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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우연한 만남
작성일 : 17-07-08 03:41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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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디선가 가늘고 여린 미성이 로엘의 발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와 머릿속을 때렸다. 로엘은 소스라치게 놀라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귀를 통해 들리는 느낌이 아니었다. 피부를 타고 몸 전체에 퍼지듯 전해지는 음성. 누군가 그녀를 부드럽게, 그러나 강압적으로 부르고 있었다. 반복적으로 잇따라, 잇따라서. 로엘, 로엘.

  뭐야, 이 목소리?

  기분 나쁜 느낌은 아니었지만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소름끼쳤다. 로엘은 몸도 털어보고 머리도 털어보고, 귀도 닫아보았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며 내리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를 끌어당겼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너무 간절한 느낌이라 마음 한 구석이 찡 울릴 정도였다.

  로엘은 점차 그 목소리가 전해지는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경계심이 들만도 하건만 위험하단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오히려 알 수 없는 친근감이 들어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그래……이리 와줘. 그를…….」

  음성이 끊겼다. 머릿속을 빙빙 돌던 것이 사라졌다. 우뚝. 로엘은 멈춰 서서 눈앞의 사내들의 바라보았다. 아아, 당신이 나를 불렀구나. 이 사람의 곁으로.

  “로엘? 웬 조그만 것이 온다 싶더니 너였군.”

  “……네, 저예요. 좋은 날이네요. 그렇죠? 보스쿤 씨.”

  로엘은 보스쿤에게 다가갔다. 그의 앞엔 커다란 너도밤나무가 서있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자니 목이 아플 정도로 아주 커다랗고 짙푸른 나무가. 로엘은 자신을 불러댄 장본인에게 다가가 조심히 손을 뻗었다. 그녀를 부르던 음성은 들리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이 한 그루의 나무이자 한 명의 사내가 로엘을 불렀다. 움꽃 종족으로서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알기론……지금 훈련을 받고 있어야 할 텐데?”

  보스쿤이 비딱한 자세로 나무에 기대며 물어왔다.

  “미미 씨가 무리하지 말라고 해서 후반부 훈련은 받지 않았어요.”

  로엘은 나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답했다. 나무는 기꺼운 듯 잘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그 떨림에 감응하며 나뭇결을 곱게 쓰다듬었다.

  “보스쿤 씨. 이 나무가, 그가 기뻐하고 있어요. 당신이 기댔을 때 즐거워했어요.”

  “……그럴 리가.”

  “지금은 아까처럼 말을 하진 않지만 느낄 수 있어요. 이렇게…….”

  후, 하.

  로엘은 눈을 감고 나무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녀의 한 쪽 뺨이 귓속말이라도 들으려는 양 나무에 붙었다. 시원한 기운이 뺨을 타고 온몸에 흘렀다. 포르르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질 정도로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보스쿤은 로엘이 가까워지자 움찔하면서도 그녀를 제지하진 않았다. 다만, 눈을 조금 가늘게 뜨며 주시할 뿐이었다.

  “이렇게, 다가서면…….”

  바람이 불었다. 거대하고 포근한 산들바람이 순식간에 불어와 보스쿤과 로엘을 어루만졌다. 로엘의 하얗고 긴 머리칼이 바람 따라 떴다가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삽시에 향기가 스쳤다. 보스쿤은 자기도 모르게 그 향을 들이키고 말았다.

  청아한, 봄 내음이었다.

  “봐요. 기뻐하잖아요.”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싶더니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어여쁜 노란색 눈이 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로엘은 거보란 듯 턱을 치켜들었다. 허나 그렇게 야심차게 말하면 뭐하나. 보스쿤으로선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녀도 그것을 아는 것 같은데 너무 당당해서 딴지를 걸 수 없었다. 보스쿤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넌 움꽃 종족이니까. 나무의 감정을 안다고 한들……이상할 건 없겠군. 이 나무가 네게 말도 했었나?”

  보스쿤의 질문에 신이 난 듯 로엘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그 빛에 조금, 아주 조금쯤 보스쿤의 가슴 한 편이 따끔한 것도 같았다.

  “네! 제게 와달라고 했어요.”

  “여길 어떻게 왔나 했더니…….”

  “어떻게요?”

  “찾기 어려운 곳이거든. 특히 너처럼 이제 막 입단했다면 말이야.”

  보스쿤이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본 로엘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꽃 덤불과 울창하고 예쁜 나무들이 가득했다. 마치 숲처럼 꾸며진 정원이었다. 꽤 특별하게 마련된 장소일 터인데, 막 입단한 말단 중의 말단 꼬맹이가 찾아낸 것이다.

  여기서 문제점은 로엘도 목소리에 끌려온 것이라 돌아가는 길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렇군요! 좋아요, 덕분에 저는 지금 제 상황을 깨달았어요.”

  “……궁금하진 않지만 물어봐달라는 얼굴이니 물어봐주지. 무슨 상황인데?”

  “길을 잃었어요!”

  “…….”

  보스쿤은 마치 로토를 바라보듯 로엘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로엘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뻔뻔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좋은 기회가 왔으면 잡아야 하는 법이다. 로엘은 보스쿤이라는 멋진 길잡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저, 저 좀 훈련장에 데려다 주세요. 나무가 부르는 대로 와서 길을 몰라요……. 그, 제가 원래는 길을 잘 외우는 것 같은데요, 지금은…….”

  “……같은데? 잘 외워요, 가 아니라?”

  “…….”

  로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고 답했다. 보스쿤은 머리가 지끈지끈해짐을 느끼며 나무에 꿍, 머리를 기댔다. 로토 같은 애가 하나 더 있는 것만 같았다. 똑똑한데 바보 같은 느낌이 비슷했다.

  “아, 지금도 즐거워했어요! 아무래도 이 나무……보스쿤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보스쿤 씨가 닿을 때마다 기뻐하고, 즐거워해요.”

  “나를? 아니, 아니다. 그냥 그 이상 말하지 마라, 로엘. 머리 아파질 것 같으니까.”

  보스쿤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네, 보스쿤 씨를 말예요. 엄청 좋아하나 봐요. 마치 제가 보스쿤 씨를 좋아하는 것처럼.”

  “…….”

  그리고 그 진심은 사정없이 짓밟혔다. 보스쿤은 로엘의 발랄한 표정을 보며 방에 돌아가 두통약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데, 로엘은 말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그것들을 전부 헤집어 놓았다. 열심히 맞추고 있는 퍼즐 위를 깔깔 거리며 지나가는 것 마냥.

  “로엘. 하나 충고를 하자면 네가 생각하는 ‘보스쿤’이라는 존재는 환상에 불과해.”

  “설마요. 이렇게 눈앞에 생생한 걸요.”

  “아니, 그런 환상 말고.”

  로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네 입장을 생각해봤을 때 무리도 아니지. 갇혀서, 실험이나 당하고 다 죽어가던 판에 내가 구해줬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지나가는 길 위에 네가 쓰러져 있었을 뿐이야. 네가 좋아서 구한 것도, 내가 정의로워서 구한 것도 아니란 걸 명심해.”

  “그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저를 왜 구해주셨는지, 그런 이유는 상관없이 제가 고마워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감사해하고, 좋아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럼 거기까지만 해. 멋대로 나를 어떤 사람이라 정의하고 환상을 갖지 말란 얘기다. 넌 나를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어. 그저 열심히 훈련이나 하고 조직에 도움이나 되면 돼.”

  “…….”

  로엘은 결국 입을 앙 다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속에서 마구 맴도는데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환상을 갖는 게 아니라 정말 당신이 좋을 뿐이라고,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겠지. 보스쿤은 그게 바로 환상이라 말하고도 남았다. 로엘의 미간에 찌르르 주름이 잡혔다.

  반면 보스쿤은 나름 만족했다. 하고 싶은 말도 했고, 그럭저럭 원하던 반응이 나온 것 같았다. 이참에 더 세게 독설을 날릴까 싶었지만 로엘의 연령대를 생각해서 참았다.

  좋아하니 뭐니 그런 훈훈한 감정일랑 다 날려버리라지.

  그런 것 따위 보스쿤에겐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이성적 감정이 아니라 단순히 은인에 대한 마음일지라도 귀찮고 불필요했다. 보스쿤이 로엘에게 바라는 것은 다른 조직원들처럼 충성하는 것뿐이었다. 보스쿤을 두려워하고 존경하며 그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 그 정도면 충분했다.

  “따라와. 훈련장으로 간다.”

  “……네.”

  보스쿤은 큰 보폭으로 앞장섰다. 배려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모습인데, 로엘은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들었다. 보스쿤의 말과 행동이 되려 로엘을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만 같았다.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다가오면 다친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냐, 어쩌면 이게 환상이고 착각인지도 몰라.

  로엘은 우울한 낯빛으로 허겁지겁 보스쿤의 뒤를 쫓았다. 그 뒤로 홀로 남은 너도밤나무가 배웅 인사를 건넸다. 바람 때문에 잎이 흔들려 꼭 손을 흔드는 것만 같았다. 보스쿤과 로엘은 보지 못했지만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나뭇잎은 계속 흔들렸다.

  애정과 걱정을 친우에게 보내듯 그렇게 하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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