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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죽마고우
작성일 : 17-07-09 22:16     조회 : 230     추천 : 1     분량 : 3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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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마고우

 

 

 "승호야...진짜 이게 통하겠느냐...?"

 

 "아, 한번 믿어 봐요!"

 

 몽한과 승호는 전날 밤 어둑서니가 출몰했던 곳에서 죽마를 타고 있었다. 못미더워 죽겠는 몽한과 달리 승호는 싱글벙글로 모두 이 작은 구미호의 생각이다.

 

 

 몇시간 전

 

 "높은데...높은데...아저씨 나무에 올라가서 기다려 볼까요?"

 

 "거기 나무들은 별로 크지도 않던데? 게다가 나무에 오르면 움직이기도 어렵고, 놈도 나무를 타면 높은것도 매한가지 아니더냐."

 

 "그건 그렇네."

 

 오후가 되어 한차례 더 마을로 내려가 밥을 훔쳐온 승호는 식사 이후 내내 높은 곳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몽한이야 원래가 인간이니 요괴에게 한번 패했다고 맘 상할 리가 없지만 어리다고는 해도 상급요괴로 자부심이 있던 승호였다. 곰곰이 생각하기를,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놈에게 최고 술수를 쓰고도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으니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한참을 골몰하던 승호가 손뼉을 치며 펄쩍 뛰어올랐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뭐 좋은 수라도 떠올랐느냐?"

 

 어차피 함께 싸울 처지. 승호의 좋은 수는 곧 자신의 좋은 수기도 했다. 몽한은 한껏 기대하며 물었다.

 

 "대사님이 예전에 가르쳐준 게 있거든요. 바로 죽마(竹馬) !"

 

 "죽마? 그게 얼마나 강한 술수 길래?"

 

 "죽마 몰라요?"

 

 죽마란 기다란 나무 두개에 각기 발판을 만들어 두 발을 올리고, 위를 손으로 붙들어 말처럼 타고 다니는 사내아이들의 놀이기구였다. 보통 대나무로 만들기 때문에 죽마라고 부르는데 왕의 아들로 태어나 궁에서만 살았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일이 없던 몽한이 알 리가 없었다.

 자초를 설명해도 실물을 본적 없는 몽한이었고, 승호가 워낙에 자신감에 차서 말하니 뭔지는 모르겠지만 뜻대로 하자 하였다.

 

 "근데 이거 만들려면 엄청 긴 나무 있어야 하니까 아저씨는 돌아다니면서 대나무 숲 찾아 봐요. 나는 발판으로 쓸 나무 다듬고 있을게요."

 

 "알았다. 길이는 얼마나 돼야 하느냐?"

 

 "음...음....그놈에게 대적하려면 최소 5간 (약 10미터) 은 넘어야 해요."

 승호는 손으로 대충 재는 시늉을 하더니 답했다.

 "그렇게나 긴 것이 필요하단 말이냐? 아무튼 알겠다. 내 구하는 데로 다시 돌아오겠다."

 

 그렇게 서로 할 일을 정해 시작하는데, 승호는 본디 아는 것을 하는 것이니 일이 쉽게 끝나 다른 재료도 구했고, 몽한은 모르는 것을 찾아야 하니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해가 지고 나서야 간신히 5간이 되는 대나무를 가지고 왔는데 보자마자 승호가 타박이다.

 

 "아까 설명 다 했는데 덜렁 하나만 가지고 오면 어떡해요? 똑같은 걸로 4개를 가져와야지."

 

 훔쳐온 밥의 은공이 남아있어 아무 말 못하는 몽한이 도로 가서 4짝 모두를 구해왔다. 그렇게 승호는 기억을 더듬고, 제 몸과 몽한의 몸에 대가며 치수를 재기를 수차례. 결국 죽마를 만들어냈다.

 

 찾느라, 만드느라 벌써 밤이다. 둘은 횃불과 죽마를 쳐들고 서둘러 어젯밤의 그곳에 당도했다.

 착용법 대로 신고, 걷는 요령을 알려주니 처음이지만 운동신경 좋은 몽한은 곧잘 죽마를 탔다. 그리고 승호는 싸우다 떨어지면 안 된다며 아예 발과 발판을 동아줄로 묶어 고정시켜 버렸다.

 

 "동아줄은 또 어디서 났느냐?"

 

 "아저씨가 대나무 구하러 갔을 때 마을 다녀 왔죠."

 

 이제 훔치는것 따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횃불을 끄고 놈이 나타나길 기다려 보자."

 

 나무에 걸터 놓은 횃불을 끄자 별안간 밤의 정적이 느껴졌다. 5간 짜리에 발판을 대고 오르니 지상으로부터 눈높이가 2간 반 (약 5미터) 이 넘었다. 아까는 워낙 승호가 자신을 보여 별 말 안했지만 어둠 속에 있으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승호야...진짜 이게 통하겠느냐...?"

 

 "아, 한번 믿어 봐요!"

 

 큰소리가 여간이 아니다. 믿어보는 수밖에.

 풀벌레 소리 가득한 해시(21-23시) 가 되자 언제 왔는지 모를 어둑서니가 같은 장소에 서 있었다.

 

 ‘이제 보니 같은 장소 , 같은 시간에 생겨나는구나!’

 

 막상 눈앞에 어둑서니가 있고 보니 어제 죽을 뻔한 것이 떠올라 죽마 위에서 오금이 떨려왔다. 옆을 힐끗 보니 승호라고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지도 그렇게 고생한건 처음이었을 테니.

 

 높이로 치면 어둑서니보다 둘이 한참 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바람과 달리 놈은 재빠르게 커지면서 다가왔다. 마치 어제 놓친 것을 기억하는 것처럼 더 빨리, 더 역겨운 소리를 내며 오는 것이 아닌가. 몽한과 승호는 눈이 왕방울 만해 졌다.

 

 "어-어- 큰일 났다! 도망쳐!!!"

 

 다리를 고정시켜 버렸으니 둘은 내리지도 못하고 죽마에 탄 채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어찌나 다급했던지 나무에 올려둔 횃불은 챙기지도 못하고 달아나니 귓전에 닿을 듯 어둑서니의 포효(咆哮) 가 들린다.

 

 그런데 뜻밖에도 죽마에 올라타 다리가 길어진 덕에 3자尺(약 90cm) 보폭이 7자(약 2미터) 가 되는 게 아닌가? 기운만 있으면 배는 빨리 뛰게 되는 꼴이라 어제와 달리 어둑서니가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게다가 눈 밝은 승호가 앞서 뛰면서 평평한 길로 골라 다니니 캄캄한 밤중에라도 넘어질 일도 없었다.

 

 ‘이 망할 놈의 여우새끼. 밥 때문에 꾹꾹 참았더니 내리기만 해봐라!’

 

 욕지거리를 한가득 품어 봐야 승호만 졸졸 쫒아가야 하는 몽한이다. 저도 다리를 죽마에 꽁꽁 묶어놔 구미호로 둔갑도 못한다. 꾀는 틀려먹은 주제에 행여 몽한이 못 쫒아올까 뒤는 연방 확인하는 게 안쓰럽기까지 하다.

 

 "으으악 저게 뭐야!"

 

 그렇게 죽어라고 뛰고 있는데 갑자기 멀리 앞쪽이 밝아지더니 남정네 비명소리가 들린다. 마침 건너오던 보부상 무리들과 마주친 것이다. 의정부리 산골 마을에서 삼삼오오 모이더니 그 수가 30이 넘자 바쁜 차에 그냥 도봉산 밤길을 넘기로 했던 것이다. 횃불로 길을 밝히며 오는 보부상들이 보기로는 난데없는 거대한 사마귀 같은 괴수 둘이 자신들을 향해 뛰어오는 것만 같았는데,

 안 그래도 요즘 도봉산에서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흉흉한 소문도 한몫 했으리라. 비명을 지르며 뒤돌아 뛰는데 보부상들이 들고 있는 수십 개의 횃불을 본 어둑서니는 진즉에 사라지고 난 뒤다.

 

 그렇게 보부상들과 어둑서니 양쪽 모두 사라져 버리고 몽한과 승호만 산길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죽마에 탄 채로.

 

 "아저씨. 지금 우리가 죽마 타고 높이 서있는 친구. 죽마고우(竹馬高友) 맞죠?"

 

 "높을 고(高) 가 아니라 옛 고(故) 다... 알고나 문자 써라..."

 

 "아- 어쨌든 친구는 친구라는 거네."

 

 결국 두 입술 깨물며 꾹꾹 참던 몽한의 두 눈에 불꽃이 피어났다.

 

 약간의 푸닥거리 후, 산길에서 자리를 옮겨 죽마를 부러질 듯 던지는 몽한에게 승호가 중얼대듯 말했다.

 

 "으이씨...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이렇게 패는 게 어디 있어요. 나도 다 잘해보려고 한건데."

 

 "아픈 척은- 그리고 네가 구미호지, 어째서 사람이냐?"

 

 "사람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똑같이 약하거든요!?"

 

 "어허, 이놈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몽한이 주먹을 슬쩍 들자 잠잠해지는 승호다. 그렇게 둘 다 소용없는 죽마를 풀어 던지고 나니 여전히 한밤이다. 몽한은 정녕 오늘 안으로는 끝장을 보고 이 마을을 뜨고 싶었다. 또 다시 노숙(露宿)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승호가 기운 없이 말했다.

 

 "그냥 이 마을 뜨는 건 어때요? 어둑서니는 아직 우리가 대적하기에는 너무 세고, 우린 마을에서 쉬지도 못하잖아요."

 

 자존심 높은 구미호께서 풀이 죽은 모습이다. 하지만 몽한이 고개를 무겁게 저었다.

 

 "아니다. 인명을 해치는 요괴인데 어찌 대접받지 못한다고 그냥 두고 갈 것이냐. 그래선 아니 된다."

 

 말은 그리 했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그나마 횃불마저 없다. 보부상들이 돌아가면 요괴를 잡겠다고 마을 주민들이 떼를 지어 산을 뒤질지도 모른다. 어떻게 한담......대사님, 대사님. 좀 깊이 써두시지 그랬습니까...

 

 문득 한가지 생각이 몽한을 스쳐간다.

 

 "승호야."

 

 "...?"

 

 "아무래도 우리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대사님이 쓰신 ‘정녕 두려움이 일지 않기에 내려다보매’ 란 말에서 중요한건 높은 곳이 아니라 두려움 없이 아니겠느냐?"

 

 승호가 고개를 들어 몽한을 쳐다봤다.

 

 "만약 그랬다가 이번에도 아니면요? 아까도 운 좋아서 횃불도 없이 살아난 건데."

 

 몽한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하게 울리되 눈매에는 힘이 들어갔다.

 

 "이번에는 나를 믿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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