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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막강한 적
작성일 : 17-07-09 22:15     조회 : 240     추천 : 1     분량 : 4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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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횃불도 빛이라고 어둑서니의 몸체를 통과하면서 굴처럼 어둠의 장벽이 뚫리니 마침내 달아날 길이 생겼다. 몽환의 기치로 만든 탈출로를 둘은 죽어라 뛰어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지금 우리로서는 도저히 대적할 수가 없구나. 일단 자리를 피하자."

 

 몽한의 제안에 승호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길을 내달아 전력으로 달리는데 어둑서니가 쫒아오는 속도 역시 예사 것이 아니었다. 어지간히 단련되어 있는 둘의 발걸음을 금세 따라 붙어 발 한번 삐끗하면 꽁지에 닿을 듯 해졌다.

 

 "저것이 벌써 따라왔어요!"

 

 승호의 외침에 몽한은 한 바퀴 몸을 뱅글 돌려 횃불을 휘둘렀다. 역시나 빛은 효과를 보여 어둑서니는 움찔 하며 물러났으니 몽한에게 있어 지금은 방망이보다도 더 소중한 횃불이었다. 이렇게 셋의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해일이 일 듯 어둑서니가 따라붙으면 횃불로 지지고 물리치기를 한식경(약 30분) 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고 내장 깊은데서 올라오는 마른 피 맛까지 느껴진다. 옆의 승호는 어느새 변신이 풀려 하반신은 이미 사람의 것을 하고 있다. 제법 시간도 지났고 큰 기술을 사용해 정녕 기력이 떨어진 것이다.

 

 설상가상 횃불마저 수명이 끝나가는 듯 눈에 띄게 불길이 잦아들어간다. 이제 꼼짝없이 죽겠구나 싶어 앞만 보고 뛰는데 승호가 옆에서 뭐라 소리쳤다.

 

 "!!!? !!!? !!!?"

 

 들리지도 않고 다리는 고무같이 아무 감각이 없다. 그저 뛸 뿐이다.

 

 "그만! 하악-

 

 멈추라구요! 하악-"

 

 어둑서니가 어느새 추격을 그만둔 것이다. 몽한도 정신줄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멈춰 섰다. 허나 다리는 진정이 안 되어 부들거리고, 심장은 귓구멍 바로 옆에서 요동치는 것처럼 큰소리로 쿵쾅대었다. 호흡도 돌아오지 않아 아직 말숨의 여력이 없다.

 

 "저놈이 하악- 갑자기 왜 멈춘 거지?"

 

 완전히 변신이 풀려 동자승의 모습이 된 승호에게 몽한은 거친 들숨과 날숨 사이로 간신히 몇 마디 내뱉었다.

 

 "아마, 허억- 저것, 허억허억- 때문에, 허억-"

 

 손가락 들어 가리킨 곳에 자신들이 떠나왔던 마을이 있었고 등잔불을 가가호호 다 켜지는 못해도 옹기설기 모여 있으니 마을 전체에서 제법 큰 빛이 새어나오고 있던 것이다. 둘은 간신히 진정을 찾아 남은 길을 내려갔다.

 

 "정신없이 도망치다보니 예까지 온 줄도 몰랐구나."

 

 "저도요. 횃불도 꺼져서 다 끝났다 생각했는데."

 

 "천만다행이기는 하다만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안자고 불을 켜고 있다니."

 

 "무슨 상관이에요. 밤잠들이 없나보죠."

 

 터벅거리고 내려오니 마을을 빛내고 있던 것은 가내의 등잔이 아니라 거리 군데마다 켜놓은 화톳불이었다. 어쩐지 이상하게 환하다 했다. 등잔불도 아껴 피우는 마을에서 왜 이런 행위를 하는지 더 영문을 알 수 없으나 누구 하나 물을 사람도 없고, 기운도 없다.

 

 신노인의 집 앞에 도착하고 보니 마찬가지로 화톳불이 놓여 있는데 아직 안 자는지 안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린다. 만사 늘어지는 승호가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몽한이 말렸다.

 

 "아까는 없던 다른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데?"

 

 "아- 몰라요. 마을 주민중 하나겠죠."

 

 예상하지 못한 격전에 당장에라도 뻗어버리고 싶은 승호였기에 밝은 귀로 알아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할 수 없이 몽한이 조심스레 다가가 대화를 엿들으니

 

 "어찌 기별도 없이 왔어?"

 

 "말단 관리가 기별 보낼 돈이 어디 있어요. 몇 주만에 쉬는 날이라 끼니도 거르고 왔더니 허기지네. 뭐 누룽지라도 없어요?"

 

 허억! 아들이다. 하필이면 오늘 집에 왔으니 이걸 어쩐담.

 

 "오늘 갑자기 손님이 와서 다 먹어버렸지 뭐냐. 네가 올 줄은 생각도 안했으니."

 

 "손님이요?"

 "아, 그래. 조정에서 높아 뵈는 사람 같길래 얼른 모시고 네 이야기도 좀 해두었다."

 

 아들로서는 아주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모처럼 쉬러 온 집에 상관이 있다니. 마치 시어머니 피했더니 시아버지 모시는 격이다.

 

 "어떤 분이시라는데요?"

 

 "의금부에 귀변사라 하시더구나. 존함이 이몽한이라 그랬지. 혹시 아시는 분이냐?"

 

 골똘히 생각하던 아들이 말했다.

 

 "이름도 생소하고 의금부에 그런 직책은 없어요. 혹시 조정을 사칭하고 밥이나 축내러 다니는 자 아니에요?"

 

 "행색이 번듯한 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어린 동자승 하나도 몸종으로 끼고 다니고 있고."

 

 "사기꾼이 맞네요. 의금부에서 나랏일 하면서 동자승 따위를 부리고 다니겠어요? 그리고 원래 그런 놈들이 잘 얻어먹고 다녀서 면상이 반지르르 한 법입니다. 지금 어디 있어요?"

 

 끄악- 몽한은 행여 걸릴까 게걸음 치듯 방으로 막 들어가려는 승호를 끌고 집을 빠져나왔다.

 승호는 짜증이 한껏 이다.

 

 "아- 피곤해 죽겠는데 왜요!?"

 

 "미안하다. 노숙(露宿) 하자."

 

 "뭔 소리래, 나는 난장(亂場) 은 못 까! 들어가서 잘 거야."

 

 놀란 데에 짜증이 겹치니 절로 반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몽한은 입을 틀어막고 들쳐 안아 멀리 떨어졌다. 그렇게 되레 도망쳐 왔던 산 초입으로 다시 와 사연을 설명하니 승호라고 별 도리가 있겠는가? 그냥 체념하고 잘 자리나 보고 있는데 몽한이 물었다.

 

 "그런데 너는 구미호라는 게 무슨 밖에서 자기를 꺼려하느냐?"

 

 "밖에서 자 본적이 없으니까요. 아저씨는 있어요?"

 

 또다시 상념에 빠져드는 몽한이다.

 

 "밖이라... 너는 뒤주에서 자 본 적이-"

 

 "하지 마요. 그 얘기. 지겨우니까."

 "그래... 알았다."

 

 비탈진 경사를 요 삼고, 공기를 이불 삼아, 바위를 베니 그럭저럭 잘 만 했다. 오늘은 왠지 다른 이유로 눈물이 날 것 같은 몽한이다.

 

 이른 해가 눈을 비춘다. 불편함에 밤새 뒤척이다가도 꼭 이맘때가 되면 잠이 잘 오니 희한한 일이다. 눈에 안 띄는 곳에 자리 잡기는 했어도 사람들의 왕래가 시작되기 전 일어나려 하는데 이슬로 젖은 몸은 천근만근이다.

 

 ‘아...진짜 삭신이 쑤시네.’

 

 땀에 절은 두 몸뚱아리에서 나는 냄새가 모기는 어찌나 끌어들이는지, 어둑서니보다 더한 것들이 산모기 같았다. 부스스 일어나 서로를 보는데 면상이 벌에 쏘인 건지, 모기에 빨린 건지 분간이 안 된다. 흙을 털고 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인근 개울에서 세수라도 하자 그나마 사람 꼴 같다. 망연히 바위 터기에 털썩 앉아 있는 와중에 몽한이 말했다.

 

 "승호야..."

 

 "왜요..."

 

 둘다 기운이라고는 코털만큼도 없다.

 

 "오늘 꼭 그놈 잡아 죽이자. 나도 난장은 못 까겠다."

 

 하고 서로를 보니 꼴이 우스워 모처럼 크게 웃어댔다. 하아- 그런데 어떻게 잡는담? 고관대면을 둘씩이나 어렵지 않게 해치운 그들이었기에 이번 일도 쉬이 끝낼 줄 알았다만 어둑서니가 그렇게 셀 줄이야. 사실 놈에 대해 너무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덤벼 들은 것이 화근이었다.

 

 "대사님이 주신 책들 신노인 집에다 두고 나왔죠?"

 

 "그랬지."

 

 "제가 변신해서 가져 올게요."

 

 하고는 몸을 벌떡 일으켜 출발 하려는 승호를 몽한이 애처롭게 불러 세웠다.

 

 "승호야...올 때 먹을 것도 좀..."

 

 이때다 싶은 승호가 골려 먹기 시작했다.

 

 "훔쳐도 상관없어요? 이 동네 되게 가난 하던데."

 "그...그게."

 

 "그쵸. 차마 그건 안 되겠죠? 전 도리도 모르는 짐승 같은 구미호니 뭘 좀 먹고 오겠습니다. 아저씨는 여기서 물배나 채우고 있으세요."

 

 이틀 전의 꾸짖음 때문에 뭐라 하지도 못하는 몽한이다. 그래도 기운이 있어야 어둑서니를 때려잡지. 내가 이 고생 하는 게 다 이 마을 위해서 하는 짓인데.

 속으로만 삼킬 뿐이다.

 승호는 일부러 몽한의 눈앞에서 공중제비를 뛰어 올라 동자승에서 더벅머리의 평범한 사내아이로 모습을 바꾸었다. 엉덩이를 과하게 씰룩 대며 가는 꼴이 딱 몽한을 놀리는 중이다.

 

 ‘저런 요물 같으니라고, 책이 오면 내 저놈의 구미호부터 공부하리라.’

 

 한편 승호는 신노인의 집근처에 금세 도착하여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변신한 몸에 무슨 대단한 경계를 세우지도 않는 작은 마을이니 돌아다니기가 누워서 떡 먹기밖에 안 된다 해도 일단 신노인의 아들은 조심 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지금부터 하려는 짓이 도둑질인지라 싸리나무 담을 기웃거리는데 별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시간 신노인의 가족들은 모두 출타 중이었으니 당연한 일. 잠시 눈치를 살피다 승호는 잽싸게 원래 짐을 풀어두었던 방문을 열었다.

 

 신노인의 아들이 본인 의심대로 짐을 파헤친 듯 몽한의 보따리는 풀어져 있었으나 다행히 없어진 것은 없는 듯 했다. 둘둘 돌려 동여매고 집 밖을 빠져 나오고 보니 승호는 마을에 제법 외지인이 많음을 알게 됐다.

 

 ‘어제는 몰랐는데 상인들이 꽤나 많구나. 도성으로 가는 북부진입로 중 하나라더니 다들 여기서 한번 모였다 들어가나 보다. 아하! 그럼 화톳불도 괜히 켜두는게 아니라 밤새 도착하는 보부상들이 멀리서도 알아보라고 그런 건가?’

 

 실제로 그러하니 이 마을 젊은이의 반은 나무꾼이고, 반은 도봉산 길안내꾼이다. 험한 산을 안전하게 넘으려면 하나씩들 안내꾼을 고용하기 마련이기에 상인들의 왕래는 이 마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던 것이다. 마치 지금의 등대처럼 화톳불로 불러들이니 이 마을에 있어서는 괜한 낭비가 아니라 생존 수단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책을 얻은 승호는 쾌활히 몽한에게로 향하다가 아차 했다.

 

 ‘배고프다고 했지. 크큭. 진짜 안 가져가면 화낼라.’

 

 승호는 바로 뒤돌아 신노인의 집으로 도로 들어가 버렸다. 그 집에서 훔칠 생각인게다.

 

 ‘죽을 고비 넘겨가며 고생하는데 재수가 없어 밖에서 잤네. 미안하오 노인장. 잘난 아들 둔덕이라 생각하고 아주 조금만 훔쳐 가겠소~’

 

 그렇게 승호는 ‘그나마 조금 산다는’ 신노인 집에서 아침에 갓 지은 밥, 한되박을 퍼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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