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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도깨비 카페
작가 : 나목
작품등록일 : 2017.7.8


"사람과 요괴가 함께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느리고 외로운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빠르고 고통스러운 방법이지. 당신은 무얼 택하겠어?"

우연히 요괴의 세계에 발을 들여버린 다은. 그리고 그녀를 필요로하는 요괴들. 도깨비가 운영하는 카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대 판타지 로맨스!

 
도깨비 카페(3)
작성일 : 17-07-08 20:01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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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경환은 꼼지락거리던 손가락을 등 뒤로 감췄다.

 

 "새 키워본 적 있어요? 그것도 불사조."

 

  시현이 급소를 찔렀다. 다은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려 했으나 '불사조'란 단어에 후퇴했다. 일반 애완조의 생태에 대해서는 알 수 있지만 불사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건 인터넷에 검색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었으니까.

 

 "당신이 알을 버리지 않고 일주일 동안 맡아준 데에 있어서는 감사를 표하죠. 하지만 그 이상으로 키울 순 없어요. 어쨌거나 인간이니까."

 

 "보리를, 데려가겠단 거에요?"

 

  시현은 침음했다. 벌써 이름까지 지은 건가요... 그가 토해내듯 말했다.

 

 "너무 정을 붙였군요. 겨우 일주일인데."

 

 "아주 긴 일주일이죠. 당신들이 아이를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일주일."

 

  시현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다은은 그가 또 어떤 날카로운 말을 던질까 긴장했지만 그는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내 책임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시현은 경환의 독립을 무기한으로 미뤘다.

 

 "다은씨. 저는 아주 상식적인 해결을 원하는 거예요. 불사조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심지어 당신은 그 아이보다 일찍 죽을 게 뻔할텐데. 그럼 남은 아이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불사조가 괜히 불사조(不死鳥)겠나요. 그 말에 다은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녀가 죽은 후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한계는 외면하려고 노력했다. 보리는 너무나 꿈같은 존재였기에. 그렇게 맹수를 피하려고 모래에 머리를 처박는 타조처럼 일주일을 보냈다.

 

 "늑대소년에 대해 아나요? 어릴 때 버려져 늑대들 사이에서 늑대로 커온 아이가 성인이 되어 인간들 사이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요."

 

  시현은 옷에 달린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다은은 그 상황을 상상해봤다.

 

 "인간을 거부하고, 문명을 거부하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방황하죠. 이제와서 억지로 꿇어앉혀 '인간답게' 만든다해도 그게 그 사람에게 행복한 일일까요?"

 

  분노와 긴장으로 경직되어 있던 팔다리가 조금씩 아래로 처졌다.

 

  "요괴도 마찬가지에요. 당신과 함께 행복한 '애완새'로서 일생을 보내다 갑자기 요괴 세상으로 보내지면 ..."

 

 "죽어요?"

 

  다은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래요. 심한 경우에는."

 

  시현은 부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고 제대로 된 힘도 쓸 줄 모르는 불사조가 얼마나 좋은 먹잇감인지."

 

  시현은 도발하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가 현실을 깨닫길 바랐다. 다은이 살아온 세상은 아무리 험악해도 그래봤자 '인간'의 안온한 세상 속이다. 요괴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렇군요."

 

  다은은 허탈한 듯 고개를 뒤로 젖혔다. 괴악한 동화에 끌려온 기분이었다. 신데렐라의 언니들이 발을 잘리고, 팥쥐가 젓갈이 되어 장에 담기는 그런 동화.

 

 "짜증나네."

 

  경환이 옆에서 흠칫했다. 다은의 고개가 굴러떨어지듯 내려왔다.

 

 "짜증나네요. 이 상황이. 내 선의가 누군가에게 곤란한 일이 되었단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보리에게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게 화가 나."

 

  그 누구도 악의를 가지지 않았다. 다은은 이 답답한 상황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속시원히 비난할 수 있는 악인이 있으면 좋을텐데. 하다못해 성시현 저 남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지만 그도 보리를 걱정했다.

 

  "이상한 능력 써대며 뻗대는 성시현씨. 그래서 당신이 말하는 해결책이 보리를 데려가겠단 건가요? 그걸로 끝이야?"

 

  다은이 쉽게 수긍하자 멈칫한 건 시현이었다.

 

 "그걸로 끝은 아닌데."

 

 "지금 데려가겠다고 나 협박하고 위협하고 그런 거였잖아?"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일주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맹목적인 애정을 받아본 사람은 쉽게 그 행복을 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포기하려 했다. 보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보리가 고초를 겪지 않길 바랐다.

 

 "협박이라뇨. 협박까지는 아니죠."

 

  시현이 말 끝을 흐렸다. 경환이 옆에서 '사람한테 그러면 협박이에요'라고 속삭이는 걸 보고 다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날 겁줘서 보리 데려가려고 했잖아요."

 

 "겁주려던 건 맞는데. 보리를, 아니 불사조 아가를 데려가려던 것도 맞는데. 당신과 아예 떼놓을 생각은 아니었어요."

 

  다은의 얼굴에 의문이 서렸다. 쟤가 지금 뭐라는 거야? 시현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 세번 두드리더니 눈꺼풀을 잘게 떨었다.

 

 "아무래도 요괴의 생리에 대해 아는 제가 키우는 건 맞지만 당신이 자주 와서 불사조 아가를 만나줬으면 해요."

 

 "뭐? 왜요?"

 

 "그 아이는 당신을 보호자로 여길테니까. 당신의 체온을 느끼고 깨어나 당신을 제일 처음 봤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내가 데려온다고 그 아이가 날 믿고 따르겠어요?"

 

  다은이 비아냥거렸다.

 

 "굶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그...러니까요."

 

  시현은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

 

 "그래서 불사조 아가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당신이 자주 와서 그 애를 안정시켜줬으면 해요. 물론 사례도 드릴겁니다......아니 사실 당신 책임이기도 하잖아요?"

 

  그는 부탁하면서도 끝까지 다은의 책임을 강조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가봐. 사실 다은은 보리를 계속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굳이 말하진 않았다.

 

 "사례는 잘 받죠. 오늘 하루종일 날 놀래키고 겁박한 것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는 거죠?"

 

 "....."

 

  시현이 침묵하는 사이 경환이 제멋대로 외쳤다.

 

 "그럼요! 오실 때마다 음료랑 케이크 모두 무료로 드릴게요. 제가 드릴게요!"

 

  다은은 슬쩍 시현의 눈치를 보았다.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래요? 그럼 저 저기 소파에서 좀 쉴게요. 오늘 너무 놀라고 힘들어서 곧장 집에 가기는 힘들 것 같아서요."

 

 "제가 케이크 다 옮겨 드릴게요. 가서 앉아계세요!"

 

  경환이 부산스레 움직였다.

 

  그리고 지금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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