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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11화. 행복한 멜로디는 아픔이 되고
작성일 : 17-07-10 11:32     조회 : 310     추천 : 1     분량 : 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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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지내기 불편하죠?”

 “아니에요. 신후씨가 너무 편하게 해줘서 오히려 미안한 걸요.”

 

 환하게 웃는 옥봉의 얼굴에 신영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엄마가 얼른 내려가셔야 할 텐데. 잔소리 때문에 숨이 막힐 거 같아요.”

 “잔소리가 그리워지기도 하더라구요.”

 “옥봉씨도 부모님 많이 보고 싶죠?”

 “조선에선 여자가 출가하면 더 이상 그 집안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어린 나이에 출가하니 그게 제일 서럽더라구요.”

 “그랬겠어요.”

 

 옥봉이 살고 있는 시대에 여자로서 살아간다는 건 지금과는 많이 다르리라. 가족과 사회로부터 온전히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삶이란 얼마나 불우한가.

 

 “박사논문 때문에 허난설헌의 시랑 삶을 연구하거든요. 근데 참 안타까운 일이 많더라구요.”

 “초희가 왜요?”

 “유복한데다 재능을 북돋워주는 집안이어서 다른 여자들이랑 다른 삶을 살 줄 알았어요. 근데 조선은 조선인가 봐요. 결혼생활과 말년이 많이 불행했더라구요.”

 “초희는 저보다 더 일찍 결혼해서 고생이 많았어요. 결혼 후엔 자주 보지 못했지만 시어머니랑 남편 때문에 속상하단 얘길 했었죠.”

 

 신영은 잠시 머뭇거렸다. 옥봉이 미처 살아보지 못한 나날들이 현세에서는 역사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가. 그녀가 모르는 날들을 알려주는 게 과연 옳을까.

 

 “혹시 초희한테 무슨 일이 생기나요?”

 “네? 아니 뭐......”

 “알고 싶어요. 혹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미리 막을 수도 있잖아요.”

 

 옥봉의 말이 옳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을 수 있는 불행이라면 미리 알려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

 

 “그녀의 재능 때문에 시어머니의 학대가 날로 심해졌대요. 남편은 계속 급제하지 못해 무력하게 지낸데다 가정에도 무심했구요. 친정도 이런저런 일들로 몰락하고 자녀들까지 잃는다고 기록돼 있어요.”

 “정말요? 초희는 그렇게 살면 안 되는 아인데......”

 

 옥봉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옥봉씨, 이거 한번 읽어볼래요?”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었구나/부용꽃 스물 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지니/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참 구슬프네요. 초희가 쓴 건가요?”

 “네. 문헌엔 허난설헌이 이 시를 통해 죽음을 예언한 거라고 해석돼 있어요.”

 

 그렁거리던 옥봉의 눈물이 툭 떨어지고 말았다.

 

 ***

 

 “에단 오빠, 콘서트 축하드려요.”

 “에단씨, 오 분 뒤에 인터뷰요.”

 “에단리씨, 여기 좀 봐 주세요.”

 

 여기저기서 신후의 이름이 불렸다. 사람들에 둘러싸인 그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진노랑의 프리지아를 한아름 안고 있던 소라는 머뭇거렸다. 그에게 다가가도 될까.

 

 카메라에 익숙한 듯 신후는 자연스럽고도 장난스럽게 응하고 있었다. 북적이는 대기실 한켠에서는 연이어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에단리씨, 이번 콘서트에서 새 앨범 수록곡들을 모두 선보이셨는데요. 특별히 애정이 가는 곡이 있다면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고 계시는 타이틀곡에 저도 애정이 많이 가는데요. 열아홉 살 때 만들었던 곡인데 가사를 최근에야 완성했거든요. 그 과정이 힘들어서 그랬는지 애착이 가더라구요.”

 

 그의 말에 소라는 어딘지 익숙했던 멜로디를 떠올려 보았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던 열아홉의 신후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쳤었다.

 

 블타바 강변을 거닐던 신후와 소라는 한 쌍의 다정한 연인을 넋 나간 듯 바라보았다. 서로의 등을 대고 앉아 고풍스럽게 펼쳐진 카를교의 전경을 말없이 스케치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 참 예쁘다.”

 “그러게.”

 

 신후는 그들을 바라보며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연인들의 행복한 표정은 멜로디 위에 고스란히 얹혔다.

 

 “타이틀곡이 참 절절하던데요,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곡인가요?”

 “글쎄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그날의 행복한 멜로디는 ‘노코멘트’인 채 시간을 견딘 후 절절한 아픔의 노래로 완성되었다. 소라는 행복한 순간을 추억하는 일이 이토록 아플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저기요, 에단리씨 스탭 되시죠? 이것 좀 전해 주시겠어요?”

 

 소라는 오가던 누군가에게 프리지아를 남겨두고 총총히 문을 나섰다. 신후는 사라져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와의 시간들이 총총히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

 

 “뭐 생각나는 거 없어요?”

 

 신후는 오랜만에 옥봉과 함께 한강변으로 나왔다. 시간여행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기에 옥봉에게는 남다른 장소였다.

 

 “제가 살던 집은 저쪽이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요.”

 

 옥봉이 가리키는 곳은 말끔하게 정돈된 인라인 스케이트장이었다. 신후는 그곳에 있었을 옥봉의 집을 상상해 보았다. 그곳에서 보냈을 옥봉의 하루하루도 그려 보았다.

 

 “옥봉씨, 우리 동갑인 거 알죠?”

 “네, 스물셋.”

 “여기선 동갑끼린 무조건 친군데.”

 “네?”

 “우리 서로 말 놓으면 어때요?”

 

 가로등 불빛이 옥봉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신후는 그녀의 눈 속에서 일렁이는 강물을 보았다. 아름다웠다. 강물이, 아니 그녀의 눈이, 아니 그녀가......

 

 “남자와 말을 놓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요.”

 “말을 놓으면 긴장이 좀 풀리거든요. 이곳에 온 다음부터 내내 긴장 상태잖아요.”

 “그럴까요? 조선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려서나 어른이 돼서나 늘 긴장하며 살았죠.”

 

 서녀로서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 여자이기에 마음껏 펼치지 못했던 재능, 불행했던 애정사.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삶을 긴장으로 옥죄었을 것이다.

 

 “그럴까, 그럼?”

 

 옥봉이 먼저 입을 떼었다. 가벼워진 그녀의 어투에 화답하듯 신후가 씨익 웃었다.

 

 “와, 좋다.”

 

 신후가 앞서 걸어가며 고함치듯 외쳤다.

 

 “아, 나도 좋다.”

 

 옥봉도 그를 뒤따르며 외쳤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어댔다. 어둑한 한강변에는 두 사람의 웃음과 재잘거림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

 

 “형, 나 인사 안 시켜줘?”

 “아, 그렇지. 옥봉씨, 아니 옥봉아. 이쪽은 내 후배 박재민.”

 “안녕하세요. 이옥봉입니다.”

 “와우, 조선시대 그분 맞아요?”

 

 재민이 상상한 옥봉은 비녀를 꽂은 단아한 조선 여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옥봉은 현세의 여느 이십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과거에서 온 분 같지 않아 놀랐어요. 뭣보다 참 아름다우시네요.”

 “야, 임마.”

 

 신후가 재민의 입을 틀어막았다.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옥봉은 어쩐지 부러웠다.

 

 “근데 옥봉씨에서 언제 옥봉이가 된 거야?”

 “말 놓은 지 얼마 안 됐어. 아직 좀 어색해. 그치?”

 “응, 그렇지.”

 

 옥봉도 어색한 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재민은 옥봉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조선의 여인 같지 않은 이 조선 여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외계인과도 유에프오와도 다른 존재론적 딜레마였다.

 

 “재민씨도 노래하는 분이라구요?”

 “네. 신후형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죠.”

 “옥봉인 음악이랑 시에 관심 많아.”

 “아, 그러시구나. 역시 참 격조 있으시다.”

 

 재민이 사들고 온 와인 한 잔을 받아든 옥봉은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옥봉씨, 형이랑 술 안 마셔봤어요?”

 “네. 조선에서도 술은 마셔본 적이 없어서.”

 “이 술은 꽤 달콤해요.”

 “빛깔이 너무 예뻐요.”

 

 와인의 강렬한 색에 벌써부터 취기가 오르는 듯했다.

 

 “괜찮을까? 알코올이 몸에 들어간 적이 없을 텐데.”

 “형이 옥봉씨 보호자야? 어엿한 성인이구만. 아니지, 우리보다 몇 백 년 조상이기도 하지.”

 

 두 사람에 아랑곳없이 옥봉은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향내와 부드러운 감촉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와, 너무 맛있다.”

 “그래? 괜찮아?”

 “응, 처음 경험하는 맛이야.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되네.”

 “다음엔 옥봉씨 좋아할만한 술 더 가져와야겠다.”

 

 재민이 신기한 듯 옥봉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조선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현세에서 맛본 많은 것들을 잊을 수 있을까. 재민은 계속되는 의문을 안고 옥봉의 와인 잔을 연거푸 채줘 주었다.

 

 ***

 

 옥봉의 몸은 종이로 칭칭 감겨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겹겹으로 둘러쳐진 종이는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눈앞에는 낯선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어수룩한 저녁노을이 바다인지 하늘인지 모를 아득한 곳까지 이어졌다.

 

 ‘이곳은 어디지? 신후는 어디 간 거야?’

 

 옥봉의 앞으로 중년의 남녀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의 옷차림에 옥봉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저건......’

 

 어린 시절, 아버지를 방문하는 명나라 사신들에게서 본 옷차림이었다. 간간이 지나는 이들의 옷차림도 옥봉의 기억과 유사했다.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왜 명나라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옥봉은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발걸음을 떼 보았다.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종이가 발목까지 옥죄고 있었다. 손을 꼼지락거려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가슴이 답답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제발 조금만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제발......’

 

 몸을 빼내려 할수록 종이는 더더욱 그녀를 옥죄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로 뒤범벅이 되었다. 가슴께를 덮은 종이 위에는 글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아, 아아! 제발 손을......”

 “옥봉아, 옥봉아!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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