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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은혜로운 열애사
작가 : 우연리
작품등록일 : 2017.6.2

"귀신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죠?"

은혜가 물었다.

"춤 추는 건 본 적 있습니다."

차트를 넘기던 무열이 대답했다. 콧등을 타고 내려온 안경을 끌어 올리려다 그냥 벗어 버렸다. 은혜만 있는데 뭐 어떠랴 싶었다.

"어땠는데요?"

"굳이 말로 해야 압니까?"

은혜와 무열이 조소를 머금었다. 삐딱한 그들의 입술은 동시에 답을 뱉었다.

"최악이죠."



귀신이 들리는 여자 주은혜와 귀신이 보이는 남자 최무열의, 미스터리로맨스릴러 은혜로운 열애사.

 
보이는 것도 전부가 아니다 (5)
작성일 : 17-07-09 02:52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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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 쪽으로 오세요."

 

  오, 잘생긴 형님. 원은 친절한 미소를 띠우며 애견 서적이 있는 2층까지 미남 손님을 안내해 주었다.

 

  "……?"

 

  살가운 알바생을 따라 가던 무열이 계단에서 발을 멈추었다. 발 치의 기척이 사라져 있었다. 언제나 그의 뒤를 따르던 강아지가 1층에서 귀를 늘어뜨린 채 벌벌 떨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러세요?"

 

  "아니……."

 

  원이 의아하게 묻자 무열은 일단 홀로 2층에 올라가기로 했다. 강아지는 뭔가에 겁을 집어 먹은 듯 보였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얼른 볼 일을 마치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무열은, 진정 몰랐다.

 

  "……."

 

  애견 서적 종류가 이리도 다양한지.

 

  원은 실없는 웃음이 터지려는 걸 필사적으로 막아야 했다. 잘생긴 손님 하나가 주변의 모든 시선을 강탈하고 있었다.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조차 화보가 따로 없다.

 

  그 고민거리가 애견 서적이라는 게 에러였지만.

 

  무열과 애견 서적의 기묘한 콜라보를 감상하던 원은 이내 1층으로 사라졌다. 조금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카운터를 오래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시선을 느낄 새도 없이 무열은 곧장 여러 종류의 서적을 살펴보았다. 표지도 다양했다. 개 껌을 문 강아지, 원반을 가지고 노는 강아지, 사료를 먹는 강아지 등등. 강아지도 웃을 수 있는 건지 하나같이 해맑은 표정들이었다.

 

  책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았다. 아무거나 대충 집으려던 무열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순간 혀를 쭉 빼물고 있는 강아지 표지가 그의 눈에 띄었다.

 

  닮았다. 무열을 따라 다니는 강아지와.

 

  털 길이는 다르지만 분명 같은 종으로 보였다. 잠시 생각하던 무열은 그 책을 집어 들었다. 눈앞으로 끌어와 가까이서 살펴 보니 더 닮았다.

 

  그러고 보니 무슨 종이지.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였지만 종 이름은 몰랐다. 무열은 손에 들린 책장을 주르륵 넘겨보았으나 답을 찾지는 못했다. 책의 내용에는 애초에 그가 찾던 대로 강아지를 다루는 법, 혹은 강아지와 소통하는 법 밖에 써있지 않았다.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자 '강아지 백과사전'이라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긴 팔을 뻗은 무열이 잠시 책을 꺼낼까 말까 고민했다.

 

  아니, 뭐 꼭 종이 궁금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래, 그냥. 그냥 좀 보는 거지. 책은 지식의 산물이니까. 겨우 두꺼운 사전을 꺼내 든 무열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그냥 책 좀 보는 거고. 그냥 소파가 옆에 있으니 앉아도 보고. 그냥 또 커피도 준비되어 있으니 한 잔 마셔도 보고.

 

  “흠.”

 

  소파에 커피까지 있는 이상한 서점이지만, 지금 무열에게 있어서 고마운 서점이기도 했다. 그는 강아지 백과사전을 탐독할 기세로 읽어 나갔다. 애완용으로 자주 봤지만 이름은 모르던 강아지와 생전 처음 보는 강아지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세상에 이렇게나 강아지가 많았구나 싶었다.

 

  그가 강아지들의 세상에 서서히 홀려갈 때 쯤, 야곱 서점을 방문한 뭇 여성들은 무열의 외모에 빠져 들어 갔다.

 

  "야. 저기 저 사람 진짜 잘생겼다."

 

  "봤어, 봤어. 대박!"

 

  "다리가 뭐 저렇게 길어?"

 

  "와. 알바생 보러 왔는데 손님까지 잘생김."

 

  "무슨 클럽도 아니고 서점 물이 이렇게 좋아."

 

  안경을 치켜 올리는 무열의 손짓 하나에도 시선들이 술렁였다. 물론 책에 집중한 무열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커피 잔을 든 미남이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우아하게 독서를 하고 있었다. 그 손이 들린 책이 애견 사전이라는 사실 따위야 이미 그에게 홀린 뭇 여성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들은 저마다 맹세했다. 한동안 서점은 야곱 서점만 다니기로.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같은 시각, 아래층에는 야곱 서점의 매출 상승에 또 달리 기여하는 원이 있었다.

 

  "오빠, 몇 살이에요?"

 

  "어머. 남자 나이는 함부로 물어 보는 게 아니죠."

 

  "아하하, 뭐야."

 

  원이 새침한 척 말을 돌리자 어린 여학생들이 꺅꺅 소리를 질렀다. 그에 원이 손가락을 입가에 올리며 말했다.

 

  "쓰읍. 서점에서 조용들 해야지. 쉿."

 

  "쉿. 이름이 뭐예요?"

 

  "왜. 그 다음엔 전화 번호 뭐예요, 하게?

 

  "에이, 들켰다."

 

  단발머리의 여학생이 손가락을 튕기며 웃었다. 요새 애들은 참 당돌하단 말이야. 그러는 자신도 요새 애들인 주제에 원이 금엄한 척 고개를 내저었다.

 

  "공부 안 해요, 공부? 학생들이 말이야.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떽."

 

  "서점 왔잖아요."

 

  "서점이 아니라 독서실을 가야지."

 

  "책을 사야 공부를 하죠. 아, 오빠. 진짜 이름이라도 가르쳐 줘요."

 

  "어허, 아무 여자한테 이름 가르쳐 주는 남자 아니에요."

 

  "에이이!"

 

  이리로 우르르. 저리로 우르르. 계산을 끝낸 원이 움직이는 대로 여고생들이 민족 대이동을 행하였다.

 

  슬슬 귀찮아지려고 그러는데. 인내심에 한계가 온 원이 뭐라 한 마디 하려는 순간 어느 여학생이 그의 팔을 잡으며 외쳤다.

 

  "오빠, 잘 생겼어요!"

 

  "어……."

 

  본디 원 같으면 그래 나도 알아, 하고 넘어갔을 상황이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특히 요즘 들어 더 자주 겪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봐."

 

  "네?"

 

  원은 팔을 잡은 여학생에게 얼굴을 들이 밀었다. 눈꼬리가 유독 둥글게 처진 여학생이었다. 원이 아주 잘 아는 얼굴이 떠올랐다.

 

  "나 잘 생겼어?"

 

  "네……? 네, 네. 잘 생겼어요."

 

  "……."

 

  "오, 오빠 진짜 잘 생겼어요."

 

  가까이서 원의 얼굴을 마주한 여학생의 볼에 붉게 열꽃이 피었다. 더듬으면서도 필사적으로 잘 생겼다고 말하는 그 모습에 원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었다.

 

  "그래, 나도 알아."

 

  "아, 오빠. 뭐에요오."

 

  "오빠, 저도 잘 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데!"

 

  "저두요, 저두!"

 

  "이제 집에들 가라."

 

  끈덕지게 들러붙는 여고생들을 내쫓으며 원은 휘파람을 불었다. 은혜가 돌아오면 얼굴을 들이 밀고 물어 볼 심산이었다. 사장님이 보기에도 내가 잘 생겼느냐고.

 

  진짜 그녀의 입에서 잘 생겼다는 말이 나오면, 굉장히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상상만으로도 신이 난 원이 활기차게 책을 정리하다 2층으로부터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아까 그 잘생긴 손님이 책을 한가득 껴안은 채 내려오고 있었다.

 

  "아, 원하시는 책은 찾으셨어요?"

 

  "……예, 뭐."

 

  떨떠름하게 대답하는 무열의 품에는 온갖 애견 서적이 종류 별로 들려 있었다. 뭐에 홀린 사람마냥 마구잡이로 집어든 결과였다. 묵직하게 쌓인 책들을 원이 익숙한 손길로 바코드를 찍었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이 잘생긴 형님은 엄청난 애견인인가 보다. 원의 오해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열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책에 빠져 있느라 강아지를 잊고 있었다. 아마 1층 어딘가에 있을 텐데. 샅샅이 살펴보던 그의 시야에 곧 몸을 발발 떠는 강아지가 잡혔다.

 

  "……."

 

  "뭐 찾으세요?"

 

  "아닙니다."

 

  강아지는 저 멀리 구석에 박혀 있었다. 귀를 늘어뜨리고 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어댔다. 무열을 발견하자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들면서도, 선뜻 그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왜 저러는 거지. 아까부터 꼭 무언가에 겁먹은 것처럼.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수고하세요."

 

  계산을 끝낸 무열은 카운터가 있는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향하였다. 그 쪽이 강아지와 가까웠다. 무열이 가까워오자 강아지가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다.

 

  강아지는 서둘러 밖으로 나서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무열이 후문을 열어 재끼니 총알같이 튀어 나갔다.

 

  평소답지 않은 강아지의 반응에 의아해진 무열이 서점을 돌아다보았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보기에는 평범한 서점이다. 소파나 간식거리가 많은 것 빼고는.

 

  "뭐가 무서운 거지?"

 

  끼잉.

 

  "왜 그러는 거야."

 

  귀를 늘어트린 강아지가 이리저리 주둥이를 움직였다. 들리지 않는 항변을 경청하던 무열이 이내 걸음을 옮겼다.

 

  어쨌거나 그는 이해하지 못할 무서운 것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이제 여기는 오지 말아야겠다.

 

  뭐, 그래도 그에게는 나름 좋은 서점이었다.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눈에 거슬리는 것도 없고.

 

  ……눈에 거슬리는 게 없고?

 

  제자리에 멈춰 선 무열이 고개를 번뜩 쳐들었다. 그의 발 치에 강아지. 자동차 범퍼에 매달려 있는 남자. 행인의 옷자락을 만지며 노는 어린 아이. 그리고 마침 그의 눈앞을 지나가는 노인.

 

  그래, 이게 정상이지.

 

  익숙한 풍경에 고개를 끄덕이던 무열이 뒤늦은 깨달음을 얻었다.

 

  “왜 저 서점에는 귀신이 하나도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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