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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호박 속 미녀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4.6
호박 속 미녀 더보기

에브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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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에서 악마를 꺼내 준 답례로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드는 손수건을 얻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로맨스(?)입니다.

 
호박 속 미녀 6.
작성일 : 16-04-12 20:53     조회 : 546     추천 : 0     분량 : 3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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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구덩이는 아주 넓고도 깊었고 만족스러운 깊이로 구덩이가 완성 됐다.

 완벽하게 구덩이를 채우고 나면 이젠 더 이상 성가실 일도 없다.

 이 일은 결국 완전범죄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이렇게 오지 않았더라면 다시 이 차가운 흙 속에 파묻힐 일도 없었잖아. 그냥 가만히 누워 있으면 평온해질 것을. 너나 나나 서로 피곤한 일이 돼 버렸어.”

 난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며 구덩이 안으로 아까 전 끌고 왔던 시체 캐리어를 가장 깊은 중앙으로 밀어 넣었다.

 “이제 끝이다.”

 그렇게 홀가분함과 섭섭함을 동시에 느꼈고 그 순간의 해방감을 제대로 만끽 하려 돌아설 때쯤,

 퍽-!

 빠각-!

 “아악.”

 누군가 방망이를 휘두르며 후두부를 날려버렸고 난 내가 어딘가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꿈인 듯 현실인 듯 알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뛰어가는 그녀.

 “가지 마!”

 “넌 너무 네 멋대로야.”

 그녀가 울고 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왜 그렇게 나를 아프게 하느냐고 오열하며 내 어깨를 흔든다.

 우린 그 때,

 너무나 격렬하게 싸웠고 난 정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녀에게 쏘아붙이고 있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해 줘. 네가 조금만 양보하면 되는 거잖아.”

 “내가 왜, 아버지 꼭두각시가 되어야 하는데?”

 “꼭두각시 같은 게 아니잖아. 네 아버지야. 부모가 자식 잘못 되라고 하지는 않을 거 아냐.”

 “아니. 우리 아버지는 내가 더 잘 알아. 하나를 양보하면 아버진 열 가지를 더 양보하라 하시겠지. 하지만 난 더 이상 아버지에게 희생당하기 싫어! 내가 대체 왜,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거야? 아버지가 나한테 뭘 그렇게 잘 해줘서?”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잖아. 앞으로 더 나은 장인이 되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하라고…….”

 “누나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야! 내가 누나 애인인데, 왜 아버지 편을 드는 거지?”

 “난 정말 네가 걱정 돼서 그래. 네가 좋은 기회를 고집 하나 때문에 다 놓치고 말까봐. 좀 더 나아질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 무시해 버릴 까봐서 너무 걱정 된단 말이야.”

 “누나도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간섭 하지 마. 이건 어쨌든 내 일이고, 내 인생이라고.”

 “네 인생에 나는 없니?”

 “누나!”

 “네 인생에 나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거야? 그래?”

 “그런 말이 아니잖아.”

 “아니라니. 넌 지금 네 인생에 내가 없다고 하는 거잖아. 너만이 네 인생을 만들어나갈 수 있으니까. 간섭 말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아니…….”

 “넌 지금 완전히 빼도 박도 못하게 그 말을 하는 거야.”

 “아, 시발! 아니라고! 아니란 말 안 들려?”

 나는 격렬하게 화를 냈던 것 같다. 고집스럽게도. 사실상 별 일도 아니었는데……. 그저 미세한 오차 범위만 조금 수정하면 되는 거였다.

 한 번 일하고 나면 더 이상 그 일을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게 내 성격이었지만, 그 성격을 조금만 죽이고 좀 더 조심스럽게 세공을 하면 되는 거였다. 컴플레인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조금만 더 유념해서 세공에 공을 들이면.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조금씩 깎아서 보석 세트를 다시 비치해 놓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내가 만들어낸 보석 세트가 반품 될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내가 만들었으니 별도의 검사가 없어도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게 당연한 거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주문 한 당사자가 보석 세트를 가져가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라고.

 그러나 내 얄팍한 능력은 주문자의 컴플레인으로 이어져서 단골손님이 떨어져버리는 사태에 이르렀다.

 공방

 “너 이 새끼! 정신을 어디다 파라먹고 사는 거야! 내가 한 번 더 검사하고 매끄럽게 갈아졌는지 확인 하라 했냐, 안 했냐!”

 짝-!

 “아버지!”

 “내가 그렇게 말 했을 땐 뭔가 문제가 있을 거란 생각. 정말 안 해 본 거냐?”

 “아버지. 그래도 제가 봤을 땐 완벽…….”

 “완벽이 어디 있어! 보석은 비싼 값만큼이나 소비자가 까다롭다는 거 모르고 하는 소리냐? 세공 방법만 취향에 맞지 않아도 돌아서는 게 고객이다. 그런데 단골 고객의 취향 하나 파악 못해서 보석도 망가뜨리고 손님까지 떨어트려? 네가 그러고도 내 아들이라 할 수 있냐?”

 아버지는 완벽하게 대노하셨다.

 난 그것이 못내 억울했고 그 억울함은 자연스레 아버지의 조수인 그녀에게 퍼부어졌다.

 “이게 다 누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라니?”

 “누나가 자꾸 잔소리 한 것 때문에 재수가 없어져서…….”

 “뭐? 내가 뭘 어쨌다고. 너 진짜 웃긴다.”

 “웃겨? 내가?”

 “그래. 네가!”

 그땐 그녀도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았다. 나와 말도 섞기 싫어하며 얼굴을 딱딱하게 굳혀 버리던 그녀는 그 날 이후로 내게 애정 어린 잔소리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아버지랑 결혼하기로 했었는데…….그때 내가 뭘 놓치고 있었던 건가? 공방 사무실

 “이게 정말 잘하는 방법일까요?”

 “내 아들은 내가 잘 알아. 자기 것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경쟁하려 드는 녀석이라고. 그러니까. 네가 나와 결혼한다고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 마음을 돌리려고 애쓸 거야.”

 “그러다 잘못 되면요. 예상치 못한 행동이라도 하면요?”

 “그럴 리 없어.”

 “선생님은 너무 아들을 믿는 경향이 있으신 것 같아요.”

 “내가?”

 “네.”

 “내 아들은 내가 너무 자신을 못 믿어준다고 난리던데. 자네는 전혀 다른 말을 하는군.”

 “정말이에요. 선생님은 너무 아들을 오냐, 오냐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요.”

 “그래도 어쩌겠냐. 하나하나 다 가르쳐서 완벽하게 성장한 장인을 만들고 싶은 것을.”

 “고집을 못 꺾어서 그래요.”

 “내 고집을? 아니면 내 아들 고집을?”

 “둘 다요.”

 “그래서 그 놈 똥고집을 좀 다스려보려고 내가 이 고생을 하는 거지 않은가. 지금 같이 놔뒀다간 그놈……. 이 공장 다 말아먹고 자네까지 고생시킬 게 분명해.”

 “너무 빠르시니까 문제죠. 게다가 이 방법은 너무 큰 충격 요법이에요.”

 “그 정도 충격 요법이라도 있어야 그놈이 제대로 말을 듣겠지. 그놈. 절대 안 변할 놈이야. 이렇게라도 안 하면.”

 .

 .

 .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의 대화가 뭘 의미하는 것인지 한 번에 이해 할 수 없었다.

 ‘뭘 한다고? 충격 요법? 둘이 뭘?’

 그러다 아버지와 웃고 있던 그녀가 차갑게 돌아서던 그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난 더 이상 네 고집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누나……?”

 “내가 믿고 결혼 할 수 있는 사람은…….”

 .

 .

 .

 

 ‘누구. 누구라는 거지? 누나가 믿고 결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버지라고 하는 거야?’

 나는 그때 울었던 것 같다. 그녀에게 처절하게 버림받았을 때에도 울지 않았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나 그녀의 결혼식이 있기 전 날에 그녀가 아버지와 결혼 예복을 맞춰 입고

 공방 안에서 결혼사진을 찍고 있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울진 않았다.

 그런데 눈을 감은 이 순간,

 그녀와 아버지가 함께 있는,

 내가 모르는 어떤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이 순간의 장면이 나를 너무나 슬프게 만들었다.

 ‘나 때문에 쇼를 했던 거라고? 죽이면 안 되는 거였단 말이야? 사실은 아버지가 날 사랑하고 있던 거라고 알려주고 싶은 거냐고. 사실은…….내가 변변찮은 놈이라서 고집을 좀 눌러 주려고 충격 요법을 썼다고?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알아달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아버지를 원망 한 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내 탓이라고? 다…….내 탓이라고?’

 그렇게 감정이 격해져서 울고 있던 그 때,

 내 몸으로 차가운 물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끈적거리고 차가운 물기가 하염없이, 하염없이.

 ‘이게…….뭐지?’

 나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홉뜨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바로 보이는 누런 물기.

 “저건……!”

 구덩이 안으로 누런 나무 진액이 끝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무 진액을 구덩이에 쏟아내는 누군가에 의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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