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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채운몽
작가 : 채헌
작품등록일 : 2017.6.19

조선 최초의 레즈비언으로 기록된 세종의 두 번째 며느리 세자빈 월, 기루 무사 소쌍을 만나 운명인 듯 우연인 듯 사랑에 빠진다. 아니라 해도, 아니 된다 해도 돌아설 수 없었던 그녀들의, 무지개빛 로맨스

 
36장. 내가 아니라 너 때문에
작성일 : 17-07-09 13:22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6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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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 날, 왕이 향을 불러 들였다. 향이 긴장한 낯빛으로 고개를 숙인 채 들어섰다. 퉁퉁 부은 향의 얼굴을 힐끔 보았지만 왕은 별 말 하지 않았다.

 

  “찾으셨사옵니까, 아바마마.”

 

  “빈궁의 국청에 참례하거라.”

 

  왕이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향이 고개를 들었다 엉망이 된 얼굴을 떠올리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

 

  “저, 전하, 그 일은……,”

 

  “왜, 싫은 것이냐? 며칠 새 마음이 바뀐 것이야?”

 

  “아, 아니옵니다.”

 

  향은 입술을 깨물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청을 물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말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너는 그저 참관만 하는 것이다. 국문도, 판결도 모두 내가 삼정승과 협의하여 내릴 것이니라.”

 

  “…….”

 

  “내일 두 번째 국문이 열릴 것이다. 지금까지 조사 내용을 정리해 전달하라 하였으니 의금부에서 사람이 갈 게다.”

 

  “…….”

 

  “세자, 내 말을 듣고 있느냐?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게야?”

 

  “아, 아니옵니다. 그리 하겠사옵니다.”

 

  향이 자신을 이상하듯 보는 왕에게 절을 올리고 서둘러 사정전을 나왔다.

 

 

 

  “세자 저하, 납시셨사옵니까.”

 

  영의정 황희 곁에 낯선 사내가 어쩡어쩡 따르고 있었다. 향의 시선이 그에게 향하자 황희가 대답했다.

 

  “표창을 만든 야장입니다.”

 

  “헤헤, 만배라 합니다요.”

 

  만배가 떡진 머리를 긁적거리며 해쭉 웃었다.

 

  “이 사람아, 세자저하시네. 예를 차리게.”

 

  “아, 아니오. 되었습니다. 영상께선 얼른 들어가 보시지요.”

 

  서둘러 지나치려던 향이 걸음을 멈추었다.

 

  “저기……,”

 

  “예, 세자저하.”

 

  “만배라 하였느냐?”

 

  만배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아, 그러하다 말씀을 올려야지 버르장머리 없이 고갯짓인가.”

 

  “아이고, 이놈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요. 배운 것 없이 못나게 자라 이 모양입니다. 그저 너그러이 용서해주십시오.”

 

  말은 그리 하면서도 어려운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궁에 들어오면 황희쯤 되는 이라도 긴장을 하게 마련이었다. 더군다나 왕을 뵈옵는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죄 없이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이가 조선의 왕이었다.

 

  야장이라는 자가 어찌 이리 무람이 없는가.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느라 만배를 불러 세운 용건을 잠시 잊었다.

 

  “이자에게 하문할 일이 있으시온지요.”

 

  황희가 넌지시 재촉했다.

 

  “아, 딱히 그런 것은 아니네만……. 눈썰미가 좋은 편이냐?”

 

  “평생을 대장공으로 살았습니다요. 발톱의 때만큼 덜 갈린 칼날도 잡아낼 만큼 눈 하나는 밝습지요.”

 

  “그러하냐…….”

 

  “어찌 그러시옵니까, 세자저하.”

 

  향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네.”

 

  그리고는 만배 쪽을 보며 무심한 말투로 덧붙였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조사에 성심껏 임해야 할 것이다. 내 말을 명심하거라.”

 

  “물론입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쇤네, 가슴팍에 자문 새기듯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요.”

 

  향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만배는 퉁실퉁실한 볼을 밀어 올리며 웃을 뿐이었다. 그 웃음에 눈을 둔 채 향이 비켜섰다.

 

  “이만 들어가시지요. 전하께서 기다리십니다.”

 

 

  * * *

 

 

  그날 저녁, 월의 처소는 침묵에 잠겨 있었다. 익일 국문이 있을 거라는 의금부 사령의 전언을 들은 월은 내내 입술을 깨물며 손톱을 뜯고 있었다.

 

  “아이고, 애꿎은 손톱은 왜 그리 뜯어대신대요? 배고프심 이거 드셔요.”

 

  석가이가 허여멀건한 흰 죽이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혐의가 확정되진 않았으나 분란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이미 죄인이었다.

 

  중전의 배려로 처소에는 머물 수 있으나 음식상까지 똑같이 받을 수는 없었다. 끼니마다 잘 차려진 밥상 대신 허여멀건한 흰 죽이나 소금만 넣은 찬밥 덩어리 따위가 들어왔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 먹으라고! 이거 먹고 죽으라는 게지.”

 

  석가이는 식사가 들어올 때마다 분통을 터뜨렸다. 정작 월은 무엇이 들어오거나 개의치 않았다. 입맛이 없어 산해진미라도 입에 대고픈 생각이 없었다.

 

  “나는 되었다. 생각 없으니 네가 먹거라.”

 

  “마노라, 이러다 진짜 큰일 나셔요! 며칠째 아무것도 안 드셨잖어요.”

 

  “괜찮다니까.”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지고 당장이라도 팍 쓰러지실 것같거든요?”

 

  “괜찮대도 그러는구나.”

 

  “마노라, 이런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해요. 일을 해결할래두 기운이 있어야 하죠, 안 그래요?”

 

  석가이가 숟가락으로 죽을 떠 월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월이 고개를 저었다.

 

  “소쌍을 혼자 옥에 두고 어찌 이걸 먹겠느냐. 처소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소쌍을 볼 낯이 없는 것을.”

 

  “소쌍 악공도 그리 생각하실까요? 빈궁께서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으니 참 잘 되었다, 고맙다 이리 여기시겠냐구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함께……,”

 

  대답 끝에 눈물이 툭 떨어졌다. 석가이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월을 안아 도닥였다. 며칠 사이 살이 얼마나 내렸는지 등뼈가 툭툭 불거져 있었다.

 

  “나는 그이를 버릴 수 없다. 중전마마께선 내가 살기 위해 소쌍을 버리라 하시지만, 그가 죽으면 나도 죽는걸. 그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석가이의 눈시울도 젖어들었다.

 

  “내가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내가 그이를 버리든 버리지 않든 그가 다친다는 사실이야. 이게 다 나 때문이다. 내가 소쌍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알은 체도 말았어야 했다.”

 

  “자책 고만하셔요, 마노라. 지금에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대요. 살 사람이라도 살 궁리를 해야죠.”

 

  월이 의아한 눈을 들어 석가이를 보았다. 석가이가 작정한 듯 입을 열었다.

 

  “마노라, 냉정하게 생각하셔요. 소쌍 악공이 정말로 죽게 된다면……, 그건 폐족이기 때문이어요. 마노라 때문이 아니라구요.”

 

  “내가 아니었다면 폐족의 신분이 드러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어요. 선대왕 시절부터 폐족이라면 악착같이 잡아다 별별 핑계 다 붙여서 죽이는 거, 조선 천지에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적어도……, 이리 꽃다운 나이에 죽게 되진 않았을 것이야.”

 

  “그거야 모르는 일이죠. 사람이 죽고 사는 거야 다 하늘에 달린 일이람서요. 빈궁을 아니 만나셨어도 소쌍 악공은 죽을 운명이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쓸데없이 죄책감 가지지 마시고……,”

 

  철썩!

 

  매섭게 뺨을 치는 소리가 석가이의 말을 잘라먹었다. 석가이가 뺨을 감싸며 눈을 끔벅거렸다.

 

  “어찌 그런 매정한 말을 하느냐!”

 

  석가이가 지지 않고 대꾸했다.

 

  “매정하지 않은들 무슨 수가 있어요, 그럼?”

 

  월의 말문이 막혔다.

 

  “저라고 이런 말 하면서 좋겠어요? 저도 소쌍 악공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질 것같아요. 풋사랑이라 해도……, 진정 좋아했다구요.

 

  그래도 어찌 해요, 상황이 이 지경이 되고 말았는데. 제가 아무리 소쌍 악공을 좋아해도, 마노라께서 아무리 화를 내고 저를 치셔도 제 말은 똑같아요, 마노라.

 

  저한텐 마노라가 제일 중하니까요! 마노라만 살릴 수 있다면 저는 못 할 게 없어요!”

 

  “석가이야…….”

 

  월이 석가이를 끌어안았다. 월의 품에 안긴 석가이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저도 소쌍 악공 때문에 너무 마음 아프다구요.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잖아요.

 

  마음 접으세요, 마노라. 소쌍 악공은 이제 틀렸어요. 옥을 부수고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지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구요.”

 

  석가이를 안은 채 설운 울음을 쏟아내던 월이 천천히 몸을 떼어냈다.

 

  “…… 지금 무어라 했느냐?”

 

  “예? 제가 뭘 뭐라고……,”

 

  훌쩍거리던 석가이가 눈을 번쩍 떴다.

 

  “마노라, 그건 안 돼요. 그것만은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었다 깨나도 안 돼요!”

 

  “지금 네 입으로 그 방법밖에 없다 하지 않았느냐.”

 

  “그 말이 어찌 그리 해석이 되셔요? 마노라, 정신 차리셔요.”

 

  “정신 차렸느니라. 방금 네가 해준 말 덕분에.”

 

  “진짜 왜 이러셔요! 벼랑 끝에 몰렸다고 제 발로 떨어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 밑에 물이 있다면 살 수도 있지 않으냐. 지체할 시간이 없어. 서둘러야 해!”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월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아오, 진짜 미쳐버리겠네! 마노라, 같이 가요 같이!”

 

  석가이가 뒤를 쫓았다.

 

 

  * * *

 

 

  “마노라, 지금이라도 돌아갑시다. 이러다 진짜 큰일 나요!”

 

  “쉿.”

 

  월이 손가락을 세우고 내사옥을 살폈다. 옥졸들이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지금이다.”

 

  월이 석가이의 등을 다짜고짜 떠밀었다.

 

  “아이쿠!”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소리에 옥졸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이씨, 망했다. 에라, 모르겠다.”

 

  석가이가 눈을 질끈 감고 내사옥 뒤편으로 쫓아 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불이야, 불! 불이 났다, 불이 났어! 아이고, 대궐이 다 타버리겠네!”

 

  깜짝 놀란 옥졸들이 한켠에 놓인 물동이를 들고 소리 난 쪽으로 달려갔다. 월이 잽싸게 옥 안으로 들어갔다.

 

  “빈궁 마노라, 어찌 오셨사옵니까.”

 

  옥 안을 지키고 있던 옥졸이 월을 알아보고 막아섰다.

 

  “잠깐 들어가겠느니라.”

 

  “아니 되옵니다.”

 

  “이놈! 내 죄인의 신세가 되었다 하나 아직 이 나라의 세자빈이다. 감히 네놈이 내게 맞서려는 게냐!”

 

  옥졸이 전혀 기죽지 않고 대꾸했다.

 

  “마노라의 옥 출입을 절대 금하라는 어명이 있었사옵니다.”

 

  “그렇느냐? 어명이라면 내가 어쩔 도리가 없구나……,”

 

  힘없이 돌아서던 월이 몸을 틀어 주먹으로 옥졸의 명치를 있는 힘껏 질렀다.

 

  “라고 할 줄 알았느냐?”

 

  “으윽!”

 

  옥졸이 켁켁거리는 사이, 월이 사타구니를 발로 찼다. 옥졸이 소리도 못 내고 철푸덕 주저앉았다.

 

  도곡스님이 호신술을 배우라 했을 때는 써먹을 일이 없겠거니 했는데 배워두길 천만다행이었다.

 

  모든 것이 부처님의 덕이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월이 중얼거리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벽에 기대있던 소쌍이 번쩍 몸을 일으켰다.

 

  “빈!”

 

  월이 옥졸의 허리춤에서 빼낸 열쇠로 옥문을 열었다.

 

  “어서 가거라!”

 

  월이 소쌍의 손을 잡아끌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어서 가래도!”

 

  소쌍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하고 섰느냐!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얼른 가거라!”

 

  “빈께서도 함께 가실 것입니까?”

 

  “나는, 나는…….”

 

  “저와 함께 가시지요.”

 

  소쌍이 손을 내밀었다. 월이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저와 함께면 어디든 좋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따라갔다간 네가 정말 큰 화를 입게 된다. 지금밖에 없다. 제발, 내 말을 듣거라!”

 

  “빈께서 가시지 않으면 저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도망치면 빈은 더한 누명을 쓰게 될 터인데 어찌 저 혼자 살겠다고 도주를 하겠습니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빈께서 받는 벌이 제게 더 큰 벌이 된다구요.”

 

  “내 마음은 생각지 않느냐! 나 때문에 죄 없는 네가 벌을 받으면 나는 괜찮을 성 싶으냔 말이다!

 

  부탁이다, 아니, 명령이다. 어서 가거라! 다시는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 조용히 숨어 살거라.”

 

  “혼자 도망칠 바에야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것이 낫습니다.”

 

  “정녕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으냐?”

 

  “빈이 사셔야 제가 사는 것입니다. 빈도 살고, 저도 살기 위해 이러는 것입니다. 용서하십시오, 빈.”

 

  “소쌍아, 제발!”

 

  월이 허물어지며 울음을 터뜨렸다.

 

  “죄송합니다. 이것만은 제가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소쌍의 눈에서도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이게 무슨 짓이냐!”

 

  월과 소쌍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옥졸의 보고를 받고 달려온 왕이 분기탱천하여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전하!”

 

  월이 얼른 무릎을 꿇었다.

 

  “그리 결백하다 우기더니 어찌 탈옥을 하려 하느냐? 빠져나가 다시 모반이라도 꾸밀 요량이냐?”

 

  “저, 전하, 이는 전적으로 저의 생각이옵니다. 소쌍은 아무런 죄가……,”

 

  “그놈의 소쌍, 소쌍! 빈궁은 부끄럽지도 않으냐!”

 

  월이 왕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허면 폐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죄 없는 이를 죽이는 것은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뭐라?”

 

  “그리 많은 이들을 죽여 놓고도 성에 차지 않으신 것이옵니까!”

 

  “네가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는 게냐?”

 

  “선대왕과 전하께서 폐족들을 수장시키고 척살하는 것을 조선 백성 모두가 아옵니다.”

 

  “그 입 다물라! 그자들은 폐족이라 죽은 것이 아니다! 조선의 법을 대놓고 어기고, 질서를 어지럽히기에 죗값을 치른 것이다!”

 

  “갓 태어난 젖먹이들도 법을 어기고 질서를 어지럽힌 것이옵니까? 늙고 병든 노인들이 질서를 어지럽히면 얼마나 어지럽히기에 죽어야 하는 것이옵니까?”

 

  “닥치거라!”

 

  추상과 같은 호통소리가 내사옥을 쩌렁쩌렁 울렸다. 죄 없는 옥졸들마저도 발발 떨었다.

 

  “빈궁 너는 정말이지 구제불능이로다. 내 너의 망령됨을 알아보지 못하고 궁에 들였으니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장차 선령들을 어찌 뵙겠느냐!”

 

  “그러니 저를 죽이시옵소서! 저를 죽여 전하의 실책을 말끔히 지우시옵소서! 처음부터 저를 손톱 아래 가시처럼 여기지 않으셨사옵니까! 허나 제가 밉다 하여 죄 없는 이까지 죽이진 마옵소서! 이 사람은 아무 죄가 없사옵니다!”

 

  “빈궁 너는 참으로 아둔하구나. 아둔하기가 금수보다도 못해.”

 

  왕이 소쌍 쪽으로 성큼 다가섰다. 월과 소쌍이 몸을 바싹 붙인 채 파르르 떨었다.

 

  “지금 빈궁이 저지른 일로 하여금 이자에게 또 하나의 죄가 생겼느니라. 두고 보아라. 이자는 내가 아니라, 너 때문에 죽게 될 것이다!”

 

  왕이 찬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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