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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 번만 울면 되나요?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이란 건 찾아볼수 없는 과거의 삶.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곳에서 버림을 받은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의 거래.

 
#15.
작성일 : 17-07-10 05:23     조회 : 338     추천 : 0     분량 : 4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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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륜.”

 

 “…….”

 

 남자의 등 뒤에서 차분한 여자 목소리가 둘 사이를 갈랐다. 남자에 의해 가려져 보이진 않았지만, 긴 머리카락이 그의 등 뒤에서 휘날렸다.

 

 목소리에 반응한 그는 승혁에게 꽂혀있던 자신의 눈을 거두었고 자연스럽게 가던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목소리의 주인공.

 

 여자의 걸음에 맞춰 긴 머리카락이 찰랑거렸고, 햇볕을 등지고 드리워진 음영 속으로 매끈한 뺨이 잘 익은 딸기처럼 붉었다.

 

 얼핏 보기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외모였다. 그런 흰색 숄을 두른 여잔 살며시 고개를 뒤로 돌려 그들을 쳐다보고 있던 승혁을 향해 살며시 웃어주었다. 남자의 눈빛보다 더욱 차갑게…… 더욱 싸늘하게.

 

 “뭐야…… 기분 기쁘게.”

 

 자신의 눈에 그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던 승혁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것이 륜과 승혁의 짧디 짧은 첫 만남이었다.

 

 *

 

 승혁은 기분 나쁜 만남을 뒤로하며 혜나 곁으로 돌아왔다. 슬그머니 혜나 옆으로 앉아 파티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던 그때였다.

 

 “파티 장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물어 보고 싶은 있어요.”

 

 조용하던 혜나가 입을 열었다.

 

 “뭔데?”

 

 “그를 죽일 건가요?”

 

 “죽인다면……?”

 

 “죽인다고 마음먹었다면 한순간의 망설임도 가지지 말아요. 미움도, 동정도 그리고 분노도 아무것도 느끼지 마세요. 진정 그를 죽이자 마음먹었다면요.”

 

 “훗. 충고 고맙군.”

 

 낮게 깔린 그녀의 음성 속에서 느껴지는 회환. 승혁은 자신의 옆에 선 혜나가 도대체 정체가 뭘까, 라는 생각을 처음 해본다.

 

 거리낌 없이 죽음을 태연하게 말하는 그녀. 하지만 파티장의 문이 점점 열리면서 승혁은 이내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닫아버렸다. 환히 그들을 비추는 파티장의 모습에 시선을 돌린 탓이었다.

 

 클래식의 음악소리가 장엄하게 울리고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예술적으로 빛을 내뿜었다.

 

 대기업의 창사 파티답게 각기 각층의 사람들로 거대한 홀 안이 빼곡히 채워졌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들려온 목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빼앗았다.

 

 “이렇게 저의 회사 10주년 창립파티에 와주신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대진 그룹이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저 현진우는 물론이고 여러분들의 피와 땀 눈물 그리고 평생 갚지 못할 도움이 큰 힘이 되어 이만큼의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번 파티는 회사가 아닌 여러분들을 위한 것이니 만큼 편안하게 즐기고 가시기 바랍니다.”

 

 짝짝짝!

 

 거대한 박수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우면서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단상 위에서 내려왔다.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인사를 하는 남자의 인사를 하는 남자의 표정에는 굉장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멀리서 그런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는 승혁의 눈동자가 죽일 듯 살벌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피와 땀. 그리고 눈물? 하…… 웃기지 마. 너의 더러운 피가 아닌 우리 형의 처절한 피고, 너의 불결한 땀이 아닌 우리 형의 쓰라린 땀이고, 너의 치욕스러운 눈물이 아닌 우리 형의 참혹한 눈물이야!

 

 하늘이 아는 진실을 너의 구역질 나는 거짓말로 모욕하지 말란 말이야!

 

 “진정해요. 조급해하면 할수록 일을 그르쳐요.”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승혁은 당장이라도 재수 없게 웃고 있는 현진우의 얼굴을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저런 가식에 부글부글 올라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움직이려는 찰나! 막 떨어지려는 승혁의 발을 막아주는 혜나의 목소리. 승혁은 흔들리는 눈으로 혜나를 바라보았지만, 무표정으로 앞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에서 무언의 압력이 느껴졌다.

 

 저 남자인가……? 이 멍청이 형사의 복수 대상자가. 차갑게 식어가는 그녀의 눈망울이 점점 가라앉았다.

 

 “기회를 잡아야 해요. 저기 보이죠? 당신의 복수 대상자 주위에 있는 경호원들. 무턱대고 들이 대면 당신만 다쳐요.”

 

 “…….”

 

 그녀의 말이 옳았다.

 

 아무 생각 없이 일을 벌였다간 다잡은 고기를 놓치는 셈이 될 게 뻔했다. 특히 상대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진우 였다.

 

 이번 파티를 개최한 목적이 다른 것에 있다면 틀림없이 용현파 녀석들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었다. 만약 그 현장을 잡는다면 아무리 많은 권력을 거머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방에 깔린 매스컴들을 무시하진 못 할 터.

 

 틀린 말이 아닌 혜나의 조언에 승혁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이동해 가는 현진우를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맙다.”

 

 “네?”

 

 “고맙다고…….”

 

 “고맙다는 말도 할 줄 알아요?”

 

 “몰라, 이 바보야”

 

 “치! 자기는 멍청이면서…….”

 

 “뭐?! 너 뭐라고 했어! 쪼그만 자식이!”

 

 “뭐라고요? 누구를 가리키는지 모르겠네요.”

 

 유심히 현진우의 움직임을 살피던 승혁은 자신의 옆에서 자신과 같이 행동해주는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냥 남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파티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한 거였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도움과 위로를 받은 게 되었다.

 

 어렵사리 꺼낸 고맙다는 인사가 이렇게 어색할 줄이야.

 

  말을 내뱉고도 민망함에 몸을 얌전히 두질 못했다. 승혁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혜나의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

 

 “…….”

 

 속눈썹 사이로 혜나의 입술이 보였다. 파티장이라 그런지 몰라도 평소보다 시선을 더욱 갔다. 빤히 보고 있자니 잡생각이 더욱 기성을 부렸다.

 

 위험하다고, 속으로 다그치는 소리와 함께 더욱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아…… 자, 잠깐만요. 저기!”

 

 승혁의 손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던 혜나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혜나가 가리킨 쪽으로 눈을 돌린 승혁은 천천히 혜나 머리 위에 있던 손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현진우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하하’거리며 웃던 현진우가 갑자기 뒤에 있던 경호원들을 물리쳤고 잠시 후 드러낸 한 사람.

 

 사람들에게 가려져 잘 보이진 않았지만 누군가와 남몰래 이야기를 하던 현진우는 그 특유의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강대현…….”

 

 용현파 잔챙이들이 아닌 대어가 걸려들었군. 용현파 두목이라는 대어가.

 

 “정혜나. 넌 여기 가만히 있어. 이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깐.”

 

 더 이상 그녀를 끌어드렸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기에, 승혁은 자신의 등 뒤로 혜나를 밀어 넣곤 곧장 현진우와 강대현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시끄러운 주위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순 없었지만 점점 윤각이 뚜렷해지는 현진우의 얼굴에 승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그들에게 맞추었다. 그랬기에 혜나에게 일어난 일을 알지 못한 승혁. 방금 전 혜나를 뒤로 끌어당길 때 느껴진 미세한 떨림을…… 승혁은 눈치 체지 못했다.

 

 “……!”

 

 혜나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정심으로 가득 차있던 순간은 한순간에 깨졌다. 승혁을 위해 가리킨 손끝에 보이는 한 여인.

 

 저 멀리 황금빛 포도주를 마시고 있는 한 여인이 혜나의 동공 속에 못 박혀졌다.

 

 놀란 혜나의 다리가 주인의 의지를 배반하고 한 발짝 뒷걸음질 쳤다. 주위가 어두워졌다. 사람들이 사라졌다. 주위서 흘러나오던 소리가 멈춘 것만 같았다.

 

 빨려 들어갈 듯 요동치는 눈빛이 기괴한 웃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소름 끼치는 감각이 등 뒤를 쭈뼛 강타했다.

 

 그녀는……

 

 미스티였다.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

 

 눈 속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예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는 그때 그대로의 모습. 아름다운 외모와 새하얀 눈 같은 겉과는 달리 속엔 새까만 어둠을 숨기고 있는 여자. 한때 주인이었던 여자.

 

 ‘당신들에게 거절이란 단어는 애초에 없습니다. 내가 당신들의 주인이기에 모두들 날 기쁘게 해주길 바랍니다.’

 

 ‘훗. 망가진 장난감은 없는 편이 낫지요.’

 

 ‘감사히 죽어주세요. 제니.’

 

 그날의 악몽이 처참하게 떠올랐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새빨간 피.

 

 비릿한 비 냄새와 섞인 짙은 피 냄새 속에서 빛나는 눈빛들. 그 속에서 들려오는 잔인한 웃음소리. 그리고 미스티가 여기 있다면 분명 그도…… 있다. 이곳에! 한국에 륜이 있어!

 

 온몸의 세포가 도망가라고, 빨리 숨으라고 말을 하지만 발이 떠지지 않았다. 누군가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여기서 나가고 싶은데. 사라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쉴 세 없이 흔들리는 혜나의 눈동자가 땅으로 떨어지고, 점점 더 떨려오는 몸을 억지로 양손으로 움켜잡았다.

 

 그 순간! 겹겹이 둘러싸인 사람들의 사이사이를 깨 뚫고 느껴지는 익숙하고 익숙한 섬뜩한 느낌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혜나.

 

 “……!”

 

 귀속의 고막이 터져버린 듯 윙윙거리기만 할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혜나의 심장을 순식간에 멈추게 만들 만큼 짙고 농후한 미스티의 차가운 눈동자가! 주체하지 못할 만큼 흔들리는 혜나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읍!!!”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손바닥으로 억지로 틀어막고 주저앉아버렸다. 소름끼치는 검은 눈동자 안에 갇힌 혜나의 눈동자가 방향을 잃었다.

 

 미스티가 자신을 보지 않았기를……

 

 자신만의 착각이기를…… 간절히 빌었다.

 

 질끈 감은 눈으로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숨죽이며 머릿속에 박혀 버린 미스티의 싸늘한 눈이 거짓이기를 빌었다.

 

 고작 일주일.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어.

 제발, 날 찾지 말아줘!

 제발 륜…….

 

 무서움에 눈을 감아버렸다.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웅크린 채 사람들 속으로 숨어버린 혜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그림자.

 

 “헉!”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혜나의 어깨 위로 놓인 커다란 손에 굳게 닫은 입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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