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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미안해,너를 사랑하고 있어
작가 : 조세핀D
작품등록일 : 2017.6.27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엄마를 찾아갔다.
약혼녀가 있는 남자와의 결혼은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엄마. 엄마에게 모진 말을 남기고 길을 걷다가 정신을 잃고 눈을 떴더니, 다른 세상이다. 인혜가 아닌 아랑으로 살아야 하는 세계.
친절한 노모에게 속아서 벙어리 공주 대신 '환'이라는 거대제국에 조공물품이 되었다.
화려하고 잔인한 남자의 밤시중을 들게 되는데... 강압적이었던 밤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버렸다. 냉정한 세계에서, 살아갈 목적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혜.

'난, 왜 이곳으로 오게 된 걸까? 벌 인걸까? '

가장 보잘것 없는 신분으로서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각자, 자신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기적일 수 밖에 없게되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배신과 사랑....

황권을 쟁탈하기 위한 환 제국 왕자들의 다툼 속에서 원치 않던 정치싸움에 휘말려버리게 되고...지극히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남자. 환의 태무황자는 어느새 그녀를 마음에 담아버린다.

자신이 남긴 상처때문에 차마 사랑을 고백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남자. 태무.

"미안해. 그렇지만 그대를 사랑하고 있어."

수없이 연습했던 고백을 그녀에게 할 수 있을까.

생존과 욕망, 그리고 사랑. 그 속에서 서로의 의미를 찾아가는 판타지 로맨스.

 
1장. 혼란 5
작성일 : 17-07-10 21:06     조회 : 323     추천 : 0     분량 : 8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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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혼란 5

 

 갑자기 어디론가에 몸이 잡아채졌다. 그리고 조금 전 가게에서 맡았던 향이 확, 하고 느껴졌다.

 

 너무 놀란 아랑은 숨쉬는 것도 잊어버린 채 자신의 팔을 붙들고 위협적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이봐, 너 아까 나를 아는 눈치였어. 첩자인가?"

 

 옆에 있던 덩치 큰 시종으로 보이는 남자가 투덜거렸다.

 

 "도련님, 이 팔뚝 좀 보십시오. 어디 첩자라고 불릴 것도 없어 보입니다. 나 참, 이젠 하다하다 이런 계집애까지 의심을 하시는 겁니까?"

 

 "아까 골목의 남자아이와 무엇을 주고 받았지?"

 

 "아니, 그 남자애새끼랑 무언가를 주고 받은 것을 보신 겁니까? 너, 그 남자애새끼에게 뭘 줬지? 방금 전 그 놈이 첩자놈의 연락책인 걸 다 알아챘으니까, 발뺌하려하지 말고 얼른 불어라. "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들에 얼어버린 아랑은 남자의 체취가 강하게 느껴질 때마다, 사시나무 떨리듯 몸을 떨었다. 공포가 아랑의 머릿속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한적한 골몰은 침실이 되었고, 밤이 되었고, 몽롱한 정신으로, 자신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호흡이 가빠왔다.

 

 "헉, 헉"

 

 "어이, 이봐. 도련님, 이 여자 숨을 못쉬고 있는데요? 뭐에 찔려서 그런걸 까요? 점점 더 의심스러워지네 이거."

 

 옆에 있던 덩치 큰 시종이 아랑에게 가까이 접근하자 더욱 큰 공포감에 사로 잡혀버렸다.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주아......... 제발....

 

 "제,, 제발,,,,,,,, 저기... 저..... 숨....숨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사내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서 아랑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이봐, 우린 지금 매우 마빠. 힘든건 네 사정이고, 빨리 대답을 좀 하라고."

 

 덮고 있던 두건을 벗어 내리며 눈빛을 더 가까이 아랑에게 들이대었다. 아랑은 손을 뻗어 남자를 밀어냈다.

 

 "윽... 안, 안돼..... 비... 비켜....... 제발.."

 

 "나참, 첩자가 아니라 병자로 보입니다. 비켜보세요."

 

 덩치 큰 시종이 남자의 손아귀에서 아랑을 풀어내며 땅으로 발이 닿도록 도와주었다.

 

 "헉. 헉.. 헉.."

 

 그제야 숨이 트인 아랑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쁘게 폐 속으로 공기를 들여 보내주었다.

 

 두 남자는 아랑의 하는 양을 바라 보고 조용히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침묵이 어쩐지 더 무서워서 아랑은 속히 몸을 추스르고 시종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저는 지나가다가.... 아이,.. 그 .. 아이가 불쌍해서 제 음식을 조금 나눠주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주인을 쳐다본 이유는 향이 너무 진해서 놀라서....... 그래서 쳐다본 것 뿐입니다......... 제가 향에. 조금 민감해서요."

 

 "향이라........."

 

 비뚜름하게 입술을 올리며 뇌까리던 남자는 아랑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에 숨을 내쉬던 아랑은 또 다시 숨이 막혀옴을 느끼고 한 걸음 물러났다.

 

 "하하하하하, 도련님을 피하는 여성이 있다니요. 이거 세풍이 알면 한 달은 놀림감입니다. 하하하하하."

 

 말이 거의 없는 남자에 비해 옆에 있는 덩치 큰 시종은 덩치와 안 어울리게 조잘조잘 말이 많았다.

 

 "아무래도 도련님이 잘 못 집으신 모양입니다. 세풍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한 쪽 얼굴이 일그러져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뭐든지, 신중하자는 주의라서. 이봐. 여기서 우리를 만난 일은 빨리 잊는게 좋아. 알아들었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랑은 어서 빨리 이 남자가 사라져주기를 바랐다. 가만히 아랑을 주시하던 남자는 곧 빠르게 몸을 돌렸다. 구석에서 가만히 향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던 아랑은 온 몸에 힘이 다 빠져서 털석 주저 앉아버렸다.

 

 "다시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

 

 두 남자는 골목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말을 매여 놓은 곳으로 향했다.

 

 "전하, 아무래도 그 놈이 낌새를 맡고 이미 자취를 감춘 모양입니다. 어느 간 큰 놈이 그랬는지 그 얼굴 한 번 보려했더니만, 역시 쉽게 잡혀주지를 않는군요. 태을 황자님을 이 왕도에서 암살하려 하고도 뻔뻔하게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역시 배포가 큰 놈입니다. 그것도 향낭에 독을 섞다니요. 치밀하기도 하구요."

 

 "태을에게 향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는 걸 안다는 건 이 바닥에 사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쉽게 독살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지. 하지만 모든 향낭의 독성을 검사한 후에 태을에게 전달 된다는 것은 몰랐던 모양이지. "

 

 "그런데 전하께서는 집무실에서 일이나 보시지, 왜 따라 나오셔서는 이렇게 개고생이신 겁니까."

 

 "다음 목표지를 정하는 중이야. 이번에 개발된 뇌격무를 사용할 도시를 알아보는 중이지. 그러기 위해선 정보가 흐르는 이 시장 만큼 좋은 곳도 없지. "

 

 "그럼, 세풍이가 집무실에 대신 앉아 있는 겁니까? "

 

 "언제나처럼."

 

 태무황자를 대신해서 답답한 집무실을 지킬 자신의 동생을 생각하니 왠지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세림은 가는 길에 달달한 무언가라도 사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몇 개의 가면을 쓰실 겁니까. 테마르칸 상단의 총괄자라니요. 태을 황자님의 이름을 대놓고 파는 셈이 아닙니까."

 

 "뭐 눈치 빠른 이들이야, 태을이거나 그 아래 사람이라고 짐작하겠고, 암살자 또한 태을이 독에 당하지 않고, 버젓이 돌아다닌 것을 알게 되었으니, 어떤 반응이라도 보이지 않겠나. 나는 그냥 그게 보고 싶을 뿐이야. "

 

 자신의 주인의 고약한 성미에 고개를 저으면서도, 세림은 화려하게 멋진 남자의 뒤를 지켰다. 사내라면 누구나 꿈꾸는 위치의, 절대적인 힘과 능력. 그런 절대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검사가 아니리라.

 

 "그나저나, 전하, "

 

 "어이, 전하 말고 다른걸로 불러. 모처럼의 걸음이 시시해지잖나."

 

 "뭐, 그럼. 단주님?, 주인님? 크하하하, 도련님. 그나마 도련님이 낫네요. 덩치와는 저언혀 안 어울리시지만 말입니다. 도련님, 요새 후궁에서 거둬들이는 수입이 아주 짭짤하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거이거 원, 꽃밭인 줄 알았더니만 돈 밭입니다.하하하."

 

 "여인들은 언제나 흥미롭지. 조금이라도 더 나를 부유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안달을 내고 있어."

 

 "아, 최근 장린마마가 비취 빛 염색 공법을 들여왔다고 하더군요. 전하. 오늘 밤에 한번 들러서 격려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살짝 입꼬리를 올린 태무황자는 시덥지않은 후궁들 이야기를 주절거리는 세림의 말을 적당히 무시하며 동생, 태을황자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자를 떠올렸다. 그러나 역시나 한 명 밖에 없지 않은가. 언제가 자신을 발끝으로 쳐내 버리고 싶어하는 인간. 제1황자 원제. 환.

 

 음흉한 속내가 가히 자신과 맞먹는 자신의 배다른 형. 다만,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아서 조금 귀찮아졌을 뿐이지만. 일종의 경고인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이 암살이 가능할거라고 예측 했다는 건인가. 아니지. 어쩌면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이자 소제. 환. 현재 환국의 황제일지도 모른다. 방관자로서 뒷짐 지고 있지만, 싸움구경과 전쟁구경을 가장 즐기는 인간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이지 않은가.

 

 "저, 그런데 도련님. 아니타 공국에 파견된 간자의 말에 따르면 세리에 섭정왕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역시나 겉으로만 충성을 맹세하고 뒤에서는 딴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가만히 둬. 잡초가 다 자랄 때까지 그냥 두자고. 꽃과 잡초를 한번에 뽑을 때까지. 다만 제초 준비만 늦추지 말고 계속 주시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모두 뽑힌 대지가 얼마나 광활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큭큭."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랑은 서둘러서 북문을 향했다. 오늘은 더이상 누구도 마주치고 싶지 않고 빨리 몸을 쉬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저 멀리서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주아가 보였다.

 

 "아가씨, 왜 이렇게 얼굴이 창백하세요?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요?"

 

 혹여나 걱정을 시킬까봐. 애써 웃어 보였다.

 

 "아니야, 아는 사람도 없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주아는 내가 부탁 한것들은 알아봤어?"

 

 "참, 내 정신좀 봐. 빨리 아가씨한테 말해드리려고 했는데, 알아보니까요, 아가씨, 음식용 기름 말고, 머릿기름이나 미용으로 사용하는 기름은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어요. 그래도 구매를 해야할까요? 그리고 여인들이 좋아하는 향이 어떤게 있는지도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다양해서 머리가 좀 아플 것 같아요. 그래도 향이 좋은 가루들을 조금씩 사왔어요."

 

 "주아, 정말 잘했어! 샘플을 가져온 거네? 어쩜 이렇게 똑똑할까. 처음부터 쉽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참, 나도 좋은 소식이 있어. 향낭가게에서 일을 해보래!"

 

 "네? 샘? 뭐요? "

 

 "아,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당분간 일자리가 생겼다는 거지!"

 

 "에고, 아가씨, 후궁들이 북문 출입이 자유로운 편이라고 하지만, 궁을 나가서 매일 일하는 후궁은 들어보지를 못했어요. 그러다가 윗분들이 알게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요."

 

 "주아. 황자는 그런 일에 관대하다고 들었어. 그리고 누가 나가서 일할 거라고 생각하겠어? 다들 체면 차리느라 말이 자유로운 출입이지 후궁들은 앉아서 꾸미기에 바쁜데."

 

 "에이 아가씨 말도 마세요. 후궁마마님들 통해서 이 왕궁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데요!"

 

 "그래. 아주 나쁜 작자지. 황자란 인간. 자신의 여자들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거잖아? 한마디로 가내수공업 노예. 그런데 더 웃긴건 아무도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다는 거야. 착취를 당연히 여기는 거지. 수입의 반 이상을 황자에게 바치다니 참. 뭐, 나도 앞으로는 그래야겠지만."

 

 "아가씨!, 가내수공업이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황자님을 욕하시다니요, 절대로 그러지 마세요. 저는 아가씨가 그럴 때마다 심장이 쪼그라들어요. "

 

 "주아, 내 목표는 하나야. 일단 돈을 벌어서 후궁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것. 그래서 너랑 나랑 여기를 나가자. 우리 꼭 자유를 찾자. 그러려면 내가 가진 물건들을 파는 돈으로는 부족해. 뭔가를 해야해. "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무는 아랑을 바라보던 주아는 가만히 아랑의 손을 잡아주었다. 자신을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아랑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진실. 그 이야기를 언젠가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아는 생각했다. 아랑을 당당히 걱정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이 따뜻한 눈빛이 변하지 않도록 정말로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주아를 보면서 아랑은 씩 웃어 보였다.

 

 "나만 믿어. 난 그래도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니까.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 낼거야. 너랑 사라사 아가씨를 위해서라도. 해내보일게."

 

 아랑을 말을 듣고만 있던 주아는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랑으로서도 주아의 이런 격한 포옹은 처음이라 당황해서 버벅거렸다.

 

 "어, 어, 뭐야. 주아. 그렇게 감동적이었어?"

 

 "네. 아가씨, 반드시 아가씨가 해내실 것을 믿어요."

 

 아랑은 주아를 앞장서서 이끌며 성안으로 들어갔다. 문지기들은 그녀들의 신분패를 확인하고 들여보내주었다. 신분패는 사라사로부터 얻은 것으로서, 아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종패를 건네 받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시종이라는 신분이 아닌 이 왕궁의 후궁으로서 출입할 수도 있지만, 아랑은 어떻게해서는 신분을 감추고 싶었다. 눈에 덜 띄기 위해서. 이름마저 바꿀까 했으나, 혹시 누군가의 실수로 본래의 이름이 나올 경우, 의심을 살 까봐. 이름만은 그대로 아랑을 사용하기로 했다.

 

 주아는 앞서가는 아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전 자신이 만난 사람을 떠올렸다.

 

 "그래, 그 여인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설마 그 정체가 발각된 것은 아니겠지? "

 

 려국의 왕이었던 자. 이한. 려.가 초라한 복색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주아를 추궁했다. 간신히 목숨만은 건진 와. 이한은, 남루한 복장 속에 숨겨져 있던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보냈다.

 

 "잊은 건 아니겠지? 네 처지를 말이야. 너는 으로 이 객잔에,매 월 황금의 날에(보름을 의미함.) 해가 북문 중앙 깃발을 지날 때에 이곳에 들러서 그 여인의 근황을 보고해야한다. 그래야 네 어머니가 계속 살아있을 수 있을거야."

 

 "어머니는! 어머니는 잘 계시는 겁니까? 저는 딱히 특별히 보고 드릴것이 없습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그녀는 황자에게 잊혀진지 오래고, 지금은 살 길을 찾기위해 아둥바둥 거리고 있을 뿐이에요. 약속대로 그녀를 따라 이곳으로 왔고, 그녀가 죽지 않게 돌봤어요! 이제는 어머니 소식을 들려주세요!"

 

 "네 어머니는 아주 잘 있다. 제 때에 치료를 받아 목숨을 연장 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 "

 

 "어떻게 해야 제 어머니를 놓아주실 겁니까."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지. 아랑 대신에 궁으로 들어간 그 여인은 이 세계 사람이 아니야. 이방인이다. 처음엔 자결 할까봐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더군. 그러나 어떻게든 그 궁을 탈출하려고 할거야. 넌 그걸 막아라.."

 

 "!"

 

 놀라서 눈을 부릅 뜬 눈 앞의 어린 시종을 바라보면서 이한은 비소를 머금었다.

 

 "역시, 궁을 나갈 계획 이었나보군. 그러나 아직 너는 그 궁에 들어갈 구실이 필요하다. 궁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줄 연락책이 필요해. 게다가 그녀가 벌써 사라진다면 또 어떤 구실을 들어 우리를 압박할 지 알수 없다. 너는 그 여인의 계획을 어떻게든 막아야한다. "

 

 "하지만! 하지만 그 분은 아무 잘못도 없이 이용되고 있을 뿐이에요. 단 하나의 희망이 그 궁에서 빠져 나오는 거라구요. 그것때문에 간신히 살아야겠다고, 털고 일어났는데. 제발, 그 분을 놓아 줄 수는 없나요? 폐하. 이렇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간절한 음성으로 부탁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내 수중에 네 어미가 있음을 항시 잊지 말거라. 그 여인은 우리 계획의 소모품일 뿐이다. 네 주인을 혼동하지 말거라. "

 

 단호한 음성으로 주아의 말을 끊어낸 이한은 일어서서 나가버렸다.

 어머니와 아랑. 언제나 힘이 있는 자들은 백성들의 목숨을 틀어쥐고서 이러저리 이용할 뿐이다. 처음엔 자신도 그녀를 그냥 살려만 두려고 했다. 그래서 패망한 려국의 왕이 요구한대로, 태무황자의 궁에서 조용히 지내며 어머니의 치료비만 얻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을 의지하는 눈빛을 바라볼 때마다, 이 진흙탕같은 삶에서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련하다고 생각했다. 그 가련함이 애정이 되고, 자신도 어느새 그 여인을 도와주고 싶어졌다.

 그래. 누구나 짓밟아도 좋다고 생각한 들풀같은 인생이 예쁜 꽃을 피워내는 것. 그런 희망 하나쯤은 품어도 되지 않을까. 내가 포기한 꽃을, 소담하게나마 피워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자신도 조금은 가치있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방금 전 자신을 협박한 그 남자를 용서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어머니를 쓰고 버린, 자신에게 피와 살을 준 이한이라는 남자를. 차마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도록 비참한 인생을 선물했던 그 남자를.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에게 빌붙어 목숨을 구걸해야한다!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 주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당신들의 뜻대로 이리저리 휘둘리지만은 않겠어. 반드시. 반드시 길을 찾을 거야.'

 

 "주아! 무슨 생각을 하는데 내가 불러도 대답도 안해? 지나가던 잘 생긴 남자라도 본거야? "

 

 자신의 표정에서 근심을 발견한 아랑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던진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잘 생겨서요. 그 쪽으로 달려갈 뻔 했어요. 환국은 역시나 키가 크고 멋진 남자들이 참 많아요~"

 

 "남자는 생긴것 보다는 마음이지! 다정하고 다정한 남자. 이 세계에서 만난 남자들은 하나같이 재수가 없없지만."

 

 재수가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소리가 아닌 것을 알고는 주아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아가씨. 오늘은 모처럼만에 제가 솜씨를 부려볼게요. 환국에서 특별식으로 먹는 거라는데, 저번에 사라사 아가씨랑 식사할때 맛있게 드시던 거에요. 우리 그거 해먹어요. "

 

 "우와! 진짜진짜? 역시 돈이 좋구나~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어째 내 인생은 저 세계에서나 여기서나 이렇게 돈 복이 없을까. 참. 남자복도 없지."

 

 자신의 처지를 우스갯소리로 넘겨버리는 것을 보니, 이제는 정말로 많이 괜찮아진것 같아보여서 주아는 안심했다. 보조개가 패이는 아랑의 얼굴을 보면서 오늘은 제대로 솜씨를 발휘해보리라. 맬벗에게 어떻게 만드는지도 미리 알아 뒀겠다. 만들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엄마를 닮아 그 자신도 요리에는 꽤나 자신이 있었으므로.

 

 환국의 특별식이라고 불리는 음식이 알고보니 도가니탕이었을 줄이야. 옆에서 만드는 것을 지켜보다가 주 재료가 '도가니'였음을 알게된 아랑은 사람이 먹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구나. 싶었다. 부엌 아궁이 위의 솥단지에서 익어가는 도가니탕을 바라보던 아랑의 시선이 일순 장작불꽃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장작 밑으로 쌓여있는 잿가루를 보았다.

 

 "양잿물!!"

 

 "아이고 깜짝이야! 뭐라구요? "

 

 "그래, 맞아!! 옛날에는 비누를 만들 때, 잿물을 사용했다고 했어. 그래 맞아! 이 잿물이 바로 수산화나트륨! 강한 염기성을 띈 물질이지. 내가 이과생이 아니라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한번 해봐야겠어! 주아, 요리가 끝나면 그 잿가루 좀 모아주겠어?"

 

 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는 아랑을 바라보며 한숨 쉬었다.

 

 "에고, 또 뭐라고 하는 지 못 알아듣겠네. 이 잿가루를 모으면 되는 건가?"

 

 아랑은 주아가 낮에 사다 둔 물품들을 둘어보았다.

 

 "그래. 분명히 잿물이 필요해. 그런데 양잿물에 코박고 죽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만큼 독성이 있다는 뜻 아닐까? 흠.... 그럼 함부로 만지거나 사용하면 안될텐데.. 이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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