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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지옥연애환담
작가 : 황도톨
작품등록일 : 2017.6.23

헬조선을 살아가는 흙수저 김진언.
회사에서 짤리고, 남친에게 차이고, 통장은 텅텅,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진언이 새로 입사한 회사는 진짜 지옥?
설상가상으로 지옥 최종보스, 진언의 직장상사님, 염라대왕은 까칠하기 짝이 없고...
지옥에서 일과 사랑 둘다 쟁취하라!

 
07. 주말에는 원래 안씻는 거 아닌가요?
작성일 : 17-07-09 18:47     조회 : 379     추천 : 0     분량 : 5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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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금요일 아침에 감은 머리는 일요일 저녁이 되자 떡이 지기 시작해서 번들거리고, 살짝 간지럽기 시작했지만, 진언은 꾹 참았다. 오늘 아침은 세수마저 걸러서 얼굴에도 개기름이 끼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참았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머리도 세수도 해야 한다. 왜? 출근하니까.

 

 

 “어째서 주말은 이렇게 빨리 지나 가냐고.”

 

 

 텔레비전을 보며 뻐근한 몸을 스트레칭하고 있던 진언은 끝내 털썩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시계바늘이 월요일로 향해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난 이유를 알지.”

 

 

 거의 진언과 비슷한 상태로 누워 있던 호언 고개만 진언 쪽으로 돌렸다. 방바닥에 들러붙은 오누이는 거의 비슷한 몰골이었다.

 

 

 “월화수목금, 평일. 토일, 주말. 이틀 밖에 안 되니까 빨리 지나갈 수밖에 없지. 그래서 난 이제 이 부당한 패러다임이 월화수목, 평일. 금토일, 주말. 이렇게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

 

 “하아... 내가 김호언의 말에 동감하는 날이 올 줄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기는 했지만, 진언은 말없이 내밀어진 호언의 손바닥에 대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 기세를 몰아 무거운 몸을 끙차끙차 일으켜 다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10시가 넘어서 일어나고, 낮에 낮잠을 3시간이나 잤더니, 피로가 풀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몸이 찌뿌둥했다.

 

 

 “스트레칭 해대는 거 보니, 또 낮잠 주무셨구먼.”

 

 “어.”

 

 “요즘 남친 안 만나냐?”

 

 “조금만 더 하면 이마가 무릎에 닿을 것도 같아서 잔뜩 힘줘서 낑낑거리고 있던 진언이 멈칫했다. 매의 눈으로 그런 진언의 쳐다본 호언이 혀를 쯧쯧 찼다.

 

 “헤어졌냐?”

 

 “...”

 

 “차였냐?”

 

 

 최대한 밑에 내려가 있던 진언의 머리가 번쩍 들렸다. 게다가 진언의 눈도 번쩍거리며 호언을 노려봤다. 예민한 곳을 건드렸나 싶어서 호언은 슬쩍 말머리를 돌렸다.

 

 

 “옮긴 회사는 좋아?”

 

 “뭐, 그럭저럭. 또라이 하나 빼고.”

 

 “헐. 거기도 또라이 있어?”

 

 “어딜 가나 있다니깐.”

 

 “이번 또라이는 누군데?”

 

 “어... 사장.”

 

 

 호언에게 염라대왕이 사장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어서 대왕을 대신할만한 직책은 역시 사장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옥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존재하시는 분이시니, 역시 회사로 치면 사장이었다.

 

 

 “왜 또라이인데?”

 

 “싸가지가 없어.”

 

 “사장인데 당연히 싸가지가 없지. 사장이 싸가지가 있으면 그건 된 놈이지만. 보통 일반적으로 98% 사장들을 다 싸가지가 없어. 돈 있지, 사람 있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데 굳이 싸가지까지 있을 이유가 없잖아.”

 

 “사람 알기를 우습게 여겨.”

 

 “싸가지가 없으니까.”

 

 “성격도 드럽고.”

 

 “싸가지가 없으니까.”

 

 “사람한테 막말하고.”

 

 “싸가지가 없으니까.”

 

 

 진언이 무슨 말을 하든, 호언의 결론은 싸가지가 없으니까 라고 결론이 나버렸다.

 

 

 “돈 많아?”

 

 

 이번에는 호언의 질문이 시작됐다.

 

 

 “글쎄... 없는 것 같지는 않아.”

 

 

 염라대왕의 재산이 이쪽기준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으리으리한 궁이나 고급 한복집에서도 짓기 어려울 거 같은 검은색 곤룡포, 진짜 금인지 도금인지 알 수는 없지만 역시나 섬세한 세공의 옥좌를 생각해보면, 역시나 궁해보이지는 않았다.

 

 

 “얼굴은?”

 

 “잘생겼어.”

 

 

 역시 이건 아무리 진언이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진언은 단연코, 텔레비전이 아닌 실물로 본 사람 중에 염라보다 잘생긴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키는? 몸은?”

 

 “잘은 모르겠는데... 키는 큰 거 같아.”

 

 “뭐야? 그럼 싸가지 없는 것 빼고는 완벽한 거야? 키 크고 잘 생겼고, 돈 많고? 심지어 사장이야? 장난 아니네.”

 

 

 호언의 말에 대답을 하다 보니, 얼결에 그런 결론에 다다랐다.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와 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째든 그런 결론이 나와 버렸다. “누나, 완전 눈 높아지는 것 아니야? 그런 완벽한 남자를 매일 보고 살면?”

 

 

 “완벽은 무슨 완벽이야! 그 놈은 완전... 완전!! 지옥 같은 놈이야.”

 

 “헐. 사람한테 지옥이 뭐냐?”

 

 “사람도 아니야!”

 

 “에이~ 그래도, 사람한테 사람도 아니라고 하는 건 너무 심한거 아니야?”

 

 “진짜 사람 아니라니깐.”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이 이랬을까? 진짜 사람이 아니라서 사람도 아니라고 하는 건데, 그걸 설명해 줄 수도 없고, 진언은 애꿎은 제 가슴만 탕탕 쳤다.

 

 “마음 곱게 먹고, 착하게 회사 다니세요, 김진언씨. 상대는 월급 주는 사장님이십니다. 단점 한두 개쯤은 사랑으로 감싸주세요.”

 

 

 

 

 

 

 

 

 

 진언은 정말 그러려고 했다. 자기 전 곰곰이 생각해보니, 호언의 말이 틀린 건 아닌 거 같아서, 게다가 수많은 단점이 있는 것 보다는, 단점 하나가 있는 게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곱게 먹으려 했다.

 

 

 오늘 출근할 때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 회사에 또라이도 딱 하나고, 또라이의 단점도 딱 하나니까 그것만 질끈 눈 감고 못 본 척 하면, 되겠구나 라고 말이다. 이런 기특한 결심을 한 자신을 칭찬하기까지 했다.

 

 

 일단, 우진의 일을 사과하기로 했다. 자기 앞에선, 게다가 우진의 앞에선, 우진에게 벌을 내리는 거처럼 해놓고선, 내세에 좋은 집에서 태어날 수 있도록 할지 몰랐으니 그런 것이긴 하지만, 결국 우진에게 좋은 일을 한 것에는 틀림이 없었다. 자신은 염라가 그렇게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그런 거긴 하지만, 결국 빅피쳐를 그린 상사에게 반항을 한건 사실이었으니까.

 

 

 게다가, 우진을 내세에 좋은 집에서 태어나게 해준 걸 보면, 그렇게 나쁜 인간, 아니 나쁜 염라대왕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자신의 안락한 회사생활을 위해서 염라와 잘 지내는 것이 훨씬 좋았다.

 

 

 하지만, 진언의 이런 결심은 출근한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무너져 버렸다. 회사 또라이의 딱 하나 있는 단점이, 너무 치명적인 단점이라는 사실은 간과한 진언의 탓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별거 없는 책상 정리도 하고, 물티슈로 깨끗하게 청소까지 하고 방긋 웃는 얼굴로 느긋하게 등청을 하는 염라를 맞이했다. 허나 방긋 방긋 웃는 진언을 보며, 염라가 던진 말은

 

 

 “하릴없이 저리 웃다니, 실성한 망아지 인겐가?”

 

 

 였다. 심지어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인상까지 찌푸리고 있었다. 저 말을 들었어도, 진언은 속으로 참을 인을 세 번 외쳤다.

 

 

 그래, 자신이 지난주에 한 일이 있지 않은가? 빅픽쳐를 그린 상사를 냉혈한으로 몰아붙였고,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그의 말에 사과는 커녕 점심시간이라며 부리나케 도망가 버렸다. 오후 내내 그가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요리조리 피하고, 딱 재판에만 제자리를 지켰었다. 그러고서 주말. 이틀 내내 저 삐돌이 염라는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있어서 저럴 수 있다고, 그렇게 진언은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건 아니고. 일단, 감사드립니다.”

 

 

 진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염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염라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물론 제가 그렇게 말을 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진이를 다음 생에 좋은 집에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건 왜 자네가 감사하는가?”

 

 “제가 바라던 일을 염라대왕님께서 이루어 주셨으니까요.

 

 

 또 사과드립니다. 제가 잘 알지 못하고, 염라대왕님을 매도한 점을 사과드립니다. 저는 염라대왕님께서 우진이의 내세를 염두하고 계신 줄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정말 얌전히 재판을 지켜만 봤을 겁니다.”

 

 

 “그래?”

 

 “네.”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가?”

 

 “네.”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네?”

 

 “이승은 잘못을 사죄하면 그냥 넘어가는지 몰라도, 저승은 그렇지 않다. 잘못을 했으면 그에 응당 하는 벌을 받는 것이 지옥의 법도이네.”

 

 “자, 잠시만요!”

 

 

 마치 죄인 판결이라도 시작할 듯 한 염라의 모습에 진언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 이건 자기가 생각한 그림이랑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자신이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쿨하게 염라도 사과를 받아들이고, 하하 호호- 즐거운 회사생활, 이라고 생각한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던 거였나?

 

 

 “내 관대한 마음으로 자네가 무슨 벌을 받을지 선택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감히 지옥을 다스리는 이 몸에게 대항을 한 죄는 깊으나, 먼저 사죄 한 것을 보아 특별히 가벼운 벌을 내리도록 하겠다.

 

 

 마침 지왕차사가 이야기하기로 분뇨통...”

 

 

 “잠시만요! 아니, 그건 아니죠! 그렇게 치자면, 미리 말을 안 해주신 염라대왕님 잘못도 있잖아요.”

 

 “내가 왜?”

 

 

 염라는 별 미친 소리 다 듣겠다는 듯 진언은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왜 한낱 미천한 인간 따위에게 내가 미리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같이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건 당연히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아닙니까?”

 

 “같이라니? 누가 같이 일을 하고 있다는 건가?”

 

 

 염라는 별 미친 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 이야기를 했다. 심지어 피식 웃기까지 했다.

 

 

 참으로 맹랑한 인간이 아닌가? 저 위에는 오로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분이신 옥황상제만이 존재했고, 이 지옥에서는 가장 높은 염라대왕에게 같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있는 있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감히 인간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말을 했다.

 

 

 “나는 지옥을 다스리는 염라대왕이다. 오로지 혼자서 죄인을 심판하고, 혼의 내세를 결정한다. 한낱 인간 따위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세상에 오만함과 도도함이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 것이라고, 천상천하유아독존을 마임으로 표현하자면 바로 저 표정일 거라고 진언을 생각했다. 기가 막혀 입이 쩍 벌어졌다.

 

 

 “사과, 취소합니다.”

 

 

 진언은 이를 꽉 깨물고 잇새로 겨우 겨우 발음하며 말했다.

 

 

 “염라대왕님이 좋은 사람, 아니 좋은 염라대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도 전부 취소합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분이라고 생각한 것도 전부 다 취소합니다. 사실은, 아주 다정다감하신 분이라고 생각한 것도 몽땅! 취소합니다.”

 

 

 염라의 눈이 아주 살짝, 커졌다. 하지만, 진언의 그런 염라의 표정을 살필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한낱 인간이 이런 이야기해도 전혀, 괘념치 않으시겠지만요.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진언은 불끈 쥔 주먹을 앞으로 휘두르며 씩씩하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 혼자 남은 염라는 진언이 나가버린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다정다감한 분이라...”

 

 

 진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혼자 되씹던 염라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가 아닌가.”

 

 

 흔들리는 눈동자가 참을 수 없는 듯, 염라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꼿꼿이 서 있던 등허리도 어느새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너 말고도 저리 생각하는 이가 있구나, 아라야.”

 

 

 천천히, 아주 오랜만에 그리운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을 부르는 염라의 목소리는 쓸쓸한 듯도, 혹은 처연한 듯도 싶었다. 슬쩍, 염라의 입가에 슬픈 미소마저도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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