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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어둑이 내리면
작성일 : 17-07-09 22:10     조회 : 234     추천 : 1     분량 : 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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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둑이 내리면

 

 

 

 "어허, 그놈. 아직도 삐친 게냐?"

 

 고을을 빠져나온 지도 제법 됐건만 승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몽한이 고관대면 하나를 그냥 놓아준 것에 화가 나서 퉁퉁 거리고 있었다. 자신이라도 나서서 해치우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본 모습을 보일수도 없거니와, 밤새 이저와 이끝과의 싸움에서 한차례 기력을 소모한 탓에 구미호가 되기도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할 수만 있었으면 직접 해치웠을 거예요."

 

 "꼭 죽일 필요가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번엔 하급 요괴에 불과했으니 망정이지 앞으로 조선 땅의 독하다는 것들은 줄줄이 만날 텐데 때마다 놔주려고요?"

 

 "알았다. 앞으로는 내 너의 말을 더욱 새겨듣도록 하겠다. 이제 그만 화 풀거라."

 

 사실이다. 구미호일 때야 상당한 힘을 발휘하지만 내력이 부족하여 오래 지속시키기가 어려운 승호이니 만큼 몽한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능력은 힘보다 오히려 지식과 정보였다. 이런 세계에 무지한만큼 몽한은 승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만했다.

 

 "아까 보니 구미호일 때 네 말대로 아주 강한 것 같더구나."

 

 슬몃 고삐가 풀리자 몽한은 승호의 기분도 풀어줄겸 듣기 좋은 말을 꺼내었다.

 

 "그렇긴 한데 본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요."

 

 "본디 타고난 모습을 하는 게 더 어렵다니 그것도 이상한 일이구나."

 

 "구미호라는 것 자체가 천년의 수련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했잖아요. 아무리 구미호로 태어났어도 그건 마찬가지에요."

 

 이래저래 칭찬을 받으니 다시 9살의 어린아이처럼 말이 많아지는 승호였다. 이참에 궁금한 것을 더 물으니

 

 "태어났다는 건 널 낳아준 부모가 있다는 것인데, 그들은 어디에 있느냐?"

 

 "몰라요."

 "에잇, 사내가 되가지고 그냥 속 시원히 털어놓지 그러냐."

 

 아직 채 마음이 안 풀려 답을 피한다고 생각한 몽한이 핀잔을 주었다.

 

 "사내요? 크큭. 구미호가 인간처럼 남, 여 구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남자아이 모습을 하고 있는 건 광목대사님이 절 사내아이처럼 키웠으니 그런 거고, 저도 살다보니 그냥 이 모습이 편해져서 그런 거예요."

 

 "그럼 넌 저절로 태어났다는 거냐?"

 

 인간의 상식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구미호 역시 요괴니 그럴 법도 하다 생각이 드는 몽한이었다. 어린 손자가 할머니에게 재밌는 옛날이야기 들려달라고 하듯 참 끈덕지게도 물었다.

 

 "광목대사님이 말해주기를 극에 달한 구미호가 달의 정기랑 깊은 한이 겹치면 잉태가 된다고 하는데 잘은 몰라요. 낸들 뭐 눈으로 봤나."

 

 "그래...어쨌든 나아준 이는 있다는 거구나. 그나저나 우리 행선지부터 분명히 정해야겠다."

 

 일단 오산의 고을을 빠져나오기는 했는데 그냥 정처 없는 발걸음이었다. 잠시 공기 내음을 맡던 몽한이 결심했다.

 

 "8월로 접어드니 더위가 더 해지겠구나. 시원하니 가는 길이라도 편하게 우리 북쪽으로 가보자꾸나."

 

 

 양주군 의정부리 도봉산 산골

 

 

 "오라버니, 이제 가자. 이러다 엄니한테 또 혼난단 말이야."

 

 댕기머리에 홍조가 채 가시지 않은 어린 나이의 두 남매가 깊은 도봉산 산골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 잠깐만. 버섯 찾아야 돼. 일남이 걔도 여기서 찾았다고 했단 말이야."

 

 오빠는 동생의 채근에도 며칠 전 그의 친구가 버섯을 찾아 제법 값나가게 내다판 것이 부러워 여기까지 왔다. 여간해서 발들이지 않을 깊은 곳을 오려거든 혼자 올 것이지 여동생까지 끌고 왔으니 어느새 어둠이 산세 곳곳을 검칠 하고 있었다.

 

 심마니들이 삼(蔘)없이 빈손으로 가기 뭣해 찾는 것이 버섯이건만 경험이라고는 일천한 남매에게 모습을 보여줄 리 만무하다. 정신이 팔려 찾아대니 시나브로 빛이라고는 완전히 사라지니.

 

 "오라버니...무서워... 완전 깜깜해졌어."

 

 "아이씨, 못 찾겠네. 내일 또 오자."

 

 횃불 하나 없이 갑작스레 맞이한 어둠이 지라고 무섭지 않겠냐만은 여동생 앞인지라 되레 큰소리친다. 산골의 어둠은 익숙한 이에게도 두려움을 일으킨다. 도봉산 일대는 도성으로 가는 북부 진입로인 만큼 보부상들이 많이 길을 개척해 놨으나 그들조차 여간해서는 밤길은 피하고 혹, 필히 가야만 한다면 수십 명씩 무리를 짓기 마련이다.

 

 깊은 산중에서는 무엇이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어둠은 알 수 없기에 두려움이다.

 

 풀벌레 소리, 비탈진 길, 온 몸을 적시고 식는 땀, 고양이 울음, 저벅 대는 발소리, 얼굴을 스치는 거미줄. 낮에는 없던, 밤에만 느껴지는 것들이 두 남매를 조여 온다. 어둑이 내리면...어둑서니가 나온다.

 

 '저게...뭐지...?'

 

 산길 가운데에 커다란 검은 형체가 서 있다. 사람인지 무엇인지 분간이 안 되는 것이 다가 온다. 계집아이는 입도 뻥긋 못할 만큼 공포에 질려있다. 커지고 또 커진다. 바지에 오줌을 지렸건만 발은 떼어지지 않는다. 점점 더 커지고 다가온다...

 

 

 몽한 일행은 어느덧 양주군(현재의 의정부)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북으로 가기는 하되 도성은 피하고자 오른쪽으로 크게 돌았더니 며칠을 걸려 경기도 끝자락에 도달한 것이다. 그간은 몽한의 수중에 있던 돈으로 끼니를 해결했으나 이제 그나마 돈도 다 떨어져 간다. 배는 고프고 잘 데도 없는데.

 

 "배고파 죽겠어요. 아저씨는 양반 체면에 구걸은 못할 테니 제가 어디서 보리라도 구해올게요."

 

 실로 그러하여 차마 말리지 못하는 몽한이었다. 쪽 팔리니 네가 갔다 오렴.

 그렇게 휘휘 가니 몽한은 기다리는 것 밖에 도리가 없었다. 며칠을 함께 하며 새로이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승호의 식성이었다. 구미호기에 당연히 육식을 즐겨 할 줄 알았건만 광목과의 생활이 몸에 배어 인간처럼 먹기를 즐기는 승호인만큼 몽한이 인간의 간 빼 먹는 것 아니냐고 물을 땐 또 한바탕 잔소리 세례를 들어야만 했다.

 

 잠시 뒤 정말로 승호가 보리쌀 몇 줌을 가지고 오니 크게 기뻐했다. 슬슬 멀리 민가도 보여 둘은 하룻밤 잘 곳도 알아볼 겸 밥 해줄 집을 찾아 나섰다.

 

 "안녕하시오. 지나가던 나그네이오만 한 끼 식사와 멍석만 깔려도 좋으니 잠자리를 좀 청하려 하오."

 초가삼간에 노년의 부부가 있으니 몽한은 정중히 부탁하였다. 사실 이러한 방법이 조선 여행자의 전형적인 숙식 형태로 사극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흔하게 나오는 주막은 조선 중기이후에나 보급된 것이다. 그마저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던 곳에나 있었으니 그 수가 많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경우 여행자들이 민가에 쌀 등의 곡물을 넉넉히 내주면 집주인은 인색하지 않게 밥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잔불로 밥을 지어 늦밥을 해결하니 노곤함이 몰려오는 와중 갑자기 한 생각이 몽한을 스쳤다.

 

 "야... 너 혹시 아까 그 쌀, 이 집에서 훔친 거냐...?"

 

 승호가 갔다 온 시간과 자신들이 이곳에 당도한 시간의 두배가 얼추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니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네. 그럼 그 짧은 시간에 어디서 구했겠어요."

 

 몽한은 황당함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이구- 이 녀석아. 하다못해 그럼 다른 데라도 가자고 하지. 태연하게 훔친 집에서 훔친 쌀로 한 밥이 넘어가더냐?"

 

 "자기도 잘 먹어 놓고서는... 어차피 티도 안 나게 훔친 거 저 노인네들은 우리가 넉넉히 줬다 생각하니 기분 좋을 테고, 우리는 덕분에 배불리 한 끼 먹고 응!? 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지."

 

 말을 말자. 이 요물딱지야- 고개를 휘휘 젓는 몽한에게 노부부의 대화가 들렸다.

 

 "진덕이네 애 둘이 결국 죽어서 발견됐지 뭐래요."

 

 "안 보인다고 애타게 찾더니만 그 뭔 일이래."

 

 "그게 근데 호랑이가 한 짓이여, 사람이 한 짓이여..."

 

 몽한으로서는 충분히 호기심이 동할만한 대화였기에 다가가 슬몃 끼어들었다.

 

 "그 무슨 이야기인지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습니까?"

 

 노인은 사래를 치며 뭐 좋은 이야기라고 들으려 하냐고 자리를 떠버렸지만 노파는 여인네답게 수다스레 늘어놓았다. 사람이 죽는 거야 흔한 일이지만 죽고 나서 발견된 모습이 마치 돌무더기에 깔려 죽은 것 마냥 납작하게 터져 있으니 여간 흉한 것이 벌써 두 번째라고 한다.

 

 "두 번째요? 그럼 그렇게 기이하게 죽은 채로 발견된 게 더 있단 말입니까?"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윗마을 정씨라고, 상인들 도봉산 넘나들 때 길 안내로 먹고 살던 이라오. 보통 그이 일이 넘어갈 때 한 무리, 넘어올 때 한 무리 씩 다니건만 그날따라 도성을 빠져나오는 상인들이 없었나보지. 일 없이 혼자 넘어오다 그리 되었다는구려."

 

 몽한은 승호에게 돌아와 자초지종을 말하려 하니 승호는 영악스레 멀리서도 다 들려서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이 장마철도 아니라 산이 무너져 내릴 일이 없는데, 사람 여럿이 바위에 뭉개진 듯 죽었다하니 미심쩍구나. 뭐 집히는 구석 없느냐?"

 

 곰곰이 생각에 빠졌던 승호가 중얼거렸다. 어쩌면

 

 "어둑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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