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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12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41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4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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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솔직히 말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진한이고 심입교고 뭐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건 그냥 연화가 안전하길 바라는 것 뿐이다. 살아있길 바라는 것뿐이다. 그거 외엔 다 필요 없다. 연서교회까지 달려오는 데 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숨차고 힘이 들었다. 좆까. 나는 전에 잠입했던 대로 지하로 잠입해 들어갔다.

 연화를 구해야 해.

 왜?

 친구잖아.

 그게 다야?

 몰라, 모르겠어. 내가 가진 건 그게 전부니까. 고작 그게 살아있는 이유니까. 나는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웃기게도 연화는 내가 가진 전부였다.

 연화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괜찮아. 연화라면 모든 걸 용서해 줄 거야. 이 모든 게 연화를 지키기 위해서니까. 그래서라면 학교 불량배에게 한 것 이상으로 모든 일을 합리화시킬 수 있다. 만약 사람을 죽이게 되더라도,

 정당화시킬 수 있다.

 친구란 건 그런 거잖아?

 대낮인데도 지하에는 아무도 없었다. 전에 몰래 들어왔을 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역시 수상한 곳이다. 지하만 해도 꽤 넓은데 이 건물 안에서 연화는 어디에 있을까. 저번에 봤던 그 장소가 떠올랐다. 그 방 밑에 있던, 어두컴컴한 방과 욕조, 시체. 벌써 연화가 시체가 되어버린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전부 죽여버릴 것이다. 이 교회고 나발이고 눈앞에 보이는 건 모두 다 찢고 죽여버릴테다. 전부.

 그 애가 그렇게 중요해?

 아가리 닥쳐. 연화는 내 전부야. 친구라고.

 네 전부는 연화지만, 연화에게도 네가 전부일까? 네가 연화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거라도 있나?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연화의 뭘 아냐니. 나는 연화가 읽는 책을 알아.

 네가 책 몇 권을 읽었다고. 연화가 읽는 책 전부를 알아?

 연화가 그 사이비 종교랑 연관이 있다는 걸 알기나 했어?

 나는 헛소리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때는 깊은 어둠속이었지만 지금도 길만큼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한현과 소담이 시선을 끌어줬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여기저기에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나 혼자다.

 저번에 들어갔던 방. 여기였다. 문틈으로 보니 아무도 없었다. 나는 살며시 걸어들어갔다. 전에 내가 몰래 들어왔던 흔적은 사라지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래로 향하는 문 따위는 없었다. 이상했다. 혹시 내가 다른 방을 잘못 들어온 걸까.

 딱 하나의 방법이 떠올랐다. 내가 고장낸 서랍. 여전히 고장 나 있다. 그래, 여기는 확실히 내가 들어왔던 방이었다. 그렇다면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어디에 있지? 내가 그때 헛것을 본 걸까?

 아니다. 분명히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을 것이다. 나는 집중하고 그때 길이 있었던 곳을 더듬었다. 그 자리에는 책장이 있었다.

 하나의 가능성. 비밀통로. 영화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렸다.

 책을 마구 잡아당겼다. 아무거나 하나는 걸리겠지. 딱 하나, 부자연스럽게 꽂혀있는 책이 보였다. 그 책은 잡아당기는 데 힘이 들었다. 책의 감촉이 아니었다. 기계의 레버를 당기는 감촉이었다.

 스르르, 책장이 옆으로 비켜나며 문이 열렸다.

 지하실.

 나는 홀린 듯 발을 내딛었다. 이 앞으로 가야한 한다. 이 층계참 아래에 연화의 불어터진 시체가 있더라도, 가야만 한다. 살아있다면 구해서 나올 거고, 죽어있다면 다 죽여버릴 것이다.

 결심을 했다. 결심을 한 순간 뒷통수를 맞았다. 눈앞이 번쩍 하고 모든 게 사라졌다.

 

 “뭐야, 무슨 전화지?”

 “그냥, 내……. 그러니까 내 조수가 사건의 진상을 밝혀냈대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어디?”

 “연서교회라고, 좀 커다란 데가 있어. 뭐, 별 일 아니겠지. 데리러 갔다올게.”

 “잠깐.”

 “왜?”

 “혹시 모르니까 나도 같이 가겠다.”

 “아니, 넌…….”

 “내가 경찰이라는 걸 잊지 마라. 이 일을 맡긴 건 나다.”

 “그래, 하긴 너도 부르더라.”

 

 정신이 들지 않았다. 그냥 꿈을 꾸고 있는 듯, 한쪽은 현실에 발을 디디고 다른 한 쪽은 적어도 현실은 아닌 다른 어딘가에 디딘 채 허공을 맴도는 느낌이었다. 입 안에는 짠내가 가득했다. 몸은 움직일 수 없게 단단히 붙잡혀 있었지만, 어지러운 나머지 붙잡힌 감촉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담가라.”

 퍽 하고 누군가가 내 머릿속을 욕조에 담갔다. 짠물. 입 안 가득히. 소금물이다. 천천히 목이 조여오고 눈앞이 흐릿해진다. 산소를 찾아 뻐끔 거려봐도 그 자리엔 짠 소금물만이 계속 들어올 뿐이다. 차가운 물의 온도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꺼내.”

 물속에서 왜곡된 목소리. 반짝 정신이 들었다가 다시 몽롱하게. 바로 눈앞이 깜깜해져 잠들어 버릴 것 같았다. 억지로 정신을 붙잡았다.

 검은 그림자가 발을 딛고 서 있었다. 정신이 좀만 더 말짱했으면 누가 누군지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한 사람인지 두 사람인지 모르겠다. 일단 여러명이긴 할 것이다. 한 세 명에서 다섯 명 쯤? 그런데 전부 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게 문제다. 아니다, 문제될 건 없지. 남들이 몇 명이건 나랑 알 게 물어야.

 검은 그림자 하나가 물었다. “이 자가 전에 들어왔던 그 자들 중 한 명입니까?”

 그 반대쪽에서 하나. “그 괴물같은 년놈 둘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틈에 우리 문서를 캐낸 놈이지.”

 어딘지 모를 곳에서 하나. “저 꼬맹이를 죽이지 않고 뭐 합니까?”

 또다시 하나. “조용히 하게, 저 년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아닌가.”

 그림자. 그림자. 그림자들끼리 싸운다. 물덩이처럼, 그림자처럼 서로 갈라지고 다시 엉겨 붙기를 반복한다. 너희는, 너희는 누구지.

 “다들 조용히 하게나.”

 가운데의 커다란 그림자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제일 큰 그림자였다. 다른 그림자들은 큰 그림자의 목소리에 따라 하나로 다시 뭉쳤다. 아, 몇 명이건 이제야 할 것 같았다.

 “네가 집사 진한이냐?”

 “그렇다.”

 그림자가 혼자 혹은 모두 말했다. 그림자는 하나로 뭉쳐 흩어지지 않았다.

 “유선영을 죽인 것도 너지?”

 “그렇다.”

 “피하지 않는군.”

 “그 자는 죽을 만 했으니까.”

 “맞아.”

 “그 자는 우리를 속였어.”

 “죽어야만 해. 십자가에 매달아야 했다!”

 그림자 속에서 여러 목소리가 분열했다. 분열한 목소리들은 빠르게 다시 원래의 한 줄기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요동치는 검은 물줄기들. 영도다리 밑에서 봤던 그 해조류의 손짓이 생각났다. 검은 손짓.

 “왜?”

 “그는 사기꾼이었기 때문이지.”

 하나로 모인 그림자가 동시에 모였다.

 “그는 우리의 교주였지만 진리의 추구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위대한 신들의 지식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신도들을 속여 돈을 뜯어낼 목적뿐이었지.”

 “그래서 죽였다. 우리의 눈을 흐리게 하고, 돈에 눈먼 자 따위는 우리의 교주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신을 모실 것이다. 섬길 것이다. 신 안에서 하나가 된다.”

 “영원히.”

 싫어. 신 믿는 새끼들이란. 나중에 한현이 이런 꼴로 변하는 건 아닐까. 괜히 무서움이 들었다. 정말로, 무슨 생각으로 믿는 건지 궁금해서 물었다.

 “애초에 그 교주가 말한 신이라는 게 거짓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아니, 신은 존재한다.”

 “우리를 받아들여주실 그 분은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그 분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 분은 우릴 받아들여주실 것이다.”

 “우리를 이해하고 용서해 주실 것이다.”

 “구원해주실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린 하나가 될 것이다.”

 개소리 집어쳐. 그런 건 없어. 그런 건 없다고. 있을 리 없어. 그러면서도 그런 존재이기를 바랐던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런 존재여준 무언가. 그래, 난 뭘 찾으러 왔지. 떠올리자. 이름을 떠올리자. 연화. 그래 난 연화를 찾으러 왔어. 니네 신들 따윈 관심 없어. 좆이나 까. 아가리 닥치고 말해.

 “연화는 어디에 있지?”

 “연화? 그 부정한 교주의 여식을 말하는 것이냐?”

 “그래, 갤 찾으러 왔어. 니네 신들 따윈 관심 없어. 갤 찾아와. 안 그러면 살려줄테니.”

 그림자들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정말로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방은 좁고, 꽉 막혀 있었으니까. 웃음소리가 울렸다. 그게 내 머리를 아프게 했다.

 “왜, 농담 같냐? 당장 날 풀어주고 그 앨 데려와. 안 그러면 진짜 큰 일이 벌어질 거라구. 허세부리는 것처럼 보이나? 내가?”

 “좋다. 그 아이를 죽일 것이다.”

 “지금 씨발 뭐라고 했냐?”

 뇌에서 필터를 거치지 않고 욕이 나왔다.

 “뭐라고 했냐고 씨발새끼야.”

 “죽일 것이다. 부정한 인간을 교주로 모신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제물로 바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

 “애새끼 한 명 죽이면 용서해 주는 신이라고? 씨발 그런 게 신이냐? 고작 그걸로 모든 걸 이해해 준다고?”

 “그 아이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더 이상은 시간이 없군.”

 “끝이다. 담가라.”

 그림자가 나를 붙잡았다. 나를 욕조의 물속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나는 억지로 버텼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하는 최후의 발악이었다. 나는 물 속에 머리가 밀어처넣어지면서 외쳤다.

 “씨발새끼들아, 고작 그런 걸로 이해받을 수 있다고? 씨발 그런 짓 하나로 이해받을 수 있다면 뭐든 하겠어. 사람도 쳐 죽이겠어 씨발놈들아. 하지만 그런 게 아니잖아. 고작 가상의 뭔가가 사람을 이해해 준다고? 그런 망상을 위해서 사람을 죽여? 니넨 미친놈들이야. 씨발 가서 사람이나 사귀라고.”

 입 속에 물이 들이차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끝없이 말했다. 좀 더 말하고 싶었다. 그게 내가 버티는 방법이었다.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말하기에 살아있는 것이었다.

 “씨발 그래 나도 정의로운 건 아니야. 씨발 그 연화 찾으려고 죽어라 팬 새끼 얼굴이 아직도 기억나. 하지만, 그렇게 어떻게 아무런 표정도 바뀌지 않고 고민도 하지 않고 그렇게 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이해받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왜 그렇게 편리한 거야? 씨발 나만 고생하는 것 같잖아. 나만 남한테 관심 받으려고 구걸하고 애걸복걸하고 달라붙는 것 같잖아. 왜 나만 씨발 이런 좆같은 고생을 해야 하는데? 왜 나만? 왜 나만?”

 머리가 완전히 물 속에 밀어 처넣어졌다. 그림자들은 나를 붙잡고 있는 몇 명을 빼고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왜 나만. 왜 나만. 나만. 나만. 나만.

 다시금 정신이 흐릿해져갔다. 반쯤 딛고 있던 현실에서 발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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