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좌와 우
작성일 : 17-07-11 17:51     조회 : 242     추천 : 1     분량 : 420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좌와우

 

 

 멀리서부터 손주의 시신임을 알아챈 노친은 한마디 말도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달재라고 크게 다르지 않아 다가오는 한걸음 한걸음이 경기를 일으키며 목만 매고 있으니 몽한 일행의 참담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미안하오...내가 무리한 부탁을 한 것 같소..."

 

 이미 자식을 잃은 아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몽한의 사과다. 투전꾼들은 잡기를 멈추고 술을 잇던 이들 역시 잔을 채우지 않았다. 하루 새에 이 작은 마을에서 사람이 둘이 죽다니...

 가까스로 덕로의 등에서 아들의 시체를 넘겨받은 달재가 넘어가는 숨을 힘들게 부여잡고 말했다.

 

 "나으리... 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내가 조사차 돌모로에 안내를 부탁했었소. 물에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 어린아이도 탈 없이 왔는데 물귀신이 제 아들만 잡아갔다는 겁니까?"

 

 "뭍에 남겨두고 갔는데 돌아와 보니 이리 되어 있었소. 미안하오...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도 알지 못하겠소..."

 

 섧게 울며 물 한 점 젖지 않은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달재의 뒤로 노친이 왔다. 손주를 잃은 슬픔이 오죽 크겠냐만은 오랜 풍파로 마른 눈가에 눈물이 쉽사리 맺히지 않는다.

 

 "어디가?"

 

 돌아서는 몽한 일행에게 노친이 물었다. 애증이 담긴 목소리가 더욱 가슴을 후빈다.

 

 "...관에 가려고 합니다. 함께 있었던 것이 저희라 어차피 조사도 받아야 하니 직접 알리는 게 나을 듯합니다."

 

 "돌아와. 너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노친은 짧은 말을 던지듯 남기고 아들을 돕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대답 없이 돌아서는 몽한 일행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주막에 있던 군졸들에 의하면 특히나 이건은 보에 알리는 것이 좋겠다하고 강화도 유일의 포도청은 멀기도 하여 셋은 몇몇 이들과 함께 정포보로 향했다.

 

 "아저씨. 기분 안 좋겠지만 조사받을 때 꼭 조정에서 나왔다고 해요. 금지를 어겼다고 잡혀 들어가면 물귀신이고 뭐고 다 꽝이에요."

 

 승호가 노파심에 말하니 몽한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기별을 받은 보대장이 나와 셋은 앞에 섰다. 요 근래 가장 시끄러운 사건과 연관되어 있던 지라 밤늦은 시간에도 수장이 직접 나온 것이다.

 

 "의금부에서 은밀히 조사 나온 분이라 하셨지요. 저는 이곳 정포보의 수비대장을 맡고 있는 김계림이라 합니다."

 

 "이몽한이라 하오."

 

 가벼웠던 여느 때와 달리 이번만큼은 조정의 이름을 빌리는 것이 비루하기 짝이 없었다. 사정을 알리 없는 보대장은 조사가 아니라 거의 모시는 것에 가깝게 굴어 셋을 안으로 안내해 자리를 터 앉고는 차까지 내오게 했다.

 

 "인간의 짓이라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사람까지 죽었으니 막막하기만 하였는데 조정에서 이리 신경을 써주고 계셨다니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이 두 분은...?"

 

 어린 승호와 나이는 먹었으되 행색이 초라한 덕로를 보며 보대장이 물었다. 그래도 차마 낮추지는 못하고 존대를 하니 조정의 이름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내가 일을 수월하게하기 위해 부리는 이들이요. 보대장께서 신경 쓸 것 없소이다."

 

 본디 궁에서 대리청정 시에도 정신병이 도지기 전까지는 문무백관들을 압도했던 몽한이었다. 타고난 위엄에 보대장도 더는 의문 삼지 않았다. 연이어 몽한이 자초를 이야기했더니 보대장은 아연 실색한 표정이다.

 

 "유수(留守 강화 전체를 총괄하는 벼슬) 께서 원인을 찾아내서 막으라고 난리였는데 또 사람이 죽어났으니 큰일입니다."

 

 몽한의 눈치를 살 보던 보대장이 말했다.

 

 "혹시 공께서 유수께 직접 말씀드리면 어떨까 합니다. 허허, 아무래도 저 보다야 지체 있는 분이고 사건을 조사 중이시니 나을 듯해서요."

 

 "내가 유수에게 보고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건 보대장의 책무이니 직접 하시지요."

 

 몽한은 강화유수의 책망이 두려워 은근 책임을 넘기려던 보대장을 냉정히 거절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할 일은 다했고 어차피 물귀신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 잡담이나 더 할 이유가 없었다. 더 피해가 생기기전에 어서 물귀신 놈들을 잡아야한다.

 

 자리를 파하고 그들은 다시 달재주막으로 돌아왔다. 이곳에 온 이래 이토록 조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몇몇 방에 불은 켜져 있는 걸로 봐서 사람은 아직 있으되 감히 떠들며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냥... 다른 데로 갈까요?"

 

 덕로가 어색한 침묵을 깨고 말했다.

 

 "왔구만. 노곤할 텐데 안에들 들어. 어서."

 

 어느새 다가온 노친의 말에 차마 거절 못하고 함께 안으로 드니 노친이 아까 없던 눈물을 훔치며 몽한의 손을 잡았다.

 

 "그놈이 철딱서니는 없었어도 아주 착했어. 물에만 안 들어가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침울한 분위기에 모두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물귀신. 그 망할년들 다 잡았어?"

 

 "수가 너무 많아서 다 잡지 못했소."

 

 "꼭 좀 잡아줘. 이 숭악한 년들 다 때려죽인다고 약속해."

 

 "알겠소... 손주의 원은 우리가 꼭 풀어드리리다."

 

 꼭 없애달라는 말을 몇차례 더 당부한 뒤에야 노친은 방을 떠났다. 그 가운데 덕로가 말없이 옷 한 가지를 내어 보이니 여인네들이 사용하는 머릿수건이었다. 물기가 채 안마른 것이 아까 돌모로에서 건져온 것 같았다.

 

 "용하게도 그걸 챙겨 왔구만."

 

 "네. 도움이 될까 해서요."

 

 머릿수건에 손을 대고 눈을 지그시 감은 덕로의 눈앞에 놀랍게도 생생한 장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637년 정축년(丁丑年) 1월 22일

 

 정묘년의 대란을 겪고도 조선은 명에 사대를 버리지 못하고 후금을 업신여기니 조정에서는 이른바 친명배금(親明排金)의 기운이 팽배했다. 스스로를 작은 중화(中華) 라 하며 죽은 명나라라도 따를 조선의 왕과 신하들이었다. 허나 내리막의 명나라요, 떠오르는 후금이니 마침내 청이 건국되어 병자년, 조선을 재차 침공하기에 이른다.

 

 청태종이 몸소 20십만 정병을 이끄니 사기가 하늘을 찌를듯하여 10여일만에 파죽지세로 한양까지 도달하였다. 허나 경상우병사 민영의 쌍령대패, 전라병사 김준룡의 광교산 패배, 충청관찰사 정세규의 험천대패 등 각지에서 원군 온 이들은 하나같이 무너지고 패퇴하니 주상께서 피신하신 남한산성마저 수십만 청군에 포위되기 이르렀다.

 

 이윽고 흉포한 청군은 한강의 목전이자 핵심 요충지인 강화를 점령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으니 맥없이 무너질 뿐이다. 이 미개한 것들이 조선의 여인네들을 포로로 잡아가기를 즐긴다하니 오랑캐들에게 정조를 잃는 것보다 모두 죽는 것이 낫다.

 

 나 김경징은 강화 검찰사로 돌모로 절벽에 한데 모은 여인들에게 자결을 명한다. 사대부의 딸, 며느리라고 예외는 없다. 유학의 예를 아는 이들이라면 더욱 기쁘게 정조를 지켜야 할 터. 청군이 지척이다. 비명 소리가 나지 않게 모두 머릿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차디찬 1월의 바다로 밀어 넣으니 그 수가 수백을 헤아린다.

 

 저항하는 것은 베어 넘겨 함께 밀어 넣는다. 어쩔 수 없는 너희들의 운명이다.

 

 

 덕로는 토할 듯이 숨을 헐떡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자신이 본 것을 몽한과 승호에게 설명해주니 몽한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자기들이 무능해서 나라를 빼앗기고 민초를 고난에 빠트렸거늘, 싸우다 죽어도 모자를 검찰사가 자리를 버리고 여자들에게 자결을 요구 한단 말인가!"

 

 "정작...피난 온 여자들을 정조라는 이유로 모두 죽인 김경징은... 나룻배를 타고 달아나 목숨을 보전했습니다."

 

 "이런 죽일 놈!!!"

 

 몽한의 노호성이 방안을 저리게 울렸다. 마치 눈에는 불꽃이 튀는 듯 했다.

 

 "그럼 한을 품고 죽어간 여인들이 모두 물귀신이 된 거네요?"

 

 승호의 말에 불같이 화를 내던 몽한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맞다... 우리는 불쌍한 그들을 소멸시켰던 것이다."

 

 "어림잡아도 수십은 될 텐데..."

 

 인간의 정이 많이 깃든 승호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몽한은 거의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덕로는 감정을 추스르고 차분히 말했다.

 

 "그래도 그들을 모두 없애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슨 말이냐 그게?"

 

 "비록 그들이 안타깝게 죽어갔지만 전쟁통에 백성이 휘말려 희생당하는 것은 흔하고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겨우 귀신밖에 안되니 모두 잡아 없애자는 것이냐."

 

 "감정적으로 다스릴 일이 아닙니다. 저렇게 한만 남은 이들을 내버려 두면 제3, 제4의 희생자가 나올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 아닙니까?"

 

 둘의 대화에 승호가 끼어들었다.

 

 "야, 너는 인간이라는게 어찌 그렇게 매정하냐? 구미호인 나도 그렇게는 못하겠다."

 

 "인간이니 이러는 것이다. 나라 전체를 생각해야 할 것 아니냐. 아니면 달리 뾰족한 수라도 있느냐?"

 

 덕로의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만나볼 것이야."

 

 "네?"

 

 "나는 그들을 다시 만나 한을 풀어내야겠네."

 

 깊은 침묵이 이어졌다. 사람을 해치는 수귀, 허나 그들은 시대가 희생시킨 조선의 가련한 여인들. 이를 악다문 몽한의 입가에 피가 맺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7 불가살이의 비밀 (1) 2017 / 7 / 15 256 1 6418   
36 그분 2017 / 7 / 15 219 1 5770   
35 숭유억불의 시대여 2017 / 7 / 15 237 1 5250   
34 추적 (2) 2017 / 7 / 14 268 1 5901   
33 좌의정 김상로 2017 / 7 / 14 243 1 5508   
32 불가살이 2017 / 7 / 14 246 1 4909   
31 개성 (2) 2017 / 7 / 12 257 1 5297   
30 수수께끼 대결 2017 / 7 / 12 234 1 4807   
29 상참 2017 / 7 / 12 232 1 6046   
28 만고에 천고에 (2) 2017 / 7 / 11 269 1 5112   
27 호로자식 2017 / 7 / 11 237 1 5409   
26 이태원 夷胎院 2017 / 7 / 11 241 1 3941   
25 좌와 우 2017 / 7 / 11 243 1 4204   
24 물귀신 2017 / 7 / 11 247 1 5228   
23 애한 涯恨 (2) 2017 / 7 / 11 287 1 4004   
22 강 아래의 아름다운 고을 2017 / 7 / 11 249 1 4798   
21 참하관 신석하 2017 / 7 / 11 248 1 3742   
20 몽수래 몽수거 (2) 2017 / 7 / 9 285 1 4441   
19 죽마고우 2017 / 7 / 9 228 1 3969   
18 두려움 없이 내려다 보매 2017 / 7 / 9 221 1 3962   
17 막강한 적 2017 / 7 / 9 238 1 4563   
16 그나마 조금 산다는 집 2017 / 7 / 9 237 1 4626   
15 차라리 죽이지 그랬습니까 2017 / 7 / 9 234 1 4343   
14 어둑이 내리면 2017 / 7 / 9 234 1 4136   
13 조선 귀변사 2017 / 7 / 9 214 1 4789   
12 승호의 재주 2017 / 7 / 9 216 1 4765   
11 구미호 2017 / 7 / 9 246 1 4416   
10 방망이 칼춤 추듯 쓰니 (2) 2017 / 7 / 7 252 1 5462   
9 김대감의 정체 2017 / 7 / 7 228 1 4585   
8 까마귀산 2017 / 7 / 7 225 1 3930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전생으로 7번
내가너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