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11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49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88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1.

 결투가 시작되기 전, 소담과 잠시 만남을 가질 시간이 주어졌다. 소담은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아마도 먼저 헷켄과 한바탕 한 후유증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아예 만신창이는 아니었는데, 도끼는 전부 작살이 났어도 사지는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여어, 너 뭔가 한바탕 하려고 작정하고 있구나? 미쳤냐?”

 “원래부터 제가 제정신 아닌 건 알고 있었잖아요. 언니가 이해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살라고 보내줬더니 제발로 기어서 적진에 들어오는 녀석이 어딨냐?”

 “뭐, 라이언 일병 구하기죠.”

 “참, 녀석도.” 소담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좀 더 함께, 같이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질 않았다. 나는 소담을 껴안았다. 무언의 포옹이었다. 격려의 표시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점만큼은 분명히 하고 싶었다.

 “다녀오세요.” 나는 소담을 더 억세게 껴안았다. “가서 증명해주세요. 당신이, 제가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이 세상에 절 위한 자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세요.”

 “당연하지. 금방 돌아올게.”

 길이 엇갈렸다. 소담은 소담이 있어야 할 자리로,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굳이 소담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지는 않았다. 지금 울어버리면 그만둘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꼴사나울 것 같았다. 깡패들 앞에서 꼴사나우면 지는 것이다.

 

 결투는 지하에서 벌어졌다. 지하에는 결투를 위한 링과 관중석이 있었다. 링이라고 해서 레슬링이나 이종격투기가 벌어지는 그 링처럼 생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도장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바닥에는 볏짚이 깔려 있었는데, 볏짚에는 아카-카이를 상징하는 듯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검과 사무라이의 투구. 마크만 봐도 뭘 추구하는 지 알 것 같았다.

 단순히 결투만을 위한 공간은 아닐 것이다. 목숨을 건 싸움이라는 게 잘 일어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마도 연례 행사를 위한 공간이나, 단순한 대련 용도로도 쓰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고작 일 년에 한두 번도 안 될 결투를 위해 이처럼 어마어마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총체적 낭비에 불과했다.

 시합에는 야쿠자 전원이 참석한 모양이었다. 새까만 정장을 입은 아저씨들이 우루루루. 그 모습은 까마귀가 떼지어 움직이는 것 같아서 꽤 흥미로운 모양새였다. 야쿠자는 그 안에서도 파벌로 갈려 있는 모양인지, 소담을 지지하는 측과 헷켄을 지지하는 측 두 진영 간의 긴장감이 이 윗자리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나와 우츠쿠시가 앉는 자리는 이 공간 안에서도 가장 상석, 가장 높은 자리일 것이다. 결투를 치르는 건 소담과 헷켄이지만, 판돈으로 걸린 건 나와 우츠쿠시의 목숨이니 당연한 것이었다. 쟁반 위에 아까 러시안 룰렛을 할 때 썼던 총이 보였다. 아쉽게도, 침이 묻었던 자리에는 흔적만 대충 남아있고 총알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모두의 함성 속에서, 소담과 헷켄이 입장했다. 심판이 일본어로 구령을 외치자, 두 사람이 일제히 링 위에 올라왔다. 둥. 하고 한 쪽에서 북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지나가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인사했다. 결투의 의례였다. 북을 치는 고수가 현장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북을 치기 시작했다. 둥. 둥. 둥둥둥. 심판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미묘하게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일본어가 들렸다. 시합.

 심판이 손을 떨어뜨렸다. 개시. 그리고 폭력이 작렬했다.

 

 헷켄의 권법에는 감정이 실려있지 않았다. 그저, 무식하게 주먹을 휘두를 뿐이다. 그 몸짓은 여태껏 봤던 어떤 움직임보다도 육중하고, 무게가 실려 있다. 그 커다란 주먹이 폼은 아닌 모양이었다. 대체 손 크기를 뭘로 키운 건지, 약을 한 건지 기형아로 태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손은 무게를 싣기에 딱 알맞게 컸다. 이미 죽은 노리스케의 묘사 대로, 저 주먹에 맞는다면 정말로 배가 꿰뚫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권법을 상대하는 소담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일 것이다. 저런 주먹은 살짝 스치더라도 그 저지력이 탁월하기 마련이다. 싸움을 즐기는 소담이더라도 지금은 진지하고 침착했다. 판돈으로 걸린 내 목숨은 둘째치더라도, 상대는 그 우츠쿠시의 부하이자 서아의 원수인 헷켄 아닌가. 소담은 이겨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의 감정을 억누르고 한 방의 기회를 노려야 했다. 그게 자기의 원래 스타일은 아니더라도.

 싸움은 헷켄에게 유리한 형국으로 굴러갔다. 소담의 도끼가 부러져버린 탓이 컸다. 도끼라도 있었더라면 그나마 체급이라도 비슷했을 텐데, 기본적인 체구에서부터 차이가 나다 보니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소담이 파고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위험 속으로 던져야만 한다. 하지만 헷켄은 소담의 주먹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소담은 주먹싸움에 익숙하질 않았다. 무기에 몸을 싣고 무식하게 휘둘러대던 게 소담의 스타일이었으니 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주먹을 쥐는 자세부터 헷켄과는 차이가 났다. 그나마 평소에 움직임이 빨랐기에 망정이지, 그 특유의 빠른 움직임이 없었더라면 이미 진작에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헷켄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러 소담을 몰아붙였다. 모로 보나 육중한 무게가 실린 한 방 한 방이었지만, 싸움에 익숙치 않은 내 눈으로 보기에도 저게 헷켄의 진정한 한 방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방적인 기운빼기였다. 피할 테면 피해 보아라. 헷켄에게는 그 주먹 한 방 한 방이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언제든지 휘두를 수 있는 잽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잽으로 소담을 피할 수 없는 한계까지 몰아붙일 것이다. 그리고 소담이 더 이상 그 ‘잽’마저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온다면,

 ‘훅’이 작렬할 것이다. 그는 이미 이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쓸데없이 체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고작해야 잽을 피하는 소담의 동작은 쓸데없이 화려했다. 평소에 싸움을 즐기는 습관이 이미 몸에 배어버린 탓이었다. 지금 와서야 본인의 스타일을 반성해도 소용없었다. 이미 소담은 주먹 한 방 한 방을 피하는 데 체력을 너무 많이 쓰고 있었다. 게다가 주먹이라고는 한 방도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한 상태였다. 제대로 된 한 방은커녕, 견제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츠쿠시는 경기를 쳐다보며 너무 일방적이라 재미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이라도 그냥 항복하지 그래? 네 목숨 정도는 살려줄 생각이 있는데 말이야. 그가 말했다. 나는 그가 이죽거리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딱히 승산이 있어 보여서 건 내기는 아니었다. 그저 목숨을 걸 만한 무언가가 필요해서 건 내기였다. 비웃음은 나중에 갚아줄 수 있다.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유효타가 작렬했다. 관중의 환호성으로 그걸 알 수 있었다. 소담이 헷켄의 주먹을 파고들어가 얼굴에 한 방을 먹인 것이었다. 집요한 집착이 빚어낸 결과였다. 소담은 순간의 기회를 놓지 않았다. 왼손, 오른손이 다시 한 번 헷켄의 얼굴에 작렬했다. 마무리로 멋지게 한 발짝 스웨이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것은 쇼를 즐기는 선수의 모습이었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작렬했다. 이미 사람들은 이 결투를 즐기고 있었다.

 소담의 머릿속에서는 작전이 정리된 모양이었다. 수동적으로 나가면 이대로 체력만 소모하고 끝날 뿐이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파고들어가자. 소담다운 선택이었다. 드디어 표정에서 자신감이 드러났다.

 헷켄은 얻어맞은 표정 그대로 바닥에 침을 뱉었다. 침에는 피가 섞여 있었다. 확실히 유효타였다. 그럼에도 그는 작전을 변경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다시 한 번 허공에 헷켄의 주먹이 작렬했다. 소담은 그 주먹을 파고들며 집요하게 기회를 노렸다.

 헷켄이 소담의 근접을 허용한 그 순간이었다. 소담의 어퍼컷이 정확히 헷켄의 턱에 작렬했다. 다음으로 소담의 팔꿈치가 헷켄의 관자에 직격하려는 순간이었다. 헷켄의 입술이 이죽이는 모습을 놓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소담마저도. 하지만 이미 움직임을 바꾸기에는 늦었다.

 헷켄의 노림수였다. 크로스카운터. 소담의 빠른 회피에도 불구하고 소담은 어깨를 맞고 말았다. 와그작 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똑같은 한 방이었지만 누구의 한 방이 더 큰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소담은 순간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헷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한 방. 헷켄의 승리였다. 강력한 ‘훅’이 소담의 배에 작렬했다. 소담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했다. 바닥에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자, 내가 이겼군. 이봐, 아까 말했던 목줄을 가져와.”

 목줄이라, 나는 그런 말 들은 적이 없는데. 이미 우츠쿠시의 머릿속에는 날 어떻게 가지고 놀지 머릿속에 계획이 쫙 펼쳐진 모양이었다. 우츠쿠시가 받아든 것은 개에게 씌우는 전자 목줄이었다. 개를 키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왜 목줄이 굳이 전자 목줄인지는 알 턱이 없었다.

 “개 짖는 거 교육시켜본 적 있냐?”

 “키워본 적도 없는데요.”

 “그래? 그럼 너 파블로프라고 아냐? 유명한 강아지 이름인데.”

 “그건 개가 아니라 심리학자 이름이에요.”

 우츠쿠시는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아, 파블로프 박사가 한낱 강아지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심리학의 발전에 위대한 공헌을 한 학자가 강아지가 되어버리다니.

 “개새끼가 짖는게 좀 시끄럽다 싶으면 말이야, 이 목줄을 시키는 거야. 내가 목줄 스위치를 켜면 이게 자동으로 소리를 감지하거든.” 그는 리모콘을 나에게 들어보였다. “그래서 이게 개 짖는 소리를 감지하면, 전기 자극을 줘서 아가릴 닥치게 하지.”

 “합법적인 거에요?”

 “아니. 당연히 아니지. 게다가 실패작이야. 이걸 씌운 개들은 전기 자극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시끄럽게 짖었거든.”

 “아아, 훌륭한 작품이네요.”

 “그래, 훌륭하지.” 우츠쿠시는 강박증이라도 있는 듯 리모컨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더 훌륭한 점은 이게 내가 생각한 계획의 1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지.”

 “잠깐만요.” 내가 말했다. “1단계고 뭐고 지금 신경써야 할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아직 시합은 끝나지 않았어요. 소담이 일어났어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7 13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20 0 4390   
46 12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5 0 3780   
45 11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45 0 4888   
44 10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6 0 6063   
43 9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5 0 4114   
42 8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40 0 5658   
41 7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0 0 3368   
40 6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28 0 4493   
39 5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59 0 3734   
38 4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24 0 3282   
37 3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25 0 4539   
36 2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0 0 5349   
35 1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37 0 3002   
34 0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2017 / 7 / 10 241 0 3638   
33 15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0 0 2256   
32 14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19 0 1648   
31 13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43 0 4708   
30 12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38 0 4871   
29 11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50 0 4794   
28 10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8 0 5827   
27 9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9 0 6658   
26 8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57 0 4866   
25 7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33 0 5833   
24 6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49 0 5482   
23 5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32 0 3513   
22 4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7 0 3621   
21 3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7 0 3544   
20 2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27 0 4479   
19 1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15 0 4778   
18 0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2017 / 7 / 10 205 0 2899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