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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탕진잼 - 쓰고살자.
작가 : 88studio
작품등록일 : 2017.7.8

돈, 돈 좋지. 많으면 많을 수록.
근데 죽을 때 가지고 갈꺼야?
아껴서 똥된다. 다 쓰자. 그래야 산다.
생존을 위한 탕진 게임이 시작된다.

 
탕진 그리고 빚
작성일 : 17-07-10 11:09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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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린다.

 

 말그대로 지린다.

 

 속옷만 걸친 여자들이 시선을 강타한다. 숫컷본능. 더군다나 그 여자들이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다 아는 그런 여자라면?

 

 오늘 아침에 같이 녹화를 한 걸그룹 멤버도 있다. 이제 갓 20살이 넘은 그녀의 하얀 속살.

 

 돈이 좋긴 좋구나.

 

 본능적으로 가릴 곳만 가린 여자에게 눈이 갔지만 정신을 차리니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는가?

 

 자신의 옆에 있는 재계 1위 대성그룹 손자 이세습. 그리고 자신의 앞에는 재계 2위, 3위, 4위 그룹의 손자가 앉아 있었다.

 

 모두 여자 연예인을 끼고 떡 주무르 듯 주무르고 있다.

 

 “뭐야 저 새끼는?”

 

 재계 2위 LK 그룹 손자 구적폐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이 새끼. 이거 졸라 웃기는 새끼야. 심심하잖아. 그래서 웃긴 거 보여 줄려고 데려왔어. 야 웃겨봐.”

 

 김대박은 주저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는 개가 되어 짖으라면 짖어야 하는 자리다.

 

 혼신의 힘을 다해 파닥파닥거리며 춤을 추었다. 방안 가득 웃음소리가 퍼진다.

 

 속옷 차림에 웃는 년들. 지들이 웃을 처지 인가? 김대박은 그년들이 가증스러웠다. TV에 나와 그렇게 순진한 척 하더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저렇게 한번 벗으면 인기가요 순위가 올라가고 발연기를 해도 드라마 여주인공 자리를 차지 할 것이고 CF 퀸에 등극 할 것을.

 

 “아 씨바 모야. 저급한데 웃기긴 웃기네. 됐으니까 그만 나가.”

 

 재계 2위 LK 그룹 손자 구적폐가 나가라고 손짓을 한다.

 

 “아니야. 여기 있어. 나 볼일 있으니까. 내 대신 게임 좀 하고 있어. 괜찮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명령이다. 김대박이 자리에 앉는다. 수북하게 쌓인 칩.

 

 김대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하나에 1억짜리 칩. 가장 작은 금액이다. 1억부터 100억까지의 칩.

 

 이세습의 돈만 1,000억은 넘는 듯 하였다.

 

 “돈을 다 잃지만 마라.”

 

 이세습은 손으로 목을 그는 동작을 하고 속옷 차림의 모델과 아이돌 가수와 함께 VVIP실에 마련된 룸으로 들어갔다.

 

 생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수천만원짜리 위스키 한잔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는다.

 

 오줌을 따라줘도 먹을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중압감에 정신이 없다. 쫄아서 카드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연거푸 죽는다.

 

 “씨발 게임 재미없게 하네. 진짜 나한테 죽어 볼래. 똑바로 안해.”

 

 “아닙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구적폐의 욕지거리에 발가벗은 여자들이 또 비웃는다. 눈앞에서 풍만한 젓들이 아른거리니 더욱 심란하다.

 

 레이스를 간다. 한 번 던지는 칩하나가 1억이라니. 마른 침을 삼키고 위스키를 훌쩍거린다.

 

 “10억 받고 30억.”

 

 “30억 받고 50억.”

 

 50억. 개거품 물고 쓰러질 지경이다. 자신의 차례에 우물주물 한다. 입에서 ‘다이’란 말이 튀어나오려 하는데 구적폐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애라 모르겠다.’

 

 “50억 받고 70억.”

 

 “70억 받고 100억”

 

 말그대로 죽고 싶다. 게임이고 뭐고 그냥 죽고 싶다. 연예인 씨바 아무리 돈 잘 벌어도 이건 아니다.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개다. 평생 벌어도 못 벌 돈이다. 이건 악몽이다.

 

 흔들리는 손을 부여잡고 겨우 백억짜리 칩을 들어 던진다.

 

 ‘부들부들’

 

 손 떨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 모습에 또 비웃는 소리가 난다.

 

 “어머 저 오빠 저러다 오줌지리겠다. 그럼 우리처럼 벗고 있어야 해.”

 

 망할년, 아나운서라는 년이 말하는 꼬라지라고는. 신경질적으로 노려본다. 김대박 빼고 모두가 박장대소를 한다.

 

 “남자 새끼 벗겨서 뭐해. 자 빨리 카드나 오픈해.”

 

 “7 원페어”

 “6,K 투페어”

 “2,8 투페어”

 “3,4 풀하우스”

 

 김대박의 승리다. 눈을 의심했다. 겨우 원페어, 투페어를 가지고 몇 백억을 배팅했다고.

 

 포카라도 들고 있는지 알았다. 졌다고 생각했는데 이겼다.

 

 그 후에도 계속 이겼다. 돈 많은 개 병신 호구들이 여기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약 1시간 동안 쌓인 돈이 세기도 벅차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에 분개하는 구적폐.

 

 “와 씨발. 이제 몇 판이기니까 기분 좋은가 보내. 씨발 쪼개.”

 

 “워워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흥분되는 일을 마치고 나온 이세습이 한 손에 위스키 잔을 들고 모습을 드러낸다.

 

 “야 분위기 좋게 만들라니까 돈을 다 따서 왜 애들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지랄이야. 내가 미안해 지게.”

 

 이세습이 다가와 김대박의 머리를 손으로 쿡쿡 찍어 누른다. 치욕적인 순간이다.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놈의 자식인데.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도 모르고.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을 왜하고 지랄이야.”

 

 구적폐가 술병을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당장이라도 내려칠 기세다.

 

 ‘그래 씨바 내려쳐라. 그거 한대 맞고 끝내자.’

 

 김대박이 포기한 듯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지 말고 한판 승부 보자 어때?”

 

 “좋지. 한번에 끝내자고.”

 

 이세습의 제안을 구적폐가 흔쾌히 받아 들인다. 얼떨결에 김대박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기면 다 가져가는 거야.”

 

 이세습이 똑바로 김대박을 본다. 웃고 있으나 그 눈에 똘기와 살기가 가득하다.

 

 “대신 지면 잃은 돈은 꼭 갚아야 하는거야.”

 

 그 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악마의 놀음에 빠진 것이다.

 

 수천억. 절대로 갚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지면 끝이다. 지면 그냥 죽어야 한다.

 

 패가 돌려진다. 이겨야 한다. 그래야 산다. 수천억 돈도 죽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드디어 패가 돌려진다.

 

 스페이스 4. 죽으라는 것인가? 눈물이 나온다.

 

 구적폐가 첫 카드를 받고 웃는다.

 

 두 번째 카드가 딜러의 손을 떠난다.

 

 하트 4 그리고 들어온 세 번째 카드는 클로버 4.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인가?

 

 마지막 카드까지 다 받았다. 이제 결과만 남은 것이다.

 

 평생 보지도 만지지도 못할 돈이 눈 앞에 있다. 이 판에 재벌이 될 수도 있지만 나락을 뚫고 지옥에 떨어질 수 있다.

 

 카드를 다시 확인한다. 마지막에 들어온 카드는 다이아 4. 김대박의 패는 4포카.

 

 심장이 한 없이 요동친다. 눈 앞에 돈이 곧 자기 손에 들어 올 것 같다. 저 돈을 가지면 대한민국을 떠나자. 태평양의 섬을 하나 사자.

 

 떨리는 마음으로 카드를 조심스레 오픈한다.

 

 4 포카를 보고도 웃고 있는 구적폐.

 

 게임 시작 때부터 뭐가 즐거운지 연신 웃고 있었다. 조롱하는 그의 눈빛.

 

 “이건 안 비밀인데. 너는 태생부터 절대로 나를 이길 수 없어. 넌 그렇게 지도록 태어난 거야.”

 

 떨어지는 낙엽처럼 공중에 나부끼는 그의 카드는 숫자 일, 에이스 포카. 아이러니 하게도 더 높은 수를 이기는 유일한 숫자 일.

 

 그 날카로운 숫자 일이 김대박의 가슴을 후벼 파내고 있다.

 

 가슴을 찢을 듯한 고통에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보지만 이곳은 방음이 잘된 VVIP 룸이다. 김대박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새벽 6시 20분, 아침 알바를 하는 아줌마는 항상 10분 20분 늦는다. 평소라면 짜증 내겠지만 오늘은 그냥 웃으며 교대를 하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에 눈이 시리다. 이제 이 고생 조금만 더 하면 찬란한 태양을 보며 출근하고 보통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보통의 삶.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는데 반파된 차량이 메인에 올라와 있다.

 

 어딘지 익숙한 외제 차량.

 

 [강속구 선수 만취 상태 운전 중 사고]

 

 “아이구 이런 놈들 돈 많으면 뭐하노. 제대로 쓸지도 모르고 내가 그 돈 있으면 그리 안 살겠다. 그렇게 돈이 많은데 뭐가 아쉬워서 술 쳐먹고 운전을 하노. 이 놈도 선수 생활 종 쳤네.”

 

 대충 기사를 보다가 새로 오픈 한 가게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발이 멈춘다.

 

 [인형 뽑기 방, 당신을 위한 탕진잼]

 

 어릴 때 오락실 앞에서 많이 하던 뽑기 기계가 가게에 가득하다. 평소라면 시간 아까워 눈길도 안 줬겠지만 호기심에 기웃거린다.

 

 팁으로 받은 삼만 팔천원. 오늘은 지갑이 두둑하다. 천원을 넣으면 두 판을 할 수 있다.

 

 기계 안의 인형이 탐나지만 쓸데없이 천원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피 같은 돈.

 

 그냥 나오려고 하는데 자신을 위한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지갑에서 삼천원을 꺼낸다.

 

 “그래 나를 위해서 삼천원 정도 쓸 수 있잖아. 곧 있으면 공무원 임용되실 몸인데. 이 정도는 그 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탕진하자.”

 

 마음을 먹으니 삼천원을 잃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떨리는 마음으로 천원짜리 한 장을 투입구에 밀어 넣는다.

 

 구멍에 밀어 넣는 순간 간 밤에 콘돔과 담배를 사간 그녀가 떠 올랐다. 경쾌한 노래가 기계에서 흘러 나온다.

 

 조이스틱을 잡고 좌로 3번, 우로 3번 살살 움직인 다음 발사. 드디어 기계 손이 내려와 인형을 움켜 잡는다. 인형의 무게에 기계 손이 흔들 흔들 하더니 미끄덩 하고 떨어진다.

 

 “아 아까비.”

 

 아직 한번의 기회가 더 있다. 다시 살살 조이스틱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발사. 이번에는 인형을 잡지도 못한다.

 

 아깝다. 천원.

 

 그냥 이쯤에서 그만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형에 관심도 없는데 돈을 더 투자 할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다. 돈이 아깝지만 과감히 천원을 구멍에 쑤셔 넣는다.

 

 긴장을 너무 한 탓에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엉뚱한 곳에서 발사 버튼을 눌른다. 허우적 거리는 기계 손이 빈 손으로 돌아온다.

 

 남은 기회는 1번. 이번에 꼭 뽑고 싶다. 남은 천원을 지키고 싶다. 지켜서 로또를 사고 싶다. 오늘 삼천원 다 탕진하기로 했으니 로또도 살 것이다.

 

 인형을 가지고 로또를 사러 가자. 기계의 유리벽에 딱 달라 붙어 정신을 집중한다. 드디어 기계 손이 내려가 인형의 팔을 잡는데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인형의 팔.

 

 “제발, 제발”

 

 간절히 기도한다.

 

 “야호, 오예”

 

 아무도 없는 인형뽑기 방에서 신나서 소리를 지른다. 조악한 인형을 꺼낸다. 이렇게 짜릿 할 수가.

 

 나중에 편의점 월급 받으면 또 오겠다는 생각을 하고 가게를 나와 로또방으로 향한다.

 

 “아 이거까지 일등하면 어떻하지?”

 

 행복한 상상을 하며 빈 종이에 정성스럽게 숫자를 마크한 후 로또를 구입한다.

 

 [3, 18, 19, 34, 44, 45]

 

 로또 한 장으로 마음이 든든하고 희망이 생긴다. 지갑에 잘 넣은 후 인형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룰루랄라”

 

 입에서 콧소리가 절로 난다. 평소라면 피곤함에 지친 무거운 발걸음 이었지만 오늘은 하늘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다.

 

 고생 끝에 낙이 오고 긴 터널을 지나 광명을 찾고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온 것 같다.

 

 눈 앞에 어젯밤 그녀가 지나간다.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콘돔과 담배를 사가면서 거금을 팁으로 주고 간 그녀.

 

 시선이 그녀에게 쏠린다. 거리를 두며 그녀를 두 눈으로 쫓고 있다.

 

 뒤에서 보니 더욱 풍만한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가 남자의 본능을 깨운다. 이런 강원도 시골에 저 카지노가 없다면 저런 여자를 볼 수 있을까?

 

 그녀의 짖은 향수 냄새가 먼 거리의 박성실을 유혹하는 것 같다.

 

 막 코너를 돌아서 걸어가려는 순간 검은색 봉고차가 갑작스레 그녀를 가로 막는다.

 

 봉고차에서 튀어나온 얼굴을 가린 건장한 남자 두 명.

 

 재빨리 도망치려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진다. 여자의 비명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입을 막는다.

 

 발버둥 치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속옷이 훤하게 보인다. 자연스레 속옷으로 눈이 향한다. 남자의 본능이란. 그 순간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순간 미안한 감정이 든다. 여자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복면을 한 남자가 두려워 엄두가 안 난다.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112를 누르려는 순간 정신을 잃는다.

 

 “뭐야 시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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