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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왕국의 왕
작성일 : 17-07-08 20:07     조회 : 286     추천 : 1     분량 : 3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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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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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각사각, 질 좋은 백지 위에 펜촉이 달려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오후의 태양은 높이 솟아 있다. 시종들은 발걸음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스레 걷고 있고, 왕은 세 번째 백지를 다시 바라보았다.

 

 다시 긁어서 쓰면 되는 석판이나 한 번 잘못 써도 쉽게 고칠 수 있는 양피지와는 다르다. 나무를 갈아서 쪄서 만드는 얇은 종이는 실수한 부분을 갉아내서 버릴 수 없다. 그래서 왕이 내리는 교지는 아무도 손댈 수 없도록 얇디얇은 최고급 백지를 쓴다.

 

 ‘…마치 니콜라이 그놈 인생 같군.’

 

 왕은 혀를 찼다. 정도만 걷겠다고, 신의 뜻을 따르겠다고 고집부리던 놈은 이제 없다. 신을 모시던 성은 지하부터 붕괴했고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무능한 놈이었으면 진작에 그만두게끔 수를 썼을 텐데, 신에 미쳐 있다는 점을 빼면 아주 괜찮았다. 물론 그 단 한 가지 단점이 아주 치명적이었지만.

 

 ‘그래도 공작이 많이 아꼈는데….’

 

 백지에 써내려가는 글씨는 물 흐르듯 유려하다. 수십 수백건의 서류를 날마다 직접 작성하다보니 저절로 글씨가 늘었다. 자주 하는 일은 뭐든지 익숙해진다. 그는 쓰게 웃었다.

 

 아끼는 사람을 잘라내는 것도, 맘에 드는 사람을 쳐내는 것도 이렇게 익숙해져가는가.

 

 엄연히 말해서 이번의 신전 폭발 사건은 그가 조종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진정한 신의 뜻을 알아보도록 니콜라이를 도왔을 뿐이다. 신들의 세계에서 왔다고들 하는 ‘이방인’ 은 항상 혼자였다. 두 명의 이방인이 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왕에게는 사실 별 것이 아니었다. 신 또한 틀릴 수 있지 않은가. 이미 내려진 신탁은 한 명, 아마도 여자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

 

 니콜라이가 이 남자를 ‘어긋난 자’라고 생각할 가능성은 적지 않았다. 신의 뜻을 어기고 여자를 따라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왕국의 이익을 생각하면 이 남자와 여자를 제대로 설득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미래를 바라보는 능력이 있을지, 물과 불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을지, 놀라운 기술적인 지식을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은 특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이에게 남자를 맡긴 까닭은….

 

 ‘젠장….’

 

 왕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기회를 주고 싶었다. 니콜라이와 싸우기 시작했던 건 일 년쯤 전부터였다. 왕국이, 왕이 신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않는다며 회의 때마다 언성을 높였다. 처음에는 웃어넘기고 나중에는 달래어 보았으나 말이 통하지 않았다. 무슨 말로만 듣던 광신도를 보는 듯 싶었다.

 

 어렸을 때 공작가에 놀러갈 때마다 구석에서 가냘프게 웃으며 반겨주던 여린 청년을 되찾고 싶었다. 그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며 반기길 바럤다. 친구라고 생각했다.

 

 왕은 세 번째 쓰던 백지를 구겨버렸다. 공식적으로 니콜라이의 사망을 선언하고 다른 사제를 교황의 자리에 올리는 것을 왕이 인정하고 승인하며 허가한다는 내용의 공식 서류다. 아직 찍히지 않은 붉은 인장이 녹은 채 특유의 향기를 냈다.

 

 인장용 봉인이 식어서 굳기 전에 옥쇄를 찍어야 한다.

 

 그는 네 번째 백지를 꺼내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니콜라이의 실종을 규명하고 사망이 확인되기 전까지 교황의 임명은 보류한다>

 

 붉은색 봉인으로 공식 문서임을 확인한 다음, 그는 시종에게 서류를 건넸다. 시종은 전혀 다른 내용에 놀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의 승인은 귀족들이 관여할 수 없는 나스챠의 수호자, 왕의 고유한 권리다. 누구도 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수 없다.

 

 이제 다시 이방인에게 돌아갈 때다. 그는 마차를 준비시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공작가에서 언제쯤 도착한다고 했지?”

 “아까 도착했습니다. 접견실로 모셨습니다.”

 “거기 말고 안가로 모셔라.”

 

 의아한 표정으로 시종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은 씩 웃었다.

 

 ‘자기가 살게 될 곳이 어떤 데인지 정도는 봐둬야지.’

 

 ***

 

 기다려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늦다. 왕궁의 입구에 들어섰다는 연락을 받은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이미 여기 와서 인사를 하고 차를 마셨어도 남을 시간이다. 세르게이는 천천히 일어났다. 시종이 황급히 달려왔다.

 

 “폐하, 그녀가 칼을 갖고 있습니다.”

 “뭐?”

 

 어린 시종은 횡설수설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녀가 느닷없이 기사의 칼을 빼앗아서 협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왕의 눈이 가늘어졌다. 위험한 분위기를 느낀 시종은 입을 다물었다. 신부를 맞이하려고 하는데 칼장난이라니 농담에도 정도가 있다.

 

 세르게이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소희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한다. 그녀는 방금 기사에게서 빼앗은 칼을 높이 들었다. 그 칼날은 다른 아무도 아닌 자신의 목을 겨냥했다. 안내하던 시녀, 곁에 서 있던 기사, 모두가 경악하여 뒤로 물러났다.

 

 사뿐히 웃으며 안겨들듯 다가오는 여인에게 방심해서 어설픈 미소를 지었던 기사에겐 미안한 일이다. 가느다란 예장용 칼은 다행히 그리 무겁지 않았다. 다급하게 여럿이 웅성거렸다. 칼날을 조금 더 자신의 목에 가깝게 치켜들며 그녀가 웃었다.

 

 <남자를 데려와>

 

 이들은 자신을 귀하게 여긴다. 그걸 이용할 수밖에 없다. 잘해준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소희는 이를 악물었다. 은행 강도가 이런 느낌인가 싶다. 심장이 쿵쿵 뛰고 온몸에 땀이 흘렀다.

 

 소희는 박진우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팀장님은 상식적이고 자신의 일은 제대로 하는 사람이다. 그 능력있는 사람은 어디에 던져놔도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그가 지금 여기에 튀어와서 자신에게 무어라 구박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분명히,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피에 젖은 머리카락을 떠올리며 그녀는 각오를 다졌다.

 

 얇고 가느다란 칼날이 살짝살짝 흔들릴 때마다 울리는 방울소리는 소름끼치리만큼 낯설었다. 아, 칼의 손잡이에 뭔가 방울 같은 게 달려 있구나.

 

 <그 남자를 데려오라고>

 

 앞이 흐렸다. 살짝 벌어진 입술이 흉흉하게 말을 내뱉는다.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고였나보다. 긴장한 탓에 손이 파르르 떨린다. 예리한 칼날이 목을 살짝 스쳤다. 따갑지도 않았다. 붉은 핏방울이 하나, 둘 흰 옷자락에 떨어져 번졌다. 정작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변에 있던 시녀들이 비명을 질렀다.

 

 <나와, 함께, 온 남자>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두 물러나라> 누군가 크게 호통을 쳤다. 감히 귀한 분께 접근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던 기사들이 뒤로 물러났다. 소희는 눈을 깜빡였다. 어디로 갔지?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서 소희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소희는 위협적으로 칼날을 좀더 제 목에 가져다 댔지만 남자는 꿈쩍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와서 아주 잘 보였다.

 

 이 남자, 잘생겼다. 멍하니 눈을 껌뻑이며 소희는 생각했다. 머리를 장식한 관과 길게 늘어뜨린 망토는 누구나 소화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다. 이 사람이라면 양복이나 청바지도 잘 어울릴 것이다. 소희가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이 왕이 말했다.

 

 <남자는 죽었다>

 

 굳은 표정은 반론을 허용치 않았다. 소희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 살려내>

 

 여기는 마법과 신이 있다는 세계다. 그러면 죽은 사람을 살리는 마법도 있을 게 아닌가. 소희는 입을 앙다물고 노려보았다.

 

 “우리 팀장님 살려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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