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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천국을 가리키는 새하얀 나침반
작가 : 소시지
작품등록일 : 2017.6.5

죽은 망자가 범람하는 세계, [저승]
[구원(천국)]과 [심판(지옥)]의 갈림길에서 각자의 방향을 걷는 자들의 이야기.

그 가운데…… 19살 소녀, 한지예는 자신의 방에서 絞死━━목을 매달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죽지 않았어!”

자살이라는 대죄를 범하고만 한지예는 지옥을 심판받고야 말았다!
천국의 영원한 이별, 확정된 지옥, 그나마 살만한 저승라이프!
사신과 불가촉사망자들을 피해가는 파란만장한 사후세계 생존 판타지!

 
이 삶, 이후의 삶. 3
작성일 : 17-07-08 22:02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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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져……!”

 “싫어!”

 “얼른 떨어져!”

 “싫다고 몇 번을 말해!”

 흡사 애정행위와도 같은 걸까.

 저승의 만물을 전력으로 부정하던 한지예는 아랑곳하지 않고 버질에게 매달렸다.

 인간의 무게를 감당할리 없는 한낮 초식동물의 힘으로는 다 큰 여자를 떨쳐내지 못할망정 질질 끌고 가기도 벅찰 정도였으니, 원치 아니하게 다리가 묶긴 버질은 끈질기게 자신에게 집착하는 한지예가 원망스러웠다.

 물론 마음은 뼈저리게 이해된다.

 한지예는 지옥에 떨어질 위기에 처해져있다. 그녀의 죄는 다름 아닌 자살.

 살인이라는 중죄가운데 회개받을 수 없는 살인으로 가장 무거운 죄를 의미한다. 즉 한지예는 구원받을 수 없는 영혼이다.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구원이 배제된 한지예가 갈 길은 지옥…….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온 하늘의 영은 다른 방향을 지시해주었다.

 그렇기에 한지예는 지옥을 피할 방법을 아는 버질의 증언이 필요하다.

 방면 오두방정을 떠는 한지예의 자태를 보고는 사색이 물든 얼굴의 버질이 격하게 반항하면서 칭얼거렸다.

 “사신 녀석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분명 날 심판해버릴 거야. 달라붙지 말고 떨어져!”

 “그러니깐 쩨쩨하게 굴지 말고 얼른 알려달라고!”

 “빨리 떨어져……! 무거워서 목이 부러질 것만 같다고!”

 “지금 무겁다고 말한 거야?! 이 구더기 염소!”

 “안 그랬어!”

 “그랬어!”

 “하여간 자살 놈들은 하나같이 끈질겨!”

 이때, 자살이라는 단어가 한지예의 의문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지예는 수상함 낌새를 느꼈다. 어째서 버질은 한지예의 사망원인이 자살이라는 사실을 어째서 아는 것인가? 여태껏 단 한 번도 사망원인을 밝힌 적이 없다. 버질은 분명 말을 하는 괴상한 동물임은 틀림없으나 아무리 독심술로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능력은 없을 것이다.

 “어째서 알고 있는 거야?”

 “아앙?!”

 버질의 표정이 한순간 빚을 받으러 온 용역 깡패처럼 비춰 보였다.

 “……그러니깐, 내가 자살했다는 걸 어떻게 알아차렸냐고.”

 그 말에 버질은 ‘아차’ 하고 구겨진 얼굴을 처음의 순진한 염소의 얼굴로 돌려놓았다.

 하긴 설명이 늦었나.

 “네 목을 잘 봐.”

 “목은 왜…….”

 한지예는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거친 섬유질이 손끝에 닿았다. 분명 얼마 전인가 만져본 감촉임은 틀림없었다.

 “이건…….”

 두 갈래 선으로 역은 정교한 꼬임. 굵고 거친 촉감.

 그것은 교사(絞死)의 흔적.

 불과 방금전만해도 목을 조이던 물건. 한지예가 스스로 목을 매건 밧줄이었다.

 “이게 어째서 내 목에…….”

 전신으로 싸늘함이 느껴졌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낸 존재가 당당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째서 목에 걸려있는지에 의문에 휩싸일 때. 통증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후직전의 고통이 물밀려 들려오듯이 목을 조이던 아픔의 잔재가 그녀를 괴롭히는 듯했다.

 한지예는 어떻게든 밧줄을 풀려고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밧줄은 풀릴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줄 채로 자를만한 번번찮은 도구조차 보이지 않았다.

 “헛수고야. 사인은 사라지지 않아.”

 버질은 그렇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별수 없잖아. 평생 달고 살아야지.”

 “하지만…… 보기 흉하잖아.”

 한지예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점점 작게 기어들어갔다.

 “내가 한 말 잃었어? 생전의 지은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너는 매일 아침 자기의 죄를 마주할 거야. 그렇게 심판받을 위협을 감당하면서 평생을 살아야 해.”

 한지예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버질은 멈추지 않고 말했다.

 “내 목에 걸린 건 사망이유. 즉 ‘사인’이야. 이곳에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하나씩 가지고 있는 표식으로, 사인의 담긴 의미는 각각 상처와 미련, 그리고 죄. 그것을 떨쳐낸 자들만이 영원한 행복이라 허락받은 천국에 오를 수 있어.”

 외형적으로 드러난 마음의 상처와 평탄치 못한 인생의 미련, 그리고 자살이라는 죄.

 그녀의 사인은 이 세 가지 전부를 의미하는 표식이었다.

 “그중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천국에는 발도 디딜 수 없어.”

 그렇다. 한지예에게 천국이라는 기회는 마치 심해 깊은 바닷속에 빠트린 진주를 줍는 행위와 같은 상황. 주어지지도 못하며 바랄 수도 없는 산 자의 은혜와 다름없다.

 “다만.”

 버질은 말한다.

 “천국은 물 건너갔지만, 지옥만큼은 피해 갈 수 있지.”

 한지예의 눈빛이 전류가 들어온 정구마냥 번뜩 떠졌다.

 “저, 정말이야?”

 “그래서 내가 이곳에 존재해.”

 “그럼 알려줘. 심판을 면제받는 방법을.”

 그제야 버질은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무한한 수면 위의 지평선을 목표 삼은 항해사처럼 끝없는 검은 지면을 밟으며 보이지도 않는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이 염소가 도대체 어디를 향하는 것인지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한지예는 조용히 끌려가는 죄수처럼 묻지 않고 뒤를 따랐다.

 곧이어 자리를 찾은 것처럼 변함없어 보이는 검은 땅에 문뜩 멈춰 서버린 버질은 발굽으로 바닥을 쿵쿵 내리쳤다. 고요한 검은 땅은 그 짧은 소음만이 널리 울렸다.

 버질은 고개를 돌렸다.

 “심판을 면제받는 방법.”

 작게 중얼거린 버질은 재차 또다시 발굽을 두드렸다. 쿵. 쿵. 쿵. 발굽 소리는 묘하게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다.

 버질은 차분한 어투로 말을 꺼낸다.

 “오로지 저승에서 생활하는 것.”

 그렇다. 답은 뜻밖에나 간단하다.

 구원의 목록에서 박탈된 사실은 명확한 현실이지만 결코 지옥심판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신을 배신한 대가로 하늘에 오를 수 없을 뿐이지 한지예의 심판은 오로지 사신(死神)…… 즉, 저승심판자들의 몫이다.

 사신이라는 존재들에게 눈에 띄지 않는 조건하에 한지예는 이곳 저승에서 심판을 받지 않고 영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하는데, 지옥이 실존한다는 사실에 죄를 범하는 우둔한 자가 어디 있으랴. 이것이야 말고 그녀의 마지막 기회이다.

 한지예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저승의 생활은 어때? 그러니깐……, 살만해?”

 “도시마다 다르지만, 행복수준으로 따지면 천국에서 가장 낮은 ‘친애천(親愛天)’과 겨눌 정도라더라.”

 표정이 활짝 핀 한지예가 기쁜 어투로 말했다.

 “천국 수준이잖아!”

 “그건 그래. 그래서인지 요즘 인간들은 천국을 그다지 갈망하지 않아. 으으으! 괘씸한 녀석들! 2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는데!”

 버질은 여물을 씹듯이 질근질근 이를 갈았다.

 “……뭐 어쨌든, 지금이 천국처럼 느껴진다면 열심히 살아. 괜히 사신 놈들이랑 역이지 말고.”

 “넌 상냥하구나.”

 “안내자이니깐.”

 한지예는 버질을 기특하다고 느꼈는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버질은 그걸 좋아라 하고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황홀함에 빠진 버질이 아차! 하고는 흐르던 침을 닦았다.

 “궁금한 건 없어?”

 “그 말 꺼내기 전에도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어.”

 “말해봐.”

 한지예는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궁금증은 그녀가 이곳에 도착한 후부터 계속 집히는 것이었고 버질의 길잡이와 모순 겹치는 문제였다. 엄지로 검은 땅을 가리키며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내가 먹고 잘 곳이 정말 여기야?”

 의식주의 모든 조건을 충족해주지 못하는 환경 탓이다.

 그녀가 서 있는 광대한 검은 땅은 풀 한 포기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지옥보다 고통 없는 검은 땅에서 생활하는 편이 훨씬 행복하겠지만, 버질이 입 밖으로 꺼낸 천국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추위를 피해 줄 집도, 몸을 가려줄 옷도, 배를 채워줄 밥조차 없다. 아니면 특별한 메리트라도 있는 것일까? 한지예는 엄한 땅을 파보았다. 혹시 노고를 달려줄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손바닥에는 검은 물이 고일 뿐이다.

 버럭, 짜증이 솟구쳤다.

 “뭐가 행복수준이야? 최악이네! 최악! 텅 빈 곳에서 뒹굴 거리기라도 할까? 더군다나 오늘 무척 예민한데!”

 이 염소가 사람을 농락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 순간 한지예는 자급자족이라는 말이 문뜩 떠올랐다. 지금 주워진 환경에서 뜻을 행하라는 하나님의 전능하시고 깊은 뜻이리라! 그렇다면 환경단체들도 포기해버린 1등급 공업폐수같이 꺼무죽죽한 이 물들로 무엇을 하라는 말이냐. 농사라도 지으란 말인가? 최소한 씨앗을 달라!

 “할 말 남아있거든?!”

 혼자 오두방정 흥분한 한지예는 진정시키고자 버질은 그녀의 발등을 발굽으로 짓눌렀다.

 발등에 발굽 도장이 찍힌 한지예는 데굴데굴 바닥을 굴렸다. 갈등이나 그녀는 맨발이다. 자살시도 할 때 신발은 벗어두고 이승에 두고 온 것이다.

 “엄살 부리지 마.”

 그녀의 심정 따위 상관치 않는 버질이 담담하게 말했다. 한지예는 고통스러움에 눈물을 글썽였다.

 “저승의 안내자라는 분이 선량하고 불쌍한 어린양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되는 거야?! 당장 신께 기도를 올리고 네놈의 실체를 고발해버릴 테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변질자!”

 하지만 버질은 거만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어리석긴. 나는 이미 하늘의 영이야.”

 “방금 엄청나게 재수 없던 거 알아?”

 “분하면 구원받든가.”

 “정말로 재수 없다아아?!”

 상냥하다는 말 취소.

 한지예의 눈에는 저 염소가 피착취노동자를 하등하게 깔보는 7급 공무원(안정된 수입+노후복지보장)처럼 보이리라. 봉사정신이라곤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부패한 염소를 한시라도 빨리 하늘에 고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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