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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능력사무소
작가 : 클레어
작품등록일 : 2017.7.3

복수하고 싶은 이들에게 능력을 빌려주는 "능력사무소". 얄미운 남동생 골탕먹이는 것부터 살인범 찾아내기까지. 능력을 빌려드립니다. 맡겨만주세요.

 
능력사무소 (4)
작성일 : 17-07-10 13:41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5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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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경식은 사무소 앞에 서있다. 간밤의 비밀을 삼킨 듯 햇살 아래 평범했다. 서울에 위치한 오 층짜리 건물은 겉보기에 깔끔했고 일반 빌딩처럼 보였다. 경식은 손톱으로 손바닥을 꾸욱 눌러봤다. 아무래도 꿈은 아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경식은 숫자 3을 눌렀다. 문이 막 닫히려 할 때 문틈을 파고드는 손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인상 좋은 사내가 고개를 살짝 숙여보였다. 경식도 따라 숙였다. 고개를 힐끗 돌린 사내가 경식의 옆에 나란히 섰다. 침묵 속으로 엘리베이터가 올라갈 때 어어, 경식이 고개를 들었다. 사내는 무척 평범하게 생겼다. 경식이 할 말은 아니지만, 길거리에서 마주친다면 무심코 지나칠 외모였다. 하지만 3층에는 능력사무소 밖에 없었다.

 "야누스 씨세요!"

 경식이 물었다. 히어로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처럼 잔뜩 기대에 찼다. 그 목소리에 흠칫 놀란 사내가 열광팬을 마주했다. 그는 선한 눈매를 휘며 곤란한 듯 목덜미를 긁었다.

 "저는 아닌데요."

 '병신.'

 경식이 제 머리를 쳤다. 그리고 빠르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보니 사내에게선 능력이 보이지 않았다. 괜히 김칫국 마시다 사레 든 경식이다. 능력자를 맘껏 만난다는 마음에 어제부터 너무 기분이 들떠있는 모양이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점심 드시고 오시나봐요. 혹시 안에 선화 있나요?"

 "네?"

 “아뇨, 그게. 아, 그러고 보니 야누스 씨를 찾으셨죠?”

 경식이 생뚱맞은 표정을 짓자 사내가 황급히 말을 돌렸다. 순진한 평범이는 또 넘어가고 말았다.

 “네!”

 "으음. 야누스 씨가, 사라진지 이주 쯤 되가니까. 슬슬 돌아오지 않을까요?“

 사내가 살포시 웃었다. 친절함이 묻어나는 말에 경식은 좀처럼 질문을 하지 못했다. 평범한 외모와 달리 사람을 온화하게 만드는 사내의 분위기가 줏대 없는 경식을 ‘그렇군요.’ 대답하게 만들었다. 경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건가요?"

 "그렇게 됐네요... 저는 문,"

 겸연쩍게 미소 지으며 통성명을 하던 경식의 머릿속을 치고 지니가는 말이 있었다.

 ‘이름은 알려줄 필요 없어. 우린 할 만큼만 말하고, 알 만큼만 듣거든.'

 이미 제 이름에 나이까지 아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어제의 경식은 허탈한 눈으로 명훈을 바라봤다. 이런 말을 듣고 나니, 과연 강명훈이라는 이름이 진짜 이름일까 하는 작은 의심이 피어났다. 아르는 무엇의 줄임말일까. 케이는 이름의 이니셜일까? 무엇보다, 능력사무소는 뭐 하는 곳일까. 쏟아지는 은하수처럼 질문은 많았지만, 명훈의 한마디가 평범이의 입을 걸어 잠갔다.

 ‘이름 정도는 상관없지 않을까?’

 문경식은 생각했다. 별명이 마치 얄팍한 눈속임으로 보였다. 한 평생 들고 온 이름이 별명으로 가려질 수 있을까.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그들은 규칙을 성실히 지키고 있었고, 그 미행성에 불시착한 외부인 문경식은 소심한 의견조차 표출하지 못했다.

 "저는 평범이...입니다."

 "예?"

 바보들의 대화가 오갔다. 의사소통이 단절된 상태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자괴감 몰려오는 통성명에 평범이는 머쓱하게 왼쪽 눈썹이나 문질렀다.

 ”아아. 그렇군요.“

 사내는 네가 왜 그러는지 알겠다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경식을 위로했다.

 "저는 이정규입니다. 평범 씨라 부르면 될까요?"

 올바른 어른이 물었다. 네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평범이가 답하자 사내는 씨익 웃어보이며 먼저 사무소로 들어섰다. 그 폼이 익숙했다.

 "안녕하세요."

 에어컨 바람보다 상쾌한 정규의 목소리가 사무소에 퍼졌다. 평범이도 뒤따라 들어왔다. 사무소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 할 일에 빠진 능력자들은 손만 까딱이며 손님을 맞이했다.

 ‘도대체 무슨 회사야.’

 제일 근본적인 의문이 가장 풀리지 않는다. 그때 아르가 벌떡 일어섰다.

 "정규 빨리 왔네."

 조급하진 않으나 빠른 발걸음으로 아르는 친구를 낚아채며 사무소를 탈출했다. 황망히 홀로 놓인 경식에게 불곰 같은 사내가 길을 이끌었다.

 "거, 저어기. 어제 앉았던 데 앉으면 돼."

 그는 두툼한 손가락을 끼워 넣은 핑킹가위를 종이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했다. 알록달록한 색종이를 자르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예에, 경식은 야누스의 의자에 몸을 구겨 넣으며 불타는 명훈을 힐끔 살폈다. 첫 만남보단 덜하지만 여전히 명훈 주변을 알랑거리는 불꽃 때문에 종이가 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저도 모르게 경식이 몸을 뒤로 젖히며 불길을 피할 때도 케이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민트색 헤드폰을 낀 채 노트북을 바라보던 케이는 옆에 있던 분무기를 집어 들었다. 파란 총구를 명훈에게 조준하곤 치이이이익, 상쾌한 물줄기를 발사했다. 마치 화분에 물을 주듯 정수리로 떨어지는 물길을 바라보던 경식이 먹던 물을 뱉어냈다.

 ‘역시 여기 뭔가 이상해!’

 코로 역류한 커피를 켁켁대며 뱉어낼 때였다. 화살처럼 쏟아지던 수많은 물방울들이 명훈의 머리에 닿는 순간, 시이익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증발했다. 수증기만 그 주위를 얼씬거렸다.

 ”우와아아.“

 그 기이한 현상에 평범이는 넋을 놓았다. 중학생 시절 때 했던 과학 수업이 떠올랐다. 눈 감은 채 냉기를 즐기던 명훈은 들려오는 순수한 감탄의 소리에 음하하, 호탕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리곤 케이를 쿡쿡 찔러댔다. 케이는 한순을 내쉬곤 이번에야 끝내주겠다는 듯, 분무기 손잡이를 마구 당겼다. 쏟아지는 분수에도 명훈은 뽀송함을 유지하며 기분 좋게 가위질을 이어갔다. 물은 그에게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하늘로 사라졌다.

 "명훈아 어제 말한 거, 부탁할게."

 케이가 명훈쪽으로 차키를 넘기며 덧붙였다. ‘열 좀 빼고 와.’

 "어어. 이것만 마치고."

 막 완성된 전단지를 내려놓으며 명훈이 일어섰다. 사무소를 슥 둘러보던 그가 이제야 신입에게 알은체를 했다.

 "범이 왔냐. 잘 찾아 왔고마잉.“

 ”안녕하세요.“

 또 별명이 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경식은 바르게 인사했다. 불곰 같은 사내는 아무도 묻지 않은 별명의 유래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느그 이름이 평범이여도 말여, 밖에서 부르면 창피할 거 아녀. 그래서 줄여서 범이. 어때, 끝내주지?"

 어쨌든 평범이라는 닉네임엔 변함이 없었다. 갑자기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모두 제 본명을 알면서 자신만은 남들의 이름도 닉네임의 뜻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속상했다. 하지만 폭군을 모시는 소심한 내관은 넘치는 궁금함에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입만 달싹이던 경식은 크로스백에 분무기를 꽂아 넣는 불꽃의 사내를 바라보기만 했다.

 "왜. 신기하냐?" 눈치 빠른 그가 음흉하게 씩 웃는다.

 "예." 뭔가 분하지만 솔직히 그랬다.

 아마 외출 중에 열을 줄이기 위해 분무기를 사용하는 것 같지만, 경식은 그게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경식의 눈엔 불꽃은 잠시 사그라질 뿐 바람에 일렁이듯 더욱 격렬하게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요즘에 열이 너무 싸여서 말이야. 가끔 빼주기도 해야지. 무튼간에 갔다 올게."

 명훈이 호탕하게 문을 열어 젖혔다. 사무소를 나서는 그의 손엔 빨간 캐리어가 들려있었다.

 범이는 책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열은 어떻게 빼는 거지.’ 늦게 의문이 들었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따라 질문은 머릿속 저편으로 사라졌다. 능력이 보이면 뭐할까,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그 누구하나 말해주지 않는다.

 "평범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색을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경식이 번뜻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케이만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둘 뿐이네.’

 사실을 인지하자 민망함이 뺨을 타고 올라왔다. 연갈색 눈동자는 계속 범이를 기다렸다. 머릿속을 노닐던 푸른색 영롱함과 달리 고요한 눈동자는 마치 검게 칠된 유리창처럼 속이 안 보였다. 너무 시꺼매 원초적 두려움이 일 정도였다. 케이가 눈을 껌벅였다. 그는 생각보다 멍청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사무소에 대해 알려줄게."

 그 말을 끝으로 긴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 사무소는 개인적인 원한을 되돌려주는 데 한계가 있는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있어. 개인적으로나 법의 도움을 통해서 처리할 수 없는 것들을 우리가 능력을 사용해서 도와주는 거지. 그 내용을 먼저 듣고 나서 의뢰를 수락할지 말지는 우리 나름의 기준과 규칙에 따라서 결정하고. 의뢰를 수락한 후에는 사건의 내용에 따라 능력 활용력이 가장 뛰어날 사람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고 의뢰를 처리하지. 그게 ‘능력사무소’가 하는 일이야."

 한 단어가 경식의 머리를 스쳤다. ‘흥신소.’ 그것도 불법 흥신소.

 영웅 집단의 지구 지킴이 프로젝트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심심한 소개에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군요.”

 결국 경식은 김빠진 대답을 내놓았다. 미동도 없이 고양이마냥 그를 바라보던 케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곤 갑작스레 경식에게 다가왔다. 건조하게 걸어오는 케이를 보며 평범이는 습관처럼 제 잘못을 되짚어봤다. 점점 가까워지는 푸른 은하수에 머리가 몽롱해질 때,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케이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침묵의 방해꾼은 당당했다. 애꿎은 그녀의 일행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케이. 정규가 너한테 볼일 있다는데."

 아르는 당당하게 제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어깨 위에서 찰랑거렸다. 그녀의 일행, 이정규는 기다란 문제집을 꺼내든 아르를 희미한 미소로 바라보며 손님용 소파에 앉았다. 그는 서류 가방에서 몇 개의 서류철을 꺼내 케이에게 넘겼다. ‘땡큐’ 케이가 받아들며 맞은편에 앉았다.

 아르는 잘 깎인 연필을 서걱거렸고, 케이는 사무적인 태도로 따끈하게 배달된 서류를 살폈다. 손님인 정규마저 바쁘게 휴대폰을 두들기는데 경식만 할 일이 없다. 지금 보니 정규라는 사내는 직장인인지 하얀 와이셔츠에 멀끔한 회색 정장을 걸치고 있었다. 몸이 고생을 안 하자 머리가 또 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땅굴 팠던 경식의 솜씨는 예사가 아니었다.

  '잘 하고 있는 걸까. 이러고 있다가 하는 일 없다고 시급도 못 받는 거 아니야? 나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직원이긴 한 거겠지? 뭐 일거리가 있어야 움직일 텐데.‘

 무의식이 세상의 끝을 향해 달릴 때 사무소 문이 열렸다. 꽤나 빨리 명훈이 돌아왔다.

 "나 왔다."

 꽤나 빨리 명훈이 돌아왔다. 그는 어딘가 후련해보였고 도 손을 바지 앞주머니에 꽂은 채 껄렁거렸다. 빈 분무기통이 반동에 넘실댔다.

 "많이 빠졌네요."

 명훈이 말한 대로였다. 열을 ‘뺀다’고 말하더니 딱 그랬다. 명훈을 연료고 활활 타오르던 불꽃은 사그라들어 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약하디 약한 불꽃 사나가 그의 가슴 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그 나약한 생명체를 경식은 소중히 바라봤다. 명훈이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그래 시원해 보이냐? 진짜 다 보이는갑네.”

 꽤나 유용하다고 생각한 명훈이다. 그리고 그녀가 떠올랐다. 언제나 따스한 마음으로 차갑게 명훈을 감싸 안아준 그녀가 떠올랐다.

 "범아. 다음에 누구 좀 봐주면 안 되겠냐?"

 "누구요?" 경식이 물었다.

 "아니 그냥. 누구 좀 봐줬으면 싶다."

 명훈은 애매하게 답했다. 희미한 미소를 너털웃음에 지우며, 그는 쑥스러움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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