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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면회
작성일 : 17-07-08 17:30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7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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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그 여자애가 실루엔노틀로 넘어왔을 그 시점에서, ‘사람이 실루엔노틀로 넘어오는 것을 금한다’라는 내용의 법을 몰랐어야 하는데. 사실상 그건 불가능해”

 샨 변호사는 더 이상 웃거나 장난치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 리온에게 장난을 치던 그 변호사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게 왜 불가능해요? 주영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실루엔노틀로 넘어왔다니까요?”

 현우는 상황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아 짜증을 냈다. 샨 변호사는 법에 대해 무지한 이종족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 여자애가 리온과 함께 넘어왔지?”

 “네, 맞아요.”

 “그리고 리온은 ‘사람이 실루엔노틀로 넘어오는 것을 금한다’라는 내용의 법을 몰랐을 리가 없어. 그치?”

 샨 변호사는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듯이 리온을 바라보았다. 리온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까지 사절단 임무를 수백 번 넘게 한 그가 이런 내용의 법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리온이 그 여자애에게 경고했겠지. 실루엔노틀로 넘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을. 물론 하울릿에게 쫓기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단 한 번이라도 말을 꺼냈을 거야. 맞아?”

 리온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고, 그것은 곧 대답이 되었다. 현우는 기억을 떠올려봤다. 자신이 환영과 헷갈려서 리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은 점과 마지막으로 실루엔노틀로 넘어오는 게이트를 넘어갈 때 리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분명 말하는데, 이거 실수한 거야.’

 “리온과 함께 왔기 때문에, 그녀는 실루엔노틀에 넘어오기 전에 그 법을 알고 있다고 볼 수 있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실루엔노틀로 넘어온 거야. 맞아?”

 “그건…….”

 현우가 말끝을 흐렸다. 샨 변호사의 말에 대답을 하는 순간 주영이를 변호할 말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리온도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때 가만히 있던 마토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그때 주영이는 이 법을 어기는 게 이렇게까지 심각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잖아요?”

 샨 변호사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그 말은 논외야. 형벌의 크기까지 고려하면 한도 끝도 없어. 네 말대로라면 뭐, 이종족이 리생계에 가서 무단횡단을 해도 된다는 소리야? 그 법이 심각한지 모르니까? 또 폭력과 절도 중에서 무엇이 더 나쁘다고 확실히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지?”

 한 번 꺼낸 마토의 말에 샨 변호사는 죽자고 달려들었다.

 “지금 문제는 태생이 달라서 문화와 상식의 선이 전혀 다른 사람이 실루엔노틀에서 살고 이는 이종족들의 상식으로 정한 법을 어겼을 때, 그녀를 벌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가를 묻고 있는 거야.”

 마토는 샨 변호사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두 눈을 끔벅거렸다. 그의 얼굴에서 언뜻 괜히 말을 꺼내서 후회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마토는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머리를 굴리려고 애썼다.

 “그 당시의 상황도 감안을 해야 되지 않아요? 그때는 정말 금박한 상황이어서 그런 법이라거나 형벌에 대해 자세히 말할 시간이 없었어요. 하울릿들에게 쫓겨 궁지에 몰려서 피할 데도 없고 또……. 데비히츠의 말을 빌리자면 쉐도어들과 오랫동안 같이 쫓기는 바람에 주영이가 하울릿들에게 적으로 인식된 상태였어요. 책방의 구석에 몰렸을 때 주영이를 두고 저희만 실루엔노틀로 넘어가면 필시 죽었을 거란 말이죠.”

 그는 다소 경앙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사람이 죽을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냥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아요? 여기 실루엔노틀에서도 눈앞에서 이종족이 죽으려고 하는데 가만히 있진 않잖아요?”

 현우는 마토의 논리 정연한 말솜씨에 감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영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뭉클했다.

 이것으로 더 이상 반박할 밀이 없다고 생각한 현우의 예상대로 샨 변호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안경을 벗어 작은 천으로 안경을 닦았다

 “만약 네 말대로 긴박한 상황이어서 리온은 ‘사람이 실루엔노틀로 넘어가는 것을 금한다.’ 라는 법을 설명하지 못했고, 그 여자애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고 하자. 그런 상황에서 리온이 그녀를 살리려고 실루엔노틀로 데려왔다고 치면, 내가 아까 말한 이유로 선처가 가능할지도 몰라. 그런데 이러면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 줄 알아?”

 샨 변호사의 목소리에 불길함이 가득했다. 현우와 마토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그는 안경을 다시 쓰며 리온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 여자애가 석방되면 리온이 감옥에 갈 수도 있어.”

 일제히 대화가 멎으면서 집무실은 한순간에 침묵에 빠졌다. 어느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현우는 갑자기 이상한 결론이 나온 것 같아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한 명을 단두대에서 내려 보내려면, 다른 한 명을 올려 보내야 한다는 말 같았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현우가 먼저 침묵을 깨트렸다.

 “그 여자애를 실루엔노틀로 데리고 온 장본인이 리온이잖아. 리온은 해당 법이 왜 있는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그런데 그걸 알고서도 데려온 거야. 네 그림자 말대로 상황이 위급해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다면, 그래서 선처로 그 여자애가 풀려난다면, 대신 리온이 감옥에 들어가겠지.”

 현우는 입을 벌리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문득 리온을 쳐다보았다. 그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토는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탄식을 뱉었다.

 “이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야. 일단 전례가 없는 일이니 판결을 내리기 더 어려울 테고, 반대하는 장관이 하필이면 법무부 출신이자 보수 세력의 대표인 캐브리포 장관이라니. 아마 보수 세력을 살리기 위해서 이 사건을 극단적으로 몰고 갈 텐데, 어떻게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 이건 단순한 법의 논리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살렸다는 도덕성, 그리고 넬레 장관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한마디로 이미 우리 선에서 그 여자애를 석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리지.”

 현우는 강한 죄책감이 들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신 때문에 주영이가 구치소에 갇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이 오해하지 않았다면, 실루엔노틀로 넘어오기 전에 주영이를 떼어놓는 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골목길에서…….

 그때 리온이 무엇인가 결심한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샨 변호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설마…….”

 “감사합니다, 스승님. 역시 어려울 때 찾는 건 스승밖에 없다던데 그 말이 딱 맞는군요.”

 리온은 샨 변호사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 싱긋 웃었다.

 “바쁘신 것 같은데 저희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군요.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샨 변호사는 잠깐 리온을 쳐다보더니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리온에게 악수를 건넸다.

 “부탁인데 다음부터는 제발 미친 일 좀 가져오지 마. 물론 지금 이 일보다 더 미친 일은 어지간히 없겠지만……. 내가 너만 보면 몸에서 식은땀이 나.”

 “하하, 농담이 심하시군요.”

 발끈한 샨 변호사가 웃통을 벗어서 보여주겠다는 것을 극구 말리며 현우와 리온은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문이 닫히는 틈으로 샨 변호사가 지팡이를 나뭇바닥과 창문에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퇴근하지 않은 바번이 초조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현우와 리온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끄, 끝나셨습니까?”

 “바번, 아직까지 퇴근 안 한 거야?”

 “아직 샨 변호사님이 퇴근하지 않으셔서…….”

 “저런!”

 리온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더니 3층 집무실을 힐끔 쳐다보았다.

 “어쩌지? 우리 때문에 밀린 업무를 이제 시작하신 것 같은데……. 오늘은 퇴근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아.”

 리온은 이번에도 수고하라는 뜻으로 바번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뒤돌아 걸어갔다. 바번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리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슴푸레했던 바깥은 완전한 어둠에 물들었다. 굼뜬 협곡은 완전한 어둠에 잠겼고, 변덕의 숲은 달빛이 새하얀 눈에 비추어서 은은하게 미광을 뿜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눈송이가 현우의 뺨에 닿았다. 현우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은 여전히 변덕의 숲을 향해 흐르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몇몇 눈송이들은 바람에 흩날려 그림자 도시에 내렸다.

 “호오, 신기하네. 따뜻한 날씨에 내리는 눈이라.”

 마토는 내리는 눈송이를 담으려고 손바닥을 펼쳤다.

 “눈설레를 보다니, 운이 좋은걸?”

 리온이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눈설레? 그게 뭐에요?”

 “변덕의 숲에 내리는 눈이 바람 때문에 그림자 도시로 날아오는 경우를 말해. 눈발이 휘날리지만 전혀 춥지 않지.”

 현우는 눈을 보자 옛 기억이 떠올라 기분이 심란해졌다. 그는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옛 기억을 불러오는 눈을 싫어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래서 리온은 다시 말을 꺼내야 했다.

 “현우?”

 “네?”

 “오늘은 센디버트 너디가 아니라 우리 집으로 가는 게 어때?”

 현우는 리온이 멋쩍게 웃고 있는 이유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야, 어디든지 재워주시면 고맙죠.”

 “그래? 그럼 내 집으로 가자. 여기 바로 근처거든.”

 리온은 안도하는 표정을 짓더니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현우는 리온의 뒷모습만 보며 따라갔다. 여러 생각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머리가 아팠다. 샨 변호사의 말이 너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웠다. 딱 하나만 이해했다.

 위급한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해서 주영이 석방되면, 리온이 감옥에 간다는 것.

 그 방법을 들었을 때, 현우는 주영이를 먼저 생각했다. 그녀가 구치소에서 나올 수만 있다면 이후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것이 설사 자신을 지금 도와주고 있는 리온이 감옥에 수감된다 할지라도.

 그런데 마지막에 리온은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는 그 장면이 아주 또렷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과연 무슨 뜻이었을까? 그도 현우처럼 자신의 이익과 안위를 먼저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제 오늘 부터는 도와주지 않는 걸까?

 현우는 생각하면서 걷는 바람에 리온이 멈추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의 등에 얼굴이 부딪쳤다.

 “자, 여기야.”

 “리온, 본인 집이에요?”

 마토가 놀라서 물었다.

 “그럼 내 집이지, 설마 다른 이종족의 집을 들어올까?”

 리온이 자신 있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현우와 마토는 감탄 어린 표정을 하며 뒤따라 들어갔다. 집 크기는 작았지만 혼자 살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바닥이나 창틀에 먼지 한 톨 없어서 건물이 오래 되었는데도 낡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난 깨끗한 걸 좋아하거든.”

 현우와 마토가 노골적으로 실내를 두리번거리자 리온이 변명하듯이 말했다. 이제 둘은 뚱한 표정으로 대놓고 리온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참나, 지금 그 표정들은 뭐야? ‘생긴 것과 다르네.’라는 표정인데?”

 “이제는 독심술도 하시네요.”

 “아냐, 난 ‘산적 같이 생긴 분이 안 어울리게 깔끔한 척하네.’ 라고 생각했다고.”

 마토는 현우보다 한 술 더 떠서 자랑하듯이 말했다. 리온은 너털웃음을 호탕하게 터뜨리더니 밥이나 먹자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냉장고에서 온갖 재료들을 꺼낸 그는 능숙한 솜씨로 재료들을 손질했다. 금세 고기 굽는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현우는 가만히 앉아만 있기 뭐해서 리온이 음식을 완성하면 테이블로 갖다 날랐다.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 고기와 숙주나물볶음, 샐러드를 포함한 한 상이 차려졌다.

 “와오”

 마토는 별 희한한 감탄사를 내뱉고는 허겁지겁 고기를 뜯어 먹었다. 음식을 보자 현우도 시장기를 느껴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렸다.

 “어때 입에 좀 맞아?”

 “맛있어요! 가게에서 팔아도 되겠는데요?”

 마토는 기름기 잔뜩 묻은 엄지를 척 내밀었다. 현우도 마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 수준이 수준급이었다. 리온은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동안 접시에 수저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입 안에 통째로 넣고 우물우물 씹던 마토는 리온의 모습을 보고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리온.”

 “응?”

 “리온의 그림자는 밥을 안 먹어요?”

 리온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 현우가 힐끔 리온의 그림자를 확인했다. 일반 사람의 그림자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리온은 애써 태연한 척 웃으며 포크를 놀렸지만 그 잠깐의 틈은 어색해 보였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현우도 궁금해서 대답을 기다렸다.

 “내 그림자는 수줍음이 많거든.”

 “음?”

 “그래서 다른 이종족들이 있을 때는 절대 움직이지 않아. 나 혼자만 있을 때 움직이지.”

 현우는 처음으로 리온이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의 대답이나 표정은 대충 이 상황을 넘어가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설마…….”

 마토가 한 손에 나이프를, 다른 한 손에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를 썰다가 리온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리온은 밥을 먹던 도중 슬쩍 눈치를 봤다.

 “레이뮌즈보다 더 심한 그림자가 있을 줄은 몰랐네. 그래도 싸가지 없는 게 아니니까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 하하!”

 마토는 호응해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현우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현우는 리온에게 단단히 시선을 고정시킨 채 대답이 없었다. 조금 무안해진 마토가 현우에게 재차 물었지만 똑같았다.

 “내가 네 고기를 먹어도 되지? 대답 없으면 그래도 된다는 걸로 알게.”

 마토가 보란 듯이 현우에게 고개를 들이 밀어 귀를 쫑긋 세웠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그는 방긋 웃으며 포크를 이용해 현우의 접시에 놓여 있는 스테이크를 찍어서 들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현우는 리온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 내렸다.

 “왜 그래?”

 리온은 뒤늦게 현우의 시선을 알아차린 척 연기했다. 깜짝 놀란 마토가 옆에서 쉼 없이 구시렁거렸다.

 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리온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구든지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는 법이었다. 그걸 구태여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또 유일하게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을 의심해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내일 면회를 해서 기쁘겠군?”

 리온이 화두를 돌렸다.

 “기쁘긴 한데…….”

 현우는 마토에게 뺏기지 않은 스테이크 덩이를 입안에 넣고 질겅질겅 씹으면서 덧붙였다.

 “모르죠. 내일 막상 갔는데 또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면회가 안 된다고 할지.”

 식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피곤해서 설거지하기 귀찮다며 리온은 접시들을 싱크대에 쌓아두었다. 그리고 따뜻한 차를 한 잔씩 타서 현우와 마토에게 나누어주었다. 마토는 치아 사이에 낀 이물질들을 빼내기 위해 끊임없이 혀로 소리를 내며 차를 꿀꺽꿀꺽 마셨다.

 그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가 하나 밖에 없는데, 리온은 현우와 마토에게 흔쾌히 침대를 양보하고 소파에서 잤다. 많이 피곤했는지 리온은 베개에 고개를 눕히자마자 코를 골았다.

 현우는 방문 너머로 소파에 웅크려 자고 있는 리온을 힐끔 쳐다보고 똑바로 누웠다. 대학교 실습수업을 하느라 바닥에 몇 번이나 엎어지는 바람에 몸은 파김치가 되었고, 샨 변호사의 자문을 구하느라고 정신은 피로했다.

 “이봐, 잠 좀 자자. 응?”

 마토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네가 안 자니까 나도 잠을 못 자잖아. 안 피곤해? 루나틱 계속 실패해서 바닥에 엎어지고, 안 쓰던 머리 굴려서 지금 쯤 얼굴에 쥐가 났을 텐데.”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우는 마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혼자만의 생각에 완전히 빠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주영을 구치소에서 석방시켜야 했다. 그런데 만약 진짜로 구치소에서 풀려나면 어디로 가야 할까? 곧장 리생계로 쫓겨나는 걸까? 그렇다면 현우는 혼자 이 세계에 남아서 살아갈 것이다…….

 현우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마토의 중얼거리는 말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잠들기 직전, 현우의 머릿속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리온의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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