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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몽수래 몽수거
작성일 : 17-07-09 22:16     조회 : 287     추천 : 1     분량 : 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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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수래 몽수거

 

 어둑서니를 다시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놈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놓쳤다는 것이 분하다는 듯 여전히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기에 몽한과 승호의 눈에 금세 띄었던 것이다.

 

 "승호야, 여기 있거라."

 

 함께 나아가려는 승호를 몽한이 제지했다. 걱정하는 마음에서라도 평소 같으면 말을 안 들었을 승호이지만 지금의 몽한에게서는 일전에 없었던 분위기가 느껴진다. 말없이 멈춘 승호를 두고 혼자 어둑서니 앞으로 걸어갔다.

 

 지척(咫尺) 까지 다가간 몽한. 어둑서니를 달아나게 할 횃불도 없고, 유일한 무기인 우골의 방망이도 꺼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 기괴한 소리를 내는 어둑서니의 앞에 그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당장에라도 집채만 하게 몸을 키워 몽한을 덮칠것만 같아 승호의 침이 마른다. 그럼에도 몽한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널찍한 등판은 달아나라는 말도 삼키게 만든다.

 그런데 어둑서니가 작아진다.

 몽한만하게...몽한보다도 작게... 허리에도 못 미치게... 무릎까지...

 작아지다 못해 이제 형편없이 쭈그러지고 있다.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몽한의 발 앞에서 어둑서니는 마침내 작은 그을음으로 남았다.

 

 "와아! 아저씨, 어떻게 한 거예요!?"

 

 어둑서니가 그렇게 죽어 한줌 그을음으로 남는 것을 본 승호 놀라 기뻐하며 뛰어왔다. 멍퉁히 서 있길래 꼼짝없이 죽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일! 

  .......어....... 아저씨....?

 

 몽한은 울고 있었다.

 

 

 영조 24년 , 몽한의 나이 14세

 

 

 엄격해 보이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

 

 "세자는 저 한나라의 고조와 무제 중 누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가?"

 

 "고조가 더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어째서 그러한가?"

 

 아버지가 원하는 답은 정해져 있다. 무릎을 꿇은 세자는 거침없이 말했다.

 

 "높은 기상으로 국가의 통일을 이루고 안정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문제와 무제 중에선 누가 더 훌륭한가?"

 

 "문제가 무제보다 훌륭합니다."

 

 답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못마땅한 얼굴로 다시 묻는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느냐?"

 

 "무제는 힘을 숭상하여 무리한 정복사업과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던 반면, 문제는 유교와 학문을 숭상하여 백성을 편히 다스렸기 때문입니다."

 

 "네 이놈, 너는 지금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거짓말을 하고 있다. 너는 평소 무예를 즐기고 잡학에 관심 많은 것이 꼭 무제같거늘, 어찌 문제가 더 훌륭하다 말할 수 있느냐? 조선이 창건한지 400년이 지나 왕에게 필요한 것은 무력이 아니라 학문과 지혜이건만, 네 기질이 그러하니 참으로 걱정 되는구나."

 

 아버지의 갑작스런 호통에 속마음을 들킨 듯 한 세자는 가뜩이나 꿇고 앉은 무릎이 움츠러든다.

 

 

 영조 28년, 몽한의 나이 18세

 

 

 "아바마마 명을 거두어 주옵오서!"

 

 "거두어 주옵소서!"

 

 경복궁 강녕전(康寧殿) 앞뜰은 왕이 내린 명을 번복하기를 바라며 외치는 세자와 대소신료들의 선,후창으로 가득 찼다. 그 명이란 다름아닌 선위(禪位) 로 왕 자리를 세자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나, 이것이 진심이 아님은 모두가 안다.

 

 "하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세자와 수백의 신하들이 겨울날 몇날며칠을 빌고 빈 뒤에야 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자와 고관들은 안으로 들라."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가는 세자와 달리, 신하들은 이제 주상이 마음을 돌리겠다며 기뻐하는 눈치다. 세자만 잘하면...

 

 "주상인 내가 전교를 내렸거늘, 어찌 너는 따르지 않고 소란스럽게 구는 것이냐?"

 

 왕은 세자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말했다.

 

 "아버님께서 정정하시고, 저는 아직 부덕하여 왕의 책무를 알지 못합니다. 어찌 제가 감히 아버지의 발끝이라도 따라가겠습니까. 부디 명을 거두어 주소서."

 

 "내가 아무리 뛰어난다 한들 왕위에 욕심이 없으니 물려주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스스로 내린 전교를 거둔다면 오직 너의 효심만이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이제 내가 시 한편을 읽을 것이니, 끝나기 전까지 네가 눈물을 흘리면 효심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전교를 거둘 것이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너무나 지친 신하들은 어서 세자가 눈물을 흘리고 이 망할 고생이 끝나길 바란다.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선아.......」

 

 세자의 귀에 갑작스런 여인의 흐느낌이 들려온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세자는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모든 신하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보인다. 어서 눈물 흘리라고.

 

 「선아......」

 

 자신을 제외하고 아무도 듣지 못하는 듯하다. 왕의 시 읽는 소리가 끝나간다. 모두 나보고 책임지고 울라고 한다. 환청마저 들려 혼절해 버릴 것만 같다. 외롭다...고독하다...

 눈물이 한 방울 흐른다...

 

 

 영조 36년, 몽한의 나이 26세

 

 아버지가 두렵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 이룰 지경이다. 그간 얼마나 많이 거짓된 선위의 명을 내리셨는가. 아버지 앞에서 나는 몇 번을 까무러쳤는가.

 두렵다.

 

 「그 선위를 한번 받아드려 보아라. 네 아비가 어찌 나오는지.」

 

 ‘이 요망한 년, 또 나왔는가!’

 

 「네가 살려면 그 늙은 목을 베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시끄럽다, 시끄러워!’

 

 「오늘 네 아비가 너를 필히 찾을 것이니 내 말 잊지 마라.」

 

 으아아악!

 

 비명을 울려대는 동궁전(세자가 머무는 곳)에 급히 세자빈 혜경궁 홍씨가 들어왔다. 그 둘도 서먹해 진지 오래다.

 

 "또 악몽을 꾸셨습니까?"

 

 "........"

 

 홍씨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주상께서 보낸 사람들이 곧 당도할 것입니다. 진현(進見) 할 준비를 하시지오."

 

 "아버지께서 나를 찾으신단 말이오? 내가 몸이 안 좋다고 말 좀 해주시지 그러셨소."

 

 "진현을 안 한지 벌써 1년입니다. 아들보기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왕이라는 말만 들어도 바들바들 떠는 남편이다. 안쓰러움과 동정심도 시간이 길어지면 옅어지는 법. 이제는 무력한 남편에게 분노마저 느낀다.

 

 "오늘마저 가지 않으시면 정말 경을 칠지도 모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전하를 뵙고 오세요."

 

 차가운 말을 남긴 채 떠났다.

 

 

 영조 38년, 몽한의 나이 28세

 

 나경언의 고변이 있은 후 보름이 지났다. 나의 작고 큰 허물 10개 들어 왕께 바치니,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없는 것을 있다하고, 작은 것을 크게 말하니 억울한 심정에 나경언과의 대질을 요청하였지만 왕은 허락할 마음이 없다. 나를 용서해줄 마음도 없다...

 

 「보아라. 내가 뭐라고 했는가? 저 늙은이가 너를 죽일 것이라 하지 않았느냐...」

 

 10년을 괴롭혀온 목소리. 늘 가장 힘든 순간에 찾아오는 그 목소리.

 

 "대체 너는 무엇이길래, 이리도 나를 괴롭힌단 말이냐!"

 「나는 너의 혼이요, 삶이요, 죽음이다...」

 

 세자의 눈에 희뿌연 연기가 흘러드니 형체를 이루었다.

 

 "그래,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내 오늘은 너를 기어이 죽이고 말리라."

 

 근방에 있던 익위사(翊衛司 궁의 호위를 맡는 병사) 의 칼을 빼앗아 든 세자는 구름 같은 연기를 향해 마구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베어질리 없는 연기는 사방을 돌며 세자를 꾀었으니 온 궁을 칼질을 해대며 다녔고 결국 왕이 있는 곳에 까지 이르러서야 혼절 하였다.

 그 날 세자는 아비의 손에 뒤주에 갇혔다.

 

 

 "아버지...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땅에 엎드려 통곡을 하는 몽한을 두고 승호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인간들처럼 위로해줄까? 어색하게 뻗은 승호의 손이 몽한의 등에 닿았다. 잠깐...이렇게 두지 뭐...

 

 둘은 산길을 휘휘 내려가는 중이다. 어둑서니도 없앴겠다, 밤공기 시원하겠다, 홀가분하기가 이를 때 없었다. 지금 같은 기분이면 한 번 더 노숙을 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뭘 다 큰 남자가 질질 짜고 그래요? 인간은 원래 그래요?"

 

 "흠흠...그만 하거라."

 

 "이제 어떻게 어둑서니를 없앴는지 그거나 말해 봐요."

 

 "대사님께서 어떤 여인을 생각하는 깊은 마음이 어둑서니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요...?"

 

 "두고 온 마누라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아른거리는 이유를 몰랐는데 바로 여기다 써먹으라고 그런가 했지."

 

 승호가 무슨 소리냐 하는 얼굴로 쳐다봤다.

 

 "마누라가 떠오르니 절로 아버지가 생각나더구나.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버지거든."

 

 몽한이 말을 이었다.

 

 "못나게 태어나 불효만 저질러 20년을 미움 받던 아들인데, 그 두려움이 어둑서니 따위와 비교가 되겠느냐..."

 

 "그러니까 어둑서니 앞에서 훨씬 더 무서운 아버지 생각만 했다 이거에요? 그랬더니 저게 죽었다?"

 

 "네 눈으로 보지 않았느냐."

 

 "하... 어이가 없네..."

 

 "죽마보다는 나은 것 같다."

 

 "윽..."

 

 몽한은 무언가 갑자기 생각난 듯 승호에게 구미호로 변하라고 한다. 궁시렁 대던 승호는 결국 한 대 쥐어 박히고 나서야 구미호로 둔갑했다. 그리고 길 가의 큰 바위에 날카로운 발톱으로 운문 하나를 새겨 넣었다.

 

 "이제 됐죠?"

 

 "그래. 우리야 이렇게 가지만 저것이 또 언제 생겨나 사람들을 해칠지 모르니 이 정도는 일러주고 가야지."

 

 

 懞食昏出起上昏    

 (몽식혼출기상혼)

 어둠을 먹고 나타나는 어둑서니, 어두움 위에 서있다.

 懞食恐生巨下恐    

 (몽식공생거하공)

 두려움을 먹고 살아가는 어둑서니, 두려움 아래 커진다.

 懞汗殺懞不示恐    

 (몽한살몽부시공)

 몽한이 어둑서니를 죽이니, 두려움을 보이지 말라.

 

 昏是恐又恐是昏   

 (혼시공우공시혼)

 어둠이 두려움이고 또 두려움이 어둠이다.

 

 

 

 "엄청 몽몽 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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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7-10 11:16
 
대단해요. 제가 쓰는 능력은 별로지만 읽는 능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헌책장사인데 감탄! 감탄! 입니다. 나중에 자판기 커피 한잔 얻어먹을 분을 또 한분 발견해서 기분이 그만입니다. 다음 회 뜨면 계속 보겠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내가너를 17-07-10 12:52
 
저는 수원에 살고 있습니다 ㅎ 오산 사신다니 정말 한번 커피 한잔 하면 좋겠네요. 지금도 커피+담배 중인데 ㅎㅎㅎ
아무쪼록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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