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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카타르시스
작가 : 디리토
작품등록일 : 2017.7.7

katharsis = 정화(淨化) ·배설(排泄)을 뜻하는 그리스어.

이것은 인간과 신을 숭배하는 인간과 악마를 숭배하는 인간과 악마를 담은 이야기다.


 
어둠이 빛을 침범할 때.
작성일 : 17-07-08 02:09     조회 : 392     추천 : 0     분량 : 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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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자신에게 머물 필요가 없고,

 자신이 창조한 우주에서 움직일 수 있으니….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글귀 중에

 

 #1

 

 1818년 어느 날. 누군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었다. 그녀의 정체는 메리 셸리Mary Shelley. 생각의 흐름과 함께 세계를 지탱하는 글자가 새겨진다.

 

 《삶과 죽음이 정신적인 구속으로 여겨졌다. 어둠의 세계에 빛을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처음으로 그 구속을 부수어야 했다. 새로운 종이 나를 자신의 창조주로 찬양할 것이다. 행복하고 뛰어난 많은 존재들이 내게 감사할 것이다.》

 

 빅토르 프랑켄슈타인Victor Frankenstein의 생각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영원永遠과 불멸不滅을 창조創造하려는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이 여기에 담겨있었다. 그는 창조에 대한 목마름에 해부실과 도살장을 작업창처럼 만들어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있었다. 세계의 진리를 터득하여 하늘의 불과 구름과 번개를 제어하고 인간이 탄생하기 위한 재료를 규명했으며 또한 거기에 영혼을 넣는 방법까지 찾아냈다.

 

 그가 이루려는 창조는 사회라는 인간들의 군집의 시선으로 본다면 극히 혐오스러우며 그들의 도덕성을 부정하는 것이었기에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가끔은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인간성과 그 사회가 가르쳤던 도덕적 신념 때문에 구역질을 하거나 소름이 끼칠 때가 있었지만.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창조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그는 멈추지 않는 기계처럼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는 메리 셸리의 뜻대로 죽은 사람의 신체 부위 대신 도살장에서 나온 가축들의 재료를 쓰려 했지만. 그조차, 창조주인 메리 셸리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어둠이 거기에 간섭했다.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어둠의 세계를 구원하려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숨어있던 악마를 부르는 격이 되었다. 검은 그림자가 연기처럼 메리 셸리의 의자 밑에서 피어오르더니 그녀에게 속삭였다.

 

 【가축의 사체를 가져온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경종이 치는 듯 하였으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신만이 할 수 있는 창조를 행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더럽고 멍청한 것들을 모아 창조를 행하려 했다니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기분이다.】

 【신은 태초와 함께 탄생한 첫 번째 흙으로 자신의 형상을 빚었으며 그 형상을 인간이라 이름 붙이셨다. 그리고 그 안에 눈물 한 방울을 담으셨다고 한다. 영혼이 없는 인간에게 영혼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신의 계시처럼 모든 걸 깨달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가축의 시체를 버리고 밖으로 향했다.】

 

 키득.

 

 멋대로 이야기를 수정한 악마가 웃었다. 그것도 모르고 메리 셸리는 계속해서 글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원래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창조물을 봤을 때, 그 미래는 이러해야 했다.

 

 《완성 후 내 심장을 가득 채운 것은 엄청난 혐오감이었다. 이런 대재앙을 본 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많은 노력 끝에 만들어낸 괴물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그의 사지는 '적당히' 붙어있었다. 좌우의 균형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것이 불쾌하게 느껴졌으며 피부로 보이는 실자국은 몇 년이 지난 고름처럼 혐오스러웠다. 누런 피부 밑으로 근육과 혈관 조직들이 다 보일 정도였다. 비록 윤기 나는 머리카락과 진주처럼 밝게 빛나는 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죽은 눈을 하고 피부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축 늘어진 것이 극도의 부조화를 이루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호감형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빌어먹게도, 절망스럽게도. 나는 괴물을 창조하고 말았다.》

 

 자신의 창조물을 감당하지 못한 창조자가 창조물을 악마라 칭하며 도망쳤고, 그 악마는 창조자를 찾아다닌다.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자신의 짝을 만들라고 '협박'하기 위해서. 그 미래가 바뀌었다.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이 신의 피조물인 것과 동시에 가장 신과 닮은 존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최대한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들을 재료로 사용했다. 비록 남성체를 창조할 생각에 젋은 처녀를 재료로 쓰진 않았지만. 실로 잔인하게도 어린 남자아이 수십 명을 재료로 사용했다.

 

 아주 유명한 살인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재료를 획득한 그는 추격을 피해 자신의 '아담'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붙이고 붙이고 붙이고. 어린아이 심장 수십으로 하나의 심장을 뭉쳤으며 남은 것들로 피부와 내장을 만들었다. 그 수십으로도 완성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젊은 처녀 하나를 납치했는데 운 좋게도 신에게 몸을 바친 처녀였다. 그 신선하고 신성한 피로 아담을 적셨으며 찬란하게 빛나는 눈을 뽑아 아담의 눈에 박았다.

 

 그러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존재가 탄생했다. 세상의 어떤 것보다 고결하여 태양보다 밝게 빛나고 존재만으로 찬탄을 부르는 자. 아담. 아담은 호수를 담은 듯한 밝은 눈으로 자신의 창조주를 바라봤다.

 

 그리고….

 

 #2

 

 전체적으로 완전히 검은 것이 잠행복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우중충하다. 평범한 신부복이라고는 볼 수 없다. 헐렁한 부분은 옷의 가장 바깥부분이었으며 안쪽을 보자면 신축성이 뛰어난 재질로 만들어 피부에 완전히 달라붙는 형태였으며 신발은 군화나 마찬가지다. 거기에 가슴 중앙과 양쪽 종아리 측면에 새겨진 황금빛의 십자가 문양이 눈에 띈다. 밤이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 이질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더 이질적인 것은 그런 신부복이 아니라 총gun과 검sword이다. 한 명은 진검眞劍이라는 걸 알려주듯 어둠 속에서도 날카롭게 빛나는 레이피어 두 자루를 양손에 쥐고 있었으며 다른 한 명은 엽총shotgun을 들고 있었다.

 

 "뭐냐. 이 꼬맹이는?"

 

 "그, 글쎄…?"

 

 레이피어를 쥔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물어보자 다른 남자가 대답했다.

 

 정식 명칭은 스페르노superno. 이 단체의 존재를 아는 자들은 흔히 '검은교단'이라 부른다. 음지에서 활동하며 세상에 드러나선 안되는 이단異端과 악마惡魔를 상대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가장 번성한 가톨릭을 중심으로 하여 다른 나라의 종교세력까지 연계되는 거대한 종교세력이다.

 

 며칠 전 선지자 예레미아가 현세에 악마의 출현을 예고했다. 은밀하고 사악한 악마가 말이다. 그런데 '사도使徒' 시몬과 안드레가 마주한 것은 악마가 아니었다.

 

 "잔재殘滓(:찌꺼기)도 없고 완전 깔끔한데. 너무 빨리왔나?"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오히려 늦게… 왔어…."

 

 습관처럼 말을 길게 늘리는 것에 시몬이 짜증을 가득 담아 눈빛을 보냈지만 역시 안드레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포기할 지경이 되었으니 그냥 한숨 한 번 내쉬고 쓰러져 있는 '꼬맹이'를 살폈다. 악마는 지상에 강림할 수 없다. 검은교단에선 오롯한 존재께서 영혼을 불살라 그들을 구천세계九天世界 지옥地獄에 가두었기 때문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검은교단의 12사도는 그 오롯한 존재가 임명한 존재들이었으며 검은교단 최고最古 장로 역시 신화적인 장면을 목격한 증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희생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이지만 악마가 지상으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매우 허접하여 악마라고 불러주기도 애매한 존재이긴 하지만. 평범한 인간들에겐 위협적이다. 사실 고블린 같은 최하위 악마라면 평범한 성인 남자 정도면 이길 수 있겠으나 한 번도 보지 못한 괴물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면 그렇게 대응할 수 있을까. 도망가다 죽을 것이다.

 

 그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검은교단의 주된 일거리 중에 하나다.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몇몇 예언가들이 사도에게 계시를 주면, 그들은 악마가 나타날 곳에 찾아가 그것을 제거한다. 그리고 그 예언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그냥 죽이고 갈까? 귀찮은데?"

 

 "안… 돼. 멍…청아."

 

 "아니. 이대로 둬도 얼마 못사는데? 끽해야 3개월?"

 

 교단의 인물이면서 태연하게 살인을 말하는 시몬. 그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예로부터 꾸준하게 주법主法을 익혀온 초인들. 악마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인간들이 그리모어Grimoire라는 마도서에 악마의 힘을 담아 축적하고, 사용한다면. 그들은 십자가에 신앙을 담아 주법을 사용한다.

 

 흔히 굴러다니는 판타지 소설의 흑마법과 백마법과는 다른 것들이지만. 서로 비교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주법을 이용해 꼬맹이의 몸을 살핀 시몬은 이상하게도 꼬맹이의 생명력이 3개월도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 이건 고칠 방법이 없다. 타고난 생명력은 그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이 꼬맹이는 3개월 후에 반드시 죽는다. 그것도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 시름시름 앓다가.

 

 "그럴 바에는 지금 죽여주는게 오히려 은총일 거야."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 선택은 네 몫이 아니야. 멍청한 놈아."

 

 "아니, 썅. 이럴 때만 제대로 말하네? 뒤질래?"

 

 "꺼… , … , … 져?"

 

 "개새!"

 

 조롱하듯 평소보다 훨씬 긴 말투에 폭발한 시몬이 레이피어를 휘두르지만 익숙한 상황인 듯 가볍게 피해낸다. 잠깐 동안 치고 받는 소리에 반응한 건지 꼬맹이의 몸이 들썩거렸다.

 

 "오. 일어났냐? 솔직히 죽기 전까지 혼수 상태라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말이야."

 

 들썩인 것도 잠시. 소년은 쓰러진 자세 그대로 눈만 뜬 상태였다. 움직일 수 없는 걸까. 그렇게 안드레가 소년을 일으키기 위해 다가갔을 때. 믿을 수 없게도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소년의 입을 빌려 나오기 시작했다.

 

 《약속된 시간이 다가왔다.》

 《멸망의 시간이 다가왔다.》

 《종말의 시간이 다가왔다.》

 《저주받은 세계의 백성들이 처음으로 나올 것이다.》

 《솔로몬Solomon의 주박에서 풀려난 왕의 수하들이 세상에 강림할 것이다.》

 《축복받은 세계의 백성들은 모두 죽을 것이며 그들의 영혼은 제물이 되어 왕의 것이 될 것이다.》

 《오롯한 자도, 그의 축복받은 자식들도, 운명의 대적자 역시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별이 되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시간을 기다려라. 그녀만이 구원이다.》

 

 "..깜짝이야, 시발! 죽여버릴 뻔했잖아!"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시몬 역시 안드레처럼 심각함을 표정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잠깐이지만 소년에게서 알 수 없는 기운이 풍겼으며 동시에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렸으며 알 수 없는 언어가 들렸으며 그것이 강제로 뇌를 파고들었다. 예언처럼 느껴지는 문장이 아니었다면 즉시 소년을 죽였을 테지만. 범상치 않은 내용이라 어쩔 수 없이 멈췄다.

 

 "설마 새로운 예언가? 성서聖書를 포함한 다섯 경전에 그런 내용은 없을 텐데?"

 

 "몰라… . 안 … 되겠… 다. 일단… "

 

 "교단으로 데리고 가자고? 알았으니까 좀 닥쳐. 똑바로 얘기하던가."

 

 답답함에 안드레의 입을 막아버린 시몬이 소년을 둘러멨다. 혹시 몰라 주박을 사용해 소년을 일시적 봉인상태로 만들었다. 교단으로 가는 길. 열흘 밤이 지나 많은 골목을 지나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넌 시간. 그 동안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던 소년이 눈을 떴다. 또 무슨 일이 생길까 긴장한 안드레와 달리 시몬은 특유의 경박스런 어조로 물었다.

 

 "너 누구냐?"

 

 "...인.."

 

 "뭐?"

 

 "빅… 토, 르. 프랑… 켄, 슈… 타인. 내 이… 름."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너무나 순수한 표정의 어린아이가 그들을 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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