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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를 쓰자 - 세계수편
작가 : 연도단
작품등록일 : 2017.7.6

외딴 섬에 위치한 신국고등학교.
폐쇄적인 고등학교에 생긴 이변.
학생들의 몸에 깃든 신화적 존재들.
이변으로 인해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학교에서 지배하려는 세력과 지배에 저항하는 세력이 충돌한다.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7
작성일 : 17-07-11 19:39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4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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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먹을 것을 나누는 사이, 세 사람 사이에서 흐르던 경계의 날은 무뎌져 있었다.

  여운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르막을 오르던 현석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여운의 옆모습을 힐끗거린다. 그렇게 여운을 눈치를 살피던 그는 지나가는 말투로 한 마디 던진다.

  “리더와 언제부터 안 거야?”

  “알아온 시간을 말할 것 같으면 8년 정도지만, 실제로 접촉이 있었던 것은 1년 정도입니다.”

  “1년 정도라면...”

  그답지 않게 무언가를 계산하던 현석은 불쑥 질문을 던진다.

  “너 리더와 그런 관계인 거지? 그러니까 뭐, 그렇고 그런?”

  “네? 그렇고 그런...이요? 그건 어떤 상태를 정의하는 말이죠?”

  ‘그렇고 그런’의 의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여운에게 답답함을 느낀 현석은 돌려 말하기를 멈추고, 돌직구를 여운의 안면에 때려 박는다.

  “그러니까! 둘이 보통관계는 아니지?”

  여운은 싱긋 웃으며 반문한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야...”

  잠시 고민하던 현석이었지만, 오래가지는 않는다. 그답게 고민 따위는 가볍게 던져 버리고 가볍게 대답한다.

  “그야, 네가 여기까지 와있는 것 자체가 그 증거가 아닐까? 고작 1년 정도 알고 지낸, 그저 그런 사람의 부탁으로 사정도 모른 채, 먼 외국에서 여기까지 한걸음에 달려올 리가 없잖아?”

  “과연... 그렇군요.”

  여운은 현석의 말을 되뇐다.

  “그 사람과의 관계...”

  여운은 감정을 알 듯 말 듯 한 애매한 미소를 짓는다.

  “그건 그분의 생각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요?”

  “하긴, 리더의 성격이라면... 남의 생각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겠지.”

  여운의 애매한 대답에도 현석은 어째선지 이해한다.

  “그렇다면 네가 어째서, 무엇을 위해서 여기까지 불려 온지는 알고 있는 거야?”

  “대충은요. 하지만 스스로도 그 일이 가능한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알고 있겠죠...”

  여운은 부쩍 가까워진 발전소를 향해 시선을 던진다.

  “저곳에 있는 그분이라면...”

  “거기 두 사람! 서두르라고!”

  앞서나가던 선화의 호통에 가까운 외침에 현석은 즉각 반응한다.

  “이쪽은 뜨거운 우정의 대화를 나누고 있던 참이란 말이다! 하여튼!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눈치라고는 없구만!”

  선화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지만, 그 이상의 분노는 터져 나오지 않는다.

  “이제 곧 해가 진다고! 서둘러.”

  분노를 억누른 선화는 둘에게서 몸을 돌려 전진한다.

  앞서가는 선화의 뒷모습과 어둑한 하늘을 번갈아 보며 현석은 부산스럽게 서두른다.

  “아차차! 엄마가 착한 미성년자는 밤에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고 하셨지!”

  “후후... 착한 미성년자인가요?”

  여운 역시 빠르게 멀어져가는 선화를 뒤따른다.

  일행은 몇 달 동안 정리되지 않아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무자비하게 밟아 길을 개척한 끝에, 산의 꼭대기에 도달했다.

  산 정상에는 아직까지는 멀쩡한 듯 보이는 송전탑과 녹슨 발전기들이 늘어서 있었다. 발전기들은 방치되어 작동하지 않고 있었지만, 풍력발전기와 태양열 집열판은 현재도 기동 되고 있는 모양인지 잘 정돈되어 있었다.

  세 사람은 침묵하고 있는 발전기들 사이를 지나, 강철의 숲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철문 앞에 선다.

  “특별한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뿐이라는 건... 지하로 통하는 건가요?”

  선화는 문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민다.

  - 끼 - 이이 -

  녹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열린 문.

  열린 문 너머는,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진 주변보다도 더 시커먼 속을 드러내고 있었다.

  선화는 스마트 폰의 라이트를 켜 시야를 밝힌다.

  “들어가지.”

  두 사람은 앞서 들어가는 선화를 따라 어둠으로 들어간다.

  - 쿵.

  철문이 닫히고,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무거운 어둠 속을 밝히는 것은 선화의 손에 들려있는 조그만 빛뿐이다. 세 사람은 작은 빛에 의지해 어둠 속을 더듬듯 전진해나간다. 계단을 하나, 하나 딛고 내려와 바닥에 다다르자, 한 모퉁이 너머에서 빛이 보였다. 짧은 복도를 걸어 모퉁이를 돌자 입구에서 보았던 문과 비슷한 철문이 복도를 가로막고 있었다.

  선화는 철문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문에 붙어있던 스피커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그때 ‘왜’ 그랬어?”

  - 삐빅

  선화의 물음은 잠금 해제라는 답으로 돌아왔고, 신호음과 동시에 철문이 열린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미학이라고는 없는 시시한 암호야. 좀 더 멋지고, 비밀결사다운 암호로 바꾸자니까! 쳇!”

  현석은 투덜거리며 선화를 따라 들어갔고, 여운은 현석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문을 들어서자 짧은 복도가 나왔다.

  “발밑 조심해. 처음 오는 녀석들은 꼭 한 번씩은 걸려 넘어지더라고.”

  현석은 복도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전기선들과 케이블들을 가리킨다. 여운의 시선은 현석의 손가락을 따라 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선들을 향한다. 선들은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고, 그 선들은 한곳을 향해 이어져 있었다.

  고급스러운 문양이 조각되어있는 고풍스러운 원목의 문.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에, 온갖 선들이 널려있는 시멘트 동굴에는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문은, 이질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이곳의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다. 문을 열 면 엘리스의 이상한 나라와 같은 동화의 세계로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 없는 디자인이다.

  “저 방인가요?”

  “어. 저기가 리더의 방이야.”

  현석은 바닥에 늘어진 선을 능숙하게 피하며 방으로 다가간다. 여운은 뒤따르는 선화의 등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걸음을 옮긴다.

  방 앞에 선 세 사람.

  가장 앞섰던 선화가 문을 열기 위해 옥빛이 감도는 문고리로 손을 가져간다. 선화의 손이 문고리에 닿으려는 순간, 불쑥 나타난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저지당한다. 손등을 뜨겁게 덮은 온기에 놀란 선화는 온기의 주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선화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여운이 있다.

  “실례지만. 제가 열어도 되겠습니까?”

  여운은 손을 거둔다.

  “리더를... 그 사람을...”

  문을 응시하는 여운의 눈이 살짝 흔들린다.

  “그녀를 제 손으로 맞이하고 싶군요.”

  선화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비켜선다.

  두 사람을 스쳐 지나친 여운은 문 앞에 섰다. 그는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문을 응시한다.

  여운의 눈은 여운과 방안의 그녀를 제외한,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과거의 시간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동시에, 이제부터 시작될 새로운 이야기의 창세기(創世記)를 읽고 있었다.

  여운이 문고리를 잡는다. 그리고 문고리의 삐걱거림이, 톱니의 맞물림이 하나하나 느껴질 정도로 느리게 돌리려고 할 때였다.

  여운의 옆구리를 파고든 손이 문을 열려는 그를 저지한다.

  “현석님?”

  어느새 다가와 여운과 나란히 선 현석은 그답지 않게 진지, 엄숙, 근엄한 얼굴로 여운을 바라본다.

  “에다의 주인인 너라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말해야겠다.”

  “네? 무엇을..?”

  어리둥절해 하는 여운에게 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넌 아무것도 몰라...”

  현석은 여운의 두 손으로 꼭 쥔다. 그리고 그 어떤 때보다 진지하게, 걱정스럽게 여운에게 충고한다.

  “안에서 뭘 보든, 어떤 일이 일어나든 놀라지 마라. 에다 소유자라 이것저것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 지식으로 아는 건 천지 차이니까!”

  현석은 여운의 손을 더욱더 꼭 쥐며 거듭 당부한다.

  “절대 놀라서 까무러치지 않기다!”

  여운은 현석의 진심 어린 걱정에 미소로 화답한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러서는 현석.

  여운은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문고리를 돌려,

  - 철 컥.

  문을 민다.

  “역시나.. 그녀답다고 해야 하나요.”

  문 너머에서 나타난 방안의 정경은 여운을 미소 짓게 한다. 미소 짓기 위한 미소가 아닌, 지을 수밖에 없는 미소를 그의 입술에 활짝 피게 한다.

  “이런 동화 같은 방은...”

  여운은 온갖 색의, 주로 핑크 톤의 레이스로 화려하게 장식된 방을 둘러보며 안으로 발을 들인다.

  “역시 당신이구나... 하게 만드네요.”

  온갖 드레스로 치장한 인형과 리본으로 장식된 방 한가운데는 성숙한 여성이 있었다. 방에 장식된 소품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고풍스러운 방의 분위기와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메이드복의 여성이 의자에 앉아있다. 그녀는 따듯한 미소를 머금고, 손에 들고 있는 인형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빗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사람으로 착각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의 머리를 가지런하게 빗고, 인형의 머리보다도 큰 핑크리본을 인형의 머리에 묶고 나서야, 방안에 들어선 이방의 존재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어머, 오셨네요.”

  여운은 메이드복의 여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한다.

  “오랜만이네요. 지아님.”

  “후훗. 반가워요. 꼬마 신사님.”

  여운은 눈을 살짝 감고 꼬마신사라는 단어를 곱씹는다.

  “꼬마 신사라... 그리운 단어군요.”

  여운의 눈 추억에 젖어 든다.

  “전 이상하게 7년이라는 공백이 전혀 멀게 느껴지지 않는군요. 이 풍경은, 사람은 그대로니까요. 안 그런가요? 리더? 아니...”

  여운의 질문은 지아에게로 향한다. 정확하게는 지아의 손에 들린 인형의,

  “선유하님.”

  머리로 향한다.

  여운이 던진 질문에 반응하듯, 앳된 소녀의 모습을 한 귀여운 인형의 얼굴이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마냥 움찔한다. 그리고 그 사소한 얼굴의 움찔거림은 생기가 되어, 얼굴 전체로 퍼져나가 활짝 피어오른다.

  “너도 여전하네.”

  완연한 생기를 띈 분홍빛 입술이 달싹거린다. 동시에 얼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커다란 눈이, 말려 올라간 눈꺼풀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어서 와. 유여운.”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은 또르르 굴러 여운을 향한다. 여운은 기괴한 것이 당연한 광경을, 머리뿐인 소녀의 눈망울을 마주한다.

  “네. 왔습니다. 유하. 당신의...”

  그리고 마주한 모든 비일상적인 것을 일상의 일처럼 편안한 미소로 받아들인다.

  “목소리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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