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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3. 새로운 시작 03
작성일 : 17-07-09 01:54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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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황실무술대회는 황실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마법협회에서 제공하는 대회장에서 시작되었다. 아케니아제국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무술대회이기 때문에 참가하는 기사들의 수는 못해도 천명은 넘는다.

 물론 그 참가자가 모두 경기를 치르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마법협회에서 제공하는 환영마법진의 몬스터들이 기준미달인 참가자를 탈락 시키고 나서 참가권이 없는 기사들끼리 예선전을 치른다. 그렇게 32명의 기사를 걸러내고 참가권을 가진 나머지 32명을 합쳐서 총 64명이 토너먼트식으로 본선을 치른다.

 이리스는 리오넬에게 다른 기사의 참가권을 받은 상태였고 무술대회 자체는 이미 삼주 전부터 시작해서 그녀가 참가했을 때는 본선경기가 막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녀가 경기장 위로 올라오자 해설자가 큰 소리로 그녀의 입장을 알렸다.

 “자! 이리스 노스가드선수를 소개합니다! 원래 참가권을 가지고 있던 호렌 비셔스경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하게 되어서 참가권을 받은 선수입니다.”

 당연히 예선이 한 참 진행 중 일 때 참가권이 발행될 리는 없고 그녀가 받은 참가권은 원래 호렌 비셔스라는 기사의 물건이었다.

 “아직 기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무려! 삼황자 리오넬 오스왈드님의 호위기사입니다!”

 와아아아아!

 관람객 사이에 섞여있는 바람잡이들이 환호를 내지르자 관객들도 영문도 모른 체 환호를 내질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심장이 떨려온다. 그날, 회색쥐가 가득했던 연회장이 떠올라서 살살 배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그녀를 상대할 선수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마침내 본선에 올라온 역전의 기사! 에덤스경입니다!”

 와아아아아!

 에덤스! 에덤스!

 예선에서 나름 큰 활약을 보였는지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그녀를 부를 때 보다 컸다.

 경기장 위로 올라온 기사는 턱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인이었다. 그는 대놓고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완전히 새것이로군.”

 “네? 아......그...얼마 전에 산거라 그래요.”

 에덤스를 못마땅하게 하는 것은 이리스가 너무 새내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장비도 칼자국하나 없는 새것이고 이런 무대는 처음인지 긴장한 것처럼 움츠러들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은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저런 철없는 아가씨는 원래 참가자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다고 아무런 고생 없이 왔다니!

 그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유는 그가 아직 성이 없는 평기사이기 때문도 있지만 본선부터는 탈락해도 약간의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양 선수 경기 시작 전에 서로에게 인사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잘 부탁하네.”

 “그럼~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뭐 결과야 어떻든 간에 대진운이 계속 괜찮다면 16강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던 에덤스의 내심은 경기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변했다.

 이리스의 기세가 변했다. 다소 순하게 보이던 얼굴은 가면을 뒤집어 쓴 것처럼 싸늘했고 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눈동자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뱀 앞에 놓인 개구리같은 느낌을 받았다.

 “크으......인첸트 원드 블레이드”

 그것을 기분 탓으로 생각하며 에덤스는 검에 저장되어있는 마법을 발동하고 먼저 달려들었다.

 “뭔가......기대 이하네.”

 이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 실망했다. 못해도 오러를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마법검이라니!

 에덤스가 휘두르는 검의 궤적 자체는 제법 깔끔하고 기본은 잡혀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검에 오러를 두를 수 있는 오러나이트 정도면 모르겠지만 그녀의 상대를 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물론 그녀가 강한 것도 있지만 메이트라의 기사들에 비해서 아케니아의 기사들은 약했다. 메이트라왕국의 기사들은 시도 때도 없이 마물과 싸우며 검술을 갈고 닦는다. 몇 년 동안은 영지전이 자주 벌어지면서 기사의 수는 줄었지만 질은 그만큼 늘었고 그녀는 그런 기사들 중에서도 거의 최고였다.

 

 하지만 아케니아는 최근에는 큰 전쟁을 겪은 적이 없고 끝의 산맥을 제외하고는 검을 실제로 사용할 장소도 드물었다. 거기다 주요 병력들이 마법사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고, 과거 유명한 무가인 화이트홀 가문을 무너뜨리면서 배신감을 느낀 정통파 기사들은 다른 나라로 떠나버렸다.

 “흐읍!”

 이리스는 앞발을 강하게 내딛으며 깔끔한 내려치기를 선보였다. 에덤스는 예상보다 빠른 이리스의 검격에 화들짝 놀라면서 얼떨결에 검을 가져다 대고 막으려 했지만 에덤스의 검에 둘러진 바람의 칼날은 이리스의 오러를 막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그녀는 기사다. 아티펙트에 의존하는 어릿광대가 아니라 순수하게 검의 길을 걸어온 진정한 기사

 “이, 이런......”

 “끝이다.”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고 단번에 예전의 말투가 튀어나와 버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오만하고 우아했다.

 “이, 이럴 수가! 단 한번, 단 한번으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승자는~ 이리스 노스가드선수 과연 호렌 비셔스경의 대타로 참가할만한 실력은 충분히 갖춘 것 같습니다!”

 “와아아아아”

 몇몇 관객들은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금세 분위기에 전염되어 환호성을 내질렀다.

 

 원래 오러나이트와 마검사의 싸움이 이렇게 짧게 끝나지는 않는 편이다. 부여마법이 걸린 검은 어중간한 오러나이트의 오러를 견딜 수 있었고 메모라이즈로 저장해둔 회복마법과 견제마법으로 경기를 질질 끌다가. 반나절이 지나야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녀가 스스로를 내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녀는 그 한 번의 대결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이리스는 대회의 수준에 실망했지만 자신의 상대만 약한 것일 수도 있기에 다른 이들의 경기를 보러 갔다. 하지만 그것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색찬란한 빛 무리가 일어나고 화염과 번개가 솟구쳤다. 그녀가 기대하던 검술의 기교나 오러의 효율적인 운용 같은 것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본 경기는 마검사와 기사가 싸우는 경기였다.

 기사는 나름 오러를 사용하면서 마법을 베어버렸지만 마검사는 거리를 벌리면서 견제용 마법을 계속 날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법은 조금씩 약해졌지만 기사의 오러도 약해져갔고 마침내 마검사가 기사의 빈틈을 찾아서 번개마법을 적중시키고 검을 목에 가져다 대는 것으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마검사와 일반 기사 사이의 대결은 대체로 그렇게 결말이 났고 마검사와 마검사가 싸울 때는 그냥 마법사들끼리 싸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부 마법투성이야! 이러면 왜 무술대회라고 한 거야?”

 “거기 아가씨! 그런 불만은 황제폐하께 직접 드리라고! 1등을 하면 그 정도는 말할 수도 있잖아!”

 “그래도 아까 경기는 정말 멋졌어. 간만에 진짜 기사가 경기에 나왔군.”

 “응원 할 테니까 쭉 쭉 올라가보라고”

 황실무술대회는 전대황제가 마법협회의 권력을 견제할 기사들을 등용하기 위해서 만들었지만 그가 죽고 나서 조금씩 대회의 규칙이 변경되었다.

 

 원래 황실의 연무장에서 하던 것을 안정상의 이유로 마법협회에서 제공하는 대회장으로, 순수하게 무술로 겨루는 경기에서 아티펙트를 포함한 실력으로, 조금 후에는 검과 마법을 겸비한 전투능력으로

 

 전대 황재가 대재앙에 휘말려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나서 새로 즉위한 황제는 어렸고 기사가 참가하는 대회에 전투마법사가 참가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지금이야 그 의미를 충분히 알겠지만 마법협회와 귀족들의 알력 때문에 쉽사리 규칙을 바꿀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지 조금만 실력을 발휘해볼까?”

 원래는 딱 8강까지만 하고 기권을 할까 했지만 준결승까지는 올라가야겠다.

 

 “아! 이번에도 승자는 돌연 등장한 다크호스! 이리스 노스가드의 승리입니다!”

 와아아아아

 

 8강전의 상대는 조금 까다로웠다. 그녀의 경기를 미리 봐두었는지 거리를 아예 내주지 않고 대놓고 골렘까지 소환하면서 버텨서 중간까지는 질질 끌려 다녀야 했다. 결국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회귀의 검’을 살짝 섞어서 골렘을 무력화 시켰다.

 ‘회귀의 검’은 공격적인 검술은 아니지만 모든 종류의 힘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힘이 있어서 원거리에서 오는 공격이나 마법으로 움직이는 골렘을 상대하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이리스를 상대했던 마검사는 심각한 마나고갈로 반쯤 탈진상태로 경기장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살짝 거만해 보이게 말했다.

 “그래도 명색에 무술대회인데 마법자랑은 다른 데에서 하라고”

 “......너처럼 뛰어난 검사가 어째서 3황자 따위의 호위기사가 된 거지?”

 “에? 그......”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리스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리오넬의 비밀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줄을 잘못 탔다고 말해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 그냥 어쩌다보니까?”

 이리스의 입장에서는 그저 그렇게 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제길 역시 리오넬황자의 뒤를 봐주는 곳이 있군.”

 “그런 건 아닌데? 정말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이야”

 “네 뒤에 있는 사람이 1황자인지 2황자인지는 모르지만 언제까지 감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어쩐지 조금 쌔긴 하더라.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건드린 것 같다.

 “저, 저기 내 뒤에는 아무도 없는데”

 “지금은 그렇게 말하겠지”

 

 당장 아케니아에서 보면 이리스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검사다. 물론 이름과 성이 똑같은 사람이 하나 있긴 하다. 메이트라왕국의 영웅이라 불리는 이리스 노스가드공작

 물론 그녀가 진짜 이리스 노스가드이긴 하지만 흉측한 화상자국도 없고 냉기를 사용하는 서리늑대의 검을 쓰지도 않았다. 메이트라가 작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일국의 공작이 황자의 호위기사를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노스가드공작은 바다 위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홀로 크라켄을 쓰러뜨리고 배와 함께 침몰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상황인지라 3황자를 견제하는 세력들에게 있어선 저 이리스 노스가드라는 이름 자체가 일종의 가명은 아닌가 하고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제 그만 하는 게 좋겠지?’

 이리스는 다음 경기를 기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해설자가 멈춰 세웠다.

 “자 준결승은 바로 시작됩니다. 이리스선수 빨리 준비하십시오.”

 “네? 내일 시작 아닌가요?”

 “내일부터는 황제폐하의 탄신연회가 시작되기 때문에 8강부터 결승까지는 오늘 전부 치러집니다. 미리 공지가 되어있는데 혹시 못 들으셨습니까?”

 64강부터 16강 까지는 하루에 한 경기만 치러졌지만 8강부터는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의 수도 많지 않고 아티펙트에 의존하는 선수가 마나를 충전하지 못하게 방해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정신없이 그를 쫒아가서 도착한 휴게실에는 이미 8강을 통과한 다른 세 명의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 선수들끼리 싸우지 말고 대기하시면 됩니다. 지금부터 20분정도 후에 노스가드님의 경기가 시작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휴게실에 있는 사람 중 두 명은 마검사 한명은 그녀와 같은 기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리스는 그들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기에 그들 모두와 적당히 떨어진 장소에 앉았다. 휴게소는 4명이 쓰기에는 충분히 넓었다.

 하지만 기어코 마검사 하나가 그녀가 있는 장소까지 와서 시비를 걸었다.

 “기껏해야 예선에서 올라온 것들 상대로 제법 잘 한 모양이지만 여기까지다.”

 “으음 그럴 것 같긴 하네요. 지금 기권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 말하면 되죠?”

 이리스는 굳이 그 호승심이나 적의에 반응해주고 싶지 않았다. 사내는 그걸 자신에 대한 무시라고 생각했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신성한 결투를 모욕하는 거냐! 준결승부터는 특별한 이유 없이 기권은 불가능 하다!”

 “아 그런가요.”

 화를 내면서도 친절하게 말해주는 걸 보니 권위의식에 조금 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원래는 착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말했다. 옷매무세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뭐 어차피 다음 경기에서 탈락하면 너와 겨룰 일은 없겠군. 내 이름은 아론 하워드다. 3황자의 호위기사를 관두고 4황자 칼슈타인님의 파벌로 오고 싶다면 나를 찾아와라”

 “4황자 파벌......”

 8강에서 꺾었던 사내와 달리 저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을 스카우트 하려는 것을 보면 4황자는 리오넬과 다른 황손들의 경쟁관계를 별로 의식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아무래도 자신이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경위는 아무래도 리오넬의 누이인 이실라라는 사람하고 관계된 것 같았다.

 “자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됩니다!”

 “흠 시작이군.”

 때마침 해설자가 들어오자 아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안절부절 하던 기사도 같이 나갔다.

 ‘다음 경기는 저 사람인가?’

 여태까지 봐 왔던 마검사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지만 기이하게 그녀의 눈길을 끄는 것은 갑옷 구석에 그려진 사각형을 이루고 있는 검은 깃털 문장이었다.

 ‘저걸......어디서 봤던가?’

 그녀가 뻔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용무가 있나?”

 “아, 아니요 그 문장을 어디서 본 것 같아서요.”

 “흠......좋은 경기 부탁하지”

 “좋은 경기 부탁드려요.”

 얼마 지나지 않아 해설자는 다시 돌아왔고 그녀의 경기도 시작되었다.

 “자 준결승! 그 두 번째 포문을 여는 것은 실력도 만점 미모도 만점! 대리 출전이지만 첫 경기를 한칼에 끝내버리며 멋진 모습을 보여준 이리스 노스가드!”

 “와아아아아아”

 저 환호성 소리 경기는 경기장에 나올 때와 이길 때마다 몇 번이나 들었지만 아직도 잘 적응되질 않는다.

 이리스가 나름 용기를 내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자 환호성소리가 더 커져서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관객들은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상대는 역시 수많은 역전의 용사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이 자리에 올라온 마레타 그리즐!”

 “잘 부탁합니다.”

 “......”

 마레타 그리즐이라는 마검사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마레타는 충격파를 발생시켜서 거리를 벌리고는 검에 인첸트마법을 사용했다. 속성은 번개, 여태까지 상대해본 결과 다른 속성보다 대처하기 조금 까다롭다. 자연스레 전해지는 검사 특유의 투기와 검을 잡는 완숙한 자세가 마검사치고는 제법 마음에 들어서 자연히 호승심이 일었다.

 

 ‘으음 곤란한데 곤란해~’

 이미 너무 주목받고 있었다. 더 이상 눈에 띠면 곤란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리스는 검은 오러를 검에 두르기 시작했다.

 곤란한 마음과 간만에 타오르기 시작하는 호승심은 별개였다.

 “암흑기사인가? 과연 그렇군.”

 “별로 그런 건 아니야”

 이리스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메이트라에서도 보통 그녀의 검은 오러를 보면 암흑기사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뭐 그 덕분에 블러드트랙과도 접촉할 수 있었지만

 서리늑대의 검은 쓰지 않기로 했다. 그것까지 쓴다면 아무리 알려진 정보랑 지금의 자신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이 진짜라는 사실을 눈치 첼 테니까

 ‘회귀의 검이면 충분해’

 사신무에는 원혼을 이용해서 자신의 힘을 늘리는 기술 말고도 다른 기술이 많긴 했지만 다 물리적인 힘을 발휘한다. 라기 보단 영적인 힘을 행사하는 능력이 많았고 그 마저도 원혼을 다루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익혔기에 지금 사용할 만한 기술은 거의 없다.

 회귀의 검은 수비적인 초식밖에 없지만 나머지는 기본기로 끝내면 되었다. 상대는 정식검사도 아니고 마검사니까

 “라이트닝 에로우”

 그는 번개의 마법화살을 준비함과 동시에 번개의 힘이 깃든 검을 가볍게 휘둘러왔다. 감전만 되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힘을 많이 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과 달리 이리스의 검과 그의 검이 부딪힌 순간 검에 둘러진 번개의 마나가 역류하면서 그의 손을 타고 올라왔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 했지만 미리 준비해둔 번개의 화살들이 그녀를 견제하는 덕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분명하게 느꼈다. 그녀의 검을 감싸는 저 검은 오러가 인첸트마법에 관여해서 힘을 역류시켰다. 저 정도 실력이라면 ‘멜팅포지’의 일에 대한 정보는 아마 확실할 수도 있다.

 그의 검에 부여된 번개의 힘이 잠깐 사라졌다가 다시 생겨났다. 원래 걸려있던 인첸트마법과는 조금 다른 선명한 금색이 검을 감쌌다.

 “라이트닝 오러다. 조심해라”

 이번에는 방금처럼 적당히 휘두르는 검이 아니라 힘을 실은 묵직한 베기였다.

 챙

 검은 오러와 황금빛의 오러가 부딪히며 작은 파편들을 흩날렸다.

 관객 입장에서는 뭐가 다른 건지 싶을 만큼 그리 큰 차이는 없었지만 직접 검을 마주해본 이리스는 알 수 있었다.

 ‘제어능력이 늘었어.’

 회귀의 검으로 검기를 역류시키려고 해도 저쪽에서 차단하고 있다. 큰 기술을 쓸까 해도 자잘한 마법으로 견제를 하니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검과 마법의 조화가 훌륭했다. 검술 자체도 깔끔하고 단련한 티가 났고 마법은 부족한 검술의 기교를 매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속성을 부여한 오러는 그녀가 배운 검술이 추구하는 바와 비슷했다.

 ‘오러에 속성을 부여한다.......서리늑대의 검은 냉기, 구체적이고 알기 쉬운 힘 그렇다면 어둠은?’

 “다른 생각을 하고있군.”

 “앗”

 잠깐 정신을 판 사이에 마레타는 특이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썬더 페이즈!”

 검에 둘러져 있는 금빛의 오러가 그의 몸 전체를 감싸서 금빛으로 물들였다. 전신에 번개를 두른 마레타는 방금 전보다 한 템포 더 빠른 번개와 같은 찌르기로 이리스의 몸통을 노렸다.

 파지지직

 “큭”

 이리스는 몸을 숙여서 가까스로 공격을 피하긴 했지만 새로 산 갑옷의 왼쪽어께보호대가 떨어져 나갔다.

 아직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지만 어께가 뜨끈뜨끈하다. 아마 신체강화마법의 일종인지 움직임을 따라가기가 조금 힘들어졌다.

 ‘아니 내가 느려졌나?’

 조금씩 바닥을 타고 흐르는 전류가 그녀의 몸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거미줄이 엉겨 붙는 것처럼 노란 전류의 실이 그녀를 감싸서 둔하게 하고 있었다.

 “이게 끝은 아닐 텐데!”

 “으으윽”

 전류탓에 온몸이 저러서 미쳐 검을 피하지 못하고 내려치는 검을 받아내자 금빛의 격류가 물줄기처럼 그녀의 몸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다행이도 아직 근력 쪽은 순수한 검사인 이리스가 조금 더 강했고 어떻게든 검을 밀쳐냈다.

 “사신무 가위누르기”

 “크윽”

 영혼을 짓누르는 기세가 마레타를 덮쳤다. 번개의 마나가 몸을 강제로 활성화 시켜서 완전히 몸이 굳지는 않았지만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답답하고 마나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물론 이리스도 전격에 의해서 경련이 멈추지 않았고 가위누르기를 쓰는 중에는 다른 기술을 쓸 수가 없었다. 아직도 마레타가 몸에 감고 있는 황금빛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그녀가 기술을 풀자마자 공격해올게 분명했다.

 이리스는 먼저 기술을 풀고 거리를 벌렸다. 온몸에 금빛을 휘감고 있는 저 이상한 기술만 아니라면 회귀의 검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그냥 서리늑대의 검을 쓸까?’

 내면적인 고뇌가 심했다. 예상보다 그는 훨씬 강했다. 원혼의 힘을 쓰지 못하는 사신무는 움직임을 멈추는 게 고작이고 회귀의 검만으로 이기기에는 확실한 한방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서리늑대의 검을 쓴다면 그녀의 정체가 완전히 까발려질 것이다.

 ‘그 아이들이 찾아올 수도 있고’

 리오넬이 보여준 미래에서는 분명 완전히 미쳐버린 그녀에게 안식을 선사하기 위해서 메튜와 다나, 심지어 사이가 나빴던 알렌까지도 이 땅으로 왔다. 지금이라도 소문이 일찍 퍼진다면 이곳까지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무슨 낯짝으로 그들을 본단 말인가......

 아니다 지금도 분명 할 수 있다. 날개도 꺼내는 데 성공했는데 그때 썼던 기술을 못 쓰겠......

 “그래 날개야”

 멜팅포지에서는 분명 자신의 날개를 손처럼 사용해서 적을 공격했었다. 검은 날개처럼, 바닥에서 그림자를 퍼 올리는 것처럼

 “그러니까 이런 느낌인가?”

 그녀는 삽으로 지면을 파내는 것처럼 부드럽게 ‘어둠’을 바닥에서 끌어올렸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셀도란으로 향하는 배에서 조우했던 크라켄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빙글빙글 검에 말아서 검을 바닥에 꽂았다.

 “무, 무슨...”

 그녀가 만들어낸 그림자의 촉수는 마레타의 그림자 아래서 솟구쳐 올라서 그의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원한다면 그림자의 창을 만들어서 그를 찔러버릴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이걸로 끝나면 좋을 텐데”

 그를 구속하고 남은 그림자를 검에 감아서 그대로 길게 횡 베기를 했다. 그림자는 검에서 길게 뻗어 나와 한참이나 떨어져 있던 마레타를 후려쳤다.

 찰팍

 마치 물이 들어있는 가죽부대로 후려친 것처럼 찰진 소리와 함께 마레타는 저 멀리 튕겨져 나갔다.

 “음 아직은 형태가 조금 부실한가?”

 원래대로 라면 경기장 밖으로 튕겨나갈 만큼의 힘은 실었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물이라도 된 양 흩어져버려서 생각보다 힘이 부족했다.

 “크으으으”

 이리스가 고민하는 사이 마레타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몸에 감기고 있던 금빛이 사라진걸 보니 불완전한 기술이라도 제법 타격을 준것 같았다.

 ‘아차! 이기면 안 되는데’

 방금 보여준 기술도 일반 기사의 범주를 초과하긴 했지만 여기서 더 했다가 결승까지 가면 매우 곤란했다.

 다행이도 아직 마레타가 최후의 공격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회는 있었다. 전신을 감싸던 번개의 힘이 검에 집중되는 것을 보니 저게 마지막 공격인 것 같았다.

 이리스도 검은 기운을 있는 대로 끌어 모아서 검에 집중시켰다. 하늘빛 검이 천천히 검은 색으로 물드는 모습은 마치 독에 의해 변색되는 은제식기를 보는 것 같았다.

 “썬더 소드!”

 “회귀의 검 무위”

 이리스의 검에서 뻗어나간 검은 기류와 마레타가 쏘아낸 번개가 격돌했다. 어둠속에서 번개는 점점 그 크기가 줄어들었지만 결국에는 검은 기류를 헤치고 나와서 이리스에게 적중했다.

 “끄아아악!”

 철푸덕

 금빛 섬광이 적중하고 나서 이리스는 다소 어색한 자세로 쓰러져버렸다.

 

 “겨, 경기가 끝났습니다. 준결승전의 결과는......무려 무승부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쓰러짐과 동시에 자신의 모든 마나을 소비한 마레타 그리즐도 마나고갈로 쓰러졌고 준결승전은 무승부로 끝났고 이번 황실 무술대회의 우승은 또 다른 준결승전의 승자인 아론 하워드에게 돌아갔다.

 

 다른 관람객들이 관람을 마치고 경기장을 떠날 때 경기장 구석에서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녀를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

 “괜찮은 표본을 확인했습니다. 마족과 계약하지 않았으며 어둠의 마나에 대해서 적성이 아주 뛰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

 “3황자 휘하의 기사치고는 제법 강했지만 한 명뿐이니 기회가 된다면 바로......”

 "......"

 "아스티아에서 보고된 검은 용인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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