한테 전화왔어."

 "너 화 안나냐."

 "뭐가?"

 "왜 거기서 아무 말도 안했어?"

 나의 물음에 건이는 처음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상처받은 것 같기도, 아니면 조금은 당혹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표정이었다. 나도 이런 곤란한 질문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묻고 싶었다. 건이는 손에 든 차가운 음료를 한 입 마시며 약간 생각하는 듯 하더니 대답했다. 덤덤하고 무미건조한 대답이었다.

 "나는 수현이가 원하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고 있거든."

 "그게 어떤건데?"

 "내가 말해도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애매한 대답을 하는 건이의 모습을 보는 기분은. 한번도 수현과 건이의 사이에 있을 때 소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이 내게 잘 해준 것도 컸지만 이미 견고한 그들 사이에 내가 한 자리 하기를 애초부터 포기했던 까닭이 더 컸다. 나는 분수를 잘 아는 아이였고, 그들의 이 긴밀하고 특별하며 이상하기까지한 유대 관계 속에 친구 이상을 발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는 건이의 대답은 내 마음을 바늘로 콕콕 찌르듯 아프게 했다. 이 감정의 이름은 무엇일까. 나는 낯선 감정이 덮쳐 오는 것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더는 묻지 않고 아까 내 볼에 다가왔던 차가운 커피를 마셨다. 놀랍도록 차갑고, 놀랍도록 쓰디 썼다. 함께 있으면 언제 어느때고 편안했던 건이였는데 지금은 석훈보다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서로 해야 할 말을, 하고 싶은 말을 미루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그 말이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다 쳐도 건이는 먼저 벽을 쳐놓고 자신 역시 상처 받은 표정을 하고 앉아 있었다.

 

 어색해진 우리 분위기와 다르게 수현은 상기된 얼굴로 카페 2층으로 올라왔다. 머리는 조금 헝클어져 있었지만 볼은 발그레해져 있었다. 수현의 얼굴을 보니 진작 집으로 도망칠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수현의 연애 이야기를 기꺼운 마음으로 잘 들어줄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의 분위기를 눈치챘으면 좋으련만, 수현은 자신의 감정에 취해 우리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둘이 왜 그렇게 말이 없어?"

 "응, 아냐. 둘 다 멍때리고 있었어. 배불러서."

 "거기 식당 진짜 괜찮지? 오빠가 꼭 한 번 가보자고 했던 덴데 너네랑 같이 가서 더 좋았어."

 수현이 방긋 웃었다. 나는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건이에게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는데 수현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물어보고 싶은 말이 목에 탁 걸리는 기분이었다. 너는 왜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한 거니. 그러면서 왜 너의 소꿉친구를 상처받게 한 거니. 그러나 수현의 행복한 미소 앞에 그런 말들은 모두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처럼 수현의 말을 가만히 듣기만 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이나 수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다 카페를 나섰다. 나는 너무나 지쳐 있었다. 건이는 적절히 대답만 할 뿐 역시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곳에서 건이, 수현과 집 방향이 같지 않다는 것이 다행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우리의 어색한 사이와는 상관없이 건이가 집까지 바래다줄까, 하고 물었다. 수현도 기분이 좋아서인지 집 앞까지 데려줄까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동생이 마중나와 함께 편의점에 가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카페 앞에서 헤어져 각자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수현은 커다랗게 손을 흔들고 건이는 짧게 손을 흔들었다. 바보같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다. 나는 뭐하자고 이들의 일에 끼어든 걸까. 건이가 도와준 만큼 나도 도와주고 싶다는 정의로운 생각이라니. 초등학생도 아니고. 오늘 하루의 마지막이 이렇게 최악이라니. 어디로든 책임을 묻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길을 걷다가 문득 건이의 백팩에 우산을 넣어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공기 사이로 비 냄새가 나는 것이 한바탕 쏟아질 기세였다.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누가 날 역으로 마중나와 주길 바라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되돌아가 우산을 가져 오는 것이 효율적일 듯 했다. 혹시나 하고 가는 길에 동생에게 카톡을 보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ㄴㄴ'이 전부였다.

 

 다시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우리가 머물렀던 예쁜 카페를 지나 카페가 있던 공원 사이를 내달리며. 일직선이어서 저 멀리 건이와 수현이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직 많이 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목표를 확인하고 다시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조금씩 둘이 가까워졌다. 건아, 하고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반쯤 열었을 때였다.

 

 갑자기 멈춰 선 수현이 건이에게 무언가 말하더니 내가 눈을 피할 새도 없이 건이의 입술을 덮쳤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나는 건이가 수현을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 둘은 정말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으니까. 그러나 건이도 잠깐 수현의 어깨를 잡고 밀어내는 듯 했지만, 곧 수현의 허리를 감싸 안고 응답했다.

 

 오늘 하루는 정말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사마오 17-07-12 18:28
 
잘 보고갑니다.
작가님 파이팅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열아홉번째 금요일 : 잠결에 2017 / 7 / 31 257 0 10338   
19 열여덟번째 금요일 : 여름밤 2017 / 7 / 31 251 0 7219   
18 열일곱번째 금요일 : YOU OR ME 2017 / 7 / 31 263 0 7318   
17 열여섯번째 금요일 : 나랑 닮았어 2017 / 7 / 28 259 0 5715   
16 열다섯번째 금요일 : 여름의 시작 2017 / 7 / 24 262 0 6912   
15 열네번째 금요일 : 그러나, 우리 사이의 중력 2017 / 7 / 23 261 0 5039   
14 열세번째 금요일 : 멀어지기 2017 / 7 / 18 260 0 6547   
13 열두번째 금요일 : 곤두박질 (1) 2017 / 7 / 11 284 0 3970   
12 열한번째 금요일 : 불편한 초대 2017 / 7 / 6 278 0 4166   
11 열번째 금요일 : 제3자 2017 / 7 / 2 296 0 4112   
10 아홉번째 금요일 : 중력, 가까워지기 2017 / 6 / 26 263 0 4578   
9 여덟번째 금요일 : daybreak 2017 / 6 / 23 279 0 4204   
8 일곱번째 금요일 : 그들의 관계 2017 / 6 / 20 268 0 4479   
7 여섯번째 금요일 : 두근두근 2017 / 6 / 18 255 0 4421   
6 다섯번째 금요일 : 내게 필요한 말 2017 / 6 / 16 278 0 4416   
5 네번째 금요일 : 이건 데이트가 아냐 2017 / 6 / 13 272 0 5121   
4 세번째 금요일 : 연애상담 (2) 2017 / 6 / 11 309 1 4164   
3 두번째 금요일 : 짝꿍과 짝꿍 2017 / 6 / 8 275 0 4723   
2 첫번째 금요일 : 비오던 날 (1) 2017 / 6 / 6 335 2 4227   
1 Prelude - 편지 2017 / 6 / 6 444 2 103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