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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채운몽
작가 : 채헌
작품등록일 : 2017.6.19

조선 최초의 레즈비언으로 기록된 세종의 두 번째 며느리 세자빈 월, 기루 무사 소쌍을 만나 운명인 듯 우연인 듯 사랑에 빠진다. 아니라 해도, 아니 된다 해도 돌아설 수 없었던 그녀들의, 무지개빛 로맨스

 
39장. 저의 마음을 여기에 두겠습니다
작성일 : 17-07-10 13:19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6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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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군 나으리 드셨사옵니까.”

 

  때마침 입궁하던 황희가 양녕을 발견하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 양녕이 과장되게 팔을 들어 올려 반가움을 표했다.

 

  “어이구, 이게 누구신가. 전하의 고굉지신 구부가 아니신가.

 

  까탈스런 우리 아우님을 모시고 조정을 이끄느라 노고가 참으로 많으시네.”

 

  “과찬의 말씀이시옵니다.”

 

  양녕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자넬 보면 누가 짐작이나 하겠는가. 자네가 내 세자 자리를 지켜주겠다고 무려 네 해 동안이나 유배를 갔었다는 걸 말일세.

 

  정말이지 자네는 참으로 유연하고 변화무쌍한 사람일세.”

 

  실없는 듯하지만 가시가 빼곡히 박힌 말들이 황희의 뒤통수로 쏟아졌다.

 

  “내 아우님과 빈궁과 폐족의 일을 의논하고 가는 길이네. 하도 골머리를 썩이시는 듯하여 도움을 좀 드렸지.

 

  자네도 그 일 때문에 입궁한 것일 테지?”

 

  “예, 그, 그러하옵니다.”

 

  “내 빈궁과 폐족을 살리라 하였네.”

 

  “살리라 하시는 뜻은……,”

 

  “인정상 하도 딱해서 말일세.

 

  생각해보게. 꽃다운 규수가 칠 년 독수공방한 것만으로도 서러운데, 정 한 번 통했다고 사약까지 내리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좀 심한 듯하이.

 

  왜,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안 그래도 아우님이 즉위하시고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데 정말 오뉴월에 서리까지 내리면 사람들이 무어라 하겠는가.”

 

  “허면, 폐족은 어찌하여……?”

 

  “민심 때문이네.”

 

  “민심……, 이라 하셨습니까.”

 

  양녕이 주위를 휙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고려 폐족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 야박하다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자네도 알지 않는가.”

 

  “그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 왕가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였다면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불태워 죽이고, 물에 빠뜨려 죽이고, 찔러 죽이고, 묻어 죽이고……, 쯧쯧쯧쯧.

 

  그만큼 죽이고 또 폐족을 죽이면 여론상 무어 유익하겠나. 듣자하니 왕씨의 종통도, 사내도 아니라며. 그런 이를 죽여 봐야 무엇하나, 죄업만 쌓을 뿐이지.”

 

  “…….”

 

  “내 다 조정과 아우님을 걱정해 올린 간언일세.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대군 나으리의 말씀이 일리가 있사오나 난행의 죄가 가볍지만은 않으니……,”

 

  “참, 한씨는 잘 계신가.”

 

  황희의 주름진 눈에 당혹감이 가득 어렸다.

 

  “왜, 있잖은가. 아바마마께 미움을 사 참수 당했던 박포의 아내, 한씨. 아직도 자네가 거두고 있는 게 맞지?”

 

  “그, 그러하옵니다.”

 

  황희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자네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일세.

 

  모르는 사람들이야 자네가 신하의 아내를 겁간했다 손가락질하지만 자네가 어디 사사로이 다른 이의 아내를 첩으로 취할 위인인가.

 

  다 의리와 충정으로 그리 한 것이지. 아니 그런가?”

 

  양녕이 껄껄 웃으며 황희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멋모르는 자들이 자네를 두고 음비하다, 겁렬하다 욕질을 할 때마다 혼쭐을 내주었더랬네.

 

  내 앞으로도 그리할 셈이니 행여 추문이 퍼질까 용려할 것 없네.”

 

  “…….”

 

  “아아, 너무 감읍해할 것 없으이. 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충량지신을 위해 그쯤은 해야지.

 

  나는 한번 마음을 주면 잘 거두지 않는 사람이라, 누구처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진 못하거든.”

 

  황희의 얼굴이 시퍼렇게 굳었다.

 

  “아이고, 내 자네를 붙들고 잡설이 길었네. 얼른 들어가 아우님을 뵈시게.

 

  조선의 발전을 위해 또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보아야지. 그럼 수고하시게나.”

 

  양녕이 호탕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읍하고 선 황희의 이마에서 땀이 진득하게 흘러내렸다.

 

 

  * * *

 

 

 

  “어찌 그리 하셨습니까.”

 

  옥 안에 앉은 소쌍이 차마 월을 보지 못한 채 물었다. 죄를 자인한 탓에 별궁이 아니라 옥에 갇힌 월이 대답했다.

 

  “나 하나 살겠다고 너를 죽일 수가 없었다. 너를 죽이고 내가 어찌 살겠느냐.”

 

  “그래서 같이 죽는 길을 택하셨습니까.”

 

  월이 미안한 듯 한쪽 눈썹을 실그러뜨리며 웃었다.

 

  “그러게, 너 혼자라도 살으라지 않았느냐.

 

  그때 도망했으면 이리 죽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내 탓만은 말거라.”

 

  소쌍이 희미하게 웃었다.

 

  “저도 저 혼자 사는 것은 별로입니다.”

 

  눈가가 젖어드는 걸 숨기려는 것인지, 월이 대뜸 물었다.

 

  “너는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느냐.”

 

  꿈이라, 오래도록 떠올려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감히 꿈을 꿀 수 있는 생이 아니었다. 부모를 잃은 후부터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것도, 하고픈 것도 없었다.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았고, 흘러가는 대로 흘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자기도 모르게 꿈을 그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 흰 머리와 주름진 얼굴을 놀려가며 함께 나이 먹어가는 것,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주는 것.

 

  월을 만나고부터 새로 품게 된 꿈이었다. 너무 소박하고 소박해서 차마 이루지 못할 꿈이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이 조급하여 별다른 꿈이랄 게 없었습니다. 빈의 꿈은 무엇이셨습니까.”

 

  소쌍이 목이 메는 것을 감추며 대답 대신 물었다.

 

  “나는 말이다, 어릴 적에는 나비가 되고 싶었다.”

 

  “나비 말씀이십니까?”

 

  “그래,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

 

  소쌍이 엉뚱한 대답이 귀여워 피식 웃었다.

 

  “나비가 되어 사방천지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이 꽃 저 꽃 마음 내키는 대로 희롱도 해가면서 사는 것이 내 어릴 적 꿈이었느니라.”

 

  “나비가 아니라 난봉꾼이 되고프셨던 것이 아닌지요.”

 

  월과 소쌍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나비가 되겠다는 것이 어릴 적 꿈이셨으면 자라서는 무슨 꿈을 꾸셨습니까.”

 

  월이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망설였다. 소쌍이 말해보라고 재촉했다. 월이 못 이긴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꼭 한 번……, 사랑을 해보는 것이었다.”

 

  월의 얼굴이 더욱 발그레해졌다.

 

  “운명의 정인을 만나 뜨겁게 앓듯이 사랑해보는 것, 사랑으로 웃고 울어보는 것, 온몸과 마음을 다해 그 사람을 안아보는 것, 그것이 내 소원이었다.

 

  정혼까지 한 세자빈이 이런 꿈을 꾸다니, 역시 내 꿈은 난봉꾼인가 보구나.”

 

  “뭐든 일관된 것이 좋지요.”

 

  “그 말은 칭찬으로 듣겠다.”

 

  월이 슬픈 미소를 머금으며 덧붙였다.

 

  “고맙구나.”

 

  “어찌 제게 고맙다 하십니까.”

 

  “절대 이루지 못할 꿈인 줄 알았다. 평생 마음에만 품고 있어야 할 꿈인 줄 알았어.

 

  헌데 너로 인해 그 꿈을 이루지 않았느냐. 거짓말처럼 너를 만났고, 거짓말처럼 너를 사랑하게 되었고, 거짓말처럼…….”

 

  기어이 월의 눈에 고인 눈물이 넘쳐흘렀다. 소쌍이 눈물을 닦아주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월을 보았다.

 

  월과 소쌍의 눈빛이 맞닿았다. 말보다 많은 말, 울음보다 많은 울음이 오갔다.

 

  “후회……, 하지 않으십니까.”

 

  월이 반문했다.

 

  “너는 후회하지 않느냐.”

 

  “후회……, 합니다.”

 

  월의 눈망울이 가늘게 떨렸다.

 

  “좀 더 빨리 만나지 못한 것을, 한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쓸어주지 못한 것을, 모진 말로 빈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을……,

 

  후회하고, 또 합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기묘한 것이었다.

 

  하려 해도 하지 못하기도 하고, 하지 않으려 해도 하게 되기도 했다. 설매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이리 될 줄 몰랐겠는가. 후회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런 순간이 닥칠 줄을 어찌 몰랐겠는가.

 

  다 알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 않을 수 없는, 하지 않으면 죽고 말 듯한 그런 사랑이었다. 고맙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었다.

  소쌍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월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뺨에 흐르는 눈물이 별빛처럼 반짝였다.

 

 

  * * *

 

 

  사정전에 드니 왕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양녕을 보고 난 뒤엔 늘 끈적한 흡반이 붙었다 떨어진 듯 한쪽 머리가 지끈거렸다.

 

  황희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편찮으시옵니까. 어의를 부를까요.”

 

  왕이 대답도 성가신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조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

 

  “도곡이란 자가 빈궁 마노라의 자백이 맞다고 인정하였사옵니다.”

 

  “대역의 혐의에 대해선 끝내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냐!”

 

  “상천사의 중들은 물론이고 도곡이란 자와 인연이 있는 이들은 모조리 잡아들여 심문했으나 역모를 인정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고, 증좌 또한 찾을 수가 없었사옵니다.

 

  아무래도 역모를 꾀했다는 것은……, 무고일 듯합니다.”

 

  왕이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왕이 눈을 감은 채 물었다.

 

  “영상은 어찌 생각하느냐.”

 

  “무엇을 말씀이시옵니까.”

 

  “계집이 계집을 사랑하는 것 말이다. 그것이 진정 가능하다 생각하는가.”

 

  “인간의 성과 기질이란 무릇 사내는 여인에게, 여인은 사내에게 감발하는 것이 정해진 이치가 아니옵니까.

 

  천지만물 영원히 멈추지 않는 커다란 이치가 바로 음과 양의 조화와 교합에 있사온데 어찌 그것이 가당하다 하겠습니까.”

 

  황희의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왕의 찌푸려진 미간이 살짝 풀어졌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오래 외로이 지낸 탓에 마음에 병을 얻은 것인지, 어찌 빈궁이 그런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단 말이냐.

 

  왕이 되어 온갖 신괴한 일을 다 보아왔지만 이런 꼴까지 보아야 하다니, 이게 다 내가 부덕한 탓이다.”

 

  “부덕이라니요.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왕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장차 이 일을 어찌 처분하면 좋겠느냐.”

 

  황희가 왕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답했다.

 

  “첫 번째 세자빈을 폐한 일로 백성들의 민심이 많이 흐려져 있사옵니다.

 

  빈궁이 용서할 수 없는 대죄를 저지른 것은 맞사오나 사약을 받는다면 외려 폐빈을 동정하는 여론이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되옵니다.

 

  어차피 사가로 내쫓기면 아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굳어진 관습이 아니옵니까.

 

  굳이 전하께서 사약을 내리시지는 않는 것이 좋을 듯 사료되옵니다.”

 

  왕이 어긋한 눈길로 황희를 보았다.

 

  “영상의 생각이 진정 그러하냐.”

 

  황희가 어색한 표정을 숨기려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러하옵니다.”

 

  “허면 그 폐족은 어찌 처벌해야겠는가.”

 

  “폐족 역시 쉬 죽이기가 저어되옵니다.

 

  고려 폐족들을 집단 수장시킨 이후로 폐족들에 대한 백성들의 관심과 연민이 아주 높사옵니다.

 

  합당한 처분을 내리고도 과한 벌을 내렸다 오해를 사기 십상이옵고, 자칫하면 전조의 잠재적인 지지층들을 자극할 수도 있사옵니다. 해서……,”

 

  “해서?”

 

  “폐족은 북방에 노비로 보내시지요. 어차피 가는 길이 험해 굶어죽는 이들이 태반인데다 무사히 도착한다 해도 오랑캐들의 잦은 침입과 거친 생활에 살아남는 이가 드무옵니다.

 

  이 또한 전하께선 살리시나 결국엔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처분이옵니다.”

 

  왕이 한참이나 손가락으로 수염을 쓸고 난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하라. 이 일은 삼정승이 더불어 의논하여 속히 교지를 올리되, 추잡한 일이니 사통한 일은 빼고 실덕한 일 서너 가지만 기록해 올리도록 하라.”

 

  “어명 받잡겠나이다.”

 

 

  * * *

 

 

  다음 날, 추국장에는 평소와 달리 대소신료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월과 소쌍이 긴장된 얼굴로 마당으로 들어섰다. 오래 씻지 못하고 상처투성이라 엉망인 몰골에도 빛이 나는 두 사람의 미색에 대소신료들이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세자빈과 폐족에 대한 처분을 내리겠다!”

 

  왕을 대신해 위관을 맡은 황희가 위엄 어린 얼굴로 두루마리를 펼쳤다.

 

  월과 소쌍이 잔뜩 긴장하여 마른침을 삼켰다.

 

  “세자빈은 들으라! 세자빈은 오로지 예와 덕으로 중전을 도와 내명부를 관장하고, 세자를 보필하여야 함에도 여러 실덕이 있어 한 나라에 국모의 의표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이에 세자빈을 폐출하여 서인으로 삼아 서운궁에 유폐하고, 그 일가에 내려진 직첩은 모두 회수토록 할 것이다.

 

  다만 일곱 해를 세자와 부부로 산 인연을 특별히 귀히 여겨 일가만은 처분을 면케 할 것이니 하해와 같은 성덕에 평생토록 보은해야 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가벼운 처벌에 대소신료들이 웅성거렸다.

 

  “신료들은 정숙하라!”

 

  황희가 호통을 친 뒤, 다음 내용을 읽어 내렸다.

 

  “죄인 소쌍은 폐족의 신분이 되어 왕의 은덕으로 목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 은혜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경거망동하여 감히 난행의 죄를 범하였으니 북관으로 보내 군영의 노비로 삼을 것이다!”

 

  “아니 되옵니다, 그것은 곧 죽는 벌이나 다름없지 않사옵니까.

 

  소쌍은 죄가 없사옵니다! 소쌍의 죄를 제가 대신 받게 해주소서!”

 

  월이 울부짖었다. 하지만 소쌍은 월이 사약을 면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에 감사의 눈물을 흘릴 따름이었다.

 

  “어서 죄인들을 끌고 가라!”

 

  황희가 차갑게 말하고는 추국장을 나갔다. 대소신료들도 두 사람을 힐끔거리며 황희의 뒤를 따랐다.

 

  사령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소쌍을 잡아끌었다.

 

  “소쌍아, 소쌍아!”

 

  월이 소쌍을 붙안고 눈물 젖은 볼을 소쌍의 거친 볼에 부볐다. 소쌍이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월은 소쌍의 뺨을 어루만지며 고개만 저었다.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제가 힘도 세고 싸움도 잘하지 않습니까. 북관에 가서도 건강히 잘 지낼 것입니다. 빈께서도……,”

 

  소쌍이 울컥하는지 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떨구었다.

 

  “강녕하십시오. 다시 볼 수 없더라도……, 언제나 평온하고 건강하셔야, 합니다. 저의 마음 한 자락을 여기에……,”

 

  소쌍의 투박한 손이 월의 가슴에 머물렀다.

 

  “여기에, 두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슬퍼 마시고, 영원히…….”

 

  궁인들이 월을 떼어냈다. 월이 궁인들을 뿌리치고 소쌍에게 다시 달려갔다.

 

  두 사람이 뜨겁게 엉켰다. 당황한 궁인과 사령들이 염오 가득한 얼굴로 수군거렸다. 두 사람은 개의치 않았다.

 

  이 순간, 두 사람은 서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소쌍의 가슴팍에 월의 가는 손이 얹어졌다.

 

  “내 마음도, 여기,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아라. 절대로……,”

 

  차마 말을 맺지 못한 월이 고개를 숙였다. 소쌍이 월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사령들이 소쌍을 끌고 가버리자 월이 털썩 주저앉으며 짐승 같은 울음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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