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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Fanatic
작가 : 길헤윰
작품등록일 : 2017.6.21

동생이 결혼을 한단다. 그래도 난 그리 상관 없었어. 그와 깊이 관계되지 않으려 했지.
몇 개월 후,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계략/이중인격(?) 남주 #초식계 여주


 
Gloomy day
작성일 : 17-07-11 20:09     조회 : 244     추천 : 1     분량 : 5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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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omy day

 

 분노가 머리를 집어삼켰다. 셀리는 헤일린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라며 당황해했다. 헤일린에게서 나는 달콤한 냄새는 연해졌으나, 셀리는 그 냄새를 딱 한번 맡아보았다. 셀리는 조용히 호텔의 방을 잡아 헤일린을 안내했다.

 

 "아가씨, 무슨 일이셔요?"

 

 분명 아드리안과 같이 식사를 했을 터였다. 헤일린에게 친절한 그였으니 셀리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묻는 셀리를 복잡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셀리, 미안해. 잠시 나가주겠니? 방 하나 더 잡아도 되니까."

 

 "알겠습니다, 아가씨."

 

 저가의 방 하나는 남아 있기를 바라며 셀리가 물러났다. 그녀는 누가 뭐래도 셀리의 주인이었고, 셀리는 그녀의 심기를 살펴 행동해야 했다. 그녀의 말은 다정했지만, 셀리는 다시금 벽을 느꼈다.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걱정과 서운함이 밀려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셀리가 나가자마자, 그녀는 침대로 뛰어들었다. 배게를 끌어안은 후에야 비로소 눈물이 나왔다.

 

 "하, 정말 이게 진짜 현실인가?"

 

 울음소리는 크게 내지 말아야 해, 그러면 부인이 곤란해져.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뒤로 헤일린은 어린 아이를 떠올렸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그녀는 크게 울지 말아야 했다. 눈물 한 방울조차도 조롱으로 다가왔었으니까. 부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깨지고 나서도 변함없는 습관이었다.

 

 "아, 아……."

 

 눈물은 둑을 무너뜨린 듯 계속 흘러내렸다. 감정을 제어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도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백작은 무서웠어도 부인은 아니었다. 라리마가 태어난 이후 그 감정이 변했다고 해도, 애틋한 마음은 남아 있었다. 그게 독이었다고 이제와 그녀는 생각했다. 꽉진 주먹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왕국이 없어졌다고 그녀가 부인에게 의지했던, 무시당하던 나날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집안의 공기는 여전히 페리헬의 것이었고, 그건 그녀를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곤 했다.

 

 "마음을 얼려뒀어야 해. 그랬었다면 후회는 하지 않았을 거야."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고 싶어한다. '자신'을 두고, 바라봐줄 이가 있다는 게 전제였다. 차라리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면 외로울 일도 없었을 거야. 어린 날 그녀가 스스로에게 속삭였던 달콤한 충고였다. 그녀는 라리마가 태어나던 날을 기억했다. 금발의 아기를 본 순간, 그녀는 숨이 막혀왔다. 그 아기가 자라 제게 눈동자를 빛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다. 의무적인 호의였건만 무엇이 좋아 제게 그리 매달렸단 말인가? 이따금 누가 목을 조르는 기분이 들 정도로, 저택에서의 생활은 불안하고 위태로웠다.

 

 "나라 망하고, 제국이 되면 뭐해?! 결국 난 또, 이렇게, 하하하……."

 

 자조적인 웃음 소리는 곧 간혈적인 숨소리가 되었다. 그녀는 이불을 아무렇게나 던진 채 손으로 목을 감쌌다. 혼란스러움, 분노, 슬픔이 한데 버무려져 가슴 속 돌덩이가 되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제가 무엇인지조차 생각할 수 없었다. 느낄 수 있는 가장 선명한 감정은 두려움과 불안.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분명 이곳엔 저 말고 아무도 없는데, 꼭 누가 목을 조르는 것 같아 그녀는 제 목을 보호하듯 목을 살짝 감싼 손을 풀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곧 그녀는 진정되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세수를 했다. 불을 끈 그녀가 지친 듯 잠이 들었다. 스승인 베니슬린 교수와 후배 라이다조차도 모르는 그녀의 증상이었다. 익숙하지만 동시에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증상이었고, 그녀조차도 폭풍같이 느껴졌다. 셀리가 아침에 깨우러 올 때까지, 그녀는 눈을 뜨지 못했다.

 

 "아가씨, 일어나세요."

 

 "셀리, 안녕. 지난 밤에는 미안했어."

 

 "괜찮아요, 아가씨. 괜찮으시다면 아침을 드시면서 제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응. 물론이야."

 

 셀리는 그녀를 가족처럼 여겼다. 상하관계를 떠나 셀리에게 가장 소중한 이였다. 셀리는 이제야 좀 근심이 가시겠다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 선물이 뭐였는데요?"

 

 "향유."

 

 "제가 잘못 들었나요? 향유요?"

 

 "네 귀는 정상이야, 셀리. 나는 곧 향유였어. 페리헬 가에서 보내는 선물이었던 거지."

 

 셀리는 분노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헤일린과 아드리안을 만나게 하고, 헤일린 본인이 아드리안에게 향유를 줬다. 아드리안은 얼마나 무안했을 것이며, 헤일린의 눈물은 얼마나 정당한 것이었는가! 아드리안은 라리마의 약혼자였다. 라리마가 심각한 상태라고는 하나, 헤일린을 보내는 건 정말 심한 짓이었다.

 

 "게다가! 그 분께선 라리마 아가씨를 그렇게나 아끼신다면서요? 서로 사랑하는 걸 뻔히 알면서 그러면 안 되는 거죠. 마님께서 그러셨다니 충격이예요, 정말로!"

 

 셀리는 감정조절을 포기했다. 헤일린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셀리는 안주인과 파울 백작에 대한 험담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셀리가 비속어까지 내뱉자, 속이 시원해졌다. 내가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왔다.

 

 "아가씨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결혼하셔야 해요! 고로 아가씨께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알아, 셀리. 고마워."

 

 세상에, 셀리만큼 이렇게 제게 강력하게 말해줄 수 있는 이가 있었다니. 아카데미 시절, 베니슬린 교수님도 다정하시긴 했지만 그는 본디 차분한 성정이었다. 활발한 셀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언제 울었느냐는 듯 활짝 웃었다. 셀리도 그런 일이 있으면 울지 말고 화내라면서 몇번이고 그녀에게 충고했다. 저 같았으면 당장 쫓아가서 화냈을 거라고요, 아가씨는 너무 착해요! 셀리는 알게 모르게 헤일린을 과보호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착하게 생기긴 했지만 착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정정해주고 싶었으나 설득은 무리로 보여 입을 다물었다. 조잘조잘거리는 셀리의 목소리는 페리헬 저택에 와서야 멈췄다.

 

 "셀리, 갈아입을 옷과 차를 준비해주렴."

 

 "어디 갔다 오시게요?"

 

 "그래. 잠시만."

 

 셀리를 홀로 두고 향한 곳은 라리마의 침실이었다. 하녀 한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그녀를 보고 인사했다. 헤일린은 잠시 나가달라 부탁했고, 잠시라도 쉬고 싶었던 하녀는 기다렸다는 듯 나섰다. 라리마의 밝은 금발은 조금 윤기를 잃었다. 안색은 저번보다야 나았지만, 상태는 여전해보였다.

 

 "라리마, 어제 네가 태어났던 날이 생각났어. 넌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사랑스럽게 웃었지."

 

 하지만 난 어쩐지 그 웃음에 화답할 수 없었어. 나 역시 애정이 필요한 어린이였으니까. 동생이 생긴 첫째의 마음과 유사했으나 다르기도 했다. 헤일린은 다정한 손길로 라리마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었다. 네가 미워, 하지만 널 미워하는 나도 이상해. 네게 죄가 있다면 그저 태어났다는 것뿐. 난 네가 왜 싫은 걸까? 라리마의 얼굴을 유심히 보아도 알 수 없었다.

 

 "아가씨, 백작님께서 오셨습니다."

 

 파울 백작은 신관과 함께 침실에 들어섰다. 의자에서 일어난 헤일린이 그들에게 인사했다.

 

 "백작님, 신관님이시군요. 좋은 아침입니다."

 

 "헤일린, 네가 여기에 다 있었구나."

 

 별일이라는 듯 말하는 것 같아 헤일린은 살짝 웃었다. 그야, 제가 봐도 별일이었으니까. 신관은 헤일린의 흑안을 잠시 바라보다가, 백작의 눈빛에 치료를 시작했다. 손에서 신성한 기운이 느껴졌다. 페닐의 신은 믿지 않지만, 신력만큼은 믿어왔던 터라 조금 신기했다. 신력이 닿을 때마다 라리마의 표정이 편해졌다. 다리는 붕대로 감싸져있었는데, 신관의 치료 후 하녀가 붕대를 풀어 다시 감고 있었다.

 

 "신관님, 우리 아이가 다시 눈을 뜰 수 있겠소?"

 

 "예. 물론입니다. 이분은 여신님의 힘으로 회복하고 있습니다. 곧 깨어나실 겁니다."

 

 헤일린은 라리마의 남아있는 흉터를 보고 인상을 구겼다.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양다리 모두 진하게 남아 있었다.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단순한 마차 사고라기엔 너무 심했다. 장소가 산이었으니 특별히 이상할 건 없었지만, 라리마가 전생에 원한이라도 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마차 사고라고 했었죠. 사고난 곳이 위험한 곳이었나요?"

 

 "듣자하니 그 산은 돌이 많고 지형 자체가 가파르다고 하더군요. 제 스승님께서도 그 산에서 다친 분을 돌보신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그저 겉상처에 신력을 부여하는 것뿐입니다."

 

 의학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었기에 자세한 건 더 물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아드리안의 말을 떠올렸다. 외과적 치료를 받았다면 재활치료를 받았을지도 몰랐다. 살은 다시 살아나지만, 몸의 신경은 섬세하고 장기적일 필요가 있었으니까. 애초에 헤일린이 끼어들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백작의 판단이 너무 보수적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헤일린, 너는 왜 여기에 있었던 거지?"

 

 ***

 

 

 "겸사겸사, 백작님께도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저와 독대해주시겠어요?"

 

 파울 백작은 잠시 고민하다가 신관에게 치료를 계속 하라고 말했다. 그녀는 백작을 따라 집무실로 향했다. 집사가 그녀에게 차를 권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차도 마시지 않을테냐?"

 

 "차 마실 기분은 아닙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며칠전 부인께서 부총통 각하께 라리마의 소식을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어제 그를 만나 소식을 전했죠. 문제는 부인께서 전해달라 부탁한 선물이었습니다. 그 선물이 어제 절 분노케 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향유입니다."

 

 "!"

 

 짧은 침음, 헤일린은 그 의미가 무엇인가 고민했다. 저 혼자 생각해봤자 혼란스러워질 뿐이었다. 지금은 혼자 생각해도 답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간 백작님께선 제 약혼이나 결혼에 일절 관여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행보를 보이셨던 분께서 갑자기 라리마를 두고 저를 대신 보냈으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 라리마의 소식을 직접 전하지 않으셨는지, 부인께서 절 보내신 것에 관여하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그녀는 기대했다. 그래도 아버지니까, 내 친아버지니까. 적어도 지금만큼은 코코나 부인이 잘못했음을 시인해줄 거라고. 그는 혼란스러움에 생각이 많아보였다.

 

 "그와 라리마의 결혼에 대해선 모두 부인에게 일임했다. 난 외부의 일로도 충분히 바쁘다. 라리마의 소식을 자세히 전하지 않은 건 이 결혼에 페리헬 가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너도 페리헬이라면 이해하겠지. 게다가 말만으로는 믿을 수 없군. 설마, 내 부인이 그 아이에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 게다가 다른 이도 아니고 너를 보냈다고?"

 

 아, 숨이 막혀온다. 폐가 조여들여왔다. 나는 페리헬의 일부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인가? 이따금 숨쉬기가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 그녀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호흡의 속도를 조금 낮췄음에도 무서움이 가라앉지 않았다. 차라리 이걸 폭발시키자. 더 이상 내 안에 쌓아두는 건 무리야. 한계였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임을, 실로 증명해보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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