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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11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40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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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내 등장은 저번이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랍상소우총은 그 향이 매우 매캐하다. 경찰 아저씨의 옷에서 나는 그 이상한 담배 냄새 같은 매캐함과는 다른 종류의 매캐함이다. 탄 냄새. 고기 같은 게 탄 건 아니고, 숯이나 연탄이 타는 냄새라고 하면 좀 더 그럴듯하다. 한현이나 량차오는 그 매캐함에 은은한 향이 깃들어있다고 했지만, 내게는 개소리.

 그러니까 저 랍상소종인지 랍스턴지 좀 치웠으면 좋겠다. 아삼 까진 참아줄 수 있겠는데 저건 못 참겠다. 그게 얼마나 고급지고 비싼 차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내던져버렸으면 싶다. 애초에 나한테 마시게 해 줄 것도 아니잖아. 최소한 한현은 한 입은 준다고. 확 찻잔을 빼앗아 저 면상에 홍차를 뿌리고 방을 나가고 싶다.

 그래도 그럴 수 없다. 이 방에서 절실한 사람은 나니까.

 “뜻밖의 손님이군. 안 그래?”

 “당신에겐 뜻밖도 아니잖아요. 유선영이 유연화 아버지라는 거, 당신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죠?”

 “글쎄? 네가 따질 입장이 아닐텐데?”

 량차오. 이 개새끼.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주먹을 쥐었다. 량차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커터칼로 량차오의 눈깔이든 아가리든 찢어버리고 싶다. 가증스러운 새끼. 그래도 참을 수밖에 없다. 나는 량차오에게 얻어야 할 게 있으니까.

 “그런데 네가 나에게 원할 만한 게 있나? 돈이 적은 사람은 바랄 수 있는 것도 적은 법인데.”

 “원하는 것도 있고 대가도 치를테니 아가리 닥쳐요.”

 량차오는 내 말에 가소롭다는 듯이 웃을 뿐이었다. 나는 말을 이었다.

 “연화가 다니는 학교 교복. 그게 다에요.”

 “역시, 뭔가 좀 더 대단한 걸 바랄 줄 알았더니, 고작 그게 다인가?”

 “네. 아가리 닥쳐요.”

 ‘아가리 닥쳐요’는 세 번 까지다. 지금 두 번 채웠다. 세 번을 넘어가는 순간이 저 새끼와 나의 제삿날이다.

 “대가는?”

 “당신을 위해 일하겠어요. 딱 한 번. 뭐든지.”

 “내가 손해보는 장산데.”

 “아가리 닥쳐요. 당신 손해따윈 상관 없어요.”

 “뭐, 보는 재미 정도는 있겠지만.”

 량차오는 손가락을 튕겼다. 윗층에서 문지기 할아버지가 내려왔다. 할아버지는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귀가 밝다. 아니면 단순히 여기 소리를 엿듣는 장치가 있는지도 모르지. 할아버지는 말 없이 옷걸이에 걸린 교복을 내게 내밀고는 윗층으로 올라갔다.

 “내 앞에서 갈아입어. 아, 그 커터칼은 소용없으니까 알아두고.”

 “생각했던 것 보단 가볍네요. 페도새끼.”

 나는 테이블 위에 주머니의 커터칼을 꺼내 두었다. 개새끼, 씨발새끼.

 

 중학교 다닐 때도 학교에 CCTV가 있었다.

 쓸모없었지.

 내가 보아왔던 학교폭력은 둘 중 하나로 발생한다. CCTV로 포착하기에는 좀 더 추상적인 형태로 발생하거나, 아니면 CCTV 자체가 없는 곳에서 발생하거나. 전자는 언어적인 행동이 주류를 이룬다. 가끔은 단순히 어딘가에 끼워주지 않는 말 그대로 추상적인 형태. 보통 그런 걸 왕따라고 하던가. 단순히 왕따라고 하기에는 좀 더 복잡한 개념이지.

 후자는, 직접적이고 단순한 폭력이다.

 직접적인 공갈, 협박, 주먹질. 이런 것들은 아예 CCTV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난다. 이를테면, 화장실이라거나, 아니면 직접 발견한 복도 구석진 곳. 아니면 쓰이지 않는 창고나 부실.

 결국 CCTV로 폭력을 막는다는 건 보여주기 식 행정에 불과하다.

 스스로 체감한 것도 있지만, 완전히 경험에 의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중학교 수업시간에 우연히 안 졸아서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일 뿐이다. 왜, 그 수업시간 중에 수업 잠깐 멈추고 선생이 잡담 하는 시간. 수업시간 중에서 제일 재밌는 시간.

 단순히 이 학교에서 CCTV를 보니 생각난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물리적인 폭력이 될 테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언제 한현이 날이 따뜻해지면 목도리를 토시로 바꾸라고 했던가. 그것도 귀담아두길 잘했다. 손목과 팔뿐만 아니라 목에도 있는 자해 흉터는 가리고 싶었고, 빨간 목도리는 너무 눈에 띄고, 검은 목토시를 했더니 딱 알맞다. 이 위에 후드까지 덮어 입으면 CCTV에 찍히더라도 추적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 학교 교칙에 따르면 교내에서 교복 위에 뭔가 덮어 입는 건 교칙 위반이라고들 하는데, 다들 잘만 입고 다니는 걸 보니 유명무실하거나, 잡히지만 않으면 장땡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게 분명하다. 다행인 일이다. 나에겐.

 그렇다고 CCTV를 멍하니 올려다보지는 말자. 화질이 구리다고는 해도, 몽타주를 뜰 정도는 된다. 자, 빨리 다음 교실의 출석부를 털어보자.

 1학년 6반. 마지막 반이다. 지금까지 유연화라는 학생의 이름이 적힌 출석부는 없었다. 만약 이 반 출석부에도 발견이 안 된다면 나는 여태껏 말짱 속은 셈이 된다.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일이 계속 일어났다고 해도 이 정도는 말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정체모를 학생이 들어와서 자기 반 출석부를 읽어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모두 자기 할 일이나, 떠들기에 바쁠 뿐이다. 교실에 가득 찬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연화의 이름을 찾는다.

 다행이다. 그래, 그래, 있어야지. 연화. 오늘은 조퇴. 어쩐지 한참 돌아다녔는데 코빼기도 안 보인다 싶었다. 연화가 여기에 없다 해도, 내 일은 아직 끝난다.

 관찰. 관찰. 반을 슬며시 둘러본다. 여기서 제일 센 놈이 누구냐. 소위 말하는 그 일진이라는 녀석들. 얌전히 앉아서 공부나 하는 녀석들은 보통 자기 반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족속들이다. 반면에 노는 놈들은 반 애들 이름을 다 외고 있다. 공부 잘 하는 애들은 선생들이 질리도록 칭찬해주니까 귀에 익기 때문이고, 그 외에는 누굴 어떻게 괴롭힐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괴롭히는 놈들도 기술이 있어야 괴롭힌다는 말이다. 그 기술이 있는 놈이 제일 센 놈이고, 그 놈을 족치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표적을 골랐다. 미행이 뭔지도 모르는 꼬맹이를 상대로, 미행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종이 쳤다. 모두 교실로 들어간다.

 나는 교실로 들어가지 않는다. CCTV의 사각으로 들어가 앉아있을 뿐이다. 보통 이런 곳은 사람도 신경 안 쓰기 마련. 아까 봐 뒀던 녀석을 기다린다. 교실 안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 선생이 들어오고 나서도 소리는 줄어들 생각을 않는다.

 시끄러운 새끼들. 다 뒤져버렸으면.

 방법은 언제나 단순하고 주먹구구다. 그 새끼가 화장실 앞을 지나가길 기다린다. 조금 덩치가 큰 새끼구나. 저 새끼는 오늘 운이 지지리게 없는 날인 줄을 알았어야 한다.

 녀석이 화장실 앞에 이르자 마자, 난 녀석을 여자화장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문을 닫고 잠궜다. 난 녀석이 정신차릴 틈도 없이 뒤에서 목을 붙잡고 커터칼을 들이댔다. 녀석은 순간적으로 숨이 헉 하고 막혔는지 얼어붙었다.

 “가만히 있어. 내가 직접 그어봐서 아는데 이걸로 목 그으면 피 난다.”

 “씨, 씨발 넌 뭐야?”

 “아가리 닥쳐. 내가 오늘 변태새끼 앞에서 스트립쇼를 하고 와서 기분이 좀 나쁘거든. 해를 끼칠 생각은 없는데, 내가 변덕이 좀 심해서 말이야.”

 “놔, 놔 씹새끼야. 니가 누굴 건드리는 지 알아?”

 말이 안 통하는 새끼다. 순간적으로 열이 뻗쳤다. 나는 화장실의 거울에 녀석의 머리를 찍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어우야. 거울 한 구석에 커다란 거미줄이 생겼다. 그 거미줄 사이로 내 얼굴이 보였다. 나는 웃고 있었다.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아니. 이런 건 상쾌하다고 하는 게 아니야.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닥쳐. 몸이 이성보다 빨랐다. 대가리를 부딪힌 녀석은 잠시 기절한 모양이었다. 씨발새끼. 니가 누구건 나랑 무슨 상관이야. 수돗물을 틀였다. 그리고 녀석의 얼굴을 거기에 담갔다. 부글부글하고 거품이 기어오른다. 이 정도면 정신을 차렸겠지.

 “내가 기분 안 좋다고 했지 씨발새끼야. 자, 자. 이제 착한 어린이가 될 준비가 됐나?”

 “잠, 잠깐, 뭘 원하는 거야, 뭘?”

 “목소리 낮춰. 너네 반에 연화라는 애가 있지?”

 “연화? 그새낀 누구…….”

 녀석의 목에 칼을 갖다댔다. 내가 직접 그어봐서 하는데, 커터칼은 목에 박히는 기분부터가 더럽다. 차라리 면도날이라면 예리해서 통증도 늦게 오겠지만, 커터칼은 아무리 공업용이라고 해봤자 예리함에 한계가 있다. 날이 정돈되지 못하고, 삐죽삐죽하다. 그러니까 살짝만 깊게 박혀도 꽤 아프다.

 “넌 니네 반 애새끼도 못 알아봐? 내가 직접 그어봤다고 했지. 이거 쫙 그으면 피 난다.”

 “기, 기억 안 나! 안 난다고!”

 나는 커터칼을 살짝 움직였다. 날이 살을 파고드는 감촉이 기분 나빴다. 거친 쇠의 감각. 세차게 뛰는 타인의 맥박.

 “아! 씨발! 알아! 안다고! 그 씨발 뒷자리에 앉아서 책만 쳐 읽는 애!”

 연화를 그딴 식으로 말하다니. 화가 났다. 나는 녀석의 대가리를 한 번 더 물에 담갔다. 녀석은 완전히 공포에 질린 모양이었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저 그 새끼 몰라요. 그런 씨발 사이비 종교 교주 딸이랑 엮이기는 싫다구요!”

 나는 녀석의 얼굴을 돌렸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당장 이 새끼 대가리를 벽에다 쳐박아 으깨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나는 억지로 강한 척 하며 녀석에게 물었다.

 “사이비 종교 교주 딸이라니.”

 “아니, 씨이발 그 새끼가 사이비 종교 교주 딸이고 저번에도 학교에 사람들이 왔다갔다 선생이고 애들이고 다 아는데 엮이기 싫잖아요. 기분 나쁘잖아. 괴롭히기도 싫다고. 저런 애는. 선생들도 신경 안써요. 개는 없는 애에요. 아까도 씨발 사람들이 와서…….”

 “사람들이 와서?”

 나는 녀석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그 행동 자체만으로도 녀석에게는 위협이었다.

 “그 교회 사람들 있잖아요! 개들이 와서 개를 데려갔다고!”

 

 전화를 걸었다.

 [야! 걱정했잖아, 어디를 쏘다니는 거야?]

 “한현 아저씨, 잘 들어요. 이번 사건 범인, 진한이라는 연심교의 집사에요.”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 경찰 아저씨 데리고 저번에 갔던 교회 와요. 안 오면 큰일이 날 거에요.”

 [야? 야!]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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