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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3
작성일 : 17-07-07 17:03     조회 : 286     추천 : 3     분량 :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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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웅은 아이스커피를 길게 빨아 꿀꺽 넘겼다.

 “어우 시원해. 커피는 고양이가 사주는 게 제일 맛있네.”

 이우는 싱겁게 웃었고 수호는 시큰둥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저 쓰던 핸드폰 가져왔어요.”

 이우가 핸드폰을 기웅에게 내밀었다. 수호는 핸드폰을 넘겨받는 기웅의 손을 보며 괜스레 인상을 구겼다.

 받자마자 연락처부터 열어본 기웅이 말했다.

 “연락처 안 지웠네?”

 “네, 혹시 발신자 찾는데 필요하실까 해서요. 데이터 아무것도 안 지웠어요.”

 기웅은 이우와 시선을 맞췄다. 웃는 얼굴을 잠시 뜯어보다가 덩달아 빙긋 웃고 말을 이었다.

 “여기 내가 보면 안 되는 뭐 좀 그런 거 없지?”

 “야 이 변태야!”

 “네, 별거 없어요. 연락처랑 문자메시지 내역이랑 통화 내역이랑 사진 몇 장이랑. 그게 다예요.”

 수호가 눈을 번쩍 치켜떴다.

 “문자 내역?”

 ​“우리 거는 다 옮기고 지웠어요. 그것만 지웠어요.”

 “궁금도 안 하거든? 누가 저 문자 보겠다고 했나. 고양아 이거 한 이삼 일 뒤에 돌려줘도 되지?”

 “네, 어차피 안 쓸 거니까 천천히 주셔도 돼요.”

 핸드폰을 뒤적이던 기웅의 얼굴이 문득 굳었다.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핸드폰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두 사람 앞으로 화면을 내밀어 보였다.

 “이거 뭐야?”

 수호와 이우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뭐긴 뭐야 사진이지.”

 “사진을 왜 찍어? 언제 찍었어? 누가 찍었어?”

 한꺼번에 질문이 쏟아졌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수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키웠다.

 “나도 사진 좀 찍자! 이우랑 둘만 보는 사진인데 좀 찍으면 안 돼? 어디 화보라도 찍었어 내가?”

 “누가 찍었어.”

 서늘해진 말투에 수호는 입을 닫았다.

 “그게, 저랑 친한 형이 찍어준 건데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기웅이 시선을 옮겼다. 선득한 냉기가 흐르는 기웅의 눈초리에 이우는 슬며시 목을 움츠렸다.

 “친한 형 누구?”

 “아 있어. 형이 그것까지 알아야 돼?”

 “친한 형이 누군데? 뭐 하는 사람인데?”

 기웅이 차분한 어조로 다시 묻자 이우가 부리나케 핸드폰을 잡아들고 사진을 넘겼다. 기웅에게 내밀며 말했다.

 “거기 그 형이요. 전영인이라고.”

 수호는 눈을 쭉 째며 핸드폰을 노려보았다. 얼마나 친하기에 사진까지 들고 다니나.

 이우가 기웅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되게 좋은 사람인데. 저 어릴 때부터 계속 가깝게 지내는 형이에요. 제일 친해요.”

 수호의 째진 눈이 이우에게 홱 돌아갔다. 제일 친하다니. 그럼 나는.

 “그래?”

 기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속 그을린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다가 이우와 시선을 맞추며 빙글 웃었다.

 “저 자식 저거 미쳤나보다.”

 “예?”

 “우리 이런 사진 찍으면 모가지야. 끽.”

 기웅은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수호를 노려보았다.

 “너 이제 짤리게 생겼다 인마.”

 수호는 기웅의 시선을 피하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이우가 얼떨떨하게 수호를 쳐다보았다. 굳어진 얼굴을 보고나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아… 저기, 형이 안 찍는다는 걸 제가 막 졸랐어요. 그런 건지 모르고요.”

 이우는 기웅의 팔을 붙들어 쥐며 말을 이었다.

 “형 그냥, 한 번만 눈 감아 주시면 안 돼요? 죄송해요. 저 때문이에요.”

 기웅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야 고양이 너 사과하지 마. 나 되게 나쁜 놈 같잖아.”

 “진짜 죄송해요. 네? 네?”

 “야! 왜 니가 사정을 하고 그래? 냅 둬 그냥, 꼰지르라 해! 짤리면 짤리는 거지.”

 “어이구, 저 강아지. 지금 뭐 잘한 거 있으세요?”

 “제 잘못이지 수호 형은 잘못 없어요. 다시는 사진 찍자 안 할게요 네? 한 번만 봐주세요. 네? 네?”

 이우의 처량한 표정에 기웅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휴, 알았어. 형이 눈 딱 감을 테니까 사과 좀 그만해. 나 진짜 악당 같다 야.”

 수호는 새려는 웃음을 꽉 틀어 물고 기웅을 쏘아보았다.

 

 “미안해요 형.”

 갑작스러운 말에 수호가 조수석을 돌아보았다. 이우의 표정이 시무룩했다.

 “뭐가?”

 “진짜 몰랐어요. 형 사진.”

 멀뚱하던 수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여태 그 생각했어?”

 “정말 몰랐어요.”

 “형이 얘기했잖아? 니가 지금 만나는 사람 국가기밀이라니까? 형이 그런 사람이에요.”

 이우는 비실비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가 이를 앙다물며 이우를 째려보았다.

 “왜 그렇게 웃어. 아직도 못 믿어?”

 “아니요, 믿어요. 기웅이 형 말 들어보니까 진짜 그런 거 같아요.”

 “웃겨 너? 내 말은 안 믿고 기웅이 형 말은 믿냐?”

 헤헤 웃은 이우는 수호의 뺨에 슬쩍 입을 맞췄다. 슬며시 웃는 수호를 따라 흐르는 웃음을 꾹 물고 차 밖 도로를 괜히 두리번거렸다.

 

 기웅은 이우의 사진들을 제 핸드폰으로 전송했다. 수호와 이우의 사진을 다시 열었다.

 수호의 얼굴에 잠시 시선을 두고 있다가 사진들을 찬찬히 넘겼다. 전영인의 정면사진에서 멈췄다.

 영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다가 전화를 걸었다.

 -어 왜.-

 “니 사진 고양이랑 너만 가지고 있는 거지?”

 수호는 대답이 없었다.

 “다른 사람한테 전송해줬거나 보여준 건 없지?”

 잠시 조용하던 수호의 한숨이 팍 새어나왔다.

 -형 진짜 이런 사람인 줄 몰랐네. 계속 이러기야?-

 “대답 똑바로 해.”

 기웅이 잘라 말하자 수호는 다시 조용해졌다.

 “맞아? 고양이만 가지고 있는 거야?”

 -이따 내가 전화하면 안 될까?-

 “대답만 하고 끊어.”

 한숨을 내쉰 수호가 시큰둥한 말투로 대꾸했다.

 -찍은 사람도 가지고 있겠지. 뱁, 아니, 그 아는 형이라는 사람 핸드폰으로 찍은 거니까.-

 기웅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근데, 그 사-

 기웅은 전화를 끊었다.

 전영인. 왜 사진을 찍어갔을까. 단지 현이우와의 친분으로? 처음 본 사람 사진까지 제 핸드폰으로 찍어 갔다?

 잠시 허공을 응시하던 기웅은 사진을 허진태에게 전송했다.

 ― 전영인이예요. 찾으시면서 참고하세요. 핸드폰 잠금 잊지 마시고요.

 

 

 *

 한창 영업일정을 발표하던 김 실장은 수호와 눈이 딱 마주치자 잠깐 얼떨떨했다.

 “뭘 노려봐 인마! 뻐꾸기 첨 보냐!”

 수호는 치켜떴던 눈을 서둘러 돌렸다. 김 실장의 주둥이를 콱 꼬집어 비틀고 싶어졌다. 뻐꾸기를 띄우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싫어질 것 같았다.

 “다들 거처들 빨리 알아보고.”

 “휴가 올린 건 어떻게 할까요?”

 한 팀장의 질문에 김 실장이 목소리를 깔았다.

 “특수 상황 없는 이상 휴가는 유지. 대신 다른 팀에서 야간근무는 보조하고.”

 수호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 이우와의 첫 번째 휴가에 포커스 꽁무니나 따라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강 대리는 무리죠? 이번 영업.”

 한 팀장이 이어 묻자 김 실장은 인상을 구기며 수호의 옆자리를 노려보았다.

 “정신 빠진 새끼. 왜 쓸데없이 총질을 하고 지랄을 해서. 김수호! 짝 없다고 너까지 빌빌대면 잘라버릴 줄 알아! 알았어!”

 애꿎은 짜증에 수호가 네, 무겁게 대꾸했다.

 

 

 수호는 이우의 안전벨트 버클을 눌러 빼며 말했다.

 “먼저 들어가 있어. 마실 것만 얼른 사서 올게.”

 이우가 벨트를 잡아치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거 뭐 먹고 싶은 건 없고?”

 잠시 고민하던 이우가 대답했다.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좋다. 뭐 사 올까? 무슨 맛 좋은데?”

 이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꾸했다.

 “형이 먹고 싶은 맛이요.”

 잠시 멀뚱하던 수호가 어벙하게 입을 벌렸다.

 “형이 좋은 걸로 사 와요. 많이!”

 대답을 더한 이우가 차에서 내렸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이우를 내다보던 수호는 주책없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않은 채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

 

 아이스크림 숍에서 나온 수호는 차를 향해 뜀걸음을 했다. 문득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검은 형체가 퍼뜩 어둠으로 사라졌다.

 수호는 천천히 걸음을 이으며 주변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짜증스러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기웅은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사람을 예민해지게 하는 걸까. 정말 쓸데없는 짓이 아니려나.

 혼자 있는 이우가 떠오른 수호는 부랴부랴 차로 올라앉았다.

 

 집 앞에 차를 세우던 수호는 룸미러에 시선을 고정했다. 거울을 통해 언뜻 보인 후방의 검은 그림자는 바로 사라졌다.

 수호는 차 문을 벌컥 열고 나와 섰다. 그새 어딘가로 숨었는지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멍청하긴. 감히 제 눈을 피하겠다고 숨는 걸까. 작정하고 쫓으면 못 잡을 줄 알고?

 이우 혼자 있을 때나 지킬 것이지 왜 자기까지 쫓아다니는 걸까. 몰래 따라다녀 봐야 훤히 다 보이는 걸.

 하여간 기웅이 하는 짓은 허술하다는 생각에 수호는 혀를 쯧쯧 차며 쇼핑봉투를 꺼내들었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이우의 향기와 어딘가 겹치는 은근한 향이 느껴졌다.

 수호는 들뜨는 기분으로 주방으로 들어섰다. 냉장고에 아이스크림과 음료들을 챙겨 넣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형 왔어요?-

 침실 쪽에서 이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아이스크림 사왔어!”

 수호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욕조 물 받는데 혹시 목욕할래요?-

 잠깐 멍하던 수호는 침실 쪽으로 목을 빼며 못 들은 척 되물었다.

 “어? 응? 뭐라고?”

 이우가 침실 문 밖으로 고개만 쏙 내밀었다.

 “욕조 물 다 받았는데. 목욕 안 할래요?”

 “어? 아, 같, 혼, 먼저, 너 해 먼저.”

 수호는 괜히 더듬으며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인 이우가 방 안으로 사라졌다.

 열린 방문을 기웃거리며 수호는 이우의 말을 곱씹었다. 목욕 안 할래요?

 먼저 하라는 건지 같이 하자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호하지 않은가.

 잘 때도 갑옷까지 꽉꽉 껴입어가며 갈빗대 한 대도 안 보여주는 사람이. 저럴 때 보면 뭔가 사람을 홀리는 기술을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무섭다고 울 땐 언제고 형이 좋아하는 맛으로 사 오라니 세상에. 저렇게 사람을 꼼짝 못하게 홀리니 남자 만난다는 오해를 했던 거 아니겠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어벙한 ​웃음을 흘리던 수호는 괜히 더워지는 기분에 셔츠 앞섶을 쥐어흔들며 거실로 나섰다.

 소파에 털썩 앉았다가 조금 열려있는 서재문을 쳐보았다. 벌떡 일어나서 서재로 들어섰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의 이우는 주로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수호는 벽면을 빽빽하게 채운 책들을 눈으로 훑었다.

 독서량이라면 그다지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수호였지만 이우의 서재를 처음 보고 말문이 딱 막혔었다.

 책상 앞으로 다가선 수호는 펼쳐진 노트를 힐끗 거렸다.

 [finWW2.midntpl2.반석m-brukcrs]

 세계 2차대전. 히로시마. 9월 2일. 8월 15일. 광복절? 광복기념관, 부산. 게임?

 midntpl2. midnt. 미드나이트. 미드나이트 2가. 자정 플러스 2. 새벽 두 시. 반석m

 수호. Su-ho. 김수호. 선바위. 수호. 지하철. 형. 수호 형. 수호 오빠. 김수호.

 브룩. brook, 개울, 실개천. 장애물. crs.

 [othranks.kl.Kohnshell]

 인상을 팍 쓰고 읽어 내리던 수호는 제 이름이 눈에 들어오자 슬며시 웃었다.

 오빠라는 단어에 시선이 닿자 입이 헤벌어졌다. 괜히 달뜨는 기분에 열린 방문을 힐끗 돌아보았다.

 앉아서 공부는 안 하고 이런 낙서나 적고 있었을까.

 웃음을 실실 흘리던 수호의 시선이 문득 빈 의자에 세워졌다.

 쓸데없이 커다란 집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제 이름을 끄적이고 있었을 이우가 눈에 선했다.

 의자를 잠시 보고 있던 수호는 핸드폰을 꺼내 메모에 대고 찰칵, 사진을 찍었다.

 찍힌 사진을 확인하다가 볼펜을 집었다. 이우의 메모 옆에 덧붙여 메모를 남겼다.

 ……수호 오빠. 김수호.♡현이우

 헤벌쭉 벌어지는 입으로 사진을 다시 찍었다. 웃음을 물고 서재를 빠져나왔다.

 침실로 들어서자 은은한 향이 풍겼다. 수호는 욕실 쪽을 기웃거렸다.

 조용했다. 살금살금 걸어가 욕실 문에 귀를 댔다. 물소리가 없었다.

 손잡이를 슬며시 돌려보았다. 잠겨있었다. 마른입을 다시며 걸음을 돌렸다.

 침대로 털썩 누워 욕실 쪽을 쳐다보았다. 문득 제 아랫도리로 시선이 내려갔다.

 주책없이 달떠있는 몸을 보고는 괜한 한숨을 으이구, 내쉬었다.

 이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어쩌지도 못하고 속만 태우게 되는 사람이 왜 이렇게 좋은 걸까.

 

 욕실을 빠져나온 수호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문지르며 침실로 들어섰다. 중앙 테이블 앞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이우 곁으로 다가갔다. 이우가 달력을 집어 들었다.

 “팔월 이십 일 출발이고요, 들어오는 날은 이십육 일. 괜찮겠어요?”

 수호는 달력에 그려진 동그라미를 보며 웃음을 흘렸다.

 “괜찮지 그럼. 휴가 맞춰 냈는데. 예약 급하지 않았어?”

 “간신히 됐어요. 생긴 지 얼마 안 된 빌라라는데 좋대요. 개인 풀도 크고.”

 “개인 풀? 아.”

 이우와 둘이서만 수영할 생각에 수호는 맹한 웃음을 흘렸다.

 “우리 여행 가는 날 무슨 날인 줄 알아요?”

 “응? 아.”

 수호는 달력을 곰곰이 쳐다보았다. 무슨 날일까. 8월 20일. 미간이 찌푸려졌다. 설마 또 퀴즈는 아니겠지.

 “내가 형 붙잡은 지 백일 되는 날이에요. 형이 도둑질한 지 백일. 몰랐죠?”

 이우는 빨개진 얼굴로 킥킥거리며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조용해진 수호의 입 앞으로 아이스크림을 한 수저 떠서 내밀었다.

 수저를 받아든 수호는 컵 안으로 도로 올렸다. 이우의 허리를 당겨 안으며 입술을 맞댔다. 향긋한 숨결에 버무려진 차가운 크림 덩어리가 수호의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얄팍한 허리를 부러지게 감아 안고 수호는 혀끝으로 전해지는 향기롭고 달콤한 감촉에 가만히 집중했다.

 이우의 아랫배에 맞닿은 몸이 돌덩이처럼 딱딱해졌다.

 이우는 터질 듯 달아오른 얼굴을 뒤로 빼며 수호를 쏘아보았다. 허리에 감긴 팔을 풀어내고 허둥지둥 거실로 도망쳤다. 수호는 이를 앙다물며 방문 밖을 째려보았다.

 

 “예?”

 기웅이 누웠던 몸을 벌떡 일으켜 앉았다.

 “담을 넘어요?”

 이마가 찌푸려졌다. 집 주변까지 범위가 좁혀진 걸까. 기어이.

 “몇 명이던가요? … 확실해요? 주변 수색 하셨어요?”

 강 실장의 이어진 대답에 기웅은 구겨진 이마를 문질렀다.

 십억은 혼자 드시겠다. 먼저 잡는 놈이 임자라는 거겠지.

 문득 기웅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왜 약만 놓고 말았을까. 죽이는 것이 목적은 아닐까.

 “현이우 가드 추가 배치하세요. 옆에 붙어 다니는 인물이 알고 있으니까 눈에 걸리더라도 상관없어요. 너무 드러나지만 않게. 네, 고마워요.”

 전화를 끊어든 기웅은 손에 쥔 핸드폰을 잠시 쳐다보았다. 화면을 열고 기밀자료실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켰다.

 

 소파에 바짝 웅크린 이우 위로 수호가 냅다 엎어졌다.

 “왜 그래요, 변태!”

 고함에도 아랑곳없이 수호는 웅크린 허리를 꽉 감아 안으며 이 앙다문 소리를 했다.

 “변태? 그래 너 말 잘했다. 변태한테 변태 짓 한 번 당해 봐라.”

 “하지 마, 항복, 잘못했어 진짜, 진짜 무서워! 무서워!”

 날카로운 쇳소리가 내질러지자 수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가빠진 숨을 가만히 내쉬고는 뜨거운 귓가에 입술을 붙였다.

 “형도 형이 무섭다. 나 진짜 왜 이러니.”

 소곤거리는 말에 이우가 푸힝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과 동시에 울컥 뜨거워진 눈을 꾹 감았다.

 조용해진 거실로 두 사람의 호흡만 흘렀다. 나란히 포개진 두 심장이 둥둥 북소리를 울리며 뛰었다.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는 기웅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소파 위로 나란히 놓인 두 뒤통수를 물끄러미 보았다.

 수호의 몸 아래 깔린 작은 몸은 머리 밖에 안 보였다.

 불현듯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핸드폰을 쥔 손이 흠칫했다. 허진태였다.

 “사진 보셨어요?”

 -그 사람 전영인 아닙니다.-

 “예?”

 -조갑선이라고 아시아 넘버 쓰리에요.-

 기웅은 잠시 입을 닫았다. 아시아 라인. 조갑선.

 “제가 알기론 그런 이름 없는데요. 아시아 탑 텐 중에.”

 -원래 밑에서 놀던 앤데 뭐 때문인지 노바디 눈에 들어서 좀 뜨는 모양입니다. 저도 사진으로만 몇 번 봤습니다.-

 기웅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전영인이 조갑선이라.

 노바디 라인이 왜 현이우를 만나서 커피나 마시고 있을까. 그냥 데려가면 될 것을. 전영인에 대한 현이우의 호감도로 봐서는 데리고 나가는 건 일도 아닐 텐데.

 전영인이 조갑선 맞을까.

 허진태가 없는 인물을 만들어 내면서까지 보고할 이유는 없다. 정보 신뢰도 팔십 이상.

 “지난번 데려갔던 학생이요. 청담동에.”

 -아, 현이우요?-

 “생포해야 돼요?”

 -아, 예. 생포뿐이 아니라 털끝도 다치지 않게 데려가야 현상금 준다고요.-​

 기웅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털끝도 다치지도 않게.

 -급하게 찾는 건지,-

 진태가 말을 잇자 기웅이 귀를 세웠다.

 -현이우 잡겠다고 추가로 걸었습니다.-

 기웅의 눈이 어리둥절 커졌다.

 “백만에 더 얹었다고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 현이우 지인한테 추가 현상 걸었습니다.-

 기웅은 순간 멍하게 굳었다. 핸드폰을 잡은 손아귀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누굽니까?”

 -사진 전송해드릴까요? 이름은 김수호고 나이는… -

 기웅은 갑자기 떨리는 손을 가누느라 진태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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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더 포저 시즌Ⅲ} 그들의 포커스 ... 6 2017 / 6 / 28 294 3 6688   
29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5 2017 / 6 / 26 333 3 4873   
28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4 2017 / 6 / 25 284 4 5613   
27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3 2017 / 6 / 24 284 4 5819   
26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2 (2) 2017 / 6 / 23 340 5 5239   
25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 (2) 2017 / 6 / 22 409 5 5234   
24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9(완결) (2) 2017 / 6 / 21 328 5 6978   
23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8 (1) 2017 / 6 / 20 301 5 8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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