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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지옥연애환담
작가 : 황도톨
작품등록일 : 2017.6.23

헬조선을 살아가는 흙수저 김진언.
회사에서 짤리고, 남친에게 차이고, 통장은 텅텅,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진언이 새로 입사한 회사는 진짜 지옥?
설상가상으로 지옥 최종보스, 진언의 직장상사님, 염라대왕은 까칠하기 짝이 없고...
지옥에서 일과 사랑 둘다 쟁취하라!

 
08. 쫓아오다
작성일 : 17-07-11 20:15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6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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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아악! 뭐가 이래!”

 

 

 진언은 씩씩거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화장실을 가겠다며 박차고 나온 것까지는 좋았다. 제 성질을 잘 아는 진언이 거기 더 있다가는 염라에게 뭔 소리를 더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꼭 필요하다는 천왕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입사를 했는데, 정작 제일 얼굴을 많이 마주해야하는 직장상사는 진언 알기를 지나가는 개미정도로 하찮게 여긴다는 걸 알게 되자 속이 부글부글 끓지 않을 수 가 없었다.

 

 딱 4년만 참고 좋은 데로 이직하자고 했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수습 3개월도 잘 버틸 수 있을 지 장담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빨리 발을 빼고, 다른 곳을 찾은 게 나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이런 생각과 염라의 욕을 하면서 씩씩하게 걷다보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옥 안에서는 화장실을 가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고, 당연히 화장실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진언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지옥 입구인 사무실로 다시 가야 했으나, 흥분한 채 걷다보니 반대방향으로 온 모양이었다.

 

 지금에 와서 되돌아가려고 하니, 자기 출근길이 외길인데 비해서, 이쪽은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어서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지옥이라는 곳이 무슨 이정표가 이는 것도 아니고, 큰 건물 간판이 있는 것도 아니요, 지도 어플이 작동할 리도 없었다.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동굴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신음은 배경음악소리 삼아 계속 걷다보니, 점점 더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손에 찬 손목시계를 보니 염라에게 화장실에 가겠다고 소리치고 나온 지 벌써 30분이 넘게 지나있었다.

 

 

 “아- 진짜, 망했다.”

 

 

 결국 진언은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오늘따라 또 잘 보일 거라고 스커트에 하이힐은 신고 온 것도 치명적이었다. 원래 잘 신지도 않는 높은 구두를 신고 울퉁불퉁한 동굴 길을 걷고 있노라니 발바닥이 깨질 것처럼 아팠다.

 

 어디 길 물어 볼 사람.. 은 없을 거지만, 그 비슷한 것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멀리서 비명이나 신음소리 비슷한 것이 들리는 것도 같았는데, 그런 소리를 지르고 있는 상태에서는 길을 물어봤자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하아- 미치겠네.”

 

 

 긴 한숨을 쉬어낸 진언은 이러고 앉아 있어 봤자, 아무것도 안 된다는 생각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아까 걸었던 방향 쪽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쪽이 자신이 나온 염라궁으로 돌아가는 길인 것 같았다.

 

 

 “저기요~ 아무도 없으세요?”

 

 

 누구에게 라도 길을 물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누군가를 찾으며 진언은 천천히 걸었다. 아까 이런 벽을 봤던가 라며, 유심히 봤지만 그게 그거 같았다.

 

 

 “아무도 없어요?”

 

 “.. 누구야?”

 

 

 설마 누가 대답을 할 거라고는 별로 기대 없이 말하고 있던 진언의 말에 누군가 가느다란 목소리가 대답을 했다. 진언은 놀라서 뒤를 휙- 돌아 봤지만 누가 보이지는 않았다.

 

 

 “거, 거기 누구 있으세요?”

 

 “.. 누구야?”

 

 

 어디 있다는 말은 없이 다시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보다는 조금 또렷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거기 누구야?”

 

 다시 아까보다는 좀 더 또렷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여자의 목소리였다. 진언은 왠지 모를 무서움에 숨을 꼴깍 삼켰다.

 

 

 “아, 저기 여기.. 직원인데요. 길을 잃어서요. 아! 그러니까 신입사원이라서 아직 길을 몰라서 길을 잃었거든요.”

 

 

 어디에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진언이 말을 하기 시작하자 또 그쪽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듯, 돌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언이 누군가 보려고 목을 쭉 빼자 어둠 속에서 조금씩 어슴푸레한 형체가 보였다.

 

 

 “혹시 길을 좀 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형체가 점점 또렷해지고, 마침내 진언의 앞에 그 형체가 분명하게 보이게 되자 그건, 창백한 안색에 바싹 마른 여자였다. 여자의 창백한 안색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진언은 한 발짝 물러났다. 어릴 때 보았던, 전설의 고향. 딱 그게 생각나는 얼굴이었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는 풀어헤쳐져 있었고, 빗은 지 몇 년이 되어 보이게 산발이었다. 창백한 안색에 퀭한 눈동자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게 주변을 살피면서, 또 진언을 살피고 있었다.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못 먹은 것처럼 바싹 말라 보이는 입술은 조금 벌어진 상태였다.

 

 가장 기괴한 것은 여자의 몸이었다. 마치 거식증에 걸린 것 마냥 뼈가 툭툭 튀어나와 보일 정도의 빼빼마른 몸. 유행이 지난 낡은 원피스에서 빠져나와 있는 팔은 꼬챙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말랐고, 아래로 뻗은 다리 역시도 불을 붙이면 그대로 활활 탈 것 같은 마른 장작과 다름이 없었다.

 

 

 “어... 혹시 염라궁이 어딘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면서도 진언은 말을 이었다. 어쩌면 지옥이니 저게 평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나 저 사람이 길을 안다면 알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염라궁...?”

 

 

 부러질 듯 얇은 그녀의 목 위의 얹어진 머리가 갸우뚱- 옆으로 돌아갔다. 멍한 그녀의 눈에 번뜩이는 광채가 잠시 돌았다. 그 눈빛을 보고 진언은 혹시 이 기괴한 여자가 염라궁을 아는가 싶어서 반가움에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아세요?”

 

 “알지.. 갔었지.. 거기서 시꺼먼 남자가 나한테 영원히 굶주리는 고통을...”

 

 

 퀭한 여자의 눈이 먼 과거의 일을 생각하듯이 초점없이 없어졌다. 그러다 또 갑자기 별안간 그 시선이 정언을 향했다.

 

 

 “너... 맛있는 냄새가 나.”

 

 “네?”

 

 

 천천히 기울어져 있던 여자의 고개가 다시 되돌아가고, 천천히 여자가 진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배고파..”

 

 “아.. 염라궁에 돌아가면 제 도시락 있는 거 그거 드릴게요. 길만 알려주시면... 그게...”

 

 

 여자는 진언의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뭐에 홀린 듯 천천히 진언을 향해서 걸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에 진언은 다시 뒤로 주춤 주춤 물러났다.

 

 

 “저, 저기요?”

 

 

 진언은 다시 여자를 불렀다. 아까보다 더 가까워진 거리에 여자의 모습이 더욱 똑똑히 보였다. 낡은 원피스는 더러운 것이 묻어 있었고, 발이 아프지도 않은지 여자는 맨 발이었다. 천천히 여자가 진언을 향해서 손을 뻗자, 길게 기른 손톱이 보였다. 손톱은 바싹 말라 보이는 여자와는 달리 영양이 거기로 다 가는 것 마냥 단단하고 날카롭게 보였다. 그 손톱을 보자 진언은 더 소름이 쭉- 돋았다.

 

 

 “저, 저기. 길 모르시면... 저 혼자 길 찾아서...”

 

 

 자기 말을 이미 듣지도 않고 있는 여자를 향해서, 자기도 모슨 소리인지 모를 말을 하는데 뒤로 턱- 벽이 느껴졌다. 당황해 하며 뒤를 돌아보자 단단한 벽이 느껴졌다. 황급히 다시 여자를 쳐다보자, 아까보다 한층 다가온 여자가 보였다.

 

 

 “맛있겠다...”

 

 

 바싹 마른 여자의 입술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퀭한 여자의 눈빛이 홀린 듯, 황홀한 듯 진언을 쳐다보고 있었다.

 

 

 -맛있겠다는 게 설마.. 설마...

 

 

 진언을 벽을 타고 살짝 옆으로 움직이자, 여자의 시선이 따라왔다. 여전히 맛있는 케이크를 앞에 둔 눈빛이었다. 당장이라도 맛있게 먹을 듯이.

 

 

 “맛있겠다!!”

 

 

 천천히 다가오던 여자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뛰었다. 마른 다리가 부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급한 발놀림이었다. 그런 여자의 모습에 진언은 다리가 풀려 스르륵- 주저앉아 말았는데, 엉겁결에 그렇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여자의 날카로운 손톱이 방금 진언이 서있었으면 목이었던 위치를 향해 날아들었던 것이다.

 

 주저앉은 진언의 위로 파스스- 하고 돌 벽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두둑- 하고 돌가루가 진언의 정수리로 떨어졌다. 진언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지금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머리는 잘 돌아가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여자의 더러운 원피스와 구멍 난 원피스 너머로 보이는 뼈에 달라붙은 가죽으로 보이는 여자의 몸이 보일 뿐이었다.

 

 혼란스러운 진언의 코끝에 뭔가 차갑고 진득한 것이 떨어졌다. 뭔지 짐작이 갔지만, 자기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공포영화에서 여주인공이 굳이 뒤를 돌아보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딴 거 보지 말고, 얼른 꽁지가 빠져야 도망가야 하는데, 이게 뭔지 확인해야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진언이 고개를 들자 여자의 눈과 마주쳤다. 벽에 박힌 손톱을 빼려고 잔뜩 힘 준 마른 손가락이 보이고, 광기에 번들거리는 여자의 눈이 보였다. 그리고 마른 입술에서 매달린 여자의 침이 보였다.

 

 한 방울이 뚝- 진득하게 여자의 입술에서 떨어져 진언의 뺨에 떨어졌다. 차가운 것이 볼에 닿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 후다닥 여자의 다리와 팔 아이로 바닥을 기며 여자의 품 안에서 벗어났다. 덜덜 떨리는 팔을 간신히 힘을 줘서 바닥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뒤를 돌아보자, 진언이 도망가려는 것을 보고 여자가 벽에 박힌 손톱을 빼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떨리던 다리가 움직여졌다.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 돼! 안 돼! 내꺼야!”

 

 

 여자의 비명 같은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여자는 정말도 진언을 맛있는 먹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이 없었다. 정신없이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는데, 뒤에서 쫒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설마 하며 진언이 힐끗 뒤를 돌아보는데, 그 여자가 나무 장작 같은 다리를 미친 듯이 움직이며 뛰어오고 있었다.

 

 

 “아아아아악!”

 

 

 진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던 다리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적어도 진언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러려고 하고 있었지만, 그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다. 이게 다 망할 하이힐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잡히지 않고, 진언과 여자는 간격을 유지하고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열심히 달려주고 있던 진언의 하이힐이 덜컥 하고 돌부리에 걸리고 말았다. 달리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진언의 몸이 붕- 떴고, 진언의 눈앞에 바닥이 가득히 담겨왔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달리던 여자도 멈추고, 진언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의 마른 입술에서 침이 더욱 많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왈칵, 진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오고, 조금이라도 여자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손을 앞으로 뻗고 다리를 기었다.

 

 

 “안 돼! 내꺼야! 맛있는 거!”

 

 

 조금이라도 진언이 멀어지는 걸 참을 수 없었는지, 여자의 손이 덥석 진언의 다리를 붙들었다. 끔찍하게 길었던 여자의 손톱이 진언의 다리를 찔렀고,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그 아픔은 뻣뻣하고 차가운 여자의 손에서 뻗어 나오는 공포보다는 덜한 통증이었다.

 

 

 “아, 안 돼! 싫어! 놔! 놔!”

 

 

 진언이 몸부림을 치며, 여자의 손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마른 손이 억센 힘으로 놓고 놓아주지 않았다. 다른 한쪽다리로 여자의 얼굴을 발로 차줄 생각으로 몸을 뒤틀자, 쩍 벌린 여자의 입이 보였다. 그 바싹 말라 있던 입에 감추어져 있던 이빨은 아주 날카로웠고, 이미 진언의 종아리에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진언은 황급히 다시 몸을 틀어서, 바닥 쪽을 향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돌을 하나 집어 들었다. 저 미친 여자가 자기 다리를 물어뜯으면, 자기도 얼굴을 박살내 버리겠다는 심정이었다.

 

 

 “화장실에 간다더니...”

 

 

 그런데, 다리를 물어뜯기는 고통대신, 들리는 것은 나른한 이죽거림이었다. 손에 돌을 꽉 쥐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밉살맞은 얼굴이 보였다.

 

 

 “여, 염라.. 대왕님....”

 

 

 그는 한 손에 여자의 멱살을 붙들고 진언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미친 여자는 목이 졸려 켁켁거리고 있었지만, 염라는 그런 여자는 본 척도 않고 진언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귀랑 놀고 있는 게냐?”

 

 

 분명 염라의 얼굴에는 약간의 짜증과 약간의 어이없음과 또 약간의 진언을 향한 비웃음이 묻어 있었다. 그래도 진언은 지금 그런 염라의 표정보다는 저 미친 여자가 자기 다리를 물어뜯고 있지 않는다는 현실이 더 눈에 들어 왔다.

 

 

 “어, 어떻게..”

 

 “네가 돌아오지 않아 지왕차사를 불러 데려오라 이르렀는데, 지왕도 함흥차사가 돼서 내 잠시 나와 본 것이다.

 

 

 그런데, 화장실 간다더니, 왜 아귀랑 숨바꼭질을 하고 있던 게냐?“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저 이상한 여자가 저를 잡아먹으려고 했어요.”

 

 “아귀니 당연하지.”

 

 

 염라가 귀찮다는 듯 멱살을 잡고 있던 여자를 떨쳐버리자 바닥에 내팽개쳐진 여자는 조금 켁켁거리더니 금세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일어나거라.“

 

 “...”

 

 “뭐하는 게냐? 일어나래두.”

 

 

 염라의 재촉에도 진언은 물끄러미 앉아서 염라를 바라보았다. 염라의 얼굴에 다시 짜증이 묻어 나왔다.

 

 

 “못 일어.. 나겠어요...”

 

 

 이미 눈물을 쏟아서 엉망인 진언의 얼굴에 다시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뭐?”

 

 

 아까는 살려고 공포를 이겨내고 다리를 움직였지만, 지금은 도저히 다리가 풀려서 설 수가 없었다.

 

 

 “다리가 풀렸나 봐요.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요. 무서웠단... 말이에요.”

 

 

 결국 왈칵- 다시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세상에- 공포영화에서나 나오던 장면이 자신에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릴 적 이불 꽁꽁 뒤집어쓰고 보던 전설의 고향에 한 장면이 자신에게 재현 될 줄은 정말로 몰랐었다.

 

 

 “그런 거 처음 봐서.. 막 쫒아오고.. 무섭고...”

 

 

 서러움에 진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까 상황이 다시 떠오르며 어찌나 무서웠던지, 진언은 지금 여기가 어딘지, 누구 앞인지도 잊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런 진언을 쳐다보는 염라의 표정은 참으로 복잡했다. 짜증과 당황이 뒤섞인 얼굴에 희미하게 안쓰러움도 들어 있는 것도 같았다. 잠시 진언의 고개 숙인 모습을 보고 있던 염라가 몸을 낮추고, 염라의 손이 쑥- 하고 진언의 머리를 토닥였다.

 

 아무 말 없이 잠시 그렇게, 울고 있는 아이와 토닥이는 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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