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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카타르시스
작가 : 디리토
작품등록일 : 2017.7.7

katharsis = 정화(淨化) ·배설(排泄)을 뜻하는 그리스어.

이것은 인간과 신을 숭배하는 인간과 악마를 숭배하는 인간과 악마를 담은 이야기다.


 
어둠이 빛을 침범할 때.
작성일 : 17-07-09 22:18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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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전히 저주받은 곳이군."

 

 "응, 맞아. 승천하지 못한 영혼이 악령이 되고, 악마와 계약을 맺거나 악마로 전생하여 쫒겨나는 곳. 그런 지옥이네."

 

 사도 요한의 중얼거림에 빅토르가 대답했다. 빅토르. 그 강인한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니, 좀 성장하긴 해도 다 큰 어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요한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느닷없이 세상에 나타나 교단에 미래를 점지한 이상한 아이. 은하수를 담은 것처럼 맑게 빛나는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처음 교단의 모두가 삼 개월이 되지 않아 죽을 것이라고 봤다. 정해진 숙명이 그러했기에. 하지만 소년은 '그'의 선택을 받았다고 외치는 것처럼. 거짓말처럼 살아남았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천천히 무너지는 그의 육체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서광으로 모두 치료되었으니 지금은 검은교단의 대다수가 성자聖子로 여기고 있다.

 

 그것은 12사도와 3인의 선지자 역시 조금은 인정하는 부분이다. 처음엔 아니었다. 그들은 그의 은총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함과 동시에 받은 자들이고 그의 목소리를 들었던 자들이다. 그에게 받은 힘으로 세상 모든 악을 상대하고 있었으나 빅토르의 존재는 그들에게 엄청난 변수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그들은 의심을 가지고 빅토르를 지켜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을 닮은 아이라고.

 

 행동 하나, 말 한 마디가 그들이 기억하는 그와 닮았다. 의식하지 않고 부정하려 하였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그와 관련된 기억을 부정할까. 빅토르가 3년 만에 사도 수준으로 주법을 독파하고 선지자만 부를 수 있다던 성가聖歌를 불렀을 때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맨드레이크mandrake가 수십 마리나… 불과 세 달 전에 정화했는데?"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맨드레이크는 학명이 만드라고라 오피키나룸Mandragora offcinarum으로 신화와 전설에 많이 등장하며 최음제로도 알려져 있다. 독일어로 보면 알라우네나 갈렌멘라인이라고 하는데 알라우네는 작은 요마를 뜻하며 갈렌멘라인은 교수대 아래에 나는 식물을 의미한다. 성경에서는 합환채 또는 자귀나무로 번역되거나 때로 만다라화라고도 불려 불교식물인 만다라와 헷갈리곤 한다.

 

 하지만 요한이 말하는 맨드레이크는 조금 다른 종류다. 인간이 평범한 방법으로 재배할 수 없으며 사기死氣와 생명력을 동시에 품고 있어 고대로부터 주술사나 마녀가 주로 찾는 재료이기도 하다. 사악한 마법에 이용되어 바이에른의 막시밀리안 대공이 1611년 채취를 금지할 정도로 상등급의 마법 재료다. 특이하게도 교수형에 당한 남자나 여자의 마지막 체액體液이 떨어진 땅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맨드레이크며 방금 언급했던 것처럼 강한 최음효과와 함께 가정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 식물이 수십. 하나가 탄생하기 위해서 열 명이 넘는 사람의 죽음이 필요하니 이 땅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걸 맨드레이크가 알려주고 있었다.

 

 <죽은 사람의 원념이 땅을 더럽힌 곳. 오염된 대지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서 탄생하여 지상으로 뻗은 맨드레이크를 잡아먹어 가장 강력한 저주에 쓰일 수 있는 식물을 돼지풀hogweed이라 한다. 그중에서 순결한 처녀와 강력한 마녀의 피와 눈물을 먹고 자란 맨드레이크를 먹고 탄생하는 것이 큰돼지풀이며 그것은 악마가 신을 죽이기 위해 사용했던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식물이다.>

 

 "음? 제가 그렇게 말했나요?"

 

 요한이 메모장에 적힌 글귀을 읊어주자 빅토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대로 적은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선지자들이 예언하지 않은 내용이지. 강력한 마녀의 피와 눈물이란 단서로 이곳을 찾아온 거다. 500년 전에 마녀사냥으로 수십 만의 처녀가 죽어나간 곳이지. 주기적으로 사도를 파견해 정화하는 곳인데 벌써 이렇게 변할 줄이야."

 

 마녀魔女는 실존한다. 본래 그들을 사악한 존재가 아니었다. 마녀는 인간에 비하면 소수의 존재이며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한 마을에 여럿의 마녀가 존재하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수가 적었는데 마을에서는 질병과 상처를 치료하거나 점을 쳐주고 풍작을 기원하기 위한 주술 등을 인간에게 베푼다. 이들이 타락한 이유는 인간들이 행한 마녀사냥Chasse aux sorcieres 때문이다.

 

 15세기 초반 백년 전쟁과 동시에 유럽 각지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그와 동시에 14세기에 일어났던 검은 악몽인 흑사병plague이 대륙적으로 재발했다. 수백 만의 인간이 전염병으로 죽고 그것도 모자라 전쟁으로 또 수백 만이 죽어나갔다. 그 탓에 나라가 분열되기 직전까지 몰리자 지도층은 그들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계략을 꾸몄는데 그것이 바로 마녀사냥이다. 천사의 계시를 받은 영웅, 잔다르크Jeanne d'Arc를 비롯한 수많은 여인이 죽어갔으며 결국에 분노한 마녀가 흑사병을 유럽 전체로 퍼트려 재앙을 일으키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에선 적어도 백만이 넘는 여인이 죽었을 것이라 판단했으며 그런 여인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사망자는 곱절에 이를 것이다. 거기서 흐른 피와 눈물, 영혼의 절규가 땅을 물들어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로 변한 곳. 이곳은 그 마녀사냥을 주도한 도미니코 수도회의 본거지다.

 

 "가련한 영혼들아. 이 십자가를 보거라. 그 위를 다리 삼아 영혼의 길을 걸어라. 내가 너희와 함께 있어 어디를 가든지 너희를 지키며 너희를 이끌어 구원의 문으로 향할 것이다. 내게로 오라."

 

 "소용없어요."

 

 희생당한 그녀들을 위한 기도이자 대지를 정화하기 위한 주법이었지만. 빅토르의 말처럼 소용없었다. 잠시 하얗게 빛나던 땅과 거기서 꿈틀거리는 맨드레이크는 빛을 거부하며 몸서리쳤지만. 그것이 고작이었다. 이전에도 사도의 힘으로도 완벽한 정화가 되지 않아 주기적으로 찾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정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

 

 "여기 오면서 갑자기 떠오른 건데. 말씀드려요?"

 

 "당연히."

 

 빅토르가 자신의 목을 더듬었다. 검은교단에서도 알아내지 못한 기이한 목소리를 내기 전의 준비단계다. 그는 불규칙하게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린다고 교단에게 보고했으며, 그 내용을 말할 때는 항상 이 목소리가 나온다고 하였다.

 

 《달이 밝아 하늘을 가득 빛내는 밤. 달의 아이가 집 나온 검은 개를 기다린다. 맨드레이크를 캘 때는 반드시 검은 개에게 뿌리를 캐도록하고 그 자신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은 개에게 적당한 고기를 던져 이 땅으로 유인할 것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개는 비슷한 냄새가 나는 맨드레이크를 캐기 위해 땅을 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자. 검은 개는 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 개들은 조심하자. 강철로 만든 집은 폭풍을 맞아 흔들릴 것이며 구멍이 뚫릴 것이다. 그리고 아홉 개의 심장을 가진 고양이가 그들을 공격할 것이다. 피와 땀이 동시에 흐를 것이 분명하다. 고양이는 두 개의 심장과 꼬리가 잘리지만 검은 개는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요한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빅토르의 예언과 같은 문장은 그렇게 우회적이지 않다. 듣는 자리에서 생각해보아도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직설적이고 간단한 것이 대부분이다. 추리하자면.

 

 "함정? 본단이 공격받는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빅토르의 예언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 그가 등장한 이후 선지자 세 명의 예언이 조금씩 빗나갔지만 빅토르의 예언 만큼은 백 퍼센트의 신뢰를 자랑한다.

 

 "빌어먹을! 빅토르! 여기서 빠져나간다. 본단에 이 소식을.."

 

 [꺄하하하하!]

 

 문자 그대로 천지를 뒤흔드는 웃음소리였다. 땅과 공기가 동시에 울렸으며 고막을 때리는 소리에 요한이 휘청거렸다.

 

 [어딜 가려고? 너희는 나랑 놀아야지.]

 

 검붉은 광택의 가죽으로 만든 타이즈에 가슴의 절반이 훤히 보이는 차림새를 한 여자가 달을 등지고 있었다. 사악하다. 천진하게 웃으며 똘망안 눈으로 하늘에서 그들을 내려다 보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그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타고 있는 빗자루의 끝은 고슴도치의 가시를 연상시켰으며 반대쪽을 보면 아이의 머리통만한 눈알이 박혀 꿈뻑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바벨론Babylon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역사적인 날! 그런 날에 주인님의 명령을 실패할 수는 없는 일이지. 잘생기고 귀여운 것들아. 나랑 노올자!]

 

 여전히 우뢰처럼 터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요한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커다란 운석이 하늘에서 낙하했다. 가볍게 도시 하나를 괴멸시킬 것처럼 거대한 그것이 사정없이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정신차려. 바보야."

 

 빅토르가 요한의 등을 때렸다. 키차이 때문에 등이라기보단 허리에 가까웠지만. 찰싹 소리가 나자 요한은 정신이 맑아짐을 느꼈다. 그 사이에 코앞으로 다가온 운석을 보며 빅토르가 손을 뻗었다.

 

 "환영이네."

 

 긴장감이 없는 평소의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운석인 연기가 되어 흩어져버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적지 않은 힘을 소모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린 빅토르가 요한을 바라봤다. 뭐하냐는 뜻을 담아 책망의 시선을 던지자 요한이 움찔거렸다. 빅토르의 외형은 소년이다. 그런 소년을 두고 어른인 자신이 무력하게 제압당할 뻔하다니. 수치감에 붉어진 얼굴로 가볍게 허공으로 뛰었다.

 

 그리고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나아갔다. 서서히 부유하는 것과 동시에 여자에게 물었다.

 

 "너 누구냐?"

 

 "잔느Jeanne. 어리석은 여자의 핏줄이지. 바벨론의 아홉 장로의 일인이자 모든 마녀의 정점이지. 그대는?"

 

 "사도 요한… 아니, 알 필요 없겠군."

 

 요한이 양손의 검지를 뻗어 자신의 귓구멍을 후볐다. 상대를 조롱하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고막을 파괴하기 위해서다. 맨드레이크의 특성 중 하나는 비명悲鳴이다. 땅에서 뿌리가 나오는 순간 절규絕叫보다 몇 만배는 끔찍한 소음을 내지르는데 평범한 인간은 듣는 순간 즉사하고 만다. 눈앞에 있는 빌어먹을 마녀가 지상에 있는 수십 마리의 맨드레이크를 이용해 소리와 관련된 마법魔法을 사용했다 판단하여 스스로 고막을 파괴한 것이다.

 

 섬세하게 고막만 찢어버리자 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모든 소음에서 멀어진다. 자신의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백염白炎을 두른 오른손을 가지고 그녀를 가리켰다.

 

 "오늘 죽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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