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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조선 귀변사
작성일 : 17-07-09 22:08     조회 : 212     추천 : 1     분량 : 4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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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귀변사

 

 

 기다리던 해가 뜬다. 애초의 둘은 서두르기를 원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은 고관대면은 날이 밝고 주민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교대로 잠을 청하던 승호와 몽한은 때가 되었기에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김대감 집의 대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이보시오들, 어서 들어와 보시오!"

 

 전날과 마찬가지로 분주히 움직이던 고을 주민들은 몽한이 난데없이 아침 댓바람부터 소리쳐 대는 통에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봤다. 영문을 몰랐기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다가 한명이 용기를 내었다.

 

 "무슨 일 이길래 김대감 댁 대문을 열고 소리치는 겁니까?"

 

 "보면 알게 될 것이오. 모두들 들어오라니까."

 

 평소의 두려움이 일 수 밖에 없던 김대감 집인지라 한둘일 때는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군데군데서 사람들이 모여들자 그제야 안으로 미적대며 발걸음을 옮겼다. 안의 광경은 놀라움 자체였다.

 

 흉측한 모습으로 김대감이 쓰러져 있고 마당 한켠에는 어느새 승호가 옮겨둔 이저와 이끝 둘의 주검이 조각 난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처참한 광경과는 안 어울리게 동자승 하나가 빙긋 웃고 있으니 아무도 쉽게 입을 떼지 못하고 연방 서로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 가운데를 몽한이 가르며 말했다.

 

 "너무 놀라지 말고들 들으시오. 사실 저 김대감은 고관대면이라는 이계의 요괴였소. 지나가다 핍박받는 고을민의 사정이 딱하여 간밤에 저 요물과 수하들을 쳐부수었으니 이제 걱정들 마시오."

 

 정적도 잠시, 모여든 이들은 저마다 재잘거리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어쩐지 이상했다는 둥, 말이 안 된다는 둥 각양각색으로 떠들던 이들 중 하나가 튀어나왔다.

 

 "김대감님은 우리 고을에서 오래 모시던 분이오. 요근래 포악해 진건 사실이나 어찌 요괴라 단정 짓고 죽일 수 있단 말이오?"

 

 "저 이의 유다른 식성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알지 않소? 어디 사람이 그렇게 먹소이까? 게다가 내가 듣기로 이미 고을민중 저 요괴에게 희생당한 이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저기서 맞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등등 동조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지금의 꼴을 보시오. 낫처럼 길게 돋아난 손톱과 이빨이며, 검은 피며 어디 하나 인간의 행색이라 할 만한 것이 없소이다. 저것은 여러분이 알고 있던 김대감이 아니란 말이오."

 

 "그럼 저것이 요괴라 치면 진짜 김대감님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요괴의 생리에 아직은 무지한 몽한이 답변을 못하고 있자 승호가 재빨리 나섰다.

 

 "저는 이분을 모시는 승호라고 해요. 제가 말씀드리자면 요괴가 인간으로 탈바꿈해서 행색을 하게 되면 본래의 인간은 당연히 죽이게 됩니다. 즉, 김대감님은 이미 이 세상분이 아니란 말이지요."

 

 답을 들은 주민들의 웅성거림은 그사이 계속 몰려든 이들까지 더해져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직 핍박에서 벗어났다는 기쁨보다 얼떨떨함이 먼저인 듯 했다.

 

 "그럼 이 요괴들을 해치운 공자(公子)께서는 누구시란 말입니까?"

 

 한 이가 나서서 물으니 역시 몽한이 답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를... 무엇이라 해야 하나? 이에 또다시 승호가 능청맞게 나서니

 

 "이 분은 놀라운 능력을 인정받아 나라에서 특별히 내리신 어...그러니까..."

 

 승호는 말을 하다말고 몽한을 힐끗 봤다. 억지로 단어를 맞추는 듯 깨나 고생하고 있어보였다.

 

 "귀...무슨...사...아 그래. 조선의 귀변사 (鬼神鬼變士) 이올시다!"

 

 그제야 사람들은 나라에서 내린 분이시라며 저마다 절을 하고 감사해 했다. 귀신귀변사가 뭐하는 벼슬인지는 몰라도 조정에서 왔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의문이 다 해결된 듯 이제야 비로소 기쁨을 진정으로 느껴하는 것이다.

 

 "여러분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이 고을엔 요괴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감격에 겨워하는 고을민들을 진정시키며 몽한이 말했다. 그 즉각으로 누구를 말하는지 고을민들 역시 알아채었다.

 

 "현감놈. 그놈이야."

 

 "맞아. 똑닮게 생긴 게 그놈도 한통속이 되어서 어찌나 우리를 못살게 굴었는지."

 

 "우리 형이 제때 고기 상납 못했다고 현감놈 매질에 맞아 병이 나 결국 죽었잖소."

 

 여기저기서 그간의 탄식과 억하(抑何)가 터져 나왔다.

 

 "맞습니다. 여러분. 이제 마저 그놈을 잡으러 갑시다."

 

 몽한의 외침에 일제히 고을민의 함성이 터져 나오니 몽한과 승호를 필두로 줄줄이 따랐다. 관아로 가는 길에 저마다 나온 사람들이 합쳐져 더해지니 십 수 명이 어느새 수백이 되었다.

 

 "귀변사라고?"

 

 "그냥 갑자기 지어낸 건데 뭐, 대충 뜻이 그럴싸하잖아요."

 

 누가 들을까 승호에게 속삭여 묻는 몽한인데 그 역시 과히 나쁘지는 않은 듯 했다.

 귀신귀변사라...허참 그놈-

 

 이른 아침에 온 고을민이 우르르 몰려오니 관아를 지키던 포졸들의 눈은 이미 지고 없는 보름달 마냥 커졌다.

 

 "뭐야 니들!"

 

 선두에 있기도 하거니와 어차피 나서야 하는 이 역시 몽한이었다.

 

 "현감의 패악을 너라고 모르지 않을 터, 이제 그 죄를 물으러 왔으니 어서 길을 비켜라."

 

 뒤에서 주민들이 맞장구 쳐대며 외쳤다.

 

 "조선의 귀변사께서 납시셨다. 어서 썩 꺼져라 이놈!"

 

 워낙 많이 몰려들기도 해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도 없고, 예나 지금이나 사(士) 자 붙으면 잘 먹히는 법. 귀신귀변사가 뭔지는 몰라도 순순히 문을 터주니 당당히 고을민과 함께 관아로 쳐들어갔다.

 

 일대 소란에 현감 아니, 고관대면이 허둥대며 나왔다. 목소리만은 아직 살아있으니 무리를 향해 엄하게 소리쳤다.

 

 "하찮은 것들이 무슨 짓들이냐?"

 

 "고관대면은 나를 못 알아보겠는가!"

 

 왜 못 알아보겠는가. 이틀 전 밤 자신을 북어포 패듯 두들겼던 인물이 왜 감옥이 아닌 이곳에 고을민들과 나타났는지 의문일 뿐이다.

 

 "감히 요괴 따위가 누구를 가리켜 하찮다고 하는가. 이미 네놈의 형인지 아우인지 모를 것이 내손에 죽어났으니 그 악당 짓도 여기까지이다!"

 

 말을 마친 몽한이 한껏 뛰어올라 방망이로 근방의 땅을 내려치니 강한 충격이 일대를 흔들었다. 충격파는 숫제 고관대면에게 박혀들 듯 파고드니 버티지 못해 쓰러지고 고통으로 몸부림 쳤다. 놀라운 것은 고관대면 뿐 아니라 인간인 포졸들 역시 쓰러지고 괴로워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몽한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요괴들에게 부려졌다고는 하나 네놈들의 행실 역시 바르지 못하였던 듯하구나. 허나 인간인 만큼 내가 벌주지는 않겠다. 네놈들 운명은 주민들에게 맡길 것이니 순순히 따르도록 하라."

 

 그리고는 쓰러진 고관대면을 노려보니 차차히 그 모습이 사라져 갔다. 이에 승호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저 놈이 도망치려해요. 어서 죽여 버려요!"

 

 몽한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다. 살고자 하는 놈은 살게 내버려 둬야지. 설마 이리 당하고도 이 고을에 해를 입히려 돌아오겠느냐."

 

 "아니, 그래도..."

 

 승호가 더 뭐라고 해봤자 이미 고관대면은 거의 모습이 희미하게 사라졌다. 이윽고 완전히 없어지니 고을민들로부터 하늘을 찢을 듯 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크기가 짧지 않은 시간 얼마나 그들이 힘들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조선 귀변사 만세! 이몽한 만세!」

 

 언제 알았는지 주민들은 몽한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두 요괴의 수탈로 가난한 고을. 대접받기 보다는 어서 빠져나갈 시간이다. 빨리 이전의 평화로웠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창경궁 문정전

 

 영조는 얼마 전까지 뒤주가 있던 자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가두도록 명했던 그 뒤주 말이다. 늦봄의 따스한 바람이 풍경(風磬)을 때리고 스쳐감에 꼭 그날인것만 같아 마음이 더욱 가라앉음을 느꼈다.

 

 말 없는 자리를 홍봉한이 깨웠다.

 

 "전하. 부르셨사옵니까."

 

 좌우로 시중들던 내관들을 물린 영조가 물었다.

 "그 아이 소식은 혹시 들은 것이 있는가?"

 

 "소식이 제 귀에 들린다면 그것이 오히려 백악(百惡) 이겠지요."

 

 은밀한 그들만의 계획으로 궁을 탈출한 세자의 근황이 알려진다면 안 좋은 것이라는 의미로 홍봉한은 백악(모든 악) 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답하였다.

 

 "염려가 되신다면 조용히 사람을 풀어 알아보도록 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네."

 

 미우나 고우나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자식에 대한 안부는 이걸로 끝이었다. 사실 세자의 탈출 계획도 본질적으로 영조 입장에서는 어린 세손(후의 정조)을 위한 것이지 세자(현 이몽한)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러 홍봉한을 불러 물은 것도 혹시나 몽한이 발각된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물은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자리를 물러난 홍봉한은 기왕 입궁한 김에 딸 혜경궁 홍씨를 보고자 했다. 남편인 세자가 공식적으로 사망하고 폐서인(폐위하여 평민이 됨) 되었기에 자신 역시 더 이상 세자빈이 아니었다. 따라서 궁을 떠나야 하지만 아직은 정식 교지가 내리지 않았기에 궁에 머물고 있었다.

 

 "아버님 오셨습니까?"

 

 언제나처럼 조용히 자신을 맞이하는 딸이었다. 일전에야 마마로 불렀건만 세자빈이 아닌 지금, 바로 예전의 딸처럼 편히 대해야 할지 유학의 예법에 능한 홍봉한으로서도 혼란스러웠다. 특히나 모든 일의 전모를 알고 있는 그이지 않은가?

 

 "그래. 몸은 별 탈 없느냐?"

 

 "아무 탈 없이 괜찮습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여자라고 보기에 그의 딸은 너무나 담담해 보였다.

 

 "어차피 제 남편은 정신병자였습니다. 산이를(정조의 이름) 생각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한결 마음 편합니다."

 

 "그래서 18년을 함께 살았던 지아비를 잃고도 그리 냉정할 수 있단 말이냐."

 

 "외람되오나, 그럴 수밖에 없사옵니다."

 

 홍봉한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셨다. 10살의 어린 나이에 간택되어 세자빈으로 입궁한 이래 겪은 고초의 세월은 아비라도 함부로 가늠할 수 없다. 유교적 법도가 지배하던 시절 중에서도 가장 엄하다고 평할만한 시아버지와 불안한 남편 사이에서 이제야 해방된 듯 한 지금의 내 딸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래도 홍봉한은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딸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한줄기 감정. 강해질 수밖에 없어 스스로도 잊어버린 줄 아는 지아비를 향한 마음을.

 

 "네 남편...세자 마마께서는 아직 살아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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