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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7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48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3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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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아, 어차피 별 것도 없을텐데 무슨 생각을 하고 여기에 온 거람. 진정하려고 무작정 걸어 다닌 것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량차오의 거처였다. 찾아갈 곳이 부산대 쪽 아니면 여기밖에 없어서였으리라. 아마 지금 량차오는 시내에서 도주극을 벌이고 있겠지. 어쩌면 그 도주극은 일찌감치 끝났을 지도 모른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 엘리베이터는 전에 소담이 망가뜨린 그대로였다. 도망치는 쪽이든, 쫓는 쪽이든 계단을 이용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계단이 깨끗한 걸 봐서는, 의외로 량차오는 아카-카이와의 충돌 없이 깔끔하게 빠져나간 모양이다.

 아깝다.

 맨 꼭대기, 량차오의 방에 다다랐다. 책상이 초전박살이 나있었다. 허탕 친 놈들이 화풀이라도 하고 간 모양이다. 바닥에는 먹다 남긴 게 분명한 마파두부가 엎질러져 있었다. 량차오의 마파두부는 썩 맛있는 건 아니었다. 사천 식 그대로! 라면서, 맵고 얼얼한데다 조금 구린내까지 났으니까. 그런 점에서 맛이 아닌 경험의 영역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이렇게 함부로 엎질러져서는 되는 음식이 아니었다.

 분명 이걸 엎질러버린 녀석은 ‘음식’에 대한 예의도 없는 녀석이었으리라. 나는 왜 이런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있다가, 아직 아무것도 먹은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더 떨어진 마파두부를 주워먹고 싶을 정도로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상관 없지 않나?

 그래도 아직 인간의 존엄을 내팽개칠 정도까지는 아니다. 조금 현기증이 일었다. 현기증과 함께 오는 위화감. 숨는 일을 오래 하다보면 누군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데에도 도가 트게 된다. 누구일까.

 느껴지는 기척으로 봐서는 전문가는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은, 아카-카이에서 심어둔 녀석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거겠지. 게다가 이 느낌은 벌벌 떠는 느낌이다. 내가 벌벌 떨어봐서 잘 알고 있는 그 느낌이다.

 언제 한 번, 량차오는 비밀 공간에 대해 털어놓은 게 있다.

 ‘그러니까, 에도가와 란포 소설같은 거나 그런거 보면 이상한 비밀통로나 숨을 수 있는 공간 같은거 많이 나오잖아. 그러니까, 내 아지트에도 그런 거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어? 바로 이런 것처럼.’

 책상 바로 뒤에 책장. 겉보기엔 멀쩡해 보인다. 량차오가 책을 그렇게 많이 읽을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만 빼면.

 ‘이 책장 말이야. 겉보기엔 멀쩡해보인다구. 하지만, 위장으로 꽂힌 책을 뽑고 나면 말이야…….’

 나는 화풀이 삼아 발로 책장을 세게 걷어찼다. 책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책이 무너진 방향은 앞으로가 아닌, 뒤로였다. 책장 뒤에 공간이 있는 것이다.

 ‘금방 들킨다는 게 문제지만. 그냥 심심풀이 삼아 만들어 봤어.’

 히이익! 하고 비명 지르는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얼굴. 아, 량차오의 정보원이었을 것이다. 기억났다. 도망도 못 치고 여기에 숨어있었던 모양이다. 딱히 불쌍하지는 않다. 약아빠진 놈만 살아남는 세상에, 멍청하게 사는 놈이 잘못이지.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알았으니까 좀 닥쳐주실래요?”

 여간 시끄러운 녀석이 아니었다. 나는 책장 뒤의 잠금쇠를 열어, 문을 열듯 책장을 열었다.남자는 불쌍하게도 엎드린 채 고개를 들 줄을 몰랐다.

 “당신,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히이익!”

 나는 그 남자를 달래느라 애써야 했다. 나 스스로도 달래기가 힘든데 웬 애새끼 다루듯 이 남자를 대해야 한다니. 어쩌면 내가 달랜 게 아니라 갈군 걸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결국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전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무것도 히이익 살려주세요. 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그거요. 그거면 되나요?

 그, 그러니까 저는 짐 챙기다가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잠깐 갔는데, 그 사이에 사람들이 다 도망치는 바람에, 그러니까, 소담 아가씨. 소담 아가씨 혼자 남아 있더라구요. 듣자 하니 제가 화장실 간 틈에 다 도망쳤다고. 자기는 죽일 사람이 있어서 여기 남아 있는 거라고.

 근데 계단 밑에서 소리가 들리드라구요. 척 봐도 아카-카이 놈들인데 숨을 곳이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소담 아가씨가 여기에 숨으라고, 장소를 가르쳐줘서 여기에 숨어서 숨도 안쉬고 상황을 봤습죠.

 그, 소담 아가씨는 앉아있었어요. 그리고 놈들이 올라왔어요. 우르르 올라오는 게 저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드라구요. 그래도 계속 보고있었습죠. 원체 호기심이 강해서.

 그, 새로 야쿠자 대장, 새로 부임했다는 야쿠자 두목. 모르십니까? 그, 망나니 같은 놈 있잖습니까. 저야 잘 모르지 말입니다만, 척 봐도 말총머리에 얼굴에 흉터가 있는 게 한 딱까리 하게 생겼습죠. 고놈 이름이, 일본어로, 우츠쿠시였던 거 같습니다. 무슨 한자를 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멀쩡한 한자는 아닐 겁니다.

 아무튼 그 놈이 일본어로 인사를 하는 겁니다. 제, 제가 미술품 관련 담당이라서 언어는 좀 하거든요. 그래서 그 놈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죠. 오랜만이라고. 그동안 잘 지냈냐고 그 놈이 소담 아가씨에게 묻는 겁니다. 솔직히 저는 소담 아가씨가 일본어를 할 줄 알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뿐더러 그 망나니하고 관련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읍죠.

 그 말을 하는 우츠쿠시 그 놈의 목소리는 정말로 신이 난 것 같았습니다. 그, 악마 같은 놈이라고만 한다면 너무 단순한 표현이겠죠. 물론 그 놈이 좀 악마같은 놈이긴 합니다만, 저는 그보다도 그 너머 깔린 아이같은 순진함이 더 무서웠습니다. 놈은 이 살벌한 현장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유일한 놈이었어요. 놀러온 것처럼.

 아니다, 유일한 사람은 아니었죠. 소담 아가씨도 웃었으니까요. 하지만 소담 아가씨의 웃음은 화난 웃음이었습니다. 그저 네놈을 만나서 만족스럽고, 드디어 네놈을 죽일 때가 되었다는 말을 하며 소담 아가씨가 도끼를 뽑아들었습죠. 그 상황에서도 우츠쿠시, 그 놈은 정말이지 신난 모습이었습니다. 자기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도요! 오히려 지루했는데 잘 되었다는 모습이었지 말입니다.

 소담 아가씨가 우츠쿠시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러자 튀어나온 게, 그, 손이 엄청나게 커다란 사람이었어요. 제가 살면서 그렇게 커다란 손은 처음 봤을 겁니다. 그 손이 소담 아가씨의 손목을 붙잡았습니다. 그게, 우츠쿠시의 부하 놈일 겁니다. 제가 야쿠자 사정은 잘 모릅니다만, 그 우츠쿠시놈이 옆에 두고 맨날 부려먹는다던 부하놈이 분명할겁니다. 그놈도 머리를 빡빡 민 게 험악해 보이는 놈이었어요.

 소담 아가씨가 다른 손으로 그 놈을 찍어버리려는데 우츠쿠시놈이 말렸습니다. 다들 사이좋게 지내면 좋지 않냐고. 옛날처럼. 그 소리를 했더니 소담 아가씨는 굉장히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요. 우츠쿠시놈은 여기는 너무 좁은 것 같으니 자리를 바꾸자고 했습디다. 소담 아가씨도 거기에는 동의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소담 아가씨가 나갔습니다.

 아, 마파두부요? 그 우츠쿠시란 놈이 한 입 먹어보곤 그냥 집어던지더군요. 혹시 이쪽으로 집어던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 무서웠습……. 히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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