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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훈련
작성일 : 17-07-07 22:19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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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쩜 이렇게 감쪽같이 잊고 있었지? 로엘은 잠시간 충격에 빠졌다. 그녀의 인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요 며칠 동안 느끼지도 생각지도 못했었다. 잊고 있었던 것일까, 잊으려고 애썼던 것일까. 혼자라고 느낄 때 바로 다시 떠오르는 것을 보면 후자인 모양이었다.

  로엘은 잠시 숨을 헉헉 거리다 이내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방의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창문엔 얇은 커튼이 드리워져 하얀 달빛이 은은하게 새어나오고, 이자젤과 캐서린은 각자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 밤이 되었구나.

  이상했다. 분명 이자젤과 캐서린이 보이는데도 어쩐지 혼자인 것만 같았다. 로엘은 다시 잠들지 못하고 천장만 바라보았다. 이제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아마도 괜찮은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계속 가슴께에서 맴돌았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왜?

  더 이상 갇혀있지도 않고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앞으로 있을 곳과 해야 할 일도 찾았다. 이름도 얻었다. 그럼에도 로엘은 자꾸 불안하고 무서웠다. 왜일까, 그녀는 이유를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이건 다 보스쿤 씨를 자주 못 본다는 생각 때문이야.’

  그가 들었더라면 헛웃음을 쳤을 터이지만, 로엘은 매우 진지했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 곱씹을수록 정말 그런 것만 같았다. 보스쿤은 그녀를 구해준 장본인이다. 정의하자면 두려움을 없애준 근본이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정말 두려울 것이 없을 것만 같았다.

  이스타르와의 괴상한 대화도, 이자젤의 강한 윽박도.

  굳이 있다면 보스쿤 본인 정도일 것이다. 보라, 지금도 보스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 이상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지 않은가. 로엘은 자기도 모르게 흐흐 웃으며 천장에 그의 모습을 그렸다. 날카롭지만 어딘지 슬픈 눈매, 그 안의 예쁜 갈색 눈.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잘생기고 진한 이목구비가 순식간에 그려졌다.

  로엘이 다시 웃음을 흘리려던 찰나, 캐서린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녀의 검은 머리칼이 한 번 훅 하고 흩날렸다 가라앉으며 부산히 흐드러졌다. 어두운 방 안에서 귀신 꼴이 따로 없었다. 로엘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그녀를 응시했다. 왜인지 말을 걸어서도 움직여서도 안 될 것만 같았다.

  “마녀님, 그대를 믿고, 그대를 원합니다. 언젠가 우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소서. 그리고 계약을 이행하시고 약속된 것을 지키소서, 브루하.”

  속삭이는 수준이었지만 방이 워낙 조용한지라 뭐라고 하는지 다 들렸다. 마녀교는 마녀님이 생각날 때마다 기도를 드린다더니, 자다가도 생각 난 모양이었다. 기도를 마치고서도 캐서린은 한동안 두 손을 모은 채 가만히 있었다. 다시 잠 든 건지 계속 기도를 하는 건지 애매했다. 입이 움직이는 걸 보니 잠든 건 아닌가보네, 하고 로엘이 생각하는 순간.

  “……로엘?”

  캐서린이 휙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엔 괴상한 안광이 흐르고 있었다.

  “아.”

  놀랄 만한 상황인데 놀랍지 않았다. 무섭지도 않았다. 홀리듯, 로엘은 캐서린의 두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캐서린도 무어라 더 말하지 않고 로엘과 눈을 마주한 채 가만히 있었다. 기묘한 침묵이었다. 그럼에도 로엘은 캐서린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눈을 굴릴 수도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 같았다.

  이 상황이 다소 이상하다는 것을 로엘이 인지할 쯤, 캐서린은 이미 자리에 누워있었다. 서로 마주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로엘은 혼란스러운 마음에 침대에서 내려와 캐서린을 슬쩍 살펴보았다. 캐서린은 색색 고운 숨을 내뱉으며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로엘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듯 자리로 돌아왔다. 방금 전 겪은 일이 꿈인 양 낯설었다.

 캐서린이 일어나긴 했나? 눈이 마주치긴 했던 거야?

  헛것을 본 것인지 뭔지 알 수가 없어 당황스러웠다. 단순히 착각 혹은 환상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생생해서 더 당황스러웠다. 만약 꿈을 꾼 것이었다면 대체 왜 그런 꿈을 꿨단 말인가? 로엘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말았다. 햇빛이 들어오는 걸 깨달았을 땐,

  “야, 빨리 준비해!”

  훈련에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아침 훈련은 이스타르의 설명대로 가벼웠다. 주로 몸의 근육을 풀어주고 몸을 데우는 훈련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후 하루 동안 총 네 번으로 나눠 본격적인 훈련을 하는데, 로엘은 당분간 두 번째까지만 훈련을 받기로 했다. 회복력이 아무리 좋아도 초반엔 조심하라는 미미의 의견을 따른 것이었다.

  “헉, 헉, 너……왜 그냥 아, 앉아, 헉, 앉아 있냐?”

  그것이 못마땅했던지 이자젤이 자꾸만 시비를 걸어왔다. 로엘은 두 번째 훈련을 마치고 훈련장 한구석에 앉아 있다가 이자젤의 삿대질에 한숨을 푹 쉬었다. 훈련은 안 하더라도 견학을 하라는 이스타르의 말에 따라 앉아 있을 뿐인데 뭘 어쩌라는 건지. 한두 번도 아니고 근처를 지날 때마다 시비를 걸어오니 점점 피곤해졌다.

  “응? 이자젤, 땀을 많이 흘리네. 수건 줄까?”

  “보면 몰라? 커헉, 당연히 줘야지!!”

  로엘이 방긋 웃으며 수건을 건네자 이자젤의 표정이 와자작 구겨졌다. 로엘 나름대론 친근감의 표시였으나 그것을 놀림으로 받아들인 듯 했다.

  “허억, 너 이따……방에서 두고 보자.”

  “이자젤! 쉬지 말고 계속 뛰세요!”

  이스타르의 호령에 이자젤은 로엘의 얼굴에 수건을 던지고 후다닥 뛰어갔다. 축축한 수건이 로엘의 얼굴에서 주륵 흘러내리듯 떨어졌다. 킁킁, 로엘은 자기도 모르게 수건 냄새를 맡곤 경악했다. 흙냄새 땀냄새가 섞여 괴이쩍은 내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인상이 찌푸려지려던 찰나, 저 멀리서 매섭게 째려보는 이자젤이 눈에 들어왔다.

  “예, 예쁜 지젤 힘내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지젤! 이자젤!”

  로엘의 생존 본능은 그 어떤 본능보다 강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표정을 풀며 이자젤이 좋아할만한 단어를 마구 내뱉었다. 임기응변이 통했는지 이자젤의 눈빛이 다소 흐물흐물 해지는 것이 보였다.

  좋아, 최대 위기를 벗어났으니 그냥 여기서 잠시 뜨자.

  그렇게 결론을 내린 로엘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이스타르에게 종종종 다가갔다. 몸이 안 좋다고 하면 바로 보내줄 테지만 거짓말을 하자니 양심에 찔렸다. 로엘은 뭐라 말할지 잠시 머리를 굴리다 이내 진심 반, 가심 반을 섞어 둘러댔다.

  “부교관 님. 자, 잠시 근처를 견학하고 와도 될까요? 훈련을 보는 것도 좋지만 가만히 있기 보단 걷기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제가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적응도 필요하고……주변도 알아보고요.”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로엘. 괜찮은 의견이지만……차라리 친구들을 따라 훈련장을 천천히 걷는 건 어떻습니까?”

  “아, 친구들이 열심히 뛰는데 저 혼자 걷고 있으면 조금…….”

  “음, 그렇군요. 민망할 수도 있고……다른 훈련생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고 말이죠.”

  이스타르의 낯빛이 다소 우울해졌다. 그렇게 쉽게 미소 짓고 웃음을 터트리던 어제와는 완전 상반된 모습이었다. 로엘은 자신이 괜한 말을 꺼내서 그런 줄 알고 덩달아 울적한 표정을 지으며 쭈빗거렸다. 그냥 이자젤의 심술이나 받아주며 얌전히 앉아있을 걸 그랬나보다.

  “혼자…….”

  로엘은 훈련장에 계속 있겠다고 말하려 했으나, 그 전에 이스타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너무 침울하고 음울한지라 곁에 있던 로엘마저 기분이 가라앉는 듯 했다.

  “혼자라는 건……정말 슬프고 힘든 일이죠. 로엘의 기분을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네요. 때론 모두와 함께 있는 것보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게 오히려 덜 외롭죠. 맞아요……. 역설적이지만 그렇답니다. 그런 거죠.”

  “…….”

  뭐지 이 사람? 로엘은 어제 벙쪘던 그 기분을 똑같이 느꼈다. 정신이 대략 아득해졌다. 이스타르 부교관은 좋은 사람이지만 이상했다.

  “네, 그럼 주변을 둘러봐도 되는 건가요?”

  “허락하겠습니다. 혹시 길을 잃으시면 그냥 큰소리로 저를 부르세요. 늦어진다 싶으면 찾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로엘은 또 이상한 말을 들을세라 튕기듯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발길 닫는 대로 이리저리 걷기 시작했다. 발을 딛을 때마다 느껴지는 폭신한 흙과 잔디의 감촉이 좋았다.

  이스타르는 길을 잃을까봐 걱정했지만 정작 로엘은 염려치 않았다. 자신이 길을 잘 찾는다는 걸 요 며칠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자세한 것은 보안상의 이유로 알 수 없었으나 리반챠의 대략적인 구조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스타르의 폭풍 설명과 그녀가 건네준 지도를 통해 외워둔 터였다. 이스타르는 다 외우기 힘들 거라 말했었지만, 로엘은 지도를 두어 번 본 것만으로 금방 기억할 수 있었다.

  “난 길도 잘 외우고……음, 말도 잘한다고 그랬어. 미미 씨가 말했으니까 틀림없어. 히히.”

  로엘은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이 기쁘고 즐거웠다. 왜 여태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간단한 자극만 주어지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바꿔 말하자면 실험실에선 그런 작은 기회조차 없었다는 말이 되었다. 혹은, 기억을 잃어버렸기에 다시 알아가야 하는 것이거나.

  「……엘. 로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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