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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차라리 죽이지 그랬습니까
작성일 : 17-07-09 22:11     조회 : 234     추천 : 1     분량 : 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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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죽이지 그랬습니까

 

 

 아버지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은 혜경궁 홍씨는 적잖이 놀랐다. 모든 고통에 달관한 듯 늘 차분해 보였던 그녀였지만 그 순간 수많은 눈빛이 교차해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저하께서 살아 있다니요?"

 

 "들은 대로다. 그는 죽지 않았다."

 

 60이 다 된 노인이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갑자기 실성할 리는 없고 이 난리에 딸을 놀린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하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뒤주에서 사사되어 나오는 저하를."

 

 "네게 모든 것을 털어놓겠으니 아비 말을 믿기 바란다."

 

 홍봉한은 영빈(사도세자의 친모)과 왕 그리고 자신이 한통이 되어 귀신에 들린 사도세자(현 이몽한)를 뒤주에 가둔 것 그리고 야밤에 은밀히 탈출 시키고 대신 갓 죽은 시신을 구해 의복을 입혀 뒤주에 넣음으로서 죽음을 완성한데까지 모든 일이 꾸민 것임을 알려주었다.

 

 모든 사정을 들었음에도 홍 씨는 한동안 현실을 부정 하였다. 생남편을 잃은 것도 고통이었는데 그가 사실 죽지 않았다는 건 그보다 더한 고통이기 때문이다. 결국엔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무엇으로 쏟아내리.

 

 "그런 일을 하시려 전하께서는 교(絞)도, 참(斬)도, 능지(陵遲)도 아닌 뒤주에 가두라 명 하셨던 겁니까? 그 좁고 어두운 뒤주에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데 아흐레를 버텼다하여 사람치고 명이 길다 하였습니다. 대신할 시체 구하기가 어려우셨겠지요!"

 

 악에 받친 딸의 폭언에 홍봉한은 말없이 있을 따름이다.

 

 "차라리... 죽이지 그러셨습니까."

 

 잠시 침묵 하던 홍 씨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아비가 살아있다 하는데 어찌 그리도 냉담할 수 있단 말이냐."

 

 애초에 자신의 딸이 반색하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런 모습을 상상하지는 않았던 홍봉한이다.

 

 "제가 저하와 나눈 마지막 대화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비의 마음을 알 길 없는 딸이고, 사위와 딸의 마지막 대화가 무엇인지 모를 아비였다.

 

 "마지막까지 저를 믿지 않고 원망으로 가득 찬 모습뿐이었습니다."

 

 뒤주에 갇히던 그날 정녕 자신을 죽일 것으로만 생각한 사도세자는 영조에게 불려갈때에 아들의 휘항(남자들이 쓰던 방한모)을 쓰고 나가고자 하였다. 한여름에 방한모를 쓴다는 건 자신이 아프다는 걸 말하고 싶었고, 일부러 아들의 것을 씀으로서 자신이 세손의 친부임을 보이고자 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동정심에 마지막 호소를 하고자 했으나 그 속을 몰랐던 혜경궁 홍씨는 아들의 것은 작으니 세자 것을 가져오라 했다.

 

 "자네는 정말로 무섭고 흉한 사람이로세."

 

 남편으로부터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애꿎은 아들을 끌어 들이냐고 오해한 것이다.

 

 "저하께서는...알 수 없는 힘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래서...스스로도 느꼈는지 무당, 승려들 따위를 가까이 두신 것이었고...이미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몸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서 무엇 한답니까?"

 

 "스스로를, 또 조선과 종묘사직을 귀(鬼)에서 구하고자 전국을 유랑하고 있다. 내가 너에게 특별히 이야기 하는 것은 너만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하께서 이룩한 유일한 가정(家庭)이지 않느냐."

 

 "제 마음속에서는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개의치 않으니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산이에게도 결코 알리지 않을 것입니다."

 

 "......"

 

 부녀의 대화는 교지를 받드는 내관의 방문으로 적당한때에 중단되었다. 이를 대신 받은 홍봉한이 말했다.

 

 "이제 궁을 비워야 할 시간이 됐구나. 산이와 함께 친정으로 가자꾸나. 어릴 때 쓰던 네 방은 그대로이니 지내면서 한결 편해질 것이다."

 

 

 한편 우리의 몽한은...

 

 

 "어둑...뭐라고?"

 

 "어둑서니요. 다 밤에 죽어서 발견 됐다고 했죠? 뭐에 깔린 듯 납작해져서."

 

 "그렇게 죽었다는구나."

 

 승호는 자세를 고쳐 잡고 말했다.

 

 "광목대사님한테 얼핏 들은 적이 있어요. 어둑서니라고 밤을 먹고 사는 요괴인데 예전에 평안도에서 물리친 적이 있다고. 그 골짜기를 어둑서니가 나온다고 어둑서니골 이라나 뭐라나."

 

 "그것만 가지고 이게 어둑서니인지 어떻게 아느냐?"

 

 "시체가 비슷하게 죽은걸 봤다고 했어요. 밤에~ 납작하게~"

 

 끔찍한 일을 경망스레 지껄이니 결국 몽한의 꿀밤이 승호의 정수리에 꽂힌다.

 

 "이것이 그것과 같은지는 몰라도 일단 살펴봐야 겠구나. 날이 밝으면 한번 가보자꾸나."

 

 과장되게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승호가 한 번 더 경망을 떤다.

 

 "왜요, 지금 가면 무서워요?"

 

 "응."

 

 "솔직하네요..."

 

 

 이미 시체는 치워졌지만 다량의 피가 끔찍했던 그날 밤을 말해주고 있었다. 날이 밝아 아이들이 발견된 곳을 오고 보니 두 명의 사람이 여기서 죽었다고 증명하듯 나란히 흙과 한데 섞인 피의 못이 보였다. 감히 어쩌지 못하고 인상만 찌푸리는 몽한에 비해 승호는 개 마냥 납작 엎드려 코를 킁킁 대었다.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 챈 몽한이 물었다.

 

 "뭐 좀 알겠느냐?"

 

 "이게 하루 이틀밖에 안 지났으니 무언가에 당한 거라면 인간의 피나 살점 냄새 말고 다른 것도 나기 마련이거든요."

 

 "다른 것?"

 

 "호환(虎患)이면 범 냄새가 날 테고, 요괴라면 특유의 더러운 냄새가 날 테고....그런데 이건 아무 냄새도 안나요."

 

 "그럼 네가 말한 어둑서니가 아니라는 거냐."

 

 "어제 한 말 잘 생각해봐요. 밤을 먹고 사는 놈이라고 했잖아요. 밤은 곧 어둠. 어둠이 무슨 냄새가 있겠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존재하는 것들을 지우는 게 어둠이니 이놈만큼은 원래 냄새가 안나요."

 

 곰곰이 생각에 잠긴 몽한이 의문을 제기했다.

 

 "증거란 있는 것을 가지고 말하는 거지 없는 것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산적 때처럼 인간의 소행일 수도 있지 않느냐. 네가 시체에서 인간 하나 하나의 피 냄새까지는 분간하기 어려우니 아직 인간이 한 짓이라는 가정도 버릴 수는 없구나."

 

 자신의 근사한 추리가 한 번에 받아들여지지 않자 승호가 툴툴 대기 시작했으나 좋은 말로 몽한이 달랬다.

 

 "네가 틀렸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사라면 우리가 끼어들 수 없으니 신중히 하자고 하는 것이지. 어서 마을로 가서 시체를 확인하는것이 좋겠구나."

 

 그렇게 둘은 한여름의 열기도 식을만한 깊은 산중을 내려가니 오후 느즈막에야 마을에서 두 아이의 장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상여가 막 출발하려 해서 몽한은 급히 사람들을 말렸다.

 

 "기다리시오. 내가 망자의 억울함을 조사하려 하니 아직 죽음을 상여에 얹지 마시오!"

 

 난데없이 온 사람이 장례를 말리고 조선 시대에 익숙하지 않은 사후 조사까지 하겠다고 하니 몽한이 양반의 행색이라 해도 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시길래 시신을 함부로 들여다 보겠다는 거요?"

 

 "아...나는..."

 

 말문이 막히려던 찰나 고관대면과의 일전에서 승호가 둘러댄 것이 생각났다.

 

 "조정에서 온 귀변사요."

 

 역시나 조정, 사(士)자 두 단어가 가지고 힘은 막강했기에 상여꾼들은 얼른 상여를 내리고 위를 고정한 판을 젖혔다. 이에 상여행렬에 참여하려던 마을 주민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조사에 열중해야 하니 다들 물러나 주겠소?"

 

 몽한이 제법 엄중한 목소리로 말하자 모두 멀찌감치 떨어졌다.

 

 두 아이의 시신은 상여 하나에 포개지듯 들어가 있고 무명으로 감싸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몽한은 혀를 끌끌 찼다.

 

 "아무리 무지하다해도 어찌 한 상여에 시체 두 구를 실을 수 있단 말이냐, 게다가 이건 비단은 고사하고 그나마 감싼 무명이나마 모자라게 하여 덕지덕지 붙였다가 더 맞는 말이겠구나."

 

 그 말에 승호가 코웃음을 쳤다.

 

 "내가 광교산에 틀어박혀있던 구미호라도 아저씨보다는 백성들 삶을 더 잘 알겠네요. 꽃상여에 비단 수의(壽衣)는 잘 먹고 잘사는 양반들이나 하는 거죠. 그나마 여기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쓰는 상여가 있나본데 이것 마저 없으면 그냥 수레로 내다 버린다구요."

 

 실제로 죽은 아이들의 어미는 수의로 쓸 무명을 살 처지가 못 되 직접 짜니 1필(길이 16m) 짜는데 꼬박 한달이 걸리는 일을 이틀 만에 하여 모자를 수밖에 없었다.

 

 "백성들의 삶이 그러하더냐..."

 

 "아무튼 확실하네요. 시체를 보니 어둑서니가 분명해요."

 

 모자라게 붙인 무명은 시체의 모습을 잘 보여줘 오히려 조사에 도움이 되었다. 들은 대로 납작하게 된 것은 맞으나 돌무더기에 깔린 듯 한 게 아니라 밀대로 반죽 민 것처럼 평평하니 펴진 모습이었다. 차라리 돌무더기가 낫지 이건... 괴상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몽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정녕 맞는 듯하다. 어서 예(禮)를 올리도록 자리를 피해주자꾸나."

 

 그렇게 돌아서려는데 아이들의 어머니가 다가왔다.

 

 "나으리. 소상이 살피시어 이 미천한 것, 제 새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소서."

 

 생때같은 자식들이 하루아침에 죽어 나왔다. 이유조차 알 수 없어 변사라고만 한다.

 이틀의 눈물로 범벅되고 정신 나간 채 무명을 짜느라 피땀이 진 손가락을 오므려 엎드리니 몽한은 얼굴이 굳어진다. 얼마나 힘들겠는가...혜경궁...내 마누라...왜 이 순간 그녀가 보이는가. 아낙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염려 마시오. 내 반드시 이유를 밝혀 그대의 자녀를 해한 것을 벌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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