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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2화 악녀의 생명력은 이미 0
작성일 : 17-07-11 01:54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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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생각이 났다. 아프리카 고미술 전시전을 갔을 때였다. 학교행사였던가, 친구들끼리 갈 곳이 없어 미술관에 들렸던가. 생각이 나진 않는다.

 금빛이 번쩍번쩍했고 공예가 섬세했다. 몇 천 년 전에는 땅에 묻힌 게 다 금이어서 이렇게 다 퍼부었나, 싶을 정도로 화려했었다. 그리고 그날 전시회를 나서며 친구들에게 내가 그랬지.

 

 "하늘은 붉은 강가와 환상게임 열혈 팬들이 모여서 고미술품 전시회에 왔는데 아무도 차원이동으로 과거시대로 사라진 사람이 없다니, 이거 부끄러운 일이야!"

 그런 말을 농담이랍시고 한 내 입을 찢어놔야 했다.

 웃겨? 이게 웃기냐, 과거의 나야?

 

 "내가 내 얼굴을 이렇게 보는 것도 새롭네. 참 아름다웠구나, 나는."

 "나는 네 소원에 응답했다, 여자여. 네 소원대로 너를 구할 수 있는 존재를 네 몸에 넣어주었고, 대가는 너의 영혼이다.“

 “마지막인데 매정한데. 이 예술품 같은 얼굴과 몸을 봐. 이런 미인의 영혼을 취하는 건데 조금 더 감격해도 좋지 않겠어?”

 “유감이지만 인간의 미의식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하하하하! 어차피 죽는 마당에 영혼이 뭐 아까울까. 여기서 더 낮아질 밑바닥이 있던가? 영혼따위 모두 줘 버리겠어. 거래나 지켜줘. 내 몸으로 그 계집을 파멸시키겠다는 약속을!"

 “너의 영혼의 마지막 조각까지 연옥에 떨어질 것이나, 그 대가로 너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이 영혼을 제물로 성사를 주관하고 우리 신께 제례를 올리니, 어둠이 빛을 삼킴을 허하소서. 대공 마르베스 판데믹, 내 이름으로 이 계약은 성립했다."

 

 뭐야, 뭐야, 뭐야! 아늑한 내 방은 어디가고 여기는 지하실인가요? 철창? 흘러넘치는 피? 이게 다 뭐지? 그리고 저 여자는 뭐가 좋아서 피를 흘리며 히죽히죽 웃고, 저 남자는 또 누구고. 계약? 마르베스?

 그리고 나의 혼란은 미친듯이 웃던 여자의 몸이 무너지면서, 무너진 몸이 하나의 하얀 빛으로 되어 남자의 입으로 흘러들어갈 때 절정에 달했다.

 

 "꺄아아악! 엄마야 식인이야!"

 "시끄럽군."

 

 남자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무서워 물러났다, 그리고 넘어졌다. 집에서 입던 편한 옷차림이 아니었다. 길고 풍성한 치맛자락이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언제 이런 걸 입었지? 게다가 등 뒤로는 아주 긴 머리카락이 찰랑이고 있었다. 내 머리가 이렇게 길었던 적은 태어나 한번도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당신은 도대체 누구..."

 

 숨이 헐떡거렸다. 그래, 말하는 목소리조차도 낯설게 들리는 것은 숨이 거칠어서다. 절대로,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다.

 

 "마르베스. 악마 중에서는 대공이자, 마계에서 서른 여섯 개의 악마군단을 맡고 있다. 그리고 너는,"

 나는?

 바닥을 디딘 손바닥에 피가 치덕치덕 묻어 있었다. 소름이 돋아 숨이 가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여긴 어디지?

 

 "알렌시아 폰 벨하임. 앞으로 살아갈 몸이니 기억하는 게 좋겠지. 창조주여."

 "알렌시아? 창조주?"

 "알렌시아는 흑마술로 성녀 시해를 모의했다는 죄목 하에 사형을 언도 받았다. 감옥 안에서 자신의 피로 마법진을 그리고 날 소환해 내었지. 이 사태를 해결하고 자신의 원수에게 복수할 방법을 알려달라고. 대가는 무엇이든 내놓겠으니. 나는 알렌시아의 몸에 뛰어난 자의 영혼을 넣어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했고, 알렌시아는 이에 동의했다. 그래서 내가 널 소환한 거다.“

 

 알렌시아. 소환. 감옥. 낭떠러지에서 구원의 존재.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었던 머릿속에 힌트가 하나씩 등장한다.

 

 “그렇다면 여기가 설마….”

 설마. 아니라고 해줘. 그건, 아닐 거잖아. 그치?

 

 “아래에서 위까지, 그리고 과거부터 미래까지 모든 수를 찾아봤지만 알렌시아를 살릴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알렌시아가 지금 여기에서 성녀시해명목으로 죽게 되는 것은 절대불변의 고정된 사건이었고 신의 의지였지. 그러니까 방법은 처음부터 하나밖에 없었던 거다. 오직 신만이 그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이 세계를 쓴 사람이니까. 이 세계의 모든 갈등과 비밀은 다 내가 짜낸 것이니까. 그러니 이 세계의 신은…나다.

 

 "너는 이 세계의 창설자니까."

 

 마르베스의 검푸른 머리카락 사이로 선홍색 눈동자가 보였다. 빛을 받을 때면 사랑스러운 분홍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그 눈동자가 나를 담고 있었다. 창조주여. 그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나를 이 세계로 데리고 왔다. 소설 안에 있는 자가, 고작해야 문장과 글자로 이루어진 녀석이, 나를, 소설 밖의 나를. 심지어 넌 다음 작품 애잖아.

 

 소설 성녀의 정원을 완결시키고 나서 에필로그와 외전을 모두 쓰고 난 뒤에, 새로 연재할 '신을 범한 악마'의 주인공. 누구보다 강하고 심지어 자신을 만들어 낸 신보다도 강한 존재. 권태 속에 살고 있다가 우연히 인간의 아이를 만나 생의 즐거움을 알게 될 찰나, 자신의 소중한 연인을 신에게 빼앗겨 분노하는 자.

 

 ‘지금 시점은 연인을 빼앗기기는 커녕 아직 연인이 될 아이의 전생의 전전생도 안 태어날 시점인데 어째서!’

 "그러면 창조주여,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가 봐."

 "...뭐라고?"

 "귀를 기울여 봐. 저 소리가 안 들려?"

 

 다각, 다각, 다각. 돌벽을 타고 멀리서 균일한 발자국의 진동이 들려오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무거운 것을 잔뜩 들고 있는 듯 무게가 실린 발자국의 느낌.

 

 ‘알렌시아를 사형대로 호송할 군인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창조주가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지 무척 흥미진진하니까."

 

 온 몸의 피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앞에는 알렌시아의 사형대, 뒤에는 도움 안 되는 마르베스 놈.

 

 내가 항상 쓰던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이기에 쓰기도 보기도 재밌었던 것이었다. 이것이 현재로 이루어지면 안되는 데. 안되는 데. 지금 됐다. 심지어 시간도 안 주고 나를 덮치려 한다.

 

 쾅.

 거칠게 문이 열렸다. 두꺼운 중갑을 찬 기사들이 들어와 나의 양 팔을 나꿔채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버러지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아니 그런 것조차 가지기 아까운 감정이라는 듯이 아무 감정도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황제의 교지를 펴서 읽었다.

 

 "벨하임 공작가문의 적녀 알렌시아는 천성이 흉악하고 지독하여 그간 죄가 이루말할 수 없었으나, 제국의 공신인 공작가를 생각하여 죄를 덮어두었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사악한 성품이 교화되지 못하고 성녀를 암살할 모의를 꾸미고, 심지어는 흑마술에 손대니 이를 더는 좌시할 수 없다. 이에 황제의 이름으로 알렌시아 폰 벨하임의 귀족 작위를 박탈하고 사형에 처한다."

 

 나는 당황해 마르베스를 바라보았다. 기사들이 감옥에 혼자 있어야 할 알렌시아가 왠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도 아무 반응도 없는 것을 볼 때 그는 뭔가 마법을 건 게 분명했다. 그는 악마대공이고, 흑마법이 극의에 있을거고, 그러니까 나를 살려줘야 할 것 아닌가?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어쨌거나 나는 계약물인데. 그는 알렌시아의 영혼을 대가로 알렌시아의 몸은 복수를 하게 인도해 줄거라고, 그렇게 약속했는데.

 기사들이 내 양 팔을 앞으로 내밀어 밧줄을 묶고 있었지만, 가느다란 팔목이 밧줄에 긁혀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나는 오직 마르베스가 있는 방향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찌할 생각이야? 날 어찌할 생각이냐고."

 "방금 말을 듣지 못한 것이냐? 어찌하긴, 지금 당장 사형대로 끌고 가 그 악독한 목을 매달 생각이다."

 "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이봐, 마르베스!"

 "뭐어?"

 

 나를 묶던 기사가 이 여자가 감옥 안에 혼자 있더니 미쳤나, 란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런 위기 하나 혼자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알렌시아의 소원은 정말 이루어질 수 없을거야. 지금 그 여자가 얼마나 빠져나올 수 없는 위기에 처해 있는지 알잖아?"

 어둠 속에서 마르베스가 씨익 웃었다. 선홍색 눈동자가 도깨비불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런 악마같은 자식.

 

 위기도 위기 나름이지 이건 모래지옥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중도 아니고, 개미귀신 뱃속에 들어간 상태에서 혼자 배를 가르고 나오란 이야기인데 그게 말이 되느냔 말이다. 팔다리가 묶이고 사형대 밧줄이 이미 목에 걸려 있는데 내가 이 세계의 탄생부터 미래까지를 모두 알 수 있는 절대자라고 해도 뭘 어찌해.

 

 "죄인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는가?"

 "......."

 "자매님, 아무리 사악하고 사악한 그대일지라도 그대 역시 신이 만드신 창조물. 신의 혈육. 신께서는 자신의 피조물을 모두 사랑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신께 죄를 고백하시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 지실겁니다."

 

 내가 바로 그 신이었다.

 

 "자매님."

 "사제님. 소용 없습니다. 설득하려 하시지 마십시오. 이 여자가 얼마나 지독한 여자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지난 세월부터 최근의 그 끔찍한 일이 들어났을 때까지 한 번도 자기 죄를 인정한 적이 없는 여자입니다. 언제나 저지른 잘못을 부정하고, 드러난 잘못들조차 오히려 패악스런 말들로 일관해 왔던 여자입니다. 사제님의 큰 사랑은 알고 있지만, 이 여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속죄하겠습니다."

 

 사제와 기사가 놀라움으로 잠깐 굳었다. 놀라움을 떨치고 사제가 사랑이 넘치는 눈으로 나의 마지막 말을 들어 주겠다 청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단, 제가 진정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폐하와 성녀님 앞에서 제 죄를 빌고 용서를 청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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