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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4
작성일 : 17-07-10 13:44     조회 : 275     추천 : 3     분량 : 6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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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호는 빈 조수석을 쳐다보았다. 혼자 영업을 나가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기웅의 부재 때문인지 김 실장도 한 팀장도 아침부터 잔뜩 각을 잡고 돌아갔다.

 살얼음판 같은 사무실 분위기를 견디고 있자니 기웅이 못내 아쉬웠다. 쓸데없는 농이나 지껄이며 철없이 굴긴 해도 막상 없으니 아쉬운 면도 있구나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쉽다는 소리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또 얼마나 뻐기면서 뺨을 쥐고 흔들어댈까.

 수호는 에이그, 한숨을 내뱉었다. 왜 쓸데없는 총질을 해서 이 지경을 만드는지. 기웅이 퇴원할 때까지 뻐꾸기도 좀 쉬면 얼마나 좋을까.뻐꾸기가 뜬 건 짜증이 났지만 그나마 베이스 생활이 아닌 게 다행이었다. 거처는 대충 버려둘 심산으로 관리팀에서 권하는 대로 정했다.

 좀 멀긴 해도 이우의 집에서 출퇴근할 생각이었다.

 생각이 이우에게로 흐르자 콧노래가 나왔다. 엉성한 가락을 흥얼거리던 수호는 라디오를 켰다. 곡이 막 시작한 참이었다.

 어디서 들어봤더라. 음악에 잠시 귀를 기울이던 수호는 첫 소절의 가사가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어쩌자고 난 널 알아봤을까, 또 어쩌자고 난 너에게 다가갔을까.

 어쩌자고 이우를 알아보고 어쩌자고 다가가서 입을 맞췄을까.

 실없는 웃음을 흘리던 수호는 음정 박자를 무시한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멀리 보이기 시작한 병원 건물을 내다보았다.

 

 “뭐 먹을 게 있다고 그 쪽일까?”

 수호가 침상 옆으로 붙어 앉으며 말했다. 기웅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대꾸했다.

 “잡아보면 알겠지.”

 “지난 번 남해에서 잡은 놈 있잖아? 형한테 총질했던 그, 개새끼.”

 수호는 남해 포커스가 다시 떠올라 인상을 구겼다. 창밖을 내다보던 기웅의 시선이 수호의 바짝 치켜떠진 눈으로 옮겨졌다.

 “그 새끼 꼬리 물고 뜬 거 같던데. 이번에도 장기밀매 같은 건가?”

 기웅은 대꾸없이 수호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기웅의 굳은 표정을 마주 보고 있던 수호는 누르고 있던 짜증을 냈다.

 “형 요새 진짜 왜 그래? 아직도 사진 때문에 그래?”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수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을 이었다.

 “아 진짜. 다 지울게. 지우면 될 거 아냐? 이우한테도 지워버리라고 하고, 그 뱁새 눈깔 새끼한테도 다 지우라고 할게. 됐어?”

 기웅은 비실비실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지우긴 인마. 데이터가 어디까지 간 줄 알고 지우냐?”

 “가긴 그게 어딜 가? 그래 봐야 이우랑 그 인간 둘이지. 나한테도 없어 그 사진.”

 “알았어. 누가 뭐래?”

 기운 없이 대꾸하는 기웅의 표정을 수호는 물끄러미 살폈다.

 너무 훤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다친 뒤로 어딘가 달라진 것 같아서 심란해졌다.

 사람이 아프면 변한다더니, 심심한 건 죽어도 못 참는다고 허구한 날 쫓아와서 놀자고 조르던 사람이 혼자 병실에 누워있으려니 많이 힘든 걸까.

 혼자 안 있으면 어쩌겠나. 이우랑 놀 시간도 부족한데 하루 종일 여기 와서 기웅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뭘 잘한 새끼라고 매일 가서 박혀있냐?

 김 실장의 통박이 떠오른 수호는 갑자기 미안해졌다. 자기가 매일 밤 병실 지키고 있다고 기웅이 둘러대 준 덕에 이우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형 없으니까 심심해.”

 수호는 안 하기로 다짐한 말을 꺼냈다.

 “형 없으니까 내가 라디오를 다 듣고 다닌다. 웃기지?”

 기웅이 피식 웃음을 흘리자 수호도 싱겁게 웃었다. 이내 웃음기를 지운 기웅은 무표정으로 천장만 올려다보았다.

 기웅을 빤히 살펴보던 수호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밥 잘 드시고 계셔.”

 기웅이 시선을 맞추자 수호는 웃어 보이며 일어섰다.

 “쫄랑아.”

 수호가 기웅에게 시선을 세웠다. 불러 놓고 또 입을 닫는 무덤덤한 얼굴을 잠시 보다가 다시 앉았다.

 “왜? 뭐 할 말 있어?”

 수호는 기웅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웅이 자꾸 왜 이러는 걸까. 이렇게 무게나 잡는 사람이 아닌데.

 수호는 괜히 심장이 조였다. 기웅이 자기를 아껴주는 마음이 그런 감정은 절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조마조마했다.

 만에 하나 천만에 하나, 그런 거라면 정말 곤란하다. 기웅을 잃고 싶지 않다.

 “뭔데 무게 잡아?”

 수호가 재차 묻자 기웅이 입을 열었다.

 “너 노출이면 정말 그만 둘 거야?”

 “응?”

 갑작스러운 말에 어리둥절하던 수호의 눈이 번쩍 커졌다.

 “왜? 노출이래? 확실해? 누가 그래? 정보팀이 그래?”

 쏟아지는 물음에 기웅은 헛웃음을 흘리며 수호를 째려보았다.

 “언제는, 당장 그만 둘 것처럼 사람 속 뒤집더니.”

 “그거야 빈말이었지. 왜? 나 노출이래?”

 기웅은 수호의 굳어진 표정을 잠시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혹시 그러면 그만 둘 건지 물어본 거지.”

 멀뚱멀뚱 기웅을 쳐다보던 수호는 고함을 꽥 질렀다.

 “깜짝 놀랐잖아! 아, 진짜. 사람이 어째 갈수록 못돼져?”

 불쑥 뻗어진 기웅의 손이 수호의 머리에 얹어졌다. 엉겁결에 목을 움츠린 수호가 기웅의 눈치를 슬슬 살폈다.

 기웅은 머리카락을 헝클었다가 다시 쓰다듬어 정리하며 입을 뗐다.

 “야, 쫄랑아.”

 ​​낮게 깔린 목소리에 수호는 또 조마조마해졌다. 숨을 낮추고 기웅의 담담한 표정을 살폈다.

 “엄청 예쁘고 빨간 사과가 있는데,”

 엉뚱한 소리에 수호의 눈이 멀뚱해졌다.

 “정말 누가 봐도 먹음직스럽고 예뻐. 탐스러워. 근데, 알고 보니 독이 들었다면?”

 수호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졌다.

 “형 진짜 심심해? 심심해서 요새 동화책 읽어?”

 “목이 걸렸기 망정이지 여차하면 죽었을 거야?”

 이야기가 이어지자 수호는 얼떨떨해서 입을 다물었다.

 “사과에 독이 있는 걸 공주가 미리 알았다면, 먹었을까?”

 “뭐래, 그 공주 미쳤어? 알고 왜 먹어? 모르니까 먹었겠지.”

 “난장이가 미리 알았다면 말렸을까?”

 수호의 웃음이 또 터졌다.

 “아우 진짜. 암요! 그럼요! 당연히 말렸겠지요. 아무려면 같이 사과 파티라도 했겠어요?”

 “그지?”

 기웅은 비실거리며 웃었다. 기가 막혀서 기웅을 흘겨보면 수호는 헛웃음을 흘리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나 진짜 간다.”

 다시 일어선 수호는 의자를 접어 세우며 웃음 섞인 말을 얹었다.

 “공주 책 그만 보시고 심심하면 문자 해. 안 씹을 테니까.”

 병실을 나서는 수호를 기웅이 무표정하게 내다보았다.

 

 

 “삼 팀입니다. 파라곤 타운 삼거리 앞. 국제고 방면 도보 이동합니다.”

 무전을 넣은 수호는 슬슬 걸음을 옮겼다.

 정돈된 도로 위로 태양 볕이 뜨거웠다. 여름이 막바지로 치닫는 중인지 매미들이 사력을 다해 울어댔다.

 인적 없는 오르막길을 천천히 걷던 수호는 메시지 소리에 핸드폰을 빼 들었다.

 ― 현이우 : 바빠요?^^

 주변을 휙 둘러본 수호는 웃음을 흘리며 답 메시지를 적었다.

 

 메시지를 발송하고 수영복 매장으로 들어선 이우는 답메시지를 확인했다.

 ― 김수호 : 일하는 중. 뭐 해?

 이우는 여성 수영복 코너를 힐끗거리며 메시지를 적었다.

 ― 백화점 왔어요. 수영복 사러. ㅎㅎ

 ― 김수호 : 아 수영복! ㅋㅋ

 ― 형 거도 제가 고를게요. 괜찮죠?

 ― 김수호 : 괜찮은 게 아니라 바라던 바지. ㅋㅋ 근데 브랜드마다 사이즈 다 다르던데.

 이우는 흐르는 웃음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득 시선을 돌려 속옷 매장으로 들어오는 커플을 쳐다보았다. 백화점 입구부터 계속 마주치고 있는 커플이었다.

 ― 제가 보면 알 거 같아요. 히히^^ 잘 골라볼게요.

 답신을 보낸 이우는 여성 수영복 코너로 걸음을 돌렸다. 뜨거워지는 얼굴로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비키니 수영복을 슬슬 들췄다.

 하얀색 민무늬 수영복에 시선이 세워졌다. 다시 주변을 힐끗거리고는 사이즈를 살폈다.

 문득 헛웃음이 흘렀다. 수호의 사이즈는 대충 맞추겠는데, 자신이 입을 수영복 사이즈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한숨이 흘러 나왔다. 이런 걸 산들, 낯 뜨거워서 입을 수나 있으려나. 여태 해왔던 대로 전신슈트 입고 수영하면 이상하려나.

 

 수호는 자꾸 비어져 나오는 휘파람을 참으며 아파트 외각 도로를 걸었다. 개 목줄이나 양산, 혹은 쇼핑봉투 중에 하나씩은 쥐고 지나치는 중년 여성들만 가끔 눈에 보일 뿐 의심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는 고요한 동네였다.

 슬슬 걷기만 하자니 산책이나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일 팀입니다. 반석 초등학교 앞. 솔빛초 방면 서쪽 이동합니다.-

 한 팀장의 무전이 들렸다. 옆을 지나치는 남자에게 힐끗 눈동자를 굴리던 수호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반석 초등학교. 반석.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걸음을 옮기던 수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부리나케 꺼내들었다.

 ― 현이우 : 수영복 구입 완료.^^ 필요한 거 또 없어요? 나온 김에 살게요.

 수호는 해죽 웃음을 흘리며 뭐가 더 필요할지 잠시 생각했다.

 ― 현이우 씨만 필요할 걸?

 수호는 자기가 보낸 메시지에 헤벌쭉 웃으며 걸음을 이었다. 현이우 씨만 있으면 되지. 현이우. 어쩐지 이름도 예쁘게 느껴지는 이우.

 실없이 웃으며 걸음을 잇던 수호는 천천히 걸음을 세웠다. 멀뚱하게 눈을 껌뻑이다가 핸드폰 사진폴더를 열었다. 찍어두었던 이우의 낙서를 들여다보았다.

 [finWW2.midntpl2.반석m-brukcrs]

 세계 2차 대전. 히로시마. 9월 2일. 8월 15일. 광복절? 광복기념관, 부산. 게임?

 midntpl2. midnt. 미드나이트. 미드나이트 2가. 자정 플러스 2. 새벽 두 시. 반석m

 수호는 밑줄 쳐진 글자에 시선을 세웠다. 반석초등학교. 반석m. 반석미들스쿨?

 주변을 휙 둘러본 수호는 지도를 열며 걸음을 옮겼다. 구역 지도 안에 반석 중학교는 없었다. 검색엔진으로 확인했다. 부산과 안산에 있는 학교명이었다.

 시들해진 수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다시 주변을 살폈다. 지역과 아무 관계도 없는 이름을 왜 초등학교에 붙였을까, 하여간 탁상행정이란.

 -일 팀. 헌재 문화센터 앞. 식사 후 이동 예정.-

 한 팀장이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충 말했다.

 지루해질 때쯤이면 무전에 대고 이상한 수다도 떨고 노래도 부르며 김 실장 약을 올리는 기웅이 없어서인지 다들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 김 실장마저도 ‘확인’이라는 간단한 대꾸조차 안 하고 있었다.

 수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철딱서니 없다고 구박만 했는데, 그런 사람도 한 명쯤은 필요한 걸까.

 수호는 무전 마이크를 눌렀다.

 “근데 여기 왜 반석 초등학교입니까? 주소지도 반송동이고 반석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데.”

 잠시 뒤에 한 팀장의 대답이 들어왔다.

 -견주 대신 쫄랑이가 수다야?-

 수호는 웃음을 물고 대꾸했다.

 “궁금해서요.”

 한 팀장은 대답이 없었다. 수호는 대답 듣기를 포기하고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카페를 찾아 점심식사를 때울 생각이었다.

 -부동산에서 그러는데 학교 뒤 언덕이 반석산이란다.-

 불쑥 흘러나온 한 팀장의 무전이었다.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수호는 이내 눈동자를 번득 굴렸다. 반석m. 마운틴일까. 반석산.

 고개를 돌려 먼 시야에 보이는 낮은 언덕을 훑어보았다. 괜히 흐르는 웃음을 꾹 참았다.

 카페 앞 파라솔 테이블에 주저앉은 수호는 핸드폰의 사진을 다시 열었다. 이우가 적어둔 해석 내용을 찬찬히 읽으며 의미를 추렸다.

 광복절. 혹은 9월 2일. 새벽 두 시. 반석m. 개울. crs.

 반석산과 개울. crs. 크로스, 교차로일까.

 수호는 지도를 열었다. 반석산 주변으로 오산천이 흐르고 있었다.

 지도를 훑으며 수호는 크로스의 뜻을 두 가지로 추렸다. 오산천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 혹은 개울과 산을 끼고 있는 영천 교차로 부근.

 영천 교차로와 오산천 갈래 점의 거리는 불과 삼백 미터 남짓이었다. 한 번에 확인하는 것이 가능한 거리.

 수호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삼켰다. 풀었다고 생각하니 속까지 후련했다. 이런 기분 때문에 이우가 퀴즈에 집착했을까.

 수호는 모자를 더 눌러 쓰며 괜히 주변을 힐끗거렸다. 풀었다는 걸 이우가 알면 큰일일 것이었다. 또 영웅놀이하려고 쫓아갈 게 뻔했다.

 광복절 새벽 두 시. 수호는 날짜와 장소를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영업하는 중에 혼자 슬쩍 가볼 생각이었다.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일어나 카페 문을 밀었다.

 

 이우는 차 문을 닫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민하게 구는 수호 때문인지 덩달아 예민해지는 기분이었다.

 백화점에서 보았던 커플은 이우가 가는 매장마다 주변에 있었다. 몇 번을 힐끗거리며 고쳐보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커플이었다.

 사람들이 쇼핑하는 동선이 다 비슷한 걸까. 이우는 괜히 신경이 쓰여 자꾸만 주변을 둘러보고 다니던 참이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며 쇼핑봉투를 챙겨든 이우는 대문 안으로 막 들어선 순간 눈부터 질끈 감았다.

 눈을 번쩍 뜨며 제 입을 틀어막은 손을 내려 보았다. 억센 팔뚝에 바짝 감긴 몸을 빼며 다급하게 스톱워치를 눌렀다.

 납치라도 하듯 뒤에서 붙들어 안았던 남자는 허공에 엉성하게 팔을 내민 채 멈춰있었다. 수호만큼 매서운 눈초리, 겉으로만 보기에도 엄청나게 굵은 몸.

 이우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떨리는 손으로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다 걸어 잠그고 쇼핑백을 소파에 집어던졌다. 안절부절 거실을 서성였다.

 집안에 숨어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가 수호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 일단 집 밖으로 도망을 할지 선뜻 판단이 되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며 잠시 고민하던 이우는 창밖으로 멈춰있는 남자를 내다보았다.

 멀끔한 차림새의 중년 남자. 누굴까. 자신이 자꾸 범죄를 방해해서 해코지라도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단순 도둑일 뿐일까. 도둑이라면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범죄 소굴에서 찾아온 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남자의 외형만 봐서는 그냥 좀도둑 같지는 않았다. 재킷까지 입었음에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굵은 근육질 몸.

 밖으로 나가서 돌다가 시간이 흐르는 대로 수호에게 전화하는 게 나을까. 일하는 사람한테 괜한 걱정만 시키게 될까. 수호가 퇴근하고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까.

 이우는 침실로 뛰었다. 어쨌든 집이 발각된 거라면 일단 나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당분간 집에 못 오게 될 수도 있을까. 수호가 오기 전까지의 안전한 곳이 어딜까, 기웅의 병원이면 괜찮을까.

 드레스룸으로 들어서던 이우는 펄쩍 뛰며 자리에 얼어붙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방망이질했다.

 남자 한 명이 입구 안쪽 벽에 딱 붙어 서 있었다.

 굳어 섰던 이우는 가방을 꽉 틀어쥐었다. 떨리는 다리를 떼 서랍장을 열었다. 속옷과 옷가지를 급하게 챙겨 밖으로 뛰어나갔다.

 정원을 가로질러 멈춰선 남자를 지나쳐 대문을 박차고 나섰다. 차에 들어앉아 떨리는 손으로 시동을 걸고 서둘러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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