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13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50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439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3.

 소담의 몸은 빠른 속도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원 사람의 몸이 회복하는 게 빠른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깁스 바람으로 돌아다니는 걸 보고 기겁을 할 뻔했다. 저 밑에는 통뼈가 들었나. 별 미친 년을 다 보겠네. 어느 샌가 돌아온 량차오도, 한현도 그 모습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소담은 그런 말을 듣고도 칭찬을 들은 것 마냥 씨익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며칠 안에 여기 뜰 거야.”

 복잡한 말이었다.

 “왜 뜨려는 거에요?” 나는 물었다. “이제 당신에게 남은 미련 같은 건 없잖아요. 우츠쿠시도, 헷켄도 죽었어요. 이제 여기에서 살아도 붙잡는 사람 없을 텐데.”

 “누가 보면 영영 떠나는 줄 알겠네.”

 소담이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나 혼자 스스로 속은 셈이었다. 그저 이번 아카-카이 사건으로 인해 부산에서 소담의 이름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에, 그게 가라앉을 때까지 몸을 피하려는 것이었다. 강함에 비정상적으로 미친 인간은 많다. 그런 인간을 일일이 상대해주다가는 소담이 열 명이라도 모자랄 것이다.

 소담 같은 사람이 열 명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아무튼. 그런 인간들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잠시 여기를 뜰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과거 다 청산했으니까, 잠깐 여기 떠나서 바람이나 쐬고 오려고.”

 그렇게 말하는 소담의 뒷모습은 어딘가 우울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손을 흔들어 소담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진정한 반전은 따로 있었다.

 

 소담이 가버리고 며칠 뒤, 도로 멀쩡해진 량차오의 아지트에 올라갔다. 소담이 부숴먹은 엘리베이터는 이미 멀쩡하게 고쳐져 있었다. 사실 아직 소담이 부숴놓은 흔적이 어딘가에 남아서 이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바닥으로 꺼져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직 들었다.

 부디 그런 일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일어나지 말아줘. 제발.

 량차오가 있는 맨 꼭대기 층에서 내렸는데, 나를 맞이한 건 웬 여자였다. 하얗게 세어버린 단발 머리카락이 왠지 소담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담은 한쪽 눈이 녹아서 흘러내리지도 않았고, 목발을 짚고 다니지도 않으며, 손이 뭉개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고상한 드레스를 입고 홍차를 마시는 취미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소담과 비슷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여자가 이렇게 얌전한 척 앉아서 홍차를 마시고 있으니 위화감에 미쳐 죽을 지경이었다. 이미 분위기는 저 여자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분위기에 진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즐링이네요.”

 “다즐링에 얽힌 내력을 아니?”

 “네, 아니, 몰라요. 닥쳐, 주세요.”

 왠지 모르게 반말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의 인간이었다. 그 점만큼은 소담이랑 다르다고 하겠다. 왜 그런 건데. 왜 재수없는 부분에서만 그런 건데.

 “차에는 중국종 차와 인도종 홍차가 있지. 영국인들은 처음엔 중국종 홍차만 마셨지만, 이후 인도가 발견되면서 인도종 홍차를 마시게 됐어. 하지만 영국인들은 여전히 중국종 홍차를 고집했단다.”

 “그래서요?” 결국 말할 거면 애초에 왜 물어본 거야. 재수 없어!

 “중국종 홍차는 인도의 기후와는 맞지 않았지. 하지만 영국인들은 중국종 홍차를 재배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어. 그리고 결국 그들은 찾아냈지. 중국종 홍차가 나는 인도의 땅, 다즐링을. 그렇게 찾아낸 다즐링에서 자라는 중국종 차는 극소량만 재배되지만, 계절에 따라 다르고 풍부한 맛을 자랑한단다.”

 아 그러세요. 전 댁이 헛소리를 할 때마다 한 대 치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는 걸 멈추고 싶지 않은데요. 그래도 될까요? 이런. 생각마저 정중형으로 변하고 있잖아. 안돼. 정신차려.

 “댁이 서아인가요?”

 이상한 여자는 차 한 잔을 들이켰다. “맞아. 내가 소담 언니 동생, 서아라고 해. 잘 부탁해.”

 

 서아가 죽었다고 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우선, 서아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점이 있다. 게다가, 그 주먹이 굳세던 헷켄이 서아를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집에 불을 지르는 번거로운 짓을 해가며 정황상 자살로 위장했다는 점도 있게. 무엇보다도, 서아는 현재 사망이 아닌 실종신고처리 상태이다.

 이쯤 되면 죽어서 시체로 발견되는 쪽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 과정에서 소담이 개입한 게 분명하지만, 어느 지점인지 특정하기는 애매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서아의 몸에 남은 흔적을 보면 알 것 같았다. 헷켄이 서아를 찾아갔던 날 당일이겠지. 거기서도 소담은 헷켄과 한바탕 치르고, 모종의 이유로 서아의 집이 불타버리고, 그 화상이 서아의 몸에 남았다고 하면 억지는 아니었다.

 “당신이 한현 아저씨를 고용했죠?”

 “맞단다.”

 우츠쿠시도 바보는 아니다. 서아가 살아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아는 소담과 함께 발견 즉시 사살 대상 1위일 것이다. 소담은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지만, 서아는 불가능하다. 소담이 한현을 소개해주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왜 이제와서 나타나신 거죠?”

 “이제 안전해졌으니까 슬슬 모습도 드러낼 겸, 네 얼굴이 보고 싶어서.”

 “저요?”

 “이 모든 걸 계획한 인물이 너니까. 그렇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정말로 모르는 소리였다. 정말로.

 “내 그림을 찢은 게 너라며? 네 눈에는 그 그림을 찢을 때부터 이렇게 될지 훤하게 보인 거지? 안 그러니? 아니라고 할 생각은 그만두렴. 네 덕분의 부산의 지형은 상당히 바뀌었단다.”

 “저, 진짜 모르겠는데요…….”

 서아는 말이 없었다. 그저 다즐링을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생각에 잠겼다. 이런 침묵은 어색했다. 제길. 소담 언니는 대체 저런 동생을 어떻게 버텨냈대. 아, 그래서 그렇게 삐뚤어졌구나. 집안에 싸움이 끊이지 않을 만하다.

 “뭐, 모른다면 그걸로 된 거겠지. 다만 내 그림을 찢을 생각을 하다니. 그것만큼은 훌륭하구나.”

 “그걸로 된 건가요…….”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지 마시고 뭐라도 제발 똑바로 이야기 해 주실래요. 전 당신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제발. 아 잠깐만, 멋대로 내 생각을 존댓말로 바꾸지 말라고. 내 머릿속에서 나가 이 마구니야.

 “뭐, 네 얼굴은 종종 보러 올게.”

 “량차오와는 무슨 관계시죠?”

 “협박범과 피해자.”

 아아, 량차오는 그래도 싼 녀석이다. 그건 그렇고 량차오의 뭘 붙잡고 있기에 이렇게 량차오 자리에 당당하게 앉아있는 것인가. 그걸 나도 좀 알면 좋겠는데.

 “저,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뭐든지.”

 “자기 그림을 부수는 느낌은 어떤 느낌인가요?”

 이 일에 처음 휘말리게 된 원인이었다. 자기 작품을 부수는 화가. 자기 몸에 상처를 새기는 소녀. 서로 닮은 것처럼 보이는 이 행동에 흥미를 느낀 것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었다.

 서아는 입을 열었다.

 “그건-”

 

 계절은 무르익었다.

 한현의 사무실은 오늘도 조용했다.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한현 본인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 이런 날씨에는 일을 맡기도 고되어서, 본인 스스로도 돈도 좀 있겠다 일이 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참이었다.

 이런 날에는 홍차 냉침이었다. 한현은 버찌 가향이 된 홍차를 마신다고 했다. 나는 무슨 차를 부탁할까 고민하다가, 날씨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가끔은 어울리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차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런던 포그 밀크티 차갑게 주세요.”

 런던 포그를 만드는 건 귀찮지만 어렵다고 묻는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따뜻하게 마신다면 따뜻하게 마시는 대로, 차갑게 만든다면 차갑게 만드는 것도 좋았다. 런던 포그 밀크티는 이렇게 만드는 밀크티다.

 

 “그건- 손목 그어본 적 있어?”

 “그건 제 전문인데요.”

 지금은 관둔 상태지만, 한때는 열심히 그었었지. 다행히 응급실에 실려가본 적은 없다. 그 때가 벌써 아련하게만 느껴졌다. 자해를 그만둔 건 겨우 며칠 전인데, 왜?

 “바로 그 기분이란다. 자기 존재를 파괴하는 기분. 자기 설 자리를 없애 나가는 기분.”

 “하지만-”

 “손목을 긋는 건 그게 다가 아니지, 그렇지?”

 제 머릿속에서 제발 나가 주세요. 제발 다음엔 이 사람 안 만나게 해주세요. 재수없어. 절대로 이런 사람이 소담 언니 동생일 리가 없다.

 “자기를 부수는 걸로 세상에 뭔가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착각.”

 “맞아요.”

 내가 무서지는 만큼 세계가 부서진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그럴 리가 없는데도 내가 다친 것 만으로 세상이 바뀔 것 같은 그런 착각에 빠진다. 기묘한 권력. 실제로는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는데도.

 “뭐,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그런 기분이었단다. 다행이지, 이젠 다 끝난 일이니까.”

 “정말로 끝났나요?”

 나는 서아를 노려보았다. 서아는 눈을 감고 다즐링의 향을 즐겼다. 그 모습이 대놓고 여유를 부리는 것 같아서 얄미웠다. 서아는 다즐링을 다 마셨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팡이를 짚고, 또각또각 하는 소리와 함께 멀뚱히 서 있는 날 내버려두고 나가는 길로 다가갔다.

 “하나가 끝나면 또다른 하나가 시작되는 법이지. 안 그래?”

 서아가 읊조렸다.

 “또 보자.”

 “전 당신이랑 얽히기 싫은데요.”

 “하지만 우리는 얽히게 되겠지. 원래 세상일이란 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잖니?”

 또각. 또각. 서아는 나를 내버려두고 사라졌다. 내가 모르는 곳으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7 13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21 0 4390   
46 12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5 0 3780   
45 11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45 0 4888   
44 10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7 0 6063   
43 9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5 0 4114   
42 8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40 0 5658   
41 7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1 0 3368   
40 6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28 0 4493   
39 5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59 0 3734   
38 4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24 0 3282   
37 3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25 0 4539   
36 2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0 0 5349   
35 1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7 0 3002   
34 0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41 0 3638   
33 15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0 0 2256   
32 14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19 0 1648   
31 13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43 0 4708   
30 12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38 0 4871   
29 11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50 0 4794   
28 10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8 0 5827   
27 9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9 0 6658   
26 8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57 0 4866   
25 7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33 0 5833   
24 6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49 0 5482   
23 5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32 0 3513   
22 4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7 0 3621   
21 3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7 0 3544   
20 2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7 0 4479   
19 1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15 0 4778   
18 0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05 0 2899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