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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채운몽
작가 : 채헌
작품등록일 : 2017.6.19

조선 최초의 레즈비언으로 기록된 세종의 두 번째 며느리 세자빈 월, 기루 무사 소쌍을 만나 운명인 듯 우연인 듯 사랑에 빠진다. 아니라 해도, 아니 된다 해도 돌아설 수 없었던 그녀들의, 무지개빛 로맨스

 
40장. 그대, 이렇게 돌아서니
작성일 : 17-07-10 13:19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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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별궁 앞에는 아무 장식 없는 흰 가마가 세워져 있었다.

 

  석가이가 보퉁이 하나를 챙겨가지고 나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보퉁이를 월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일곱 해의 시간이 보퉁이 하나로 갈음된다는 것이 허무하면서도 마음 둔 적 없는 곳에 자신이 챙겨야 할 짐이 저만큼이나마 있다는 것이 또한 신기했다.

 

  “싸게싸게 가시지요.”

 

  퉁방울눈 가마꾼의 재촉에 소복 차림의 월이 계단 아래로 내려섰다.

 

  그때 저만치서 춘복이 구르듯 달려왔다.

 

  “마노라, 송구하옵니다. 소인이,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토끼처럼 빨갰다.

 

  “제가 전하께 다시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빈궁 마노라께서 저희에게 글을 가르치시려 시를 알려주신 것이라 고하겠사옵니다.”

 

  월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 그런 말이 무슨 소용 있겠느냐. 나는 오히려 궁에서 나갈 수 있어 홀가분하다.

 

  언제나 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었거든.”

 

  월이 희미하게 웃으며 보퉁이에서 앙증맞은 색동 장식이 달린 나비 노리개 두 개를 꺼내 건넸다.

 

  “나중에 관례 올릴 때 춘덕이와 하나씩 달려무나.”

 

  “마노라, 어찌 소인들에게 이런 것까지 주시옵니까. 소인들 때문에 마노라께서……,”

 

  춘복이 차마 받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렸다. 월이 춘복의 손에 억지로 노리개를 쥐어주고는 돌아섰다.

 

  월은 휘청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가며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디딜 때마다 그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쳤다.

 

  처음 궁에 들었던 날, 망망대해처럼 보이던 근정전과 등허리가 서늘했던 첫날 밤, 늘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며 지났던 수많은 낮과 밤들. 그 시간들이 모두 이곳에 있었다.

 

  분명 힘겹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또한 제 생의 일부였다.

 

  그것들을 모두 두고 돌아서는 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춘복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마노라, 부디 만수무강하옵소서!”

 

  춘복이 눈물콧물 범벅인 얼굴로 월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차마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담장 뒤에 숨어있던 춘덕 역시 눈물을 쏟으며 큰절을 올렸다.

 

  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마에 올랐다.

 

  월이 가마에 오르자마자 언질도 없이 가마가 붕 떠올랐다. 가마꾼들이 빠른 걸음을 걸어 가마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춘덕과 춘복을 제외하면 월을 배웅하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궁녀의 옷을 벗고 여염집 종의 옷을 입은 석가이만이 월의 가마를 뒤따랐다.

 

 

  * * *

 

 

  사정전은 숨 쉬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침묵으로 가득했다.

 

  왕은 비스듬하게 기대 앉아 한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왕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권승휘가 앉아 있었다. 노골적인 왕의 시선이 불편할 법한데도 권승휘는 미동도 없이 시선을 내려뜨리고 있었다.

 

  왕이 대뜸 물었다.

 

  “내가 너를 왜 부른 줄 아느냐.”

 

  권승휘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뱃속의 아이 소식이 궁금하여 보시고자 하셨사옵니까.”

 

  “틀렸다.”

 

  권승휘의 목소리에 애교가 섞였다.

 

  “다른 이유라면 소첩은 잘 모르겠나이다. 일러주시옵소서.”

 

  “나보다 눈과 귀가 밝은 네가 잘 모르는 것도 있더냐.”

 

  “……?”

 

  “어전에 심어둔 네 끈들이 적지 않을 터인데 어찌 그 이유를 모른다 하느냐.”

 

  “저, 전하, 무슨 말씀이시온지…….”

 

  왕이 파르르 떨리는 권승휘의 입술을 외면하며 말했다.

 

  “곧 새로운 세자빈을 들일 것이다. 저부는 한 나라의 근본이요, 배필은 삼가의 중대함이니 규곤의 의칙을 거스르지 않을 이가 응당 세자빈이 되어야 하겠지.

 

  내 이미 두 번의 실패를 하였으니 이번 세자빈만큼은 반드시 덕용과 숙덕을 갖춘 규수로 들이려 한다.”

 

  “…….”

 

  “허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고, 겉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속까지 아름답기는 어려우니 간택으로 사람을 들이는 일이 영 못미덥다. 하여……,”

 

  왕이 권승휘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시험해보지 않은 이를 새로 얻기보다는 본래부터 궁중에 있으면서 부인의 도리에 삼가고 공손한 이를 뽑아 들이고자 하는데 승휘는 어찌 생각하느냐.”

 

  “어찌 그런 중대한 일에 아둔한 소첩의 뜻을 물으시오니까.”

 

  “아둔하다……. 진정 아둔하고서야 네가 어찌 그 자리를 보전하고 있겠느냐.”

 

  설마, 왕이 알고 있는가!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언제부터 알고 있었단 말인가!

 

  “곤전의 자리란 말이다, 왕의 자리만큼이나 지난하고 간고하느니라.

 

  그 자리에 오르려면 갖추어야 할 것도, 지켜야 할 것도 많지.”

 

  “…….”

 

  “무엇보다 중한 것은 도를 지키는 것이다. 바르지 않은 것은 보지도, 듣지도, 행하지도 말아야 한단 말이다.

 

  도가 아닌 것을 범하고서야 어찌 귀한 이름을 얻겠는가, 아니 그러냐?”

 

  무슨 말을 하려는가. 왕의 심중을 헤아리느라 권승휘의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왕은 줄기차게 말을 쏟아냈다.

 

  “수기이경, 경건함을 가지고 자신을 닦아야 한다.

 

  정심성의, 마음을 바르게 하고 뜻을 성실하게 가져야 한다.

 

  입이저심, 신료와 백성들의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아야 한다!”

 

  “저, 전하…….”

 

  “그러나 불가부득, 비도를 행했다면 어찌 해야 하겠느냐?”

 

  권승휘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것을 도라 해야 할 것이다.”

 

  “……!”

 

  “네가 행한 그것을 바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소, 소첩, 완둔하여 전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나이다.”

 

  부연 설명을 바라는 권승휘의 시선을 외면하며 왕은 끝내 제 할 말만 하였다.

 

  “만사에 마무리가 꼼꼼해야 하는 법이니라. 궁에 있는 사람은 더더욱 그래야 하지.

 

  끝을 잘 내지 못한다면 아니 시작함만 못 하다. 승휘 너는 이것을 필히 유념하거라.”

 

  권승휘의 떨리는 눈동자와 왕의 형형한 눈이 맞부딪쳤다.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오래도록 이어진 후, 권승휘가 가만히 시선을 떨구었다.

 

  “소첩, 가슴 깊이 새기고 또 새기겠나이다.”

 

 

  * * *

 

 

  처소에는 권승휘가 어전에 불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권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께서 우리의 일을 아시는 듯합니다.”

 

  “전하께서요! 그리 단속을 하고 은밀히 움직였는데 어찌 아신단 말입니까?

 

  허면 승휘를 엄책하기 위해 불러들이신 것입니까. 전하께서 무어라 하셨습니까.”

 

  “그게……, 딱히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권전의 눈에 의아함이 실렸다.

 

  “허면, 승휘께서 잘못 아신 것은 아닙니까. 그 일을 안다면 가만있으실 전하가 아니잖습니까.”

 

  “아니오. 분명히 알고 계셨습니다. 저의 직감이 그러했습니다.

 

  전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알고 계시구나, 분명히 그리 느꼈습니다.”

 

  권전의 입에서 절망 어린 탄식이 터져 나왔다.

 

  “승휘께선 뭐라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모른다 하셨습니까. 모두 저 혼자 꾸민 일이라고 둘러대셨느냔 말입니다.”

 

  “서툰 변명이나 핑계가 먹힐 분이십니까!”

 

  “허, 허면 이 일을 어찌 해야 한단 말입니까.”

 

  “그분의 뜻을 헤아려야지요.”

 

  “예?”

 

  “알고 있으나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전하고자 하는 주상전하의 뜻 말입니다.”

 

  권전이 초조한 얼굴로 다가앉았다.

 

  “그, 그게 무엇이랍니까.”

 

  권승휘가 대답 대신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말끔히 지워야겠습니다.”

 

  한참만에야 눈을 뜬 권승휘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말끔히……, 지운다 하셨습니까.”

 

  권전이 중얼거리다 퍼뜩 말뜻을 짐작하고 눈을 크게 떴다.

 

  “예. 그것이 전하의 뜻인 듯합니다.”

 

  “저, 정녕 그것이…….”

 

  “지금 저의 말을 의심하시는 것입니까, 아버님.”

 

  “그런 게 아니오라, 지금 승휘께선 회임도 하셨는데 혹여 부정이라도 타지 않을지 조심스러워…….”

 

  권승휘가 눈을 흘기며 몸을 모로 돌렸다.

 

  “그것이 어디 제 손으로 하는 일입니까. 아버님 손으로 하는 것이지요.

 

  저는 그저 규방에 머무는 아녀자일 뿐, 담장 밖 일은 아무것도 모르지 않습니까.”

 

  “아, 그,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승휘께선 심려치 마십시오.”

 

  권전이 고개를 숙이고 급히 물러났다.

 

 

  * * *

 

 

  그 시각, 태청관 도사 맹검은 향을 피우고 있었다.

 

  얇게 자른 향나무 껍질을 향로 안에 넣고, 기다란 향을 꽂았다. 붉은 불씨를 얹은 향이 고운 연기를 피어 올렸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냄새에 맹검이 지그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순간 석연찮은 기운이 느껴졌다. 맹검이 벌떡 일어나 창을 열었다.

 

  검은 하늘에 연기도, 구름도 아닌 기운이 서려 있었다. 엷은 홍색의 기운과 어둠보다 더 짙은 흑색의 기운이 대치하듯 마주 섰다가 별안간 검은 기둥이 홍색 기둥을 덮어버렸다.

 

  이내 홍색 기둥은 흩어지고, 하늘은 더욱 검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맹검의 표정이 그보다 더욱 어두웠다.

 

  “항룡유희라, 과한 복은 흉이라 그리 일렀거늘. 살 목숨들이 겁살을 맞아 죽으니 덧없는 피보라가 불어 닥치겠구나.”

 

  맹검이 자리로 돌아와 천천히 서안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목어와 종, 경전을 가지런히 놓은 맹검은 한 줄기로 피어오르는 향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하늘이 일러주는 것을 한낱 인간이 다 헤아리지 못함을 내 아직도 깨닫지 못하였으니 모두 나의 죄로다.

 

  이제 이리 죄를 짓는 것도 그만두어야겠어.”

 

  맹검이 거의 다 타버린 향을 들어 성한 왼쪽 눈에 가져다 댔다.

 

 

  * * *

 

 

  소쌍은 멍한 눈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낯빛이 꼭 죽은 사람처럼 가무파리했다. 하룻밤 사이 십 년은 늙어버린 듯했다.

 

  족쇄를 채우러 온 옥졸이 혀를 차며 말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떠나야 하니 잠이나 푹 자두시게.”

 

  넋이 나간 듯한 소쌍을 흘끗 보며 옥졸이 다른 옥졸들 쪽으로 돌아가며 투덜거렸다.

 

  “아이고 내 팔자야. 북관 그 먼 곳까지 어느 세월에 가나. 괜히 갔다가 나까지 호랑이밥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뭔 걱정이야. 저 자가 그리 싸움을 잘한다는데.”

 

  “에이, 그래봤자 계집인데 산군을 이기겠나.”

 

  옥졸 하나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헌데 저 자가 정말 계집인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영판 사내 같은데.”

 

  “그렇다지 않은가. 이게 달린 것을 신료들이 다 보았다네.”

 

  옥졸이 손으로 불룩한 가슴을 과장되게 그려 보이는 통에 옥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이것도 달린 거 아닌가? 어지자지란 소문도 있던데.”

 

  다른 옥졸이 사타구니에 주먹을 대고 경망스레 흔들어댔다.

 

  “그리 궁금하면 자네가 직접 확인해 보게나.”

 

  “어이쿠, 그러다 저놈이 내가 좋다고 한 번 하자고 달려들면 어찌 하나.”

 

  “그럼 하는 거지, 뭐. 그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나.”

 

  옥졸들이 대놓고 힐끔거리며 키득거렸지만 소쌍의 표정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월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북관으로 떠나야 하는 제 처지보다 서운궁에 유폐되어 평생을 살아야 할 월이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북관으로 떠나주는 것,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리도 무력하다니, 이리도 무능하다니.

 

  소쌍의 주먹이 차가운 감옥 바닥을 쳤다. 소쌍의 주먹에 점점 힘이 실렸다.

 

  소쌍의 주먹질이 자신들의 희롱 때문인 줄 안 옥졸들이 일시에 입을 다물었다.

 

  “전하께서도 며느리 복 하나는 지지리도 없으시지 않은가. 어떻게 들어온 며느리들마다 이 사달이 나나.”

 

  소쌍의 인도를 맡은 옥졸이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세자 저하 거시기가 거시기하다던데 진짠가?”

 

  “예끼, 이 사람아. 전하의 뒤를 이어 성군이 되실 분한테 그 무슨 망발인가.”

 

  “천하의 성군이라도 거시기가 거시기할 수도 있는 것이지, 뭐 성군은 거시기까지 성군이라던가?”

 

  옥졸들이 또 끼득거렸다. 옥졸이 소쌍의 눈치를 보며 한껏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어쨌거나 세자빈이 대식까지 저질렀으면 세자 저하 거시기 사정이야 알만하지 않은가.

 

  거시기가 멀쩡했으면 뭐가 아쉬워서 저런 놈이랑 그 짓거릴 하겠어?”

 

  “일리 있는 말일세. 대식이라면 치를 떠시는 전하가 아니신가.

 

  한낱 궁녀가 대식을 저질러도 거의 초주검을 만드시는 분이 빈궁 마노라한텐 사약도 안 내리고 곱게 내보냈지 않았나.

 

  필시 전하도 찔리는 구석이 있으신 게야.”

 

  “아이고, 곱게 내보내면 뭐하나. 어차피 죽을 목숨인 거.”

 

  “그게 뭔 소린가?”

 

  “폐빈이 되어 나가면 일가붙이 손에 죽는 건 시간문제지 않은가.”

 

  “에잉, 그건 아닐 걸세. 폐빈의 일가가 유난해서 폐빈이 그 모양이란 소문 못 들었나.

 

  보통 조선의 양반들과는 달라도 아주 다른 사람들이라 그렇게까진 않을 것이네.”

 

  말을 꺼낸 옥졸이 더욱 목소리를 낮췄다.

 

  “그게 아니더라도 권승휘 쪽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라더구만.”

 

  “뭐, 권승휘가? 권승휘가 왜?”

 

  소쌍의 귀가 번쩍 뜨였다.

 

  “권승휘가 곧 아들을 낳을지도 모르지 않나. 그런데 세자빈이 멀쩡히 살아있으면 훗날 곤란한 일이 생길 게 뻔하니 후환을 없애려는 게지.”

 

  “세자빈이 살아있다고 곤란할 일이 뭐 있으려고? 저하의 굄을 받는 것도 아니고, 주상전하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판에.”

 

  “답답하기는. 생각을 좀 해보게. 폐빈이 나중에 임신이라도 했다고 나서면 어찌 되겠는가.

 

  게다가 낳은 아이가 아들이라면? 원자 자리를 놓고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그러니 불화의 싹을 애초에 잘라버리기 위해서, 쓱!”

 

  옥졸이 칼로 목 가르는 시늉을 했다.

 

  “에이, 그래도 설마 그렇게까지 할라고.”

 

  “에이그, 이 사람, 궁에 들어온 지 몇 핸데 아직도 모르는가. 궁에선 나무, 돌멩이 말고는 믿을 것이 하나도 없다네.”

 

  “으아아악!”

 

  갑작스러운 고함소리에 옥졸들이 펄떡 튀어 올랐다.

 

  “열어, 문 열어!”

 

  소쌍이 창살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아니, 이놈이 죽을 날 받더니 돌아버렸나? 갑자기 왜 지랄이여? 조용히 있지 못해?”

 

  옥졸들이 으름장을 놓았지만 소쌍은 창살을 발로 차고 몸을 부딪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이놈이!”

 

  몽둥이를 든 옥졸들이 우르르 옥 안으로 들어갔다. 무수히 쏟아지는 매질에도 소쌍이 꿋꿋이 외쳤다.

 

  “내보내줘, 제발, 나를 내보내달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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