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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무영세자전
작가 : 세균맨
작품등록일 : 2017.7.9

아침 태양이 떠오르기 전, 도시의 정궁에선 미쳐 뜨지 못한 태양 하나가 쉬이 잠 못 이루고 잇을 그 무렵, 그 쯤 어딘가. 흐려지는 궐 사이로 '무영의 궁'으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 일정주기로 저주에 걸린 도깨비들이 사는 무영궁에는 그들의 저주를 풀어줄 '밤손님'을 기다리는 연회가 열린다. 더 이상 문을 열지 않기로 마음 먹은 날 밤. 어디선가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나는데...... 과연 그들을 찾아온 '밤손님'은 정말로 그들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는 '밤손님'일까.

 
여는문
작성일 : 17-07-09 19:57     조회 : 371     추천 : 0     분량 : 2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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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는문+

 

 

 혹독한 추위였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이 이겨내기엔 너무 추운 겨울 어느 한날, 그 어느 밤에.

 모두들 잠들어있어야 할 그 밤에 궐을 밝히고 있는 불은 쉬이 꺼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비단 그것은 궐 뿐만이 아니었다. 마을 곳곳 아귀마다 도사리고 있는 어둠을 밝히기 위해 모두가 고요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있었고

 

 그 속에 기다리고 있는 예정된 죽음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눈이 내릴 것 같구나.”

 

 “한겨울이니 그럴 만도 하지요.

 준비하겠습니다.”

 

 

 나이 지긋한 내시 하나가 파스스 거리는 수염을 만지며 대답했다. 과학의 기술이 찬란하게 이룩하던 시대는 아니었기에 하늘의 뜻이라 미신이나 점술에 의지하는 그들이었지만,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직감 같은 것이 생겨. 이제는 밤하늘의 구름과 달만 보아도 내일 날씨가 어떨지 아는 그런 나이에 이르러있었다.

 

 아직 소한인 어린 소년은 상관의 말에 따라 불을 밝히기 위해 그의 곁을 떠났으며 여전히 내시 하나는 남아 약간은 흐릿한 안개에 쌓인 보름달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아주 추운 겨울이 될 것이다.”

 

 

 이것도 직감일까.

 

 내시가 밖에서 하늘을 보며 내일의 날씨를 점치고 있는 동안 비교적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내부엔 아마 내일 내리는 눈마저 보지 못하고 금방 멎을 것 같은 얕은 숨을 쉬고 있는 사람이 병상에 누워있다.

 

 그는 한나라의 지존이자 만인지상

 

 인간이라면 누구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죽음을 겪는다.

 아무리 고귀한 존재인 왕이라 할지라도 피해갈 수는 없다.

 

 이미 예정되어있다면, 그 죽음.

 덤덤하게 받아드리리다.

 

 

 “어찌 짐은 살아날 방도가 보이는 가.”

 

 “.....죽여주시옵소서 전하....”

 

 “....”

 

 “수만가지의 약재를 쓰고 전하의 약해진 기를 다스리려 해보았지만

 아마 오늘을 넘기긴 힘들 것 같아 보이시옵니다.....”

 

 

 원인 모를 병, 그로 인해 오늘 죽음을 맞이한다..

 

 

 “되었다. 그만 물러가거라.

 오늘은 혼자 있고 싶으니 아무도 침전에 들이지 말고.”

 

 

 어의가 물러간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좋은 탕약에 시침을 두어도 낫지 않는 병은 필시 마음의 병 일터. 그 근본을 치료해야 더 상처가 벌어지는 것을 막겠지만. 그런 상처를 치료하고 싶어도 근본조차 사라진 상처는 해가 지나도 치료가 되지 않아 그렇게 곪고 문드러져 결국엔 마음이 아닌 다른 곳에도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밖에 누구 있느냐.”

 

 “예 전하.”

 

 “지금 당장 도승지를 불러오너라.”

 

 “예 알겠사옵니다. 전하.”

 

 

 사대부의 나라라 불리는 그의 나라를 온전히 그의 손에 넣기까지. 그리고 그 나라를 그의 백성이 누릴 수 있도록 하기까지 그는 끊임없이 욕심내고 또 욕심냈다.

 

 뛰어난 정치적인 기술과, 왕재로서의 능력으로 귀족들의 반발을 누르고 백성들에겐 자애로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어볼 만한 그런 태평성대. 그가 바라던 이상의 나라를 가지기 위해서.

 

 하지만 단 한명의 인간으로서는 무엇 하나 욕심 낼 수 있었던가.

 

 죽음을 앞둔 지금에서야. 그 문턱을 밟고 있는 직전, 오늘에서야.

 회의감 하나가 든다.

 

 아....

 

 난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고자, 난 이 자리에 앉았나.

 난 무엇을 버리고, 난 누구를 위해.

 

 그리고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병상에서야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서 두눈을 질끈 감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눈꺼풀을 가리고 외부로의 모든 소리마저 모두 점점 멀어지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서야. 들려오는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그리운 추억 한자락이. 정신 한구석을 이토록 축 늘어지게 만드는가.

 

 무서운 속도로 빨려들어간다.

 

 

 ‘날이 오면, 오늘은 날이 아닌가봅니다.’

 :

 

 ‘좋은 꽃가마, 좋은 꽃신, 네가 오는 길에 아름다운 꽃을 뿌려

 두고 오는 임 걱정에 오는 길 잊어버리지 않기를.’

 :

 

 ‘이것이 세자와 대군의 차이다.’

 :

 

 ‘잊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럼 덜어낼 때 고통이라도 덜 할텐데.

 이미 당신은 내 일부 같아서. 아픈 상처 같아서.’

 :

 

 ‘이토록 빠지게 될 줄은 예상 밖이야.’

 :

 

 ‘아니야. 이건 내가 원하는게....’

 :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는....’

 :

 

 그 후에.... 그 후엔....

 어떻게 되었더라.....

 

 점점 숨이 멎어간다.

 

 

 “폐하께서 승하하셨습니다.”

 

 “...........”

 

 “폐하!!”

 

 

 왜 하필 지금에서야......

 난........

 

 어림풋이 들려오는 통곡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지면서

 멎은 숨에 짙어가는 마지막 욕심 하나만이 남아

 

 이리도 괴롭게 하나.

 

 

 ‘아, 그래’

 ‘아마도 나는......’

 

 

 

 

 ‘당신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

 :

 

 아직 땅거미가 채 지기도 전 이른 아침.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고층 건물들의 불빛이 너울거리는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가득 채워지는 대로에 차들의 매연연기가 메케하게 코를 아프게 할 때 쯤. 왜 인지 가벼운 발걸음은 이리갔다 저리갔다 주체를 하지 못하고 마치 공중에 날아다니는 것처럼 이리저리 팔랑팔랑.

 

 그러다

 

 철푸덕

 

 지난 밤 거하게 마신 술 탓인지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열기를 주체할 수 없던 몸을 감싸는 차가운 감촉에 좋다고 허허실실 웃다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도시의 이방인의 모습에 마치 아무도 없는 도시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벌떡 일어나 대뜸

 

 

 ‘이리 오너라.’

 

 

 크게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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