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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그나마 조금 산다는 집
작성일 : 17-07-09 22:11     조회 : 239     추천 : 1     분량 : 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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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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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환과 승호는 조사를 모두 마치고 인근의 집에 눌러 앉았다. 마을에서 그나마 조금 산다는 이가 소문을 듣고 자기 집으로 초대하기를 기꺼이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고 보니 초가삼간을 약간 넘길 정도라 ‘조금 산다’는 말이 겸손이 아닌 정말 정직하게도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를 의미함을 알았다. 집으로 초대한 노친은 시원한 물부터 대접했다.

 

 "조정에서 오신 높은분께 인사라도 드리고 싶어 모셨습니다. 사실 이 작은 고을에서는 저희 집만 한 곳이 없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아주 감사드립니다."

 

 일을 쉽게 하기 위함이지만 자꾸 조정을 들먹여 찝찝하기는 하다. 그래도 설마 이 작은 산골 마을에서 무슨 탈이야 생기겠나. 노친은 상여도 자신이 공동으로 쓰라고 마련해준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더니 슬깃 말을 했다.

 

 "나으리. 혹시 신석하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없다. 한번도.

 

 "하하, 사실 제 아들놈인데 천하게 태어나 용케도 참하관으로 궁에서 잡무를 보고 있습니다요."

 

 몽한은 마셨던 물이 도로 넘어오는 줄 알았다. 최하 말단직이라도 궁 인사들은 피하고 싶었는데 그 부모의 집이라니.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래...궁 어디에서 근무하고 있답니까...?"

 

 "사헌부라던가 사간원이라던가, 뭐든 지간에 지깟 놈이 어디서 청소나 하고 있겠지요. 혹시 나으리께서는...?"

 

 "아, 나는 의..의..금부 소속이외다."

 

 노친은 한눈에 척 알았다는 듯이 무릎을 딱 쳤다. 승호가 옆에서 보기를 갑자기 대화가 아슬아슬해지니 주변머리 없는 몽한이 실수라도 할까 끼어들고 싶지만 조정의 관직이며 기관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라 그럴 수도 없다.

 

 "내 그쪽인줄 척 알았습니다. 귀신도 무서워 피한다는 바로 그 의금부 아닙니까!"

 

 귀변사라는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에 장골이 훌륭한 몽한의 체구 역시 노친의 추측에 한몫 했으리라.

 

 "아이쿠. 이거 제 이야기에 그만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모르고, 어서 식사 준비 시키겠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또, 궁에 돌아가시거든 신석하라는 이름 한번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 좋은 얼굴로 말하는 노친의 눈도 못 마주치고 몹시도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몽한이었다. 자리를 뜨니 둘은 들릴락 말락 하게 한숨을 내뱉었다.

 

 "괜찮을 거다. 해결하고 서둘러 마을을 뜨면 뭐 큰일이야 있겠느냐."

 

 "그런데 의금부라는 데를 귀신들이 무서워해요?"

 

 "워낙 하는 일이 험하고 죄인이라면 대소신료를 가리지 않다보니 그런 별명이 붙은 거지, 설마 귀신들마저 피할까. 의금부 사람에 맞아 죽은 이가 귀신이 된 거라면 모르겠다만."

 

 잠시 뒤 내온 식사에 찬은 적어도 배불리 먹은 승호는 선선해진 밤공기를 맞고 싶어 밖으로 나갔다. 노친의 집은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마을이 내려다 보였다. 그나마 등잔으로 가가호호 밝히지도 못하는 가난한 마을. 구하고 싶다. 단순히 재주 자랑하려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니다.

 구미호로 태어나 왜 인간 세상에 동정을 느끼는지 스스로 의문도 없을 만큼 광교산에서 보낸 광목과의 9년은 승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식성이며 생각이며 거진 인간에 가깝다는 것이다. 구미호가 인간성을 갖게 된 것이 후일 어떤 운명으로 다가 올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대사님은 북쪽 지방을 한 바퀴 돌고 오면 그때나 볼 수 있으려나. 얼마나 걸릴까?’

 

 벌써 해는 완전히 지고 달이 떴으니 보름에서 약간 잘라먹은 달이라도 밤길 비추는 데는 충분해 보였다. 기력도 충분하여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저씨 이제 출발해요. 밤에 산길 타려면 시간 많이 잡아먹어요."

 

 허나 답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몽한이다. 승호가 다가가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무언가 생각에 깊이 빠져있었다.

 

 ‘왜, 아까 갑자기 세자빈이 떠올랐는가.’

 

 궁을 떠난 이래 자신을 지독히도 괴롭히던 목소리가 사라지고 광목과의 며칠 동안 이상할 만큼 마음이 평온해진 몽한이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불안과 공포에 떨며 왕의 얼굴도 못 올려다보던 자신이었기에 스스로가 생각해도 급하다 하지 않을 수 없는 변화였다.

 

 ‘난 어차피 그들에게 죽은 사람. 내 여정은 한치 앞을 모르니 언제 어떻게 될지 ... 나도 그들을 잊고 그들도 나를 알지 않는 것이 좋다...’

 

 하도 신기한 일을 겪다가 몇주 잊어버린 아내와 아들이 다시 상기되려 하기에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승호가 결국 툭툭 쳤다.

 

 "이제 그만 가자구요."

 

 밤 시간의 산행은 기대보다는 쾌적하였다. 게다가 신노인으로부터 횃불까지 얻어 훤하게 가니 한낮의 더위를 잊고 산길을 즐길 수준마저 되었다. 게다가 오감이 예민한 승호까지 함께 하니 거의 헤맬 일 없이 낮에 방문 하였던 사건 현장을 손쉽게 왔다.

 

 "낮 하고 별 다른 건 없네요."

 

 "그래, 밤이라고 해서 특별난 건 없구나."

 

 무대책이기는 해도 밤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생길 거라 은근한 기대를 했던 둘은 두식경(약 1시간)이 지나도록 잠잠 하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어린 승호가 먼저 티를 내었다.

 

 "에이, 우리 둘이 무서워서 안 나오나 봐요. 그냥 내려가요."

 

 "일 없이 있어도 산내음이 좋지 않느냐. 어둠을 먹고 사는 놈이라 하니, 아직 해시(亥時 21-23시)밖에 안 되어 밤이 깊지 않다 여기는 걸 수도 있다. 조금 더 기다려보자꾸나."

 

 "해시면 충분히 어두-"

 

 "잠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몽한으로 하여금 말을 끊게 만들었다.

 

 "어둠을 먹고사는 어둑서니... 아차, 이거 횃불을 꺼야겠다."

 

 영악한 승호가 몽한의 뜻을 단번에 알아챈 듯 반문없이 횃불을 받아 바닥에 던지고 흙을 한 움큼 덮어 소거시켰다.

 

 "어둑서니는 빛이 있으면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걸 간과해 버리고 공연히 시간만 버리고 있었구나."

 

 "맞아요. 내가 왜 바보같이 그 생각을 못했지. 아저씨라도-"

 

 횃불을 끄고 주저리 떠들며 몽한을 올려다보던 승호는 컴컴히 숲새로 달빛만 비춤에도 그의 눈이 커지며 미세하게 떨림을 보았다.

 

 "일어나거라."

 

 승호의 등 뒤편, 10보도 채 안 떨어진 곳에 검은 형체가 서 있었다. 크기는 사람만하나 밤보다 더 짙은 어둠으로 윤곽을 그려 절로 두려움을 자아내게 만드는 모습에 몽한은 몸이 경직됨을 느꼈다.

 

 승호는 서서히 몸을 일으켜 몽한 쪽으로 다가가며 돌아섰다. 이 작은 구미호 역시 뛰어난 오감에도 아무런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에 한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한없는 어둠, 칠흑을 뒤집어쓰고도 무저갱을 덧댄 듯 한 암흑. 어둑서니다.

 

 꾸거걱 거리는 기이한 소리와 함께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한껏 긴장하며 몽한은 방망이를 꺼내 들고, 승호는 구미호로 변신했다.

 

 "더 커지기 전에 먼저 치자!"

 

 몽한의 외침보다도 승호가 먼저 달려 나갔다. 날듯이 나무를 타더니 오른편으로 쏘아져 들어갔고 몽한은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승호의 발톱은 날카롭게 베어나가며 어둠을 한 덩어리 덜어내는데 성공 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마치 부드러운 묵 한 숟갈 떠내듯 하여 타격을 입은 것인지 알 수 가 없다. 몽한 역시 검법을 응용하여 방망이를 휘둘러 가슴 높이를 좌상에서 우하로 그었다. 베어지듯 떨어져나가긴 매한가지이나 아무렇지 않게 어둑서니는 커지고 있다. 둘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 재차 공격을 준비했다.

 

 "공격을 받아봤자 커지면서 도로 상처를 메꿔 버리네."

 

 "이건 어떨지 받아봐라."

 

 몽한은 일전에 고관대면에게 한 것처럼 바닥을 세게 내려쳤다. 어둑서니는 일순 타격을 받은 듯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금새 자리를 잡고 다시 커지고 있다. 기분 나쁘게 꾸억 대는 소리와 함께.

 승호도 여간하지 않게 긴장한 목소리를 냈다.

 

 "비켜봐요. 내가 부려볼 술수가 있어요."

 

 하고는 하늘로 뛰어오르니 높이가 족히 8간(間 약 15미터) 은 되어 보였다. 뛰어오른 승호는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울부짖었다. 이에 달이 반응하여 서늘한 기운의 하얀 줄기가 승호로부터 무수히 쏟아져 나와 어둑서니에 꽂혀 들어갔다. 마치 하얀 비가 칼춤을 추는 듯한 장관이었다. 구미호는 본디 싸움에 있어 특별한 스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원래 알고 있던 것을 찾아내듯 내력이 쌓이면 절로 구사 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이것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 월하검(月河劍) 이다.

 

 "으잉! 저거 왜 더 빨리 커지는거야!"

 

 월하검을 온전히 받았음에도 어둑서니는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빨리 커지고 있었다. 기술을 마치고 바닥에 다시 내려오니 어둑서니는 이미 몽한과 승호의 주변을 감싸 어둠의 장벽을 만들어 버렸다. 아직 어린 구미호인 승호는 가능한 최고의 술수로 단숨에 승부를 보려 했으나 아무 효과가 없자 거의 울상이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몽한은 냉정해지려 애쓰고 있었으니 역시 어른은 어른이다. 바닥에 있던 불꺼진 횃불을 들고 외쳤다.

 

 "혹시 불을 일으키는 술수는 없느냐!?"

 

 "있기는한데 아까 월하검을 쓰면서 기력이 거의 없는데...!"

 

 어둑서니는 무서운 속도로 둘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삼켜져 버리기 직전이다.

 

 "괜찮다. 횃불을 다시 지피려는 것이니 아주 작은 불씨면 된다. 어서!"

 

 승호가 다급하게 바닥에 있던 큰 바위에 이빨을 부싯돌 삼아 긁기 시작하자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몽한이 재빨리 가져다 대니 기름먹은 횃불에 불길이 다시 일어났고 주변을 감쌌던 어둑서니가 불에 댄 듯 뒤로 확 물러 선다.

 

 "그게 기력이랑 무슨 상관이야!!!"

 

 "윽...!"

 

 어이가 없어 소리 치기는 했지만 다행이다. 온 몸이 땀으로 비오듯 젖는다. 어둑서니는 더 다가오지는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대치할 셈인가, 이윽고 결심한 몽한이 말했다.

 

 "뛸 준비해라."

 

 방향을 정한 몽한은 어둑서니에게로 힘껏 횃불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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