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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6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47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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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무것도 먹지 않아 든 것도 없는 위장에서 신물이 쏟아져나왔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뭐라도 짜내버리고 싶었다. 심장 아래에 뭔가가 가득 뭉쳐서 흩어지질 않았다. 어제도 토했고 오늘은 먹은 것조차 없는데 구토는 계속해서 치밀었다.

 겨우 비틀거리며 소파에 누웠다. 힘이 나질 않았다. 아직도 정체모를 응어리가 남은 채 몸속을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폭력의 감각.

 그렇다. 이 감각은 분명 폭력이었다. 맞았다는 사실에도 치가 떨렸지만 그보다도 무서운 건 몸 안에 무언가가 들어와 그 남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 전에 어떤 일진을 두들겨 팼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죄책감, 합리화, 통제되지 않는 분노. 구토.

 오늘 밤에는 자해를 하지 않았다. 그것을 깨달은 건 꽤 나중이었다.

 

 아침이 들어도 구역질은 멎지 않았다. 어제 자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 했는데, 몸이 아팠다. 목이 아직도 꽉 조여 있는 느낌이 꼭 밧줄에 목을 매달기 직전 같은 느낌이었다. 그 손자국이 아직도 목에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처맞은 명치도 아직 통증이 느껴졌다. 옷을 들어 배를 까보니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아마 어딘가에 파스가 있었을 텐데. 대충 붙인다고 나아질 것 같진 않지만 어떻게든 대강 갖다 붙였다. 시원하긴 했다. 왠지 허술한 느낌이 남아서 붕대도 둘둘 감았다.

 커터칼의 날도 부러져 있었다. 부러진 날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폭력의 흔적이었다. 당장 커터칼 날을 뽑에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 날을 갈아 끼웠다. 새 날은 한 점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한 게 빛이 번쩍였다.

 어젯밤의 그 새낀 누굴까. 꽤 뛰어난 녀석이었다. 방심을 좀 하긴 했지만 말이다. 짐작 가는 곳이 그다지 없다. 그래도 하나하나 이름을 떠올려보았다. 이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적’으로 등장하는 사람들. 소거법.

 아카-카이. 그 놈들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그 놈들한테 원수질 만한 일이 하나도 없을 텐데. 애매할 땐 량차오에게 전화를 거는 수밖에 없다. 그 아저씨라면 뭐라도 알 것이다. 당장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씨발, 바쁜데 전화 걸지 말라고. 왜.”

 욕하면서도 전화 받을 정신이 있는 걸 보니 정말 바쁘진 않은 모양이다.

 “저 어젯밤에 습격당했어요. 짐작 가는 데 있어요?”

 “이런 미친, 너까지 뒤질 뻔했냐? 야 잘 들어. 잠깐만.”

 전화기 너머에서 “야! 그건 들고 가야해! 무슨 일이 있어도 챙겨가!” 하고 소리치는 량차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칠 준비라도 하는 것일까. 량차오마저 이러는 걸 보면 꽤 큰 일에 휘말려들어버린 모양이다.

 “잘 들어. 아카-카이 놈들이 지금 빡 돌아서 눈에 뵈는 게 없어. 소담이랑 관련된 녀석은 다 잡아 족치려고 작정하고 있나봐. 너까지 족치는 거 보니까 진짜 이 새끼들 제 정신이-”

 수화기 너머에서 와장창하고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일본어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아. 순간적으로 함달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 할아버지가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씨발 좆됐다! 나 끊는다! 전화 걸지마!”

 뚜- 뚜- 하고 전화가 끊어졌다. 정보망 하나가 끊어졌다. 뭐, 량차오니까 쌤통이다. 한현은 이 자리에 있었더라도 아무 말 안 했겠지만, 아예 출장을 가버린 탓에 발로 뛰어야 할 사람은 나뿐이다.

 혼자 남았구나. 안전이랑은 거리가 멀구나. 언제든지 자신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자기를 지키는 방법은 남을 물어 죽이는 것이다. 언제든지 폭력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전율. 자신이 없다. 손이 덜덜 떨려왔지만, 주먹을 꽉 쥐었다.

 

 범인은 현장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반대였다. 피해자가 맞은 자리를 돌아왔다. 뭔가 의도를 가지고 돌아온 건 아니었다. 그저 막연하게 걷다 보니 트라우마라도 생긴 걸까, 여기로 돌아온 것일 뿐이다.

 어제 나를 습격했던 남자는 가고 없다. 하긴, 시체가 된 것도 아니니까. 고작 배에 커터칼 한 대 맞았다고 죽을 정도면 그게 사람일까. 야쿠자고 뭐고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만 폭력의 자국만큼은 남아있다. 어젯밤 내가 명치를 맞고 토한 뱉은 피거품이 아직도 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내가 머리를 부딪혔던 흔적이 벽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내가 바닥을 기면서 움켜쥐었던 그 흙이 아직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구역질이 났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에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아침도 못 먹은 마당에 더 이상 쏟아낼 것도 없었다. 쏟아내다간 오히려 내가 쓰러져버릴 것 같았다. 현기증.

 이를 악물고 버티고 서려는데,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면상을 보자마자 칼을 꺼냈다.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상판때기였다. 특히 지금 같은 순간에는. 나는 커터칼로 그의 미간을 겨누었다.

 “내가 내 눈앞에 보이면 죽여버린다고 했죠.”

 나는 그의 이름이 뭔지 몰랐다. 한현은 다만 한현은 그를 정현석라고 불렀다. 경찰이었다. 그것도 내 친구를 죽인.

 담배를 문 채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권총은 있었지만, 권총집에 들어있는 그대로였다. r는 잘은 몰라도 꽤 직책이 높은 경찰이니까, 권총집을 대놓고 들고 다녀도 되는가보다. 난 이미 선수필승의 법칙을 저버렸다. 이 시점에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보기에 넌 이미 죽었다.”

 “좋아. 그럼 죽은 사람에게 볼 일은 없겠네. 꺼져요.”

 “내 일은 곧 죽을 사람과 죽은 사람을 다루는 거지.”

 “말장난 하는 걸로 보여요?”

 “휘두르지도 않을 거면 칼은 치워라, 꼬맹아.”

 제길. 자존심이 있어서라도 나는 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현석은 무시하고 폭력의 현장으로 발을 내딛었다. 제길. 화가 치민다기보다도 무력감치 치솟았다. 나는 그저 위협은커녕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소리 아닌가.

 “여긴 무슨 일이죠?”

 “그냥, 개가 냄새를 맡았을 뿐이다.”

 기묘하게 납득이 되었다. 현장을 찾은 그의 모습은 그 표현 그대로 영락 없는 개의 모습이었다. 내가 내뱉었던 피거품을 보고, 벽에 부딪힌 흔적을 보고, 더듬거리며 도망쳤던 자취를 더듬거린다. 그는 나를 돌아보았다.

 “네가 한 짓이냐?”

 “제가 당한 짓이에요.”

 “누구지?”

 “몰라요.”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쳐지나갔다. 이 남자라면 아카-카이가 뭐하는 녀석들인지, 그 정체를 밝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뛰어난 사냥개다. 내가 돈만 쥐어준다면, 충분히 필요한 정보를 물어다 줄 것이다. 그러면 모든 걸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알 수 있다.

 하지만, 녀석은 연화를 죽였어.

 굳이 그런 녀석에게 의뢰를 맡겨야 하는 걸까. 차라리 영영 모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인간에게만큼은. 이 인간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다.

 그는 담배를 빨며 내 말을 기다리다가, 결국 지쳐버린 듯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하나?”

 그가 먼저 말했다. 손이 차갑게 식었다 몸이 떨렸다.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정현석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멱살을 붙잡았다. 커피가 바닥에 쏟아지고 담배가 그 위로 떨어져 불빛이 꺼졌다. 살의가 치솟았다. 어제의 류하 아닌 존재가 몸을 휘감는 기분이 드었다.

 “씨발 놈아.”

 말이 넘쳐흘러서 목 안에서 뭉쳐 꺽꺽였다. 겨우 숨을 골라 다시 말했다.

 “씨발, 야 이 씨발새끼야. 얼마나 날 더 궁지로 더 몰아처넣을 생각이야? 그 씨발 좆같은 면상 쳐다보기도 싫은데 왜 씨발 찾아와서 지랄이냐고. 씨발, 좆까. 닥쳐. 꺼져. 눈 앞에서 사라져. 원하는 게 뭐야. 나한테서 연화를 빼앗아갔으면 그걸로 됐잖아. 뭘 더 원해? 씨발 좆같은 새끼야 뭘 더 원하냐고?”

 “속죄.”

 정현석이 대답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꺽꺽 웃다가 눈물이 나왔다. 앞으로 쓰러졌다간 정현석의 몸에 기대어버릴 것 같아서 뒤로 물러섰다. 벽이 등에 닿았다. 고작 이제 와서 하는 말이. 이제 와서 하는 말이 뭐? 가당치도 않았다.

 나는 억지로 감정이 날아가길 기다렸다. 마침내 모든 정신이 차분해지고 몸의 떨림도 잦아들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당신을 증오해. 꺼져버려. 지옥에나 가버려.”

 빚을 지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고작 결론이 이따위라니.

 “이런다고 당신이 내게 잘못한 게 사라지는 건 아니야. 이건 정당한 고용 관계야. 그러니까 나는 빚진 게 아니야. 알아들어? 당신은 속죄를 할 수 없다고. 이건 고용 관계니까. 내가 시킨 일을 하면, 당신은 보수를 받고 내 눈앞에서 당장 꺼져버리는 거야. 내가 봐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씨발 놈아. 알아듣냐고.”

 정현석은 반응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말했다.

 “날 어제 두들겨 팬 놈은 아카-카이라는 야쿠자 폭력배야. 최근에 그림 하나 거래하려다 거래가 파탄 났는데, 그것 때문에 화가 나서 관련자들을 다 잡아 족치고 있어. 정작 나도 아카-카이가 뭐하는 곳인지 몰라. 정보가 필요해. 당신 입에선 듣고 싶지 않으니까, 누구든 뭐라도 알만한 놈을 찾아서 데려와. 보수는 그 다음에 말하자고. 당신 보고있으면 구역질이 나니까.”

 나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어디든 몰라도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고 싶었다.

 “잠깐.”

 그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나는 그가 불러세워서 멈춘 것이 아니다. 그냥 현기증이 나서 멈춘 것이다.

 “커터칼은 호신용으로 적당하지 않아. 딴 걸로 바꿔.”

 “좆이나 까잡숴.”

 나는 돌아보지 말고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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